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챙길 건 최고급 침낭과 세안 도구, 그리고 산을 오르는 데에 필요한 장비.
밤에 산을 오르는 데에 그 정도면 충분했다.
팟!
<라이트>
전등이 켜지듯, 공주의 손바닥 위로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빛의 구체가 앞을 밝히자, 데자트의 단검이 길을 막은 나뭇가지를 잘라내어 길을 턴다.
잘라낸 나뭇가지로 나무를 이리저리 툭툭 치고, 땅을 힐끔 살피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근방은 안전해요. 짐승의 흔적도 없고, 땅의 울림도 없네요.”
“초입이라 그런가? 벌레가 조금 많긴 하지만 저흰 괜찮….”
공주는 우리 쪽을 바라봤다가 할 말을 잃었다.
당연히 나야 가진 마력이 있으니 벌레가 얼씬도 못했지만.
“으으… 벌레가….”
“벌레 퇴치제 뿌려줄까?”
“으응….”
제일 만만한 아벨라와 스칼라에게 벌레들이 날아들고 있었으니까.
뺨에 붙은 모기를 손바닥으로 쳐낸 스칼라는 부럽다는 눈으로 엘프들을 바라봤다.
“둘 다 너무 부러워….”
“엘프는 이거 빼면 시체죠. 그보다 더 부러워야 할 건 라… 온 아닌가요?”
“오빠는 오빠니까… 괜찮아….”
“…그거 차별 아닌가?”
공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우리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었다.
어째 나름 엘프 공주인데도 하는 행동을 보면 그냥 능숙한 사냥꾼 같다.
사실 엘프들이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어, 그런데 공주님.”
“응?”
“왜 창은 안 쓰세요?”
스각!
꽤 큰 크기의 나무줄기를 잘라낸 데자트가 물었다.
그러자 공주의 표정이 살짝 당혹감으로 물든다.
“여, 여긴 좁잖아? 칼이 더 편해서 쓰는 거지.”
“그래요?”
왜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지금 창을 쓰는 걸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이전에 게임에서도 창이 아닌 검과 마법만 썼었지.
도대체 왜?
난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제쳐뒀다.
만약 데자트가 창을 잘 다룬다고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이지만, 아무튼 알았으니 됐다.
‘나중에 물어보면 되겠지.’
아니면 내가 찾거나.
난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길이나 찾아.”
“칫. 원래 이런 건 잡담하는 게 유일한 재미라고요.”
“그래. 잡담은 밤에 신나게 떠들 수 있게 해줄 테니까 고위 던전이나 빨리 찾으라고. 아직 안 느껴져?”
“네에. 탁기가 너무 많아서 제 기감이 좀 흐려지네요. 산도 너무 크고. 그래도 방향은 알아서 다행이에요.”
천관산의 크기는 대륙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거대했다.
아마 저 끝에 있는 화산 정도는 되어야 비슷하지 않을까.
그만큼 커다란 곳인 만큼, 원래라면 목적지를 찾기 힘들겠지만.
“이쪽 맞죠?”
“어.”
내가 여길 몇 번을 와봤는데, 길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본래 천마신검이 묻혀 있던 장소라면 더더욱.
이 무기가 존재함을 알게 된 이후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항상 찾아와 회수했던 아이템이니 말이다.
물론 고위 던전에도 가봐야 한다. 하지만 그것의 위치를 알 순 없다. 다만, 추측되는 곳이 있을 뿐.
‘천마신검이 묻혀 있던 장소에 열렸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
그러니 우선 그곳에 도달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나마 주의해야 할 건, 천마신교와 몬스터 정도인데…….
천마신교는 내가 아는 루트로만 간다면 만날 일이 전혀 없었고.
크르르릉-
“어이쿠. 깜짝아.”
서걱!
몬스터는 데자트가 곧바로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걱정할 부분이 아니었다.
본래라면 내가 잡는데 한세월이 걸렸을 텐데, 그냥 검을 휘두른 것만으로도 목을 베어내어 죽인다.
저게… 상급 기사? 저게 초반 꿀캐?
‘난 왜 망캐냐.’
저거 너프 좀.
쏴아아아-
한없이 오르다 보니 폭포 소리가 들렸다.
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
“네!”
아까보다 더 두꺼워진 수풀들을 해치고 지나가자, 우리의 눈에 보인 것은 거대한 폭포였다.
“우와아아…….”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아래에 흐르는 강물로 떨어진다.
은은하게 흐르는 강물에선 물고기들이 위로 튀어 오르고 있었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온몸으로 받아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안전지대.
이 숲에서 유일하게 몬스터와 천마신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자.
이 천관산을 관광 명소로 만들어버린 황금 명가조차 발견하지 못한 장소.
난 이곳을 제2의 폭포라 부르고 있었다.
“산에 이런 곳이….”
“야영 준비해.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간다.”
“네!”
“앗싸!”
내 말에 아벨라는 잔뜩 신난 목소리로 소매를 걷어 올렸다.
“드디어 제가 제대로 활약할 때가 되었군요!”
그녀는 뭐가 그리도 기쁜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바닥을 정리하고 텐트를 펼친 다음 아래에 침낭을 깐 다음, 앞에 모닥불까지 피웠다.
속전속결. 심지어 잘못된 부분 하나 없고 깔끔했다.
“와… 빠르다….”
엘프인 그녀들도 감탄할 만한 실력이었나보다.
손뼉을 치는 그녀들을 뒤로한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 하늘에는 달 하나만이 고고히 떠 있었다.
‘천관산의 특징은 그대로인가.’
본래 공기가 맑고 마력이 정순할수록, 하늘의 별은 뚜렷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곳은 특이하게도 엘프들이 지내는 숲만큼은 아니어도 꽤 공기가 맑고 마력이 정순한 곳이었음에도 밤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달’만이 보여야 한다는 듯이.
‘게임할 때는 별로 신경을 안 썼지만…….’
현실이 되니 느낌이 이상했다.
불어오는 바람도, 숨을 내쉴 때마다 들어오고 나가는 공기도 모두, 뭔가가 이상했다.
삿된 것이라 하였던가.
딱 그 이름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뭔가 불길하군.’
난 아직도 손뼉을 치는 공주를 불렀다.
“공주.”
“…샤흐라고 불러줄래요?”
“그래, 공주.”
난 우리가 텐트를 친 곳을 가리켰다.
“이 근처를 결계로 둘러. 누가 봐도 우릴 인지하지 못하게.”
“네? 여길 전부요?”
“어. 너밖에 못 해.”
“…알겠어요. 해볼게요!”
그녀는 숨을 고르게 내쉬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황금색의 눈동자에 푸르른 마나가 피어오른다.
온몸에서 마나를 뿜어낸 그녀가 짧은 기합과 함께 양손을 정면으로 뻗었다.
“흡!”
<침묵의 장막>
촤르르르르-
그녀에게서 뿜어진 마력이 이 근처를 둘러싸는 장막으로 빚어졌다.
마치 커텐이 쳐지듯이 이 근처를 둘러싼다.
아직 마력 통제 시력이 부족한 듯, 드문드문 불안하게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으나, 다행히 마법이 무너지는 일 없이 완벽히 이 근처를 둘러쌌다.
“흐엑….”
털썩!
일을 끝낸 공주가 잔뜩 지친 채 자리에 주저앉았다.
옆에 있던 데자트가 그녀를 부축했다.
한 번에 마력을 쏟아부은 탓에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를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수고하셨어요.”
“으응….”
“이거 먹여.”
난 품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던졌다.
탁! 날아오는 잡아챈 데자트는 조심스럽게 샤흐의 입에 포션을 흘려 보내줬다.
“꿀꺽… 끕… 끄흐….”
“누가 보면 술 마시는 줄 알겠다.”
“끄흐아… 살겠다….”
그녀는 온힘을 다한 듯, 데자트의 품에 안긴 채 흐물흐물해졌다.
슬라임마냥 녹아내리던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품에 넣어두었던 발찌 하나를 꺼내어 그녀에게 던졌다.
툭!
“응?”
“그거 써라.”
이때까지 가지고 있었는지도 까먹고 있었지만, 퓨수엘과의 만남으로 떠올린 아이템.
마력 강화 발찌(상급).
이전에 허주를 잡고 받은 보상.
“이건……?”
그녀는 발찌의 기능을 바로 알아차린 것인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얼마나 놀란 건지 큰 눈이 덜덜 떨리기까지 한다.
“아니, 이런 귀한 걸…… 왜……. 그쪽이 안 쓰고…….”
“난 못 쓰니까. 여기서 그나마 마법을 쓰는 건 너 하나야.”
그래도 한 명이라도 쓸 수 있는 게 다행이다. 모르는 놈의 손에 들어가서 무슨 나비 효과가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저 궁금한 거 있어요.”
“?”
내가 물어보라는 눈빛을 보내자, 데자트가 내 팔찌를 가리켰다.
“그 팔찌 있잖아요.”
“어.”
“마력을 담아두고, 담아둔 걸로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거잖아요? 그럼 마력을 강화시켜 놓으면 강화된 마력이 담기는 거 아니에요?”
“그래.”
“근데 왜 못 써요?”
“강화하는 순간 터지니까.”
“…진짜 그 잠깐 툭 건드리는 건데? 오히려 좋게 해주는 건데?”
“어.”
난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테스트해보고 싶어?”
“네?! 아뇨?!”
“그럼 됐어.”
저런 질문을 한두 번 받아본 것도 아니고, 이젠 익숙했다.
난 자리에 앉고 잠잘 준비를 끝냈다.
“이제 둘 다 양치해. 슬슬 잘 거니까.”
“으응….”
“네에.”
“너희들도 이거 써. 잡담 같은 거 하지 말고 빨리 잠들고. 내일 피곤하면 우리 모두에게 피해가 오니까.”
난 미리 챙겨온 세안도구를 그들에게 던졌다.
자연스럽게 받은 데자트는 칫솔을 입에 문 채 양치를 시작했고, 공주는 잠시 칫솔을 빤히 바라보다가 날 바라봤다.
굉장히 조심스러워 보이는 눈빛이었다.
“……그.”
“?”
“마력이 조금만 건드려져도 터진다는 거…… 저희한테 말해도 돼요?”
“??”
그게 왜?
그녀는 바로 말을 잇지 않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등, 굉장히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대체 왜지? 먼저 물어본 것에도 전혀 망설일 게 없었는데….
“그거… 약점이잖아요.”
“약점이지.”
“그런데… 그런 걸 우리한테 말해줘도 돼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어떡하려고….”
아, 그런 의도였어?
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았다.
어떻게 하면 어떡하냐니.
‘설마 너희가 그럴 리가.’
난 내 약점을 아무에게나 공개하지 않는다.
당연히 상대방을 믿지 못해서다.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어떻게 할 건가?”
“…아뇨?”
“그럼 됐어.”
난 이들을 믿는다.
“……공주님?”
“…샤흐라고 부르라니까. 아, 아무튼! 저, 저희는 내일 장비를 정비할게요!”
“내일 ㅎ….”
“아뇨! 지금!”
에휴, 그래.
그녀의 귀끝이 시뻘겋게 변해 있는 게 보이긴 했지만.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넘어가 주기로 했다.
스릉-
그녀는 챙겨온 짐에서 검을 꺼내어 들었다.
데자트가 주로 다루던 검과 비슷한 크기의 검. 모양만 다르지 크기나 종류는 비슷해 보였다.
‘원래 게임에서 계속 다루던 검이네.’
저 검을 보니 궁금증이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데자트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창을 주로 다뤄왔다.
굳이 평생을 잡아 온 창이 아닌, 검을 다루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참, 공주님.”
“응?”
“저희 통신 마법 있잖아요. 그거 고쳐야 할 거 같아요. 여기 마력도 많으니 여기서 하죠.”
“그럴까?”
그녀는 검을 바닥에 눕혔다. 데자트도 옆에 눕히자, 손을 뻗어 마법진을 만들어내었다.
우우우웅-!
검신 위로 빛으로 이루어진 글자가 떠올랐다.
떠오른 글자에 그녀가 만들어낸 마법진이 스르륵 녹아내린다.
차이를 크게 느끼진 못하겠지만, 대충이나마 글자가 조금 더 견고해지고 두꺼워졌다는 것 정도는 알 거 같았다.
“마법 실력이 많이 느셨네요.”
“헤헤…….”
“저 없는 동안 엄청 연습하셨어요?”
“응! 엄청 했지! 익숙해지려고 검도 열심히 다뤄봤어.”
굳이 검과 마법을 다루었던 이유.
“…….”
왜인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리고 아마, 그녀는 지금을 보며 기뻐하지 않을까.
그때의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으니까.
호위 기사, 데자트.
엘프 공주, 샤를로트.
둘의 재회가.
* * *
날이 밝자마자 우린 다시 산을 올랐다.
스칼라는 너무 졸린 듯, 꾸벅꾸벅 졸고 있긴 했지만, 묘족 특유의 날렵한 신체를 통해 내 손을 탁 붙잡은 채 잘 따라왔다.
다만, 문제는 역시나 아벨라였다.
바스락!
“으으! 진짜아!”
몇 번이고 나뭇가지에 가슴이 걸린 그녀가 울화통을 터트렸다.
우리가 최대한 길을 터서 가긴 했지만, 산길이 워낙에 험하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진짜 체력만 아니면 은신술 쓰는 건데……!”
“아, 거기 나뭇가지 약해. 잡지 말고 발로만 디디고 와.”
“네….”
바스락.
“힉?!”
더군다나 아벨라가 제일 만만하다보니, 몸집이 잡거나 영악한 몬스터가 아벨라를 노리고 있었다.
약하다고 했던 나뭇가지가 부서지며 지네 형태의 몬스터가 그녀를 덮쳤다.
서걱!
정확히 덮치기 일보 직전, 데자트가 휘두른 검에 반으로 갈라지며 바닥에 철푸덕 떨구어졌다.
또 그 사이에 다른 몬스터까지 몰려드는 게 보인다.
“안 되겠다.”
난 쇠사슬을 풀어 그녀에게 던졌다.
“쇠사슬 잡으면서 와.”
내 말에 데자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암살 시도?”
“뭐라는 거야. 너흰 알아서 가.”
난 엘프들한테 손을 훠이훠이 젓고, 아벨라가 잡은 걸 느끼면서 다시 산을 올랐다.
다행히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오는 몬스터들은 상당히 강한지라, 대충 내 쇠사슬의 존재감을 알아차리고 덤벼들지 않았다.
드문드문 아벨라가 강하게 당기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 정도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라 괜찮았다.
그보다 이 정도 속도면…….
“2일이면 도착하겠네.”
“네?!”
데자트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2일이나 더 올라요?!”
“너 엘프잖아. 근데 왜 절망해? 숲이면 더 좋잖아.”
“아닌데요… 전 속세가 좋은데….”
“시끄럽고 빨리 올라.”
공주도 잔뜩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돈 버는 건… 힘든 일이었어….”
“그럼 돈 버는 게 쉬울 줄 알았어?”
일해라, 노예들아!
“…….”
“…….”
그렇게 한참을 오르던 사이.
데자트가 이상함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마력이… 조금씩 탁해지고 있어요….”
“그러게.”
벌써 고위 던전이 가까워진 건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난 나름 예민해진 감각으로 정면을 살폈다.
슥, 스윽- 바닥을 쓰는 소리,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 쉬익거리는 소리까지…….
일단 뱀의 형태로 보이는데, 크기가 상당해 보였다.
‘문지기는…… 아니고.’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한 건.
이때까지 만난 몬스터들보다는 확실히 강한 상대라는 것이다.
“전원 전투 준비.”
챙!
스르릉!
내 말에 모두 무기를 뽑았다.
스칼라는 적당히 기척을 죽이는 아티팩트를 쓰고 나와 살짝 거리를 벌렸다.
순식간에 전투 자세를 취하는 우리를 보고 이미 들켰다고 생각한 걸까.
우지끈!
쉬야아아악!
나무를 부수고 거대한 뱀이 나타났다.
새하얀 비늘에 시뻘건 동공.
원래는 천마신검이 있어야 할 자리를 영역으로 삼아 살던 몬스터 화이트 스네이크.
‘밀려서 내려왔나 보네.’
사실 천마신검을 지키던 놈이라고 해서 까다로운 건 아니다.
사냥꾼답지 않게 벌써부터 모습을 드러낸 지능부터 그걸 증명하며.
고위 던전에서 튀어나온 문지기에게 밀려 여기까지 온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얼마나 오랜만이란 말인가.
‘동료’들과 함께 전투를 벌이는 것.
정이라곤 주지 않고 항상 캐릭터가 바뀌던 사제 NPC를 제외한 모든 동료가 여기에 모여있다.
심지어 동료로 삼고 싶었으나, 언제나 배드 엔딩을 맞이하던 데자트까지.
“오랜만에 싸워보자.”
촤르르르륵-!
난 웃으며 쇠사슬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