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8화 (68/124)

제68화

일단 위험하니 밤에는 움직이지 않고 낮에 움직이기로 했다.

“만약 저게 진짜 마을이면 어떡해요?”

“어떡하긴! 일단 목욕부터 해야죠!”

“나는… 뭔가 찝찝해….”

“에이, 혹시 누가 훔쳐보거나 몰래 들어올까봐 그래요? 걱정 마요. 저도 같이 씻을 거니까, 혹시 누가 훔쳐보면 눈을 없애주고 몰래 들어오면 다리를 잘라줄게요!”

“오빠… 는…?”

“자, 딱 봐봐요. 누가 건드릴 것처럼 생겼어요?”

“…우리 오빠… 안 무섭게… 생겼어….”

“무섭게 생겼다고는 안 했는데~”

“시끄러워, 이것들아. 잠이나 자.”

평소라면 바로 곯아떨어졌을 텐데, 전부 일어난 채 떠들고 있다.

잔뜩 신난 모습들.

난 셋을 보며 볼을 긁적였다.

‘그리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돌발 이벤트던, 아니면 숨겨진 마을이던.

이런 사막에 있는 마을이, 외부인에게 그리 친절할 리가 없었다.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그만큼 거칠기 마련이고, 이런 환경이라면 인간보다는 인간 말을 할 줄 아는 짐승이라고 봐야 했다.

이런 환경에서 드문 여자인데다가 미모까지 뛰어난 셋이라면, 더 눈을 뒤집고 달려들 것이 뻔했다.

다만, 이들은 아직 그걸 모르는 듯 단순히 들떠 있었지만 말이다.

‘아니, 근데 데자트, 얘는 사막에 꽤 오래 갇혀있었는데 왜 모르냐?’

멍청한 거야, 순수한 거야?

“그놈들이 공격하면 어쩌려고?”

내가 그리 묻자, 데자트는 순수한 얼굴로 말했다.

“인간끼리는 친하지 않아요?”

“……친하면 전쟁이 잘도 일어나겠다.”

“원래 찐친들끼리 좀 싸우고 그러잖아요.”

“우린 엘프가 아니거든.”

엘프야 인원수가 부족하니 모두 사이좋게 지내지만, 인간은 다르다.

많아도 너무 많아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인원수를 줄여나가는데, 친하기는 개뿔이.

난 손을 내저었다.

“괜한 기대하지 말고, 그냥 자. 뭐, 그래도 건물 안에서 잘 수는 있겠네.”

“그쵸?!”

“대신 피범벅이겠지만.”

“…….”

* * *

아침이 돼도 건물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까워지기라도 한 듯 더 가까이 보인다.

일단 확실히 신기루는 아니다. 또 마법으로 구현된 가짜도 아니다.

내 마력은 감히 다른 마력이 침범하여 내 눈을 속이게 둘 정도로 순하지 않으니 말이다.

“정말 가고 싶어?”

“응! 아니, 네!”

“하나만 해. 반존대 하지 말고. 아벨라. 스칼라. 둘 다 후드 눌러 써.”

“도련님도 가려야죠.”

“난 안 가리는 게 나아.”

괜히 만만해 보이면 먼저 덤벼들 놈들이다.

말로 하긴 좀 그렇지만… 라온은 조금 무섭게 생긴 편이니까.

차라리 얼굴을 까고 다니는 편이 괜한 잡소리를 없애는 데에 도움이 됐다.

“저도… 써야겠죠?”

“당연한 소리를.”

난 답답한 듯 후드를 깔짝대는 데자트의 머리가 눌릴 정도로 강하게 후드를 씌우고, 마을로 걷기 시작했다.

마을로 걸어갈수록 이상함이 계속해서 느껴진다.

계속해서 외부를 살펴보다가,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점들을 알아차렸다.

‘건물이 모두 목재다.’

당연하지만, 사막에서 목재로 나무를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흙이나 모래를 굳혀 만들며.

구하기 힘든 나무로 건물을 짓는 경우는 고위 권력을 상징하거나, 실력이 뛰어남을 자랑하는 경우다.

웬만하면 추방자들이 아니고서야 하는 짓이 아닌데…….

‘여기는 추방자들의 마을이 아니야.’

추방자들이 사는 마을은, 고위 마법사들이 사는 만큼 기세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인지하기 어려운 건 물론, 희미한 막이 쳐져 있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긴, 그런 게 없었다.

그냥 사막에 덩그러니 뽁! 하고 나타난 느낌이었다.

‘대체 어떻게?’

의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마을의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에는 두 남자가 창을 든 채 서 있었다.

두 남자는 다가오는 우리를 보더니, 이내 창끝으로 우릴 겨누었다.

“정지! 신분을 밝혀라.”

“지나가던 마법사다.”

난 팔찌를 이용해 머리 위로 빛줄기를 쏘아냈다.

내가 마법사임을 확인한 둘은… 놀랍게도 동요하지 않았다.

“마법사라는 것만으로 신분이 증명되는 건 아니다.”

“여기에 찾아온 목적이 뭐지?”

“일주일 동안 씻질 못했거든. 하루만 머물다 가지.”

“두 손을 들고 이리로 와라! 네 몸을 수색하겠다.”

“그러던지.”

난 두 손을 든 채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날 경계하고 있으나… 뭔가 이상했다.

예민한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아주 작은 괴리감.

내 몸은 훑는 둥, 마는 둥 하던 이들이 애들을 보더니 눈을 빛냈다.

“이들은?”

“내 인형들이니 신경 쓰지 마라.”

“인형들?”

“그래. 아직 통제하기 힘들어서 소환만 해놓은 인형들이지.”

“하하, 아직 초보 마법사 나으리로군.”

두 남자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후드를 쓴 인형(인간)을 바라봤다.

내 몸은 대충 손으로 훑고, 음흉한 눈으로 후드를 쓴 애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여자형이냐?”

“남자형.”

“에이, 형씨 아직 뭘 모르네~ 이런 건 역시 여자의 외형으로 해야….”

스릉.

어느새 남자의 목에 칼날이 드리웠다.

남자는 놀라며 몸을 흠칫 떨었지만, 칼날이 더 가까워지자 입을 꾹 다물고 몸을 뻣뻣하게 세웠다.

난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는 인형(엘프)를 보며 심드렁히 말했다.

“내 인형들은 보통 인형들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입은 다무는 게 좋아.”

“알… 겠다….”

“그만 칼 거둬.”

내 말에 데자트가 검을 거두었다. 하지만 여전히 살벌한 분위기는 당장이라도 이들을 베어낼 것처럼 굴었다.

작게 딸꾹질까지 한 남자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 하하…. 험한 친구들이군….”

“이런 사막에서 지내는데 안 험하고 배길 수가 있나.”

“안은 무기 출입 금지인데….”

“내가 뭘 믿고 자네들한테 무기를 맡기겠나. 먼저 건들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지. 뭐, 돈이라도 주랴?”

“얼마나….”

띵!

난 금화 하나를 튕겼다.

금화를 빠르게 낚아챈 둘의 눈이 미묘하게 변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였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래.”

마을 안으로 들어오자, 둘이 멀어졌다. 완전히 멀어진 걸 확인한 데자트가 후드 사이로 이를 갈았다.

“더러워.”

“원래 저런 놈들이 그래.”

“원래라면 저대로 다리를 뽑아버렸을 텐데….”

“너 그런 잔인한 성격 아니잖아.”

“감히 저를 그런 눈으로 봤다면 뽑아도 돼요.”

“뽑을 거면 세 번째 다리를 뽑아. 남자는 그게 확실해.”

“……당신 남자 맞죠?”

“그럼 내가 여자냐?”

“언니.”

“스칼라, 너 조용히 안 해?”

난 헛소리를 하는 스칼라에게 딱밤을 날리고, 마을 안을 살폈다.

……확실하다.

여기는 본래 사막에 있던 마을이 아니다.

다른 곳에 있다가 옮겨져 온. 그것도 얼마 되지 않은 마을임이 분명했다.

대체 누가 이런 능력을…? 그리고 왜 여기에?

“일단 여관부터 들어가자.”

“네에.”

“…사막 마을에 여관이?”

“이제부터 모두 말은 내가 열 때만 해. 보고 있다.”

내 말에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여관 안은 흔한 모습이었다.

1층은 식당, 위층으로는 숙박할 수 있는 방이 있는 구조.

난 카운터에 다가갔다.

“방 하나.”

“금화 4개.”

“더럽게 비싸군.”

“이런 사막에서 장사가 되겠나? 이런 데라도 있는 걸 다행으로 여기게.”

“후불로 내지.”

“내지 않는다면 끔찍한 일을 당할 거야.”

“그래.”

돈을 안 받아?

어느 여관이 대체?

의심이 계속 증폭된다.

난 여관 주인을 힐끔 보고 배정받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난 방 안을 훑었다.

문에 방음 마법을 걸고 단단히 걸어 잠근 뒤에, 한 곳으로 다가갔다.

으직!

숨겨져 있던 수정구.

아예 흔적도 남기지 않고 박살내고, 방 안을 더 훑자 여러 수정구가 더 나왔다.

아예 작정하고 숨겨둔 수정구들이 완전히 바스라진 걸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이제 말해도 돼.”

“하아…….”

“무슨 방 안에 수정구가 이리 많이…….”

“둘 중 하나겠지. 머무는 여행객을 몰래 보는 변태 모임이거나, 아니면 우릴 감시하기 위해 숨겨둔 거거나.”

“네?”

“상황이 너무 좋아. 우리가 오는 게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방금 들었지? 돈도 먼저 안 받고, 경계도 느슨했어.”

“분명히 검사는 다…….”

“내 몸에 손을 안 댔잖아. 그리고 협박했다고 해도, 너희를 조금도 건드리지 않았어. 정말 너희가 인형이라는 보장도 뭣도 없는데 말이야. 금화를 줄 때 눈빛도 그거만 받길 기다린 눈이었고.”

“…….”

“그리고, 어느 여관이 후불로 받아?”

단순히 내 의심이라고 생각하는 건 안전불감증이다.

이렇게 대놓고 알아봐달라는 상황에서 모르는 건 말이 안 됐다.

누가 우리를 노린 거지?

그리고 어느 집단이 이 정도의 짓을 벌일 수 있는 거지?

“……그럼 씻는 건 안 되겠죠?”

아벨라가 잔뜩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피라미드에 갇혀있는 동안, 가벼운 세안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하지 못했기 때문.

‘괜찮으려나?’

난 욕실 문을 열어 욕실 안을 확인했다.

욕실 안에는 아무런 장비도 숨겨져 있지 않았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 팔찌로 마법까지 사용했지만, 나오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확실하다. 만약 몰래 모습을 찍으려고 했던 거라면 무조건 화장실에 숨겨져 있을 텐데, 여기에만 없다고?

‘창문 때문인가.’

창문 너머로 짧게 빛이 반짝였다.

촤라락!

난 품에서 천 한 장을 꺼내 창문을 가렸다. 혹시 모르니 아예 벽에 못까지 박아버리고, 애들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이제 씻어.”

“진짜로요?!”

“어. 온수로 씻어도 돼.”

“아싸!”

셋은 싱글벙글 웃으며 금방 씻을 준비를 했다.

난 욕조 안에 물을 가득 채웠다.

물의 질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이물질이나 그런 건 그렇다고 치고, 독 같은 게 조금씩 맴돌 정도였다.

품에서 정화에 사용하는 물약을 꺼내 콸콸 부었다. 한 10번 정도 깔끔하게 거르고 또 거르자, 물이 깨끗해졌다.

그래도 철저하게 물의 상태를 확인하자, 가운으로 몸을 가린 데자트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만 확인해도 될 거 같은데…….”

“그러다 골로 간다.”

5번을 더 확인한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정도면 되겠지.

“이제 들어가. 물 틀지 말고.”

“온수가 다 식었겠어….”

데자트는 투덜거리며 욕실 안으로 들어왔다.

뒤이어 아벨라와 스칼라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저… 이제 저희도 들어가도 돼요?”

“어. 이왕이면 같이 씻어. 혹시 모르니까 창문 쪽은 계속 주의하고.”

“그럼….”

아벨라가 먼저 조심스럽게 욕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녀도 데자트와 비슷한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뭔가가 달랐다.

아, 미드가 다르…….

빡!

갑자기 누가 내 면상에 뭔갈 내던졌다.

반사적으로 손으로 받아들자, 데자트가 얼굴을 잔뜩 얼굴을 붉힌 게 보였다.

“잠만! 당신 남자잖아!”

“그럼 내가 여자냐?”

“그런데 왜 여기에 있어요?! 빨리 나가요!”

“아니, 네 알몸엔 관심 없….”

“빨리! 스칼라! 이리 와!”

“…으에?”

쾅!

결국 쫓겨났다.

아니… 어차피 나갈 거였는데, 왜 저리 반응한대?

‘아. 보통은 이게 이상한 거였나?’

현실에서는 여자가 다가와도 트라우마 때문에 쳐냈었고, 게임에서는 여자라고 해봤자 스칼라나 엘프 공주 정도였는데, 둘 다 여자라고 하기엔… 좀 그랬다.

스칼라는 귀여운 동생, 혹은 딸 같은 느낌이었고.

엘프 공주 걔는…… 생물학적으로나 여자지, 하는 행동을 보면 그냥 철부지 동생이었다.

나머지 동료는 남자거나, 여자 사제인 경우는 그냥 고용한 NPC 관계에 불가했으니까.

‘어. 이러니까 나 너무 찐따 같은데?’

……맞나?

뭐, 그럴 수도 있지.

난 가볍게 생각을 떨쳐내고 문밖을 바라봤다.

“…….”

아주 작은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몰래 엿듣고 있는 인원은 대충 4명 정도.

당장 쳐들어올 거 같지는 않지만,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

‘다 죽여버릴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난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계속 문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예민한 감각에 두 남자가 문 바로 옆에 서 있는 게 느껴진다.

불러서 나오면 바로 급습할 생각인가?

‘싸울 거면 애들 다 씻고 나서가 좋은데.’

난 만약 들어온다면 곧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쇠사슬을 미리 배치했다.

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단단히 고정한다.

똑똑.

“빨리 씻어. 적들이 왔다.”

-네?!

-별로 씻지도 못했는데… 알았어요. 그냥 저희는 바로 여기서 준비할게요. 여기로 적들이 쫌 들어올 거 같네요.

데자트의 말에 긍정의 의미로 문을 두 번 더 두드렸다.

그리고 한 10분 정도 지나고.

난 방문을 살짝 열었다.

끼이익-

“어이, 형씨. 혹시 잠깐 시간 되나?”

문틈 사이로 출렁거리는 술이 보였다.

내 방에 찾아온 남자는 허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오랜만에 온 손님이라서 말이야! 저기 뒤뜰에서 다 같이 스콜피온을 구워먹기로 했는데, 같이 먹겠나?”

“아니.”

“에이, 튕기지 말고~”

남자가 문고리를 잡았다.

그 순간, 문이 순간 크게 들썩였다.

“……어?”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난 망설임 없이 틈 사이로 튀어나온 그의 허벅지를 칼로 내리찍었다.

푹!

“크아아아아악!”

쾅!

문을 강하게 닫았다.

내 목과 머리가 있던 위치에 칼날 두 개가 문을 뚫고 튀어나왔다.

문을 열려는 듯, 크게 덜컹거리지만 제대로 열리지 않자, 아예 문을 통째로 날려버리려는 듯, 밖에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난 혀를 쯧하고 찼다.

‘아직 팔찌가 덜 회복됐는데.’

[내구도: 70%]

하는 수 없다.

마법 없이 상대하는 수밖에.

난 쇠사슬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하나, 둘, 셋.’

쾅!

마력이 터지면서 문이 거칠게 박살났다.

박살 난 문 사이로 쇠사슬을 휘둘렀다.

폭발한 틈을 노리고 달려들려던 남자 둘이 내 쇠사슬에 휘감겼다.

“!!!!”

휘리리릭!

그대로 두 손에 힘을 주고 강하게 옆으로 휘두른다.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둘이 옆으로 당겨졌다.

쿠당탕!

“크아아아!”

“끄으으!”

<회수>

난 쇠사슬을 곧바로 회수했다. 그리고 짧은 틈 사이에 내게 마법을 날리려는 이에게 쇠사슬을 휘둘렀다.

“내가 맞을 것 같-!”

“응.”

어차피 좁은 공간인 이상, 움직일 범위는 한정되어있다.

그럼 움직임을 읽는 일 따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피하지 않을 것이다.

“<방패 소환>!”

애초에 막아내는 걸 선택할 테니까.

쇠사슬과 마력 방패가 부딪쳤다.

크지지직!

마력 방패가 박살이 났다.

찢어지면서 틈이 드러난 놈의 옆구리를 그대로 후려쳤다.

“컥!”

짧은 단말마와 함께 튕겨 나간 남자.

난 쇠사슬을 회수하며 근처를 살폈다.

화장실 안에 인기척이 더 느껴지긴 하지만, 동시에 사라진다.

들어오자마자 데자트에게 당한 모양.

덜컥!

문이 열리면서 목이 잘린 남자 시체 두 구가 내던져졌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롱소드를 질질 끌며 나온 데자트가 눈매를 사납게 세웠다.

“무슨 예의도 없이 목욕하고 있을 때…….”

“아벨라와 스칼라는?”

“나… 여기 있어….”

“저도 여기 있어요….”

아벨라와 스칼라가 나왔다.

셋 다 가운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었는데, 유독 아벨라의 가슴 쪽이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저건…….

“설마 네가 했어?”

“네….”

내 말에 아벨라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주먹은 미세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저도… 해야 하니까….”

“무리해선 하지 마.”

언젠가 해야 할 운명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지만, 괜히 무리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

같은 사람을 죽인다는 건, 결국 그만한 부작용을 동반하는 법이니까.

아벨라가 주먹을 뒤로 숨기며 고개를 끄덕이고, 난 방의 창문을 바라봤다.

“숫자가 꽤 많네.”

“……규모는 얼마나 돼요?”

“이 마을 전체.”

“네?”

난 씨익 웃음 지었다.

대체 누가 날 노린 건가 긴가민가했는데…… 창밖을 가득 메운 특유의 문양을 보고 바로 알았다.

저 구린 디자인은 오로지 ‘천마신교’만이 가지는 고유의 디자인이다.

“설마, ‘천마신교’에서 이런 대규모 함정을 팔 줄이야.”

천마신교가 막 나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마을 전체를 함정으로 삼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원래 있던 마을이 아니라 가져온 거라면…….

‘분명 고유 능력이다.’

이 세상에서 업적이란 너무나 존재하기 때문에, 혈통이나 계승 같은 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드물게, 혈통이나 계승 같은 거와 별개로 오로지 운으로 타고나는 능력이 있다.

그게 바로 고유 능력.

뭐 마력을 읽는다거나 그런 게 아닌, 공간을 복사 붙여넣기 한다던가 공중을 둥둥 떠다닌다던가… 그런 종류의 능력을 고유 능력이라 칭한다.

분명히 원래 천마신교엔 이런 걸 쓸 줄 아는 놈이 없었는데.

쓸 줄 아는 놈이 일찍 죽어버린 건가?

“그런데 이거, 신교가 아니라 그냥 암살 단체 아니야?”

난 씨익 웃으며 천장을 바라봤다.

소리소문없이 뻥 뚫려 있는 천장.

그리고 하늘을 가득 메운 암살자들.

“천마신교 말고 암살신교로 이름을 바꾸는 건 어때?”

“……죽여!”

<강타>

동시에 쇠사슬을 휘둘렀다. 강한 힘이 담긴 쇠사슬의 끝이 가장 먼저 달려든 암살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조금의 힘 조절 없이, 온 힘을 다해 후려쳤기 때문에.

인간의 머리뼈가 그대로 박살 나 뇌수와 핏물이 우수수 쏟아졌다.

“!!!”

“!!!”

“뭐, 암살자가 아니니까 감히 내게 덤벼들지.”

난 피로 흠뻑 젖은 손으로 그들에게 검지를 까딱거렸다.

“죽고 싶으면 덤벼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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