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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100화 (100/124)

제100화

[정신 차리거라. 저 여자애 한 명으론 절대 저 기사를 잡을 수 없다. 네가 도와주어야 해.]

호조사가 스칼라를 격려했다.

잠시 ‘겁’을 먹었던 스칼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정신을 차렸다.

‘정신 차려야 해…….’

오빠는 ‘겨우’ 저런 걸 보고 겁을 먹었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강한 상대일수록 호승심을 불태우고 잡으려고 했겠지.

거기에 만약 자신들의 목숨까지 걸려있다면 더더욱이.

‘지금 오빠는 움직이지 않고 있어.’

겁을 먹었다거나 한 건 아닐 것이다.

사납게 떠진 눈동자는 그들이 위험해지면 언제든지 끼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겁을 먹은 건…….’

적이다.

[저들은 저 괴물이 마력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모른다.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손가락만 움직여도 이 공동 전체를 들어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할 텐데. 물론 저 기다림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저건 너무나 탐욕스러우니. 그러니 그 안에 모든 걸 불태워 업을 삼키거라.]

호조사의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데스나이트를 보고 치솟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지그시 정면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데자트는 못 올 거야. 아벨라가 혼자 저놈을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지금 아벨라가 데스나이트만큼 강해질 순 없으니까…….”

“상대방을…… 그만큼 약하게 만들면 돼…….”

“맞아.”

두 마법사는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자고.”

화륵!

스칼라의 몸에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이미 이곳은 스칼라의 마력으로 인해 불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즉. 현재 샤흐의 속성은 불꽃이라는 것.

화르르륵-!

엘프의 몸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 * *

암살자 하나, 마법사 둘.

보통은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조합이냐고 할 조합이다.

마법사는 앞에 나서기엔 신체 능력이 부족하고, 암살자 또한 정면에 나서기엔 스타일이 다르다.

물론 이건 ‘평범한’ 암살자의 이야기다.

캉! 카가강!

[아름… 답군… 그대는… 암살자인가…? 기사인가…?]

“죽은 기사에게 해줄 말은 없어.”

아벨라를 가르친 건 ‘수호자’ 데자트.

그녀는 암살에 더 능숙할 뿐, 본질적으로 누군가를 지키는 엘프였다.

그리고 그녀를 가르치게 한 라온은 그녀가 암살에만 치중되지 않기를 원했다.

‘필요할 때면 생존할 수 있게.’

암살자가 살아남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적을 없애거나, 혹은 도망치거나.

하지만 그녀는 다르게 분석했다.

암살자는 정면에서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정면에서 붙어도 이길 수 있도록 만들면 그만 아닌가?

애초에 그녀의 전투 방식은 암살자라고 하기엔 너무 몸을 드러냈다. 다만 공격에 완전히 치중되어 있을 뿐.

캉! 카강! 카각!

단검과 데스나이트의 검이 연신 부딪힌다.

데스나이트는 시야를 어지럽히는 검을 보며 감탄했다.

[대단… 하구나… 익힌 지… 얼마 안되어… 보이거늘….]

“…….”

[아쉽구나… 아쉬워… 더 좋은 자리에서 만났다면… 이야기를… 나누었을… 텐데….]

하지만, 감탄과 별개로 아벨라가 데스나이트를 능가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제아무리 사념체라고 한들, 데스나이트는 상급 기사가 원한을 가진 채 죽어야만 태어나는 고위 몬스터.

산 자들의 목숨을 거두어 같은 죽은 자로 만드는 놈이니, 지금의 아벨라가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검을 맞대지만, 드문드문 날아오는 검격이나 검이 그녀를 위협한다.

“이거… 써…!”

“응! 고마워!”

그때마다 그녀를 돕는 건, 본래라면 스칼라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검과.

화르르륵!

위험하다 싶으면 곧바로 치솟는 불길이었다.

완벽한 호흡!

서로는 서로의 버릇이나 전투 방식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는 라온 몰래 수련한 결과이기도 했다.

전투에 참가하지 못할 때도 이들은 절망하지 않고 수련했고, 이럴 때를 대비해 합을 맞췄다.

처음에야 조금 어색해서 삐걱거릴 수 있지만, 목숨이 걸린 위급 상황에선 그런 삐걱거림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캉!

데스나이트의 검이 한순간 위로 쳐내진다.

틈을 노린 데스나이트의 가슴팍에 사정없이 불의 창이 처박혔다.

뒤이어 불의 창을 모방한 스칼라의 마법이 연신 틀어박혔다.

끄르으윽… 괴물 같은 소리를 내며 재생하려 드는 그를 막은 건 아벨라의 검이었다.

촤아아아악!

데스나이트의 목이 베어지며 업이 세 명에게 골고루 분배된다.

그들은 신체가, 마력이 강화되는 걸 느꼈다.

아벨라는 손에 쥔 검을 잠시 바라봤다. 데스나이트가 사라지자마자 달려드는 사념을 베어냈다.

서걱!

아까보다 훨씬 힘을 덜 주었는데도, 더 손쉽게 잘려나간다.

검의 절삭력도 절삭력이지만, 베어내는 힘이 훨씬 강해졌다.

이거라면…… 충분히 더 싸울 수 있다.

“후우… 후우….”

그에 비해, 마력을 쏟아낸 스칼라는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당장이라도 탈진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사실은 이 정도 상태인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스칼라가 사용한 마력은 평범한 수치를 넘어선다. 만일 그녀가 삼킨 게 라온의 마력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마력 탈진으로 쓰러졌어야 했다.

‘오빠의 마력이… 아직 내 안에 남아있어….’

그녀가 삼킨 라온의 마력은 그 어느 누가 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순하고 순도가 높다.

비록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고 사나우나, 이는 그녀의 불꽃과 굉장히 성질이 잘 맞았으니.

더군다나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라온의 마력을 삼킨 덕분에 온종일 불꽃을 뿌려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스칼라. 괜찮니?”

“괜찮아?”

“응… 괜찮아….”

다시 아벨라에게서 검을 돌려받은 덕분에 마력이 조금이나마 돌아온다.

하지만 지친 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물러나라고 하려 했지만…….

“더… 할 수 있어….”

그녀의 두 눈만큼은 절대 식지 않았다.

웬만한 이라면 보이기 힘든 정신력.

그 모습에, 샤흐는 손가락이 간질거리는 걸 느꼈다.

‘나도 저렇게…….’

온 힘을 다하고서도 의지를 보일 수 있다니.

저런 태도는 본받아야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 전력을 위한 창을 꺼내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한 번 수호자를 잃었다.

운이 좋게도 돌아오긴 했지만.

만약 라온이 없었다면?

‘너에겐 창을 다룰 자격이 없다.’

이미 한 번 그녀의 친우이자 백성이자 호위 기사인 데자트를 잃은 그녀가 다룰 자격이 있을까?

아버지는 그녀의 창술은 공주의 상징이라 하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기를 고른 순간부터 쥐어온 무기이자, 평생을 단련해온 무기.

누군갈 지킬 자신도, 그리고 지키지 못했다면 쥐지 말라 하였으니, 지금의 그녀에겐…….

“…신 차려!”

“!”

“정신 차려!”

귓가를 두들기는 소리에 샤흐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날아드는 사념들을 아벨라가 단칼에 베어냈다.

하지만 단검의 짧은 사거리 때문에 많은 걸 베어내지 못하고, 접근을 허락한 순간, 불길이 치솟으며 사념을 불태웠다.

마찬가지로 스칼라의 주의가 다른 이에게 쏠렸다는 걸 알아차린 사념이 달려들자, 이번엔 샤흐가 공격을 막아냈다.

스칼라는 귀를 쫑긋 세우며 말했다.

“한눈 팔면 안 돼……!”

“……미안해!”

그래.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이랴.

‘지금의 내 역할에 집중하자.’

여전히 고민할 만한 부분이지만, 적어도 지금 고민할 만한 문제는 아니다.

지금 그녀의 역할은 마법사. 아군이 다치지 않도록 서포트하며 드러난 빈틈을 마법으로 막아주고, 필요하다면 대형 마법을 날려준다.

지금의 역할에 집중한다.

쿠과과과과!

용오름 치며 치솟는 불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공동을 가득 채웠다.

자신의 앞에 달려드는 사념들을 단숨에 베어낸 데자트는 검을 털어내며, 가만히 서 있는 라온을 바라보았다.

“왜 끼어들지 않는 거예요?”

“지금이 적기니까.”

라온의 뚜렷한 회색빛 눈동자가 공동의 한 가운데에 세워진 고치를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나서면 저놈도 나설 거야. 하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지금처럼 무의미한 소모전만 반복할 거다.”

“……하지만, 저러다간 나중에 전투에서 도움이 안 될 거예요.”

“맞아. 그런데 그거 알아? 어차피 멀쩡해도 싸움엔 못 참여해.”

“!”

“이제 겨우 힘을 깨우친 애들이 어떻게 저거랑 싸워? 당연히 쟤는 너랑 나랑 둘이서 잡아야지.”

데자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사실. 저건 마력만 빨아들이는 게 아니야.”

“…들었어요.”

“전투를 시작하면, 너희는 저 끌어당김으로부터 버텨야 해. 그걸 버티려면 지금처럼 성장해야 해.”

지금은 라온 정한 이 방법이 옳았다.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

물론 그 안엔 라온이 그만큼 고생해야 하는 게 포함되어있지만.

‘…지금은 이게 옳아.’

최대 전력인 라온과 데자트의 부담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데자트는 짜증이 나기 보다는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동화 속에 나오던 용사 파티가 된 거 같은 기분이야.’

물론 보통은 용사를 키우기 위해 동료가 희생하는 것과는 다르긴 하지만, 뭐.

이 정도는 각색으로 봐줄 만도 했다.

“저걸 잡는 방법은. 생각했나요?”

“당연하지.”

라온이 씨익 웃었다.

몸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약간 변한 인상.

여전히 날카롭고 사나운 인상이지만, 예전에는 그 분위기에 묻혀 드러나지 않던 외모가 드러났기 때문에.

그 미소가 더없이 잘 어울렸다.

“지금 저놈은 필요한 걸 제외하고 모두 뱉어내고 있어. 다시 빨아들일 준비를 하는 거지. 나를 집어삼키기 위해서.”

“…그렇다면?”

“먹여줘야지. 아주 배가 터지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야. 그리고, 저놈은 자기가 먹는 것도 제어를 잘 못 하거든. 워낙에 탐욕스러워서.”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데자트는 이해하는 대신 그가 말하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무슨 생각이라도 있겠거니- 하면서.

쩌적!

“슬슬 저놈도 힘이 빠지는 모양인데.”

라온은 금이 가기 시작한 고체를 보며 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잡아보자고.”

[전부 복귀해.]

미리 그가 준 알람 아티팩트가 발동되자, 전투를 하던 그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이내 뒤로 물러났다.

쩌저적-!

고체에 그어진 균열이 조금 더 깊어진다.

조금씩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걸 느낀 라온은 이를 대비해 쇠사슬의 마력 흡수량을 늘리고, 스칼라의 손을 꽉 붙잡았다.

“다들 마력은 모두 몸으로 회수하고 충격에 대비해. 온다. 위험하면 망설이지 말고 귀환을 써. 너희가 도망쳐서 안전해야 내가 산다.”

끄덕…!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고체가 반으로 갈라졌다.

반으로 갈라진 고체 사이로 몸을 웅크린 거대한 무언가가 보인다.

난 머리부터 천천히 훑었다. 형태는 인간과 흡수했지만, 몸에는 털 하나 남아 있지 않다. 머리카락조차 없다는 이야기다.

기괴할 정도로 몸에 살이 붙어있지 않아 뼈밖에 보이지 않았고, 팔다리의 크기가 비이상적으로 길었다.

‘탐은 아니군.’

탐은 인간 형태가 아니었다. 가깝다면 오히려 용에 가까웠지.

저 모습은 내게 익숙하다면 익숙했다.

‘나중에 탐의 부하로 나오던 몸인데.’

탐이 도시 같은 데를 삼킬 동안 자그마한 마을에 나타나 거기에 있는 것을 삼키는 잡졸.

저 녀석이 그 잡졸처럼 약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데자트.”

“넵.”

데자트가 테스트 삼아 검격을 날렸다.

검격이 포식자에게 닿기 직전 사라진다.

데자트의 표정이 굳었다.

“……파쇄?”

“아니야. 자세히 봐봐.”

그녀는 내 말에 눈을 좁히고 자세히 바라봤다.

가갉, 가갉.

마력 포식자를 둘러싸고 있던 고체가 갉아 먹히고 있었다. 이를 본 데자트의 표정이 더 단단히 굳어졌다.

“……부순 게 아니라, 삼킨 거군요.”

“어. 마력 자체를 흡수하니까, 지금부터 검기는 최대한 자제하도록 해. 마법사들도 마법을 날려도 의미가 없으니까 물러나고.”

“저는….”

“저 둘을 좀 지켜줘.”

난 나서려는 샤흐의 어깨를 붙잡아 만류했다.

샤흐는 잠시 하고 싶은 말이 많아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만 아벨라도 뒤로 물러났다. 아벨라의 경지가 눈에 띄게 올라간 게 보이지만, 아직 그녀는 부족했다.

“조심해요.”

아벨라는 걱정스러운 말을 남긴 채 물러났고.

난 슬슬 몸이 마력에 적응한 걸 느끼면서 자세를 잡았다.

“데자트. 준비.”

번뜩!

몸을 웅크린 포식자의 눈이 떠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허의 눈.

모든 걸 집어삼키고 무(無)로 돌아갈 탐을 닮은 눈동자다.

크르으으…….

“2페이즈 시작이다.”

동시에 우리 둘이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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