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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65화 (65/124)

제65화

쿵!

떨어진 피라미드 왕의 목이 땅을 나뒹굴었다.

내 옆에 데자트가 가벼이 착지한다.

난 치이익 소리를 내는 팔찌를 벗어나 주머니 안에 넣고, 머리통에 다가가려는 데자트를 제지했다.

“아직.”

콰과광!

내가 말하기 무섭게, 머리통 근처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난다.

마지막 순간까지 적을 죽이기 위한 왕의 최후의 발악.

발악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피라미드 왕이 우릴 보며 분노로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내가 네놈들 같은 미물에게…….]

“…….”

난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대답하기 어렵다는 것이 옳았다.

‘속이…….’

[폭주도: 98%]

매우 아슬아슬했다.

실수했다간 몸이 그대로 터져 죽었을 것이다. 역시 뭐든 정석으로 해야 한다. 안 그랬다가 괜히 터져 죽을 뻔하지 않았는가.

뭐…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지만.

[내가… 나누어지지 않았다면….]

난 빨리 스칼라에게 돌아가고픈 마음이었으나, 방금 그가 내뱉은 말에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마지막에 그건 없던 대산데.’

나누어지지 않았으면, 이라고?

당연하지만 피라미드 왕의 잔재는 본인이 잔재에 불가하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저걸 직접 뱉은 일은 없었는데….

[만약…… 그때 내가 헛된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면…….]

그리 말하며, 자식을 버리는 데에 성공한 여인을 바라본다.

난 다시 속에서 열불이 나는 걸 느끼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아니.”

퍽!

난 그의 머리를 짓밟았다.

“넌 절대 안 됐을걸. 가짜 왕 주제에 되기는 뭐가 돼?”

[너….]

그대로 발에 힘을 준다. 머리통이 강한 힘에 부스러기가 되어 부서진다. 그는 사라져가면서도, 분노하기보다는 날 보며 크게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나에 대해서 알고 있구나…….]

파스스스스스……….

그럼, 알고 있지.

설마 내가 그리 정보가 없을까.

적어도 그가 숨기고자 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데.

난 발을 탁탁 털었다. 피라미드 왕이 완전히 죽었다는 증거로, 발에 흥건히 묻은 모래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숨겨진 피라미드 왕, #라#의 잔재를 완전히 처치하였습니다.]

[고대의 흔적을 발견하였습니다.]

[#라#오의 정보가 기록되었습니다.]

기록되었다고?

‘영웅을 통해서 고대에 대해 알게 돼서 새로 생긴 기능인 건가?’

일단 당장 알 수 있는 건 아니니 제쳐두고.

다음으로 떠오르는 보상들을 바라봤다.

[이제부터 피라미드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밤하늘의 ‘사막 별자리’를 읽어낼 수 있는 힘이 주어집니다.]

[모래를 사용하여 아이템의 내구도 수리가 가능합니다.]

[모래 폭풍 같은 자연재해의 영향으로부터 일부 자유로워집니다.]

[미라가 당신을 두려워합니다.]

[아이템 ‘사막 미라의 반지’를 획득하였습니다.]

[아이템 ‘사막 리자드맨의 창’을 획득하였습니다.]

[아이템 ‘사막 골렘의 핵’을 획득하였습니다.]

……

……

돌발 이벤트는 아직 이곳을 벗어났으니,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한 보상이었다.

난 시야가 핑 도는 걸 느끼며 입을 열었다.

“일단…….”

이제 슬슬 나도 한계다.

“좀 쉬자.”

털썩!

내가 자리에 주저앉자, 급히 데자트가 날 부축해줬다.

“도련님!”

“오빠!”

뒤에서 아벨라와 스칼라가 후다닥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난 슬슬 진짜 터질 거 같은 속을 느끼며 스칼라에게 손을 뻗었다.

“괜찮… 아…?”

“내 손… 꽉 잡고 있어라….”

난 온전히 정신을 잃기 전. 꾸물거리며 도망치려는 쌍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저 새끼…… 못 도망가게 내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

그리고 난 그대로 기절했다.

* * *

꿈을 꿨다. 꿈속에서의 나는 왕좌에 앉아 군림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내 발아래에 있다.

그저 손짓하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모든 것이 내게 들어온다.

이러한 존재를 무어라 칭해야 할까.

나와 같이 완전무결한 존재를 무어라 칭해야 할까.

고민하던 나는, 세계가 내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고 내게 어울리는 이름을 떠올렸다.

[내가 왕(王)이다.]

오로지 힘만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을 군림하는 자.

저 너머,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곳에 나와 같은 왕이 있다고는 하나.

나는 내가 더 완벽한 존재라 단언할 수 있었다.

감히 내가 얻지 못한 건, 저 하늘 너머.

고고히 떠다니는 태양뿐.

나는 그것이 가지고 싶었다.

[저 태양이 가지고 싶구나.]

그날부로 나는 왕을 넘어서기로 했다.

우주라 하였던가. 세상이 알려준 것에 따르면, 겨우 왕 따위로는 저 태양에 다다를 수 없었다고 했다.

황(皇)이라 불리우는, 왕보다도 더 높은 경지에 올라야만 저 태양을 손에 쥘 수 있다.

이와 같은 정보는 나뿐만이 아닌 다른 왕들에게도 전해졌던 것인지, 왕들이 모여들었다.

황. 저 태양에 다다르기 위하여.

[나는 왕이로다. 내가 얻지 못할 건 없다.]

하지만.

[감히…….]

나는 태양에 다다르지 못했다.

황에 오르겠다고 다짐한 순간, 속세에 남겨둔 미련을 모두 버렸어야 하거늘.

멍청하게도, 감정이란 것에 휘둘러 자식을 버리지 못했고.

자식이, 감히 나의 승천을 방해하는 족쇄가 되었다.

[…아버지. 제가 바랬던 건,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따스한 목소리 한 번이었습니다. 그게 그리 어려웠습니까?]

[그래…….]

나는 자식을 증오한다.

[너는 그저, 내가 일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만든 ‘보험’일 뿐이다.]

[아버지……!!!]

[너를 버렸어야 했다. 왕답지 못한 결단이었어.]

[…아뇨. 아버지는 왕이 아닙니다.]

만일 내게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저 욕심에 눈이 먼, 어리석은 아버지일 뿐.]

그땐, 진정으로 자식을 버리고 저 태양을 움켜쥐었을 텐데.

팟!

마치 TV 전원이 꺼지듯, 세상이 어둡게 변한다.

난 점차 꿈에서 깨어나는 걸 느꼈다.

대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생생한 기억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안면 근육이 멋대로 꿈틀거렸다.

정말로 나 자신이 자식을 증오하던 왕이 된 이 기분.

“…….”

난 얼굴을 움켜쥐고 상체를 일으켰다.

통제되지 않는 안면을 꾹꾹 누르며,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한 몇 분 동안 멍하니 숨쉬기를 반복하니, 슬슬 진정됨을 느꼈다. 차분히 새로이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고대에 대한 정보인가….’

정보를 얻는다고 할 때, 설마 이런 방식으로 전해줄 줄은 몰랐다.

그저 글자로만 얻었던 피라미드의 왕에 대한 정보를, 이렇게 생생하게 얻을 줄은.

‘고대에 천마가 존재했다.’

그뿐이랴. 마왕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다른 왕에 대해서도 언급되었다.

내가 알기로 왕의 강함은 감히 대마법사나 소드마스터 따위로는 다다를 수 없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들이 몇 명이나 더 있었다고?

고대는 대체 어떤 시대였던 거지?

‘진또베기들만 모였던 건가? 아니면 시스템이 달랐나?’

어찌 되었던, 지금은 없으니 상관은 없지만.

‘천마가 걸려.’

마왕도 걸리긴 하지만, 천마처럼 추종하는 집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게 존재했다~ 정도의 문제일 뿐이지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천마는 현존하는 존재이며.

천마신교라는 집단이 만들어진 채 추종 당하며, 아이템까지 돌아다니고 있으니.

만일 직접 강림한다면…….

아니, 어쩌면 그동안 사라진 게 ‘황’이 되기 위해서라면?

‘그럼 제대로 큰일인데.’

내가 최종 스토리까지 민다고 해도, 황은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왕이 대륙을 다스리는 존재라 하면.

황은, 이 세계 전체를 다스리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왕 위의 왕.

진정한 왕이자, 어쩌면 신(神)이라는 이름이 어울릴지 모르는 절대적인 존재.

‘…적대하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과연 그게 될까?

이런 판타지 게임에서?

절대 안 될 거 같은데.

‘…그래도 좋은 정보는 얻었다.’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건, 이 정보를 머릿속에 잘 정리해두는 것.

뭐… 고대에 대한 존재에 대해 안다고 해서 바뀌거나 하는 건 없으니까.

푸슈엘이 찾던 신에 대한 정보가 없는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한 정보였다.

‘마력 제어력은…… 변화가 없고.’

그런데 이런 기억에 노출되는 정도면, 조금은 줘도 되지 않나? 다른 게임에선 단순히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능력치가 오르고 그러던데.

“…….”

아쉬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 떨쳐두고 내 몸을 점검했다.

[폭주도: 46%]

폭주도가 완전히 떨어져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안정권이다.

내가 말한 대로 열심히 손을 잡아준 모양.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를 둘러보니, 마지막으로 전투를 벌인 장소 그대로였다.

바닥이 푹신한 걸 보면, 내가 주머니 안에 넣어둔 침낭을 꺼내둔 모양.

아까까지만 해도 싸움을 벌였던 공간이라곤 믿기지 않듯이, 전체적으로 푸른 색감이 공간을 맴돌며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왕을 잃은 피라미드.

오랜 과거의 유물은 역설적으로 주인을 잃고 나서야, 평온함을 되찾았다.

‘슬슬 일어나야 하나.’

몸도 찌뿌둥함이 덜한 걸 보면, 쉴 만큼 다 쉰 것 같다.

그럼 이제 바로 다음 목적지로 가야지. 돌발 이벤트도 클리어해야 하고.

난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려고 했다.

묵직-

“?”

“으응….”

무거운 감각에 몸이 일으켜지지 않고 짧게 들썩였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내 무릎을 베개 삼아 자고있는 두 머리가 보인다.

난 두 평온한 얼굴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얘네는 왜 자꾸 내 무릎으로 베개 삼아 자냐…….”

하지만, 평온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 내가 굳이 왜 이 고생들을 하겠냐.

다 너네 편하라고 하는 거지.

괜히 아직 젖살이 남아있는 볼을 쿡 찌르고 대충 둘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다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잠든 데자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헤에…….”

입을 헤 벌리고 양팔을 벌린 채, 쭉 뻗어있는 모습.

입에 몰래 벌레가 들어가도 모를 거 같은 모습에, 픽 웃음이 나왔다.

그 미치광이 데자트가 저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다 푼 거 아니까, 지금 조용히 꺼져. 난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거든.”

“……!”

난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오늘 넌 죽지 않을 거야. 내가 굳이 널 잡아두었던 이유도, 아직 네가 죽을 순간이 아니었으니까.”

“…….”

“네가 지금 죽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 그거 하나 때문이야.”

지금 벗어나면, 복수심에 불타 내게 수작을 부릴 것도 안다. 그게 대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그게 내게 위협이 될 것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막아내지 않는 건.

지금의 위험을 감수하면, 뒤에 더 큰 것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운명이든 뭐든.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날 테니까.

까드득-

“다음에 만났을 땐… 반드시 널 죽일 것이다….”

“내가 먼저 말했잖아.”

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응시했다.

“나르아.”

“….”

멈칫.

그동안 부르기 싫었지만, 지금 떠나면 그때까지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난 확실히 박아놓을 생각이었다.

“넌, 나와 다시 만난 날. 그때 죽는다.”

그때를 위해서라면, 웃는 것 정도야 참을 수 있었다.

“나중에 또 보자고.”

어쩌면, 지금 웃고 있을지도 모르고.

[묘족의 수장, 나르아에게 당신의 존재가 각인되었습니다.]

[묘족이 당신을 향한 적의감 +1 올랐습니다.]

[앞으로 마주하는 묘족은 당신을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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