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파즉-!
불꽃과 뇌기가 서로를 집어삼키기 위해 마구잡이로 충돌한다.
내가 다루는 뇌기가 억지로 틈을 벌리자, 틈을 노린 데자트가 수십 개의 암기를 날렸다.
암기가 닿기 직전,
크그으으윽-!
거세게 갈리는 소리와 함께 암기가 튕겨 나갔다.
하지만 암기는 애초에 눈속임 용도.
구미호가 팔을 휘둘러 암기를 쳐낸 순간, 드러난 틈을 향해 데자트가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가각-!
검과 손톱이 부딪히며 마구잡이로 갈리는 소리가 났다.
둘 다 조금도 물러나지 않고 마구잡이로 무기를 휘두른다.
그에 뒤에서 내가 무기를 휘두르지만, 이미 나에 대해 적응한 것인지 무기가 아닌 내 팔을 노리고 불꽃이 치솟는다.
불꽃을 지워낸 난 눈살을 찌푸렸다.
‘자꾸 팔을….’
내 신체 능력은 뇌기에 의해서 강화시킨 것에 불가하다. 데자트처럼 업을 쌓고 훈련을 통해 정말로 ‘상급 기사’라는 경지에 오른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데자트 수준이 된다면 검으로 반응하면서도 공격할 수 있지만, 당연히 나는 불가능하다.
파지직-
어떻게 하지, 저걸?
저 상태로는 내가 마음대로 접근하지 못한다.
당연히 데자트를 보좌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아예 불꽃을 다 걷어낸다면…….’
저 날아오는 불꽃만 치워낸다면.
동시에 한 번 큰 타격을 주어 스턴을 건다면?
그렇다면 이길 수 있다.
또한 한 번 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
‘다만 모두가 피할 자리가 필요한데…….’
난 여우비가 끝나 본래 색으로 돌아온 땅을 쳐다보았다.
땅 아래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졌다.
구미호에게 뇌기로 이루어진 벼락 몇 개를 떨어트리고, 땅에 착지해 가볍게 두들겼다.
“지룡.”
……쿠구구.
땅에서 지룡이 얼굴을 내밀었다.
구미호에게 당해 큰 화상이 남은 얼굴.
하지만, 별 감정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심하고 짜증이 났다. 넷이서 덤벼들었는데도, 무능하게 당하기만 했다는 이야기가 끝났다는 이야기 아닌가.
“우리 계약이 끝나지 않았잖아.”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냐, 인간.]
“넷이서 저 여우 하나를 상대하지 못해서 이 지경을 만들어놓았으면 책임을 져야지. 아니면 보상을 받아갈 생각은 하지 말던가.”
그건 싫은지 지룡이 망설인다.
하지만 이대로 몰아붙여봤자, 시간만 낭비할 게 뻔했다.
그러니 확실한 약점을 쥐고 흔든다.
“정말 ‘승천’을 방해받고 싶어서 그래?”
[……!]
내 말에 지룡이 고개를 퍼뜩 들었다.
[너……!]
“지룡(地龍).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그냥 커다란 지렁이지. 하지만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천 년을 묵으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넌 이미 일개 뱀조차 용에 이를 수 있는 시간을 보냈어. 그런데 너는 왜 아직도 일개 지룡에 머무르고 있을까?”
[…….]
“업(業). 세계가 느끼기에, 넌 이무기는커녕 지룡에나 머물 수준이라 이거지. 나이는 시간만 지나도 먹는 거야. 별 가치가 존재하지 않아.”
[……무얼, 말하고 싶은 거냐.]
“뭐긴 시발.”
난 입에 담배를 물고 싶은 충동을 참으면서 말했다.
“닥치고 내 말이나 따르라고. 이무기라도 되고 싶으면.”
[…….]
“1분 준다. 벼락으로부터 안전하고 모두가 숨을 수 있는 땅굴을 파. 만약 해내지 못한다면, 저 구미호도 죽이고 너도 죽일 거야. 아니지. 그냥 네 정수만 빼놓는 게 낫겠네. 다시 그 이지 없는 지렁이로 돌아가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파르르…….
지룡이 덜덜 떤다.
저 모습을 보니 감히 내 말을 무시할 거 같지는 않다.
난 심장이 욱신거리는 걸 느끼면서 손을 휙 내저었다.
“빨리 꺼져.”
쿠구구!
땅속으로 들어간 지룡으로부터 고개를 들었다.
크지지직!
단검보단 장검이 낫다고 판단한 듯, 무기를 스왑한 데자트의 장검과 구미호의 손톱이 끝없이 부딪힌다.
서로의 마력이 미친 듯이 휘몰아치고 충돌한다.
만일 내가 끼어든다면 그 여파만으로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거 같다.
저 강력한 충돌 속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구미호인가.’
실력 자체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속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구미호.
불꽃은 오로지 ‘전투’에만 치중된 속성이며, 파괴력 하나만큼은 어떤 속성보다도 뛰어나다.
그만큼 구미호와의 전투에선 밀릴 수밖에 없었고, 구미호가 어느 때보다 신중해진 지금 상대하긴 더 까다로웠다.
‘역시 한 명만으론 안 돼.’
아마도, 한 1분 정도는 상처 없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데자트.
-네?
-1분 후에 나와 자리를 바꾼다. 바꾸면 바로 저기 아래에 생길 구덩이 안에 들어가.
-네?!
-1분 센다.
그 안에, 최대한 힘을 ‘응축’해야 했다.
파지직-
내 몸을 중심으로 뇌기가 퍼져 나온다.
원래라면 이걸 곧바로 방출해내겠지만, 이번에는 ‘한 방’이 목표였기 때문에 펴지지 않도록 한곳에 뭉쳤다.
[이상한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구나! 본녀가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구미호가 이걸 느끼고 공격하려 하지만.
“어딜 봐? 나랑 놀아야지!”
크가아아아악-!
데자트가 허공에서 갈려 나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한 검기를 휘두르자, 결국 내게 시선을 떼었다.
데자트는 그녀를 보며 엉덩이를 툭툭 건드렸다.
“자꾸 그러다가 엉덩이에 꼬리가 아니라 네 대가리가 달릴 수 있어.”
[……이 천박한 년이 감히 본녀에게!]
“응, 난 누구랑 다르게 아무한테나 다리 벌리고 안 다니죠?”
저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온 거야?
헛웃음을 짓는 사이, 뇌기는 착실히 모여갔다.
대략 40초가 지났을 때 즈음에, 내가 목표로 했던 크기만큼 모인다.
파즈즈즉-!
단순히 숨을 쉬는 것임에도, 뇌기가 숨결에 흘러나온다.
온몸이 터질 거 같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당장이라도 터지지 않는 게 용할 정도였다.
‘시야가….’
눈이 뻐근하고 피가 쏠리는 기분이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완성됐다.]
이걸로 끝낸다.
저 던전 안에 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고위 던전’이라는 틀에 갇혀있으니 쉴 곳이 있을 것이다.
거기서 최대한 몸을 회복하고, 무기를 얻는다.
‘만약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미리 경고를 했겠지.’
그러니까, 지금 전력을 다한다.
파직, 파지지직-!
내 몸을 중심으로 미친 듯이 뇌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야가 시퍼렇게 물들고, 온몸에 뇌기가 깃든다.
지이이잉!
[마력 흡수량을 90%로 조정합니다!]
완전한 준비가 끝났다.
난 응축된 뇌기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하늘로 날아간 뇌기가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그리고.
쿠르르르릉!
천둥이 울려 퍼졌다.
난 데자트에게 말했다.
“교체한다.”
“…믿을게요. 절대 죽지 마요!”
“빨리 숨기나 해.”
[어딜 감히-!]
파지직!
달려드는 구미호에게 뇌기를 날렸다.
[방해하지 마라-!]
쿠릉-!
하늘에서 또다시 천둥이 울려 퍼졌다.
뇌기와 구미호가 충돌한다.
이번에도 내 팔과 다리를 노리고 불이 쏘아지지만, 당할 생각은 없었다.
온몸에 뇌기를 휘감은 채 거리를 좁힌다.
구미호는 어떻게든 나와 거리를 벌이며, 여우불을 조종해 마구잡이로 내게 달렸다.
쿵! 쿠쿠궁!
내 몸을 두른 뇌기를 마구잡이로 두들긴다.
아무리 내가 최선을 다해도, 속도는 조금씩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구미호가 나를 보며 비웃었다.
[나와 비슷한 업을 다룬 엘프조차 나와 견주지 못했다. 기껏해야 뇌기에나 의존하는 네까짓 게 신수인 나와 견줄 수 있을 것 같으냐?]
“신수는 지랄. 짐승이겠지.”
쿠르르릉-!
좋아. 세 번.
이 정도면 됐겠지.
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새장.”
쿠르르르르릉!
하늘에 모여있던 뇌기의 일부가 내리꽂혔다.
특정한 목표를 노리고 내리꽂힌 게 아닌, 이 근처를 둘러싸듯 수십 개의 벼락이 내리꽂혔다.
그리고 내리꽂힌 벼락은… 사라지지 않고 이 근처를 완전히 틀어막고 있었다.
마치 새장처럼.
[이건……!]
“모여들어라.”
쿠구구구구-
먹구름이, 우리를 가둔 새장의 하늘을 채우기 시작했다.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린 듯, 구미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미친 인간이……!]
“같이 가보자고.”
난 눈이 터질 거 같은 고통에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피뢰침.”
본래 피뢰침은 내리치는 벼락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지만.
난 다르다.
벼락을 불러낸다.
단순히 불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녀를 한 번에 끝내기 위해 1분간 응축시킨 뇌기를 폭발시킨다.
이거라면-
[여, 여우 구슬!]
“<포착>.”
촤르르르르르-륵!
아무리 구미호라고 한들,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벼락이.
새장 전체에 내리꽂혔다.
콰르르르르르르르릉-!
[끄아아아아아아악!]
마치 신이 직집 내리는 천벌처럼, 벼락이 구미호의 온몸을 불사 질렀다.
급히 꼬리들을 펼치고 몸을 보호하려고 하지만, 아예 비가 그치게 할 걸 감안할 정도로 온 힘을 다한 것이기에 막을 수 없다.
뚜둑! 뚜둑!!
뜯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구미호의 꼬리들이 뜯겨나간다.
그리고 벼락이 그쳤을 때 즈음에는.
[허거… 헉… 크흐윽… 인간… 감히…….]
구미호의 꼬리는,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아, 이걸 안 죽네.
바로 후속타를 날리고 싶지만, 뇌기를 한 번에 조종한 여파로 팔이 움직이질 않았다.
[감히… 인간… 주제에…!]
구미호는 내 상태를 진짜라고 판단한 건지, 내 숨통을 끊기 위해 팔을 뻗었다.
이때까지 나와 접근을 최소한으로 했던 태도를 버린 것이다.
그래. 이거다.
‘어중간한 연기로는 속지 않는다. 정말로 틈을 드러내야 해.’
내가 의도했던 것.
어중간하게 빈틈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그녀가 나를 죽이기 위해 거리를 좁히지 않을 것이다.
정말로 그녀가 나와의 거리를 포기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당해야 해.’
난 일부러 틀려던 몸을 가만히 두었다.
[네 심장을 씹어삼켜주마……!]
덥석!
구미호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심장에 닿기 직전.
어디선가에서 튀어나온 두 손이 구미호의 팔을 붙잡았다.
데자트의 손.
아니, 데자트의 손뿐만이 아니었다.
“잡았…… 어요……!”
아벨라.
데자트까지는 예상했지만, 아벨라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체 왜 네가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잘했다.”
이걸로 막타까지 칠 수 있다.
내 손목의 팔찌가 빛을 뿜었다.
<방출>
단순히 뿜어내는 게 아니다.
이전에 데자트를 기절시켰을 때처럼, 한 번에 응축하여 구미호의 머리를 터트려버린다.
그러기 위해선…….
<뇌기 – 응축>
파즈즈즉-!
이젠 티끌까지 남은 뇌기까지 끌어모아, 억지로 마력을 뭉쳤다.
내 팔찌에서 쩌적- 금이 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록 다시는 쓰지 못하게 되겠지만…….
“……자, 받아봐라.”
그걸로 구미호를 잡을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
구미호가 벗어나려고 버둥대지만, 온몸에서 튀는 뇌기와 아벨라, 그리고 데자트 때문에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못했다.
내 바로 앞에 모여든 마력의 구(球)가 영롱한 빛을 뿜었다.
-이야, 이건… 그래. 마치 여의주 같구나. 또 사용할 수 없느냐?
-있겠냐?
-아쉽구나.
“여의주.”
이전에 만난 ‘마녀’가 직접 붙여준 이름.
이거라면 아무리 구미호라고 해도 한 방에 끝낼 수 있다.
[비켜라! 비키란 말이다아아아아!]
“둘 다 비켜.”
내가 그리 말한 순간.
둘 다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고.
꼬리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구미호는, 내 최후의 일격을 피하지 못했다.
크지지직-!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 마력이 그녀의 몸을 갈기갈기 찢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구미호의 꼬리가 타들어간다.
결국 온힘을 다 잃은 구미호가 까맣게 탄 채,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나 또한.
“라온!”
“도련님!”
데자트와 아벨라가 다급히 날 받쳤다.
둘이 날 잡고 나서야 고통이 몰려왔다.
입에서 피가 울컥 흘러나오자 급히 틀어막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가했다.
아 시발. 사제 좀 구해올걸.
“라온!!”
“아직…… 하나 남았어.”
난 덜덜 떨리는 손으로 까맣게 탄 구미호에게 손을 뻗었다.
아직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뇌옥(雷獄).”
확실히 그녀의 업을 삼키기 위해서라도, 잠시 가둬둔다.
아까와 달리 힘을 잃은 뇌기를 억지로 움직여 철창을 만든다.
이대로 뇌기로 심장을 꿰뚫어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 정도의 힘은 남아있지가 않다.
몬스터의 괴물 같은 재생력은 심장을 정확히 터트려야 하는데, 그 정도의 집중력이 없었다.
남은 양들도 땅에 스며든 뇌기의 잔해 정도들이었고.
부족한 양 탓에 만들어진 것도 손목과 발목을 묶은 수준에 불가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하아, 하아, 하아…….]
철창에 갇힌 구미호가 숨이 끊어질 것처럼 숨을 내뱉었다.
아예 한쪽 눈이 타버린 구미호는 입에서 검은 구정물을 내뱉으며, 날 바라봤다.
[괴물 같은 인간이로구나…… 어찌 하늘이 네게 그 통제력을 주지 않았는지 알겠어…….]
“나보다 더 괴물 같은 양반들도 많은데, 뭘.”
[적어도 너의 또래에는 없겠지…….]
저대로 두기만 해도 죽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히 끝내야 한다.
“하아… 야… 포션….”
“무, 무리하지 마세요!”
“빨리…!”
덜덜 떨리는 손으로 아벨라가 건네준 포션을 들이켰다.
어차피 몸은 알아서 낫는다.
[마력 폭주도: 85%]
아직 마력도 폭주하지 않을 거고.
그러니, 죽일 거면 지금 죽여야 한다.
[감옥… 감옥이라… 뇌기로 이루어진….]
손에 단검을 꺼낸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확실히 심장을 노리고 찌르려는 순간.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떠오르는구나.]
……화르르륵!
꺼진 줄 알았던 불꽃이 피어올랐다.
[……나의 ‘진짜’ 이름은 호조사(狐祖師).]
구미호의 잃어버렸던 한쪽 눈이 차올랐다.
이전의 짐승의 동공이 아닌.
마치 우주를 연상시키는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버린 푸른 하늘이 아닌, 검은 하늘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죄수.]
시발, 설마 저 상태로도 3페이즈에 들어간다고?
[나는 아직… 네게 죽을 수 없다… 검은 하늘께서 돌아와 저 무기들을 회수할 순간까지… 나는…!]
푸화아아악!
마치 꺼졌던 불꽃이 다시 타오르듯, 구미호의 등 뒤로 꼬리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3페이즈에 들어간다면 다 죽는다.
게임이라면 다시 도전이라도 할 수 있지, 지금은 불가능했다.
눈앞에 수십 개의 환상이 스쳐지나간다.
죽은 채로 널브러진 스칼라, 아벨라, 데자트, 공주의 시체.
그리고, 나의 무능함 때문에 몇 번이고 반복된 장면들.
“끄으으…….”
[강화]
파삭!
팔에 차고 있던 팔찌가 완전히 부서진 채 바닥을 나뒹굴었다. 벤시가 해방의 울음을 내지르며 사라지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걸로 딱 한 번, 제대로 힘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목표는 심장.
한 번에 뚫어버려야-
푸욱!
그 순간, 한 손이 구미호의 심장을 뚫고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