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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7화 (67/124)

제67화

피라미드 밖으로 나온 건 좋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더워…. 아벨라. 물 없어요?”

“없는데…….”

물과 같은 기본적인 생필품이 전부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피라미드 안에서는 마법을 통해 자동으로 공급됐었지만, 여긴 밖이다.

이 중에서 마법을 쓸 줄 아는 건 나 하나였지만…….

“저, 라온. 마법사인데 물 못 만들어요?”

“뒤지고 싶다고?”

“아,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

누굴 죽일 셈인가?

내가 노려보자, 데자트는 금세 쭈글해졌다.

싸울 때만 해도 반말을 섞거나 하더니, 이제 다 끝났으니 쭈그리 모드가 된 것이다.

난 혀를 쯧쯧 차며 품 안에 넣어둔 물병 하나를 꺼냈다.

“자. 일단 이거 마셔. 나머지 물은 팔찌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만들어줄 테니까.”

“앗싸!”

데자트는 신나하며 물병을 받았다.

난 물병으로 마른 목을 적시는 그녀를 잠시간 바라보다가, 다음 목표를 떠올리고 이내 물었다.

“공주는 어디 있지?”

“네?”

“네 공주 어디 있냐고. 널 기껏 저기서 빼내 줬는데, 못 알려주는 건 아니겠지? 괜히 길게 가지 말자.”

“그…….”

내 말에 그녀가 잠시 망설였다.

마치 뭔가 걸리는 점이 있어서 망설이는 듯한 모습.

난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 뭐, 수호자나 공주에 대해서 잘 아시니까 말해도 상관은 없는데. 문제는 저희가 쫓기고 있었어서….”

“쫓기고 있었다고?”

“네. 정확히는 제가 아니라 공주님을요.”

“누가?”

“천마신교.”

난 익숙한 이름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놈들이 왜?”

“모르겠어요. 뭔갈 원하는 거 같긴 한데, 그런 놈들이 워낙에 많았어야지… 대체 공주라는 존재는 어떻게 안 건지.”

“모르고 쫓았을 가능성은?”

“어?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확실히 저희에 대한 정보는 많이 부족해 보였거든요.”

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설마 천마 신교와 엮여있을 줄이야.

‘엮여서 문제가 될 건 아니지만.’

교주가 직접 나서는 수준이 아닌 이상, 천마 신교에 의해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어차피 쩌리들. 간부급은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상위 기사급인 데자트가 동료로 있으니 문제는 없다.

다만…….

‘내가 모르는 흐름이라는 게 문제지.’

대체 내가 왜 몰랐던 거지?

내 정보 수집이 부족했나?

아니. 그건 아니다. 엘프 공주의 사소한 취미부터 시작해 잠버릇까지 싹 다 아는데, 이런 큰 문제를 놓쳤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공주 본인도 몰랐다는 이야기인가?’

그게 말이 되나, 싶지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야.’

엘프 공주는 직위 자체가 모두에게 노려지는 자리다.

엘프 공주라는 건, 새로운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는 이야기이며.

붙잡을 시, 목숨이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비싸게 팔 수도 있고 친분을 쌓을 수도 있다.

그만큼 그녀를 쫓는 이들은 수두룩빽빽했고, 거기에 천마 신교가 껴 있었는데 엘프 공주가 이름을 몰랐다면?

그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공주는 천마신교에 대해서 알고 있어?”

“아뇨. 제가 피라미드에 갇히기 전에 겨우 알아낸 정보라서… 아마 모르고 계실 거예요.”

“이미 천마신교가 그녀를 찾아낼 가능성은?”

“없어요.”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아무리 제가 한 달 동안 떨어져 있었다고 해도, 그새 잡히실 분은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갇히기 전에 제가 공주님을 못 쫓아가게 전부 죽였거든요. 뒤에 다시 집단을 보냈다고 해도, 제가 흔적을 다 지웠으니까 찾기 힘들 거예요.”

그래서 2년 후의 시점에서도 찾아내지 못한 건가?

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천마신교가 그녀를 쫓고 있었다는 걸 알아냈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더군다나 천마신교는 그녀를 찾아내지 못할 운명이니까.

다만 내가 고민하는 건…….

‘뭘 먼저 해야 하느냐?’

아이템을 찾느냐, 그녀를 찾느냐였다.

여기서 우선순위를 묻는다면, 아이템이 조금 더 높다.

그 둘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에 큰 전투를 벌이며 깨달았다.

그 두 무기, 아니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할 만한 전투를 아슬아슬하게 하지 않았는가.

‘공주는 내버려 둬도 알아서 살아남는다.’

다만…….

‘뭔가 찝찝하단 말이지.’

이렇다 하고 생각 없이 넘기면, 큰 화가 찾아올 거 같은 기분이다.

이런 기분을 무시했다가 큰코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대로 찾아간다면, 강한 적이랑 조우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원래는 물건부터 찾으러 가려 했는데.”

그래도 이 감각을 무시하기엔 너무 찝찝하다.

난 결단을 내렸다.

“네 공주부터 찾자.”

“그런데 어떻게 찾아요?”

“그건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네??”

“일해라, 노예야. 먹은 값은 해야지.”

난 쇠사슬로 땅을 탕탕 두드렸다.

잠시간 데자트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 * *

‘아마, 공주님은 이제 막 사막을 벗어나셨을 거예요. 제가 이쪽으로만 가라고 말씀을 드렸으니까. 저희도 이쪽으로만 가면 될 거예요.’

한참을 끙끙대며 그녀의 동선에 대해 고민하던 데자트가 한 말이었다.

영 믿음이 가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공주와 관련된 일은 깨끗하게 처리하는 사람이니 믿기로 했다.

“우리는 2일 만에 따라잡는다.”

“네!”

“응….”

“가면서 연습도 같이 하자. 할 수 있지, 아벨라?”

“물론이죠!”

아벨라는 의욕적인 모습으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에 비해 데자트는 하기 싫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제자가 하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데, 그걸 거절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박, 자박-

한참을 걸으며 연습하다 보니, 슬슬 해가 저무는 게 보였다.

이 정도면 절반 정도 왔으려나?

난 햇빛을 손등으로 가리며 말했다.

“슬슬 자리 잡자.”

“네!”

“응…!”

아벨라와 스칼라는 능숙하게 자리를 마련했다.

데자트는 눈을 깜빡였다.

“벌써?”

“네. 얼른 들어와요.”

이미 침낭에 몸을 쏙 집어넣은 아벨라가 말했다.

데자트는 아직 상황이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깜빡였지만.

난 무시하고 살짝 덜 펴진 부분을 탁탁 털었다.

그리고, 한순간에 대기의 온도가 내려갔다.

“……!”

한순간에 싸늘해진 대기에 데자트의 귀가 뾰족하게 세워졌다.

아무리 상급 기사라고 해도 추운 건 추운 건지, 그녀가 몸을 부르르 떨며 양팔을 감싸 안았다.

아니, 그보다 너 사막 엘프잖아. 왜 타이밍을 못 재냐?

“으더더어….”

“빨리 안에 들어와요!”

“바보… 미리… 오지….”

데자트는 덜덜 떨며 침낭 안에 몸을 집어넣었다.

집어넣고 온찜질 기능까지 키자, 뾰족하게 세웠던 귀가 다시 평온을 되찾고 아래로 내려갔다.

음, 온도에 따라서 귀가 움직이는 건가? 나중에 몰래 얼음을 대봐야겠다.

“하아아…… 살겠다……. 그런데, 라온 당신은 안에 안 들어와요?”

“난 추위 안 타.”

“뭐야, 그런 게 어디 있어. 사기 아니에요? 사막 엘프인 저도 추위를 타는데!”

“그러는 주제에 왜 해가 지는 타이밍도 못 재?”

“전 사막에서 안 살았으니까요?”

“?”

“?”

이게 뭔 개소리야.

사막 엘프가 왜 사막에서 안 살아?

“전 수호자니까, 당연히 공주님이랑 자랐죠! 제 어머니와 아버지는 사막 엘프시지만, 전 숲에서 자랐어요.”

“……됐고 잠이나 자.”

“넹.”

그건 몰랐네. 좋은 정보를 하나 얻었다.

침낭 깊숙이 몸을 파묻은 데자트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당장이라도 잠들 것처럼 입가를 가린 채 작게 하품한 그녀는 뭔갈 떠올린 듯, 내게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안 자요?”

“난 안 자. 자면 저기 돌아다니는 스콜피온이 네 뒤통수를 뚫을걸.”

난 푸스락 소리를 내는 모래를 가리켰다.

인사하듯이 스콜피온이 독침을 빼꼼 내밀었다.

“…….”

스콜피온의 침이 사라지는 걸 가만히 보고 있던 그녀는 더 말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아예 잠들기를 선택한 모양이다.

‘사실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여기 사는 생명들은 누구보다 마력에 예민하다.

나 같은 경우야 일어나 있어야 마력을 감지할 수 있지만, 데자트 수준이 되면 잠들어도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이러고 있다가 조금 쪽잠을 잘 생각이었다.

‘이런 건 나도 너무 반복하면 피곤해.’

그 고생해서 살려놨는데, 이 정도로 부려 먹는 건 괜찮겠지.

“일어나, 이것들아! 데자트! 일어나!”

“5분만…….”

“1분 안에 안 일어나면 두고 간다.”

“그, 그건 에바죠!”

열심히 걷고 또 걷다가 훈련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금세 해가 떠오르고 저물었다.

하루 만에 적당히 적응한 데자트는 누구보다 빠르게 침낭 안으로 들어가 반짝이는 눈으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제는 깜빡했지만! 오늘은 꼭 달을 보겠어!”

“달이… 왜…?”

“피라미드에만 갇혀있으니, 제일 보고 싶은 게 태양이랑 달이었어요. 근데 태양은 이제 안 봤으면 좋겠고… 그럼 달이 최고지.”

“별로.”

내가 옆에서 말했지만, 데자트는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을 반짝이며 밤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을 눈에 담는다.

데자트의 옆에 누워있던 아벨라가 물었다.

“저…… 하나 여쭤봐도 돼요?”

“네? 어떤 건데요?”

“공주님은, 어떠신 분이에요?”

아벨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데자트가 잠시 눈을 깜빡였다. 한동안 질문에 대해 고민하던 그녀가 말했다.

“공주님은…… 소중하신 분이죠.”

“소중하신 분?”

“네. 제 목숨보다도 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만약 제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전 망설임 없이 목숨을 걸 거예요.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네?”

데자트가 힐끔 날 바라봤다.

아벨라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날 잠시 쳐다봤다가.

이내 두 볼을 불그스레 붉혔다.

“그런 말은… 부끄러워요….”

“나도… 바칠 수… 있거든….”

스칼라가 옆에서 볼을 부풀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모습에 난 어이가 없어졌다.

질투해도 왜 거기서 질투하는 거냐?

“음… 그럼 공주님 특징은 뭔가요? 딱 눈에 띄는 특징 같은 거!”

아벨라가 주의를 돌리기 위해 다른 주제를 꺼냈다. 그녀의 질문에 데자트가 잠시 고민했다.

“음, 올해로 160살 되셨던가?”

“……?”

“인간의 수명과 엘프의 수명은 완전히 달라요. 160살이면 한참 어린 거예요. 인간 기준으로 대충 16살?”

“…….”

“충격….”

둘은 엘프의 수명에 의한 평균적인 나이는 생각하지 못한 듯, 큰 충격에 빠졌다.

하긴. 원래 엘프식 나이가 좀 폭력적이긴 해.

하지만 생각해야 할 건, 평균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건, 그만큼 육체적인 성장이 느리다는 뜻이다.

인간이 1년 안에 성장할 수준을 엘프는 10년이 걸리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워낙에 폐쇄적으로 지내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좀 어리고.

‘야야! 나랑 보드게임 할래?!’

‘또 어디서 그런 걸 구해온 거야?’

‘그러니까 나랑 보드게임 할래?!’

‘꺼져.’

‘아니 왜?!’

신체만 다 자랐지, 그냥 말 안 듣는 여동생이었지.

그래서 스칼라와 유독 포지션이 겹쳐서 자주 다투기도 했었고.

아무튼, 보고 싶긴 하다. 게임에서만 보던 애를 실제에서 본다라…….

모든 게이머들의 로망 아닐까.

“아무튼, 호기심도 엄청 많으신 분이에요. 특히 노는 걸 좋아하셔서, 어디 마을에만 가시면 한 최소 한 달은…….”

“저기처럼?”

“어?”

“응?”

스칼라가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이어야 할 곳을 가리켰다.

뭐야.

저기에 왜 건물이 보이지?

“……왜 마을이 저기에? 아니, 언제부터?”

“신기루겠지.”

“밤인데도요?”

그러니까 이상하단 말이지.

분명히 저긴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함정인가?’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여기에 사는 괴물들 중엔 신기루를 만들 수 있는 놈들도 있다.

인간을 끌어들이기 위해 신기루를 만들기도 하니, 저건 아마 그 종류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왜 진짜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지?’

진짜일 수도 있는데, 여긴 사막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저기가 보이지 않았다고는 하나, 모래 폭풍이 휘몰아쳐서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야 보이는 걸 수도 있었다.

데자트도 나와 같은 생각인 듯, 침낭에서 상체를 일으켜 마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희미하게 끄트머리만 보일 정도일 뿐이지만…… 우리 정도의 신체 능력으로는 보는 게 문제 되지 않는다.

몇 번이고 마을을 보던 데자트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봐도 진짜 같은데……. 혹시 지도 있어요?”

“있긴 한데, 지금 저희 위치를 알 수가…….”

“으으음…… 일단 전, 진짜 같아요. 아까까지 안 보였던 건 저기에 모래 바람이 불었던 것 때문인가?”

일단 저 마을이 신기루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는 건.

“그럼, 저기에 공주님이 계실지도……?”

“왜… 물음표야…?”

“저도 정확하게 모르니까요….”

데자트가 잔뜩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도 모르게 시비를 걸었던 스칼라가 움찔했다.

미안한 듯, 귀가 살짝 축 쳐진다.

“제가 위치추적 마법이라도 걸어놨어야 하는데….”

“그거 불법이야.”

물론 마지막 말에 다시 귀가 세워졌지만.

“…….”

나는 마을을 빤히 쳐다보았다.

분명히 본 적 없는 마을인데….

저 마을은 대체 뭐지?

‘혹시 돌발 이벤트?’

아니면 함정?

하지만 내가 그년을 풀어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안에 벌써 저런 대규모 함정을 팔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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