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9화 (69/124)

제69화

천마신교.

천마를 신으로 모시는 집단으로서, 사제와 같이 신성력을 다룰 수는 없지만, 모두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실력자였다.

당연히 이번 작전에 참여한 이들 모두 뛰어난 실력자로, 방금 라온에게 살해당한 이가 제일 약했으나 엄연한 중급 기사 수준이었다.

‘어떻게 한방에…….’

이들을 이끄는 리더, 베라도는 침음을 삼켰다.

겨우 한 방에 중급 기사 수준의 실력자 머리를 터트린다고?

저게 가능한가?

저 정도라면…….

‘최소 상급 기사의 완숙한 경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 지도 몰랐다.

쇠사슬이라는 특이한 무기를 다루고, 단순히 느껴지는 기운만으로 숨이 턱 막힌다는 점.

그리고 옆에 있는 동료들까지 생각한다면…… 자신이 이끌고 온 50명의 인원도 부족할지도 몰랐다.

‘…습격이 성공했어야 하거늘.’

베라도의 능력은 상대방이 방심하거나 등을 보였을 때 빛을 발한다.

정면으로 붙는다면, 상급 기사라는 이름이 아까울 수준의 실력으로 떨어진다.

‘……아니.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상관없어. 이 인원이면 충분하다.’

중급 기사 20명.

상급 기사 3명.

현재 엘프 공주를 쫓고 있는 인원 전부를 끌어들인 숫자.

비록 엘프 공주를 지키던 수호자에게 당해 절반이 사라진 상태지만, 이 정도면 상급 기사 한 명 정도는 죽일 수 있었다.

아니, 죽여야 한다.

그런데 어째서…….

‘확신이 들지 않는 거지?’

그가 단검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심장을 스멀스멀 침범하는 의심과 불안감.

천마를 모시는 자신에게, 감히 이딴 불안감 따위가 침범할 줄이야.

“……전원, 달을 향해 경배.”

그는 라온에게 덤벼들기 전.

단검을 쥔 손을 꽉 쥔 채 왼쪽 심장에 가까이 댔다.

“모든 건, 천마를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팟!

동시에, 베라도와 신도들의 몸이 한순간에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완벽한 호흡을 가진 부대만이 보일 수 있는 비기!

베라도는 빠른 속도로 움직인 탓에 느껴지는 강렬한 마력의 저항감을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한 번에 끝낸다!’

느껴지는 방대한 마력을 보면, 반드시 길게 끌고 가선 안 된다.

아니, 가능하다고 한들 엄청난 손해가 있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끝낸다!

지이잉!

새까만 마력이 단검의 검신을 코팅했다.

암살에 특화된 그의 능력에 제일 잘 어울리는 능력.

마력의 흐름을 무시하고 베어낼 수 있기에, 마치 파도처럼 휘몰아치는 라온의 마력을 무시하고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캉!

쇠사슬이 단검을 막아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나간다.

그의 왼손에도 검이 들렸다. 검을 두 개나 다루는 경우는 드물기에 이 패턴에서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라온은 익숙한 듯, 쇠사슬로 두 개의 단검을 쳐낸다.

‘어떻게 이리 빠르게……!’

쇠사슬로 설마 단검을 반응할 수 있을 줄이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쇠사슬을 짧게 잡은 채 능숙하게 반응하는 모습에 그가 한 번 더 기겁했다.

분명히 속도는 자신이 더 빠르다. 움직임도 분명히 자신이 앞서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공격이 막혔다.

“!”

그의 왼손에서 아주 짧게 빛이 번뜩였다.

목이 서늘한 감각에 급히 고개를 숙였다.

스각!

그의 옷깃이 잘려 나갔다.

어느새 라온의 왼손에 들린 짧은 단검.

그는 단검을 짧게 잡아 강하게 휘둘렀고, 베라도가 급히 쳐냈다.

하지만 그 탓에 자세가 급격히 무너졌고, 라온의 발이 그대로 그의 복부를 후려쳤다.

“큭!”

공간이 좁은 탓에 반응이 어렵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반응하려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발 아래의 바닥이 부서지며 몸이 아래로 쑥 꺼졌다.

분명히 무게 조절은 확실하게 하고 있었는데……!

‘설마 바닥이 부서지는 것도 계산을!’

그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다시 건물을 타고 올랐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캉!

라온이 목을 노리고 날아온 다른 단검을 쳐내고 크게 쇠사슬을 휘둘렀다.

촤르르륵!

“!!!”

무기가 튕겨져 나간 탓에 빈틈이 드러난 암살자의 몸에 쇠사슬이 휘감겼다.

휘감긴 채로 강하게 잡아당기자, 좁은 공간 탓에 끌려온 이와 다른 이들이 부딪힌다.

그대로 대열이 무너지고, 덕분에 한쪽으로 공격이 편향되자, 쇠사슬이 쉬익 소리를 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무기들을 쳐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스각!

“크헉!”

“큭!”

라온과 함께 있던 한 인형이 움직이며 그들을 베어냈다.

아니, 인형이 아니었다.

후드가 크게 펄럭이며, 뾰족한 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프……!’

어째서 엘프가 같이!

강자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엘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엘프란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종족. 그만큼 느린 성장을 한다고 하나, 이미 성장을 끝낸 엘프는 감히 인간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으니.

분명히 여기에 있는 엘프라고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쫓던 엘프…….

‘설마?’

펄럭!

휘몰아치듯이 날아온 창이 불러낸 바람에 후드가 완전히 젖힌다.

어둠 속에서 엘프의 피부색이 눈에 들어온다. 사막 엘프를 상징하는 구릿빛의 피부.

그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우리가 쫓던 엘프라고?!’

대체 왜 그 오만한 종족이 함께 있는 거지?

아니, 어떻게 엘프가 인간에게 마음을 연 것이지?

그녀는 인간들인 자신들에게 쫓겨 다니고 있었고, 그에 대한 적대심으로 분명히 첫 만남 때부터 공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함께 있다는 건…….

엘프의 공격을 버텨내거나, 혹은 제압하여 대화를 통해 동료로 영입했다는 이야기였다.

‘말도 안 되는……!’

그는 이를 악물며 검을 고쳐 쥐었다.

그의 뒤로 비슷한 실력자의 두 남자가 검을 고쳐 쥔다.

동시에 셋이 한 점이 되어 달려들어 데자트에게 검을 휘둘렀다.

캉!

데자트는 어려움 없이 그들의 무기를 막아냈다.

막아낸 검에 푸르른 빛이 맴돈다. 강렬한 마력의 파장에 대기가 일순 떨리고, 그들은 위험함을 느끼고 고개를 급히 숙였다.

후우우웅!

거대한 마력의 파장과 함께 검기가 머리 위를 지나갔다.

셋은 피할 수 있었지만, 함께 뒤를 노리던 이들은 피하기 어려웠다.

“크아아아아악!”

피 분수와 함께 뒤에서 함께 달려든 이들의 몸이 반으로 두 동강 났다.

촤르르르륵!

“!!!!”

몸을 숙인 걸 노리고 날아온 쇠사슬에 기겁하며 몸을 굴렸다.

빠르게 반응했지만, 쇠사슬이 가볍게 몸을 후려치는 걸 막아낼 순 없었다.

그는 욱신거리는 손등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마력이…….’

분명 아주 짧게 닿은 것에 불가함에도 묵직할뿐더러 마력이 일부분 빠져나갔다.

‘저런 물건이었나……!’

아주 짧은 접촉에도 이 정도의 마력이 흡수되었다는 건, 상당히 강렬한 아티팩트라는 이야기다.

만약 사용자의 마력까지 흡수했다면, 그는 진작에 리타이어 됐을 터.

상당한, 아니 엄청난 고위 아티팩트다.

저런 걸 저리 손쉽게 다룰 줄이야……!

촤르르륵-

쇠사슬이 본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라온이 무표정으로 쇠사슬을 팽팽하게 당긴다.

그의 뒤를 노리고 여러 암살자가 달려들었으나, 이전에 벼락처럼 쇠사슬이 후려치는 게 빨랐다.

콰득!

“크으윽!”

“마, 마력이…….”

“힘이…… 빠지고 있어…….”

‘전부 읽힌다……!’

초반에 유효타를 허락한 게 너무 컸다.

한 번이라도 닿은 이들이 마력을 흡수당한 탓에 비틀거리고 힘이 빠졌으며, 묘한 힘 조절 탓에 건물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뒤이어 몇 번이고 그를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카가가가각!

“대체 누가 쇠사슬을 주먹에 두르고 싸워!!”

“야! 누가 전투 중에 입을……!”

“그러게. 누가 열까.”

“!!!!”

특이한 전투 방식 때문에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그나마 공격이 먹힐 거 같으면, 그의 팔찌가 번뜩이며 강제로 흐름이 비틀어진다.

단순히 보조 마법만으로 부리는 ‘기교’.

평범한 마법사는 절대 할 수 없는 짓이었으며.

라온은 그들을 죽이려 드는 게 아니었다.

오로지 접촉을 통한 힘 흡수. 그를 통해 위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전투 방식의 주목표였고, 이는 아주 잘 먹히고 있었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한 번에 움직이며 빈틈조차 주지 않고 있는데도, 그는 모든 걸 읽어내고 빈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는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경험과 실력으로만 만들어낼 수 있는 변수다.

만약 이게 정말로 재능이라고 한다면, 감히 그가 봐온 천재들은 결코 ‘재능’이라는 이름을 내밀 수 없을 터.

툭.

그는 데자트에게 공격당해 먼지가 가득 묻은 가슴팍을 털어내며 라온을 노려보았다.

‘이대로라면 우리가 불리하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일단 이 건물을 무너트리는 것. 공간이 확보되어야 다인전에서 충분한 이점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두 번째로는… 약점을 찾아내는 것.

‘어떤 약점을…….’

“!”

그때, 베라도의 눈에 조용히 숨어 있는 두 여자가 들어왔다.

영악하게 건물 밖에 숨을 죽인 채 숨어있다. 얼마나 은밀하게 숨어있으면, 이제야 그가 알아차렸을 정도였다.

‘저들은 분명히 아까까지 옆에 있었는데?’

그리고 그때, 라온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빠르고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바닥이나 벽을 무너트리는 일도 서슴지 않으나, 건물 밖으로는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즉. 저 둘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걸 보면 비전투인원일 가능성이 아주 컸다.

‘……저 둘을 노린다!’

그는 빠르게 움직였다. 목적은 죽이지 않고 다리를 자르는 것.

전쟁에서 10명의 사망자를 만드는 것보다 3명의 부상자를 만드는 게 유리한 건 당연한 이치다.

부상을 입힘으로써 조금이라도 전투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만든다면,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깜짝 베기>

지이잉!

그의 단검이 검은 마력에 코팅됐다.

도망치거나 방심하는 이의 등을 노릴 때만 사용할 수 있는 그의 비기이자 최강의 기술.

라온에게는 조금도 방심하고 있지 않고 등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쓸 수 없었지만, 이들에게는 달랐다.

한순간에 여자에게 접근한 그의 단검이 다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캉! 크그으윽!

뭔가에 막혔다.

어느샌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모래로 이루어진 방패.

한 번 휘두른 것으로 부서지기는 했지만, 마치 대신 막기라도 하듯 검과 창이 튀어나와 깜짝 베기의 위력을 줄였다.

그 사이에 급히 둘이 몸을 뒹굼으로써 피했다.

내가, 또 실패했다고?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다. 방금 상대한 괴물도 아니고 전투력이 없어 보이는 상대로 또!

‘감히 이딴 걸로……!’

순간 치솟을 뻔한 감정을 겨우 정리했다.

지금이야 괴물이 잠시 한눈을 팔고 있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건 안 된다.

끝낼 거라면 빠르게 끝내야 했다.

지금까지 흐른 시간은 겨우 30초. 1분을 넘기지 않고 일을 끝내야…….

……잠만.

두 여자, 어디로 갔지?

“!”

그는 서늘한 감각에 고개를 숙였다.

방금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 창이 휘둘러졌다.

창을 마주쳐내어 부러트리려 했으나, 창은 언제 모습을 드러냈냐는 듯 모습을 숨긴 상태였으니.

그는 전투로 인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력의 파장 속에 스며든 두 인기척을 알아차렸다.

‘마력의 흐름에 탄 건가!’

이런 움직임이 가능한 건…….

‘암왕?’

오로지 암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만이 보일 수 있는 움직임!

늙은 나이임에도 겨우 상급 기사 초입에 이른 그가 봐온 강자 중 가장 강한 암왕만이 보이던 묘기다.

그때 잘렸던 팔이 욱신거렸다. 아주 잠깐 빈틈을 보이는 사이, 둘이 마력의 흐름에 올라타 빠르게 뒤로 이동했고.

“하아…!”

“파이어…!”

그녀가 창을 내지르고, 함께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다른 후드를 쓴 이가 양팔을 내뻗어 마법을 발현시켰다.

아니… 발현시키려고 했다.

푸쉬이익-

불꽃은 피어오르지 않았고, 그저 파이어의 형태를 이루기 위해 마력이 뭉쳤을 뿐이다.

만약 그대로 마법이 되어 쏘아졌다고 한들, 그의 몸에 생채기도 나지 않았을 위력.

베라도는 순간 자신이 긴장했다는 것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이딴 덩어리로 어떻게 하려고?”

“으….”

“건방진 것들이.”

틀린 선택지는 아니었다. 만약 도망쳤다면 그의 능력이 다시 빛을 발해 둘 다 확실하게 죽였을 테니까.

다만, 선택지의 결과가 그저 시간이 조금 끌렸다,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겠지.

겨우 이딴 걸로 결과가 바뀌기엔, 둘은 너무나 나약했다.

스각!

베라도의 검이 그녀의 창을 베어냈다.

그대로 목까지 한 번에 베어내려고 했지만.

둘의 몸을 보호하던 뭔가가 대신해서 베였다.

툭!

골렘으로 추측되는 형상이 반으로 베인 채 바닥을 나뒹굴었다.

핵이 반쯤 갈라진 것이 부러지지 않은 게 용했다.

아주 지극정성이로구나. 저런 아티팩트를 둘둘 둘러놓을 정도로 말이야.

그럼에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지만.

주르륵-

“으으으…….”

“아, 안 돼…….”

아벨라의 목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치명상으로 보이나, 그저 살갗이 조금 베인 옅은 상처다.

설마 한 번에 죽이지 못하다니.

“너희 때문에 상급 기사의 꼴이 말이 아니구나.”

둘의 팔을 자르고 다리를 자르자.

그리고 틈을 드러낼 저 괴물을 죽인 이후, 살린 채로 데려가 노예로 써먹자.

둘 다 얼굴은 반반하니, 가지고 노는 재미는 있겠지.

그는 감히 자신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이 두 여자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또한 이 정도로 애지중지 보호할 정도라면, 저 괴물이 아끼는 이일 터이니 강제로 취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일단 팔을 자른 다음, 저 괴물이 움직이지 못하게 완전히 제압한다.

“으으…….”

그의 살기를 느낀 아벨라가 상처 입은 팔로 바닥을 더듬었다.

반쯤 부러진 창을 쥐고 겨우 자세를 취하려 하나, 그의 검이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검이 그녀의 팔을 베어내기 직전.

덥석!

누군가가 그의 칼날을 붙잡았다.

“?!”

대체 누가?!

당황한 그가 반응하기도 전, 목에 쇠사슬이 휘감겼다.

촤르르륵-!

강한 힘에 억지로 목에 쇠사슬이 휘감긴 채 위로 붕 떠올랐다.

숨이 턱 막히고 머리에 피가 쏠린다.

그의 본능이 급히 소리쳤다. 이대로라면 죽을 거라고! 급히 마력이라도 끌어올리려 했으나, 목에 닿은 쇠사슬의 단면으로 미친 듯이 마력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컥, 컥컥…….”

뎅그랑!

그가 손에 든 무기를 떨어트렸다.

아예 발이 바닥에서 떨어져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마치 목이 매달린 인형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던 그는, 뒤에서 자신을 제압한 이를 볼 수 있었다.

‘대, 대체 언제 내 등 뒤에…….’

어느샌가 그의 뒤에 서 있는 라온.

오면서 몇 명을 죽이기라도 한 듯, 피를 흠뻑 뒤집어쓰고 있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묻히지 않고 있던 피였는데……!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피로 흠뻑 젖은 앞머리 아래로, 붉게 빛나는 듯한 두 눈빛이었다.

그는 온몸이 얼어붙는 걸 느꼈다.

‘당했다……!’

포식자를 앞에 둔 공포.

‘수, 숨이…….’

호흡 곤란으로 완전히 의식이 꺼지기 전.

숨이 턱 트이더니, 라온의 주먹이 그의 면상을 후려쳤다.

“크억!”

콰즉! 콱! 콰드득!

쇠사슬을 주먹에 두르고 휘두르는 것이기에 살벌한 소리와 함께 안면이 함몰되고 피가 튀었다.

반응하고 싶으나, 이미 흡수당하기 시작한 마력에 온몸의 힘이 자꾸만 풀린다.

겨우 얼마나 접촉했다고, 마력이 한순간에 바닥을 보인 것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지만.”

끄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목이 턱 잡힌 채 들어 올려졌다.

라온이 그를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시선이 느껴질 뿐, 눈빛이라던가 그런 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미 핏물이 뚝뚝 떨어지며, 시야는 완전히 붉게 물들고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으니까.

차라리 그에게 이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캐내야 할 게 있으니, 당장 죽이지는 않겠어.”

‘이건…….’

그는 그에게 얻어맞으면서 알아차렸다.

그의 신체 능력은 약하다.

기껏해야 기사 지망생을 벗어난 수준.

그와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야 정상이다. 비슷한 수준의 싸움을 보인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

그런 그가 그에게 유효타를 먹이고 싸움이 가능했던 건.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반응할 수 있는 뛰어난 감각과 그를 바탕삼아 날뛰는 압도적인 전투 센스.

‘대체 얼마나 감각이 뛰어나야…….’

그는 천재가 아니다.

이건…….

‘그냥 괴물이잖아…….’

콰드득!

뒤통수로부터 느껴지는 강한 충격과 함께.

그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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