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8화 (58/124)

제58화

쿠당탕!

우리 둘 다 제대로 낙법을 취하지 못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난 급히 낙법을 취하려고 했었지만, 생각 외로 높이가 낮았다.

상대방은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바닥에 착지하려 했으나, 내가 일전에 입혀놓은 발목 부상으로 낙법에 실패했다.

“…….”

“…….”

투두둑, 투둑.

우리 둘은 동시에 자리에서 비틀비틀 일어섰다.

난 언제든 쇠사슬을 휘두를 수 있게 자세를 잡고, 상대방도 언제든 내게 휘두를 수 있게 검을 잡는다.

하지만, 우리 둘 다 먼저 달려드는 일은 없었다.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할 뿐.

상대방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아무리 봐도 이 녀석. 그놈이 맞는 거 같은데.’

내가 찾던 사막 엘프인 데자트.

내가 못 알아본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갑옷과 전투 스타일 때문이었다.

‘분명히 내 기억엔 암살자였다.’

롱소드보다는 단검을 주로 사용했고, 움직임도 지금처럼 ‘기사’ 같은 느낌보다는 암살자에 가까웠다.

적을 죽이지 않는다면 자신이 죽는다는 처절한 느낌도 없다.

그 탓에 내가 느끼는 전투 방식도 완전히 달랐다.

‘…성격도 다른 거 같고.’

미치광이 수호자, 데자트는 악명으로 유명했다.

누구든 ‘적… 나의 공주를 위협하는 적…’이라 중얼거리며 죽이고 파괴하려드는 성향에 갱생되거나 동료로 영입할 가능성이 없는 절대적인 악 성향의 NPC.

물론 지금 먼저 공격한 게 꼽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느낌이 다르다.

‘대화를 나눠볼까.’

난 입을 열었다.

“왜 날 공격하는 거지? 난 네게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그래. 내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

달칵.

상대방이 투구를 벗었다. 투구 안에 있던 보라색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렸다.

이제야 보게 된 투구 안의 얼굴은 정확히 내가 기억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달리 눈빛이 살아있고 감정이 넘실거린다.

“하지만, 당신은 내 동족을 죽였어.”

“뭔 동족?”

“내 동족.”

……아, 설마 그년을 죽이면서 냄새가 묻었나? 그리고 그걸 맡은 거고?

‘엘프가 아니라 개 수인족 아니야?’

내 생각을 읽었다면 더 화를 내겠지?

데자트는 내가 아무런 대답을 하고 있지 않자,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니, 난 동족의 복수를 하는 것일 뿐이다.”

“왜 죽였는지는 들어볼 생각이 없는 거야?”

“붙잡고 들어봐도 상관없겠지.”

저게 공감되지 않는 건 아니다.

엘프의 수명은 길며,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 종족이 만약 인간처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진작에 대륙의 균형은 무너졌을 터.

‘엘프는 임신하기 매우 어렵다.’

새로운 아이가 잘 태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며.

동족 한 명 한 명이 중요하기에 서로를 애틋하게 아끼며, 만약 살해당하기라도 한다면, 동족 전체가 나설 수 있을 정도로 동족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사막 엘프, 숲 엘프, 바다 엘프… 이리 나누는 것도 세계의 법칙에 따라 ‘균형’을 이루기 위함이었지.

아마 이런 법칙이 없었다면, 한곳에 모여 폐쇄적으로 살았을 게 분명했다.

뭐, 그렇다고 해도 그년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지만.

“수호자는 그냥 의심스러우면 잡아도 되나 봐? 요즘 수호자는 다 그러나?”

“!”

내 말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설마 내가 ‘수호자’라는 단어를 꺼낼 것이라곤 생각도 못 한 듯, 손가락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당신이 내 정체를 어떻게…….”

지금이다.

<강타>

팔찌를 통해 끌어 올려진 쇠사슬에 깃들었다. 강하게 휘두르자, 철퇴가 매달린 듯 쇠사슬의 끝이 그녀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촤르르르르-!

“비겁하게 이때……!”

가볍게 피한 그녀가 으르렁거렸다.

그러면서도 달려들지 않는 걸 보면, 아예 전투할 의지를 잃은 것 같았다.

하긴, 엘프들에게 ‘수호자’란 존재는 극비밀리에 숨겨져 있다.

엘프 왕의 허락이 없이는 아무에게나 누설할 수 없는 조약까지 걸려져 있으니까.

그걸 내가 안다는 건, 내가 엘프 왕에게 직접 허락받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으니.

‘물론 허락받진 않았지.’

아는 사람이 없긴 하지만.

수호자에 대해서 언급할 수 있는 존재는 왕 말고도 두 명 더 존재한다.

공주.

수호자가 지켜야 하는 대상이며, 인간과 비슷할 정도로 오랜 뿌리를 내린 엘프 역사에서 10명밖에 태어나지 않은 새로운 왕의 후계자.

그리고…….

수호자 본인까지.

아마 지금 저 여자는 모를 것이다.

오로지 공주를 지켜야 한다는 소리만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살인귀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과거를 후회하기보다는 공주만을 생각했었다는 걸.

그를 위해, 맹약을 어기는 것도 꺼리지 않고 내게 공주와 수호자의 존재를 알렸음을.

‘뭐, 천천히 알게 하면 되겠지.’

달칵.

난 뭔가에 쇠사슬이 걸리는 느낌을 받자마자 잡아당겼다.

드르르륵!

그녀의 고개가 훽 돌아갔다.

사막 엘프의 시야는 이런 어두운 곳에서도 무엇이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내가 뭘 건드린 지 알아차린 그녀가 경악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다, 당신 미쳤습니까?! 이대로면 당신도 죽을 겁니다!”

“내가? 내가 자살이라고 하려고 이러는 거 같아?”

“진짜 미친 양반 같으니……!”

그륵… 그륵….

긁히는 소리와 함께 땅이 조금씩 흔들렸다.

둥, 둥, 둥…….

뭔가가 점차 다가온다.

난 다가오는 게 뭔지 알고 있었지만, 피하지 않고 팔짱을 꼈다.

이윽고 어두운 통로 사이로 내가 건드린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구우우우……!

거대한 구(球).

이 통로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크기.

또 얼마나 두꺼운 것인지, 아무리 상급 기사의 수준이라고 해도 베어내기 어려워보였다.

“이…… 미친…….”

데자트가 구를 보고 할 말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음, 원래는 저렇게 반응이 풍부하지 않았는데 저러니 뭔가 더 괴롭히고 싶다.

난 도망치지 않고 팔짱을 꼈다.

그런 내 반응에 그녀가 울컥한 듯 외쳤다.

“당신, 죽고 싶은 겁니까?!”

“아니? 살고 싶어. 그러니까 좀 베어봐.”

“미친 인간이…….”

“인간 맞는데?”

빠직!

아, 재밌다.

그 반응 없던 엘프가 이리 생생한 반응을 보일 줄이야.

억지로 올라오는 웃음을 꾹 참는 탓에 표정이 좀 일그러졌다.

이게 더 거슬렸는지, 그녀의 이마에 다시 빠직! 핏줄이 돋았다.

“후우우…….”

하지만 그녀는 바로 내게 달려들기보다는, 구로 몸을 돌렸다.

드르르륵!

거센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구.

그녀는 길게 숨을 내뱉으며 한쪽 발을 뒤로 빼고 롱소드를 허리춤에 달린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스르르르릉!

발도함과 동시에.

롱소드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서걱!

기다란 선이 그어지며 구가 반으로 갈라졌다.

어…….

어……?

‘저거 왜 저리 잘 갈라지냐?’

원래 저러면 안 되는데?

본래라면 저런 함정을 부수는 데에 나름 공을 들여야 했다.

짧은 단검과 몸을 보호할 갑주가 없으니 몇 배로 조심해야 했으니까.

설마…… 무기 하나 달라졌다고 힘이 달라진 건가?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내쉰 그녀가 고개를 홱 돌렸다.

나를 노려보는 눈이 불길하게 번뜩인다.

아무래도 나를 먼저 잡고 보려고 하려는 거 같은데.

촤르르르륵! 탁!

미안하지만, 이 공간은 내가 꿰차고 있었다.

난 쇠사슬을 천장으로 날렸다. 천장에 달린 뭔가를 툭 건드린다.

그 순간, 세상이 검게 물들었다.

[상태 이상: 실명에 빠졌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메시지.

동시에 데자트가 비명을 질렀다.

“……무슨 수작을 부린 겁니까!”

“미안한데.”

난 방금까지 그녀가 있던 자리로 달려들었다.

손바닥을 정면으로 뻗는다. 뭔가가 텁, 잡혔다.

다시 시야가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내가 뭘 집었나 싶었는데, 바로 그녀의 복부였다.

“……!”

내가 접근한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 그녀가 검을 치켜들었지만.

“일단 잠깐만 기절하자.”

<방출>

<응축>

내 팔찌가 번뜩임과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데자트의 몸이 벽에 틀어 박혔다.

벽에 처박힌 데자트의 고개가 아래로 축 늘어졌다.

아예 복부에다가 충격파를 주었으니, 상당한 충격이 갔을 터.

아마 일어나려면 몇 시간은 걸릴 것이다.

치이이익…….

[마력 저장 팔찌가 과부화된 상태입니다. 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난 수증기를 내뿜는 팔찌를 빼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데자트를 보며, 볼을 긁적였다.

“……음, 좀 너무했나?”

후두둑.

그렇다고 하듯, 돌가루가 떨어졌다.

&

“……!”

번뜩!

데자트는 한순간에 의식이 깨어나는 걸 느끼면서 눈을 부릅떴다.

익숙한 방 풍경이다.

자신이 일주일 넘게 갇혀있으며 보았던 방의 풍경.

‘내가 왜 여기에?’

나는 분명 충격파를 맞고 기절했는데?

철컹!

그녀는 상황 파악을 위해 팔을 움직이려 했으나, 단단한 뭔가에 묶여 움직이지 못했다.

시선을 내리니, 두꺼운 쇠사슬에 몸이 칭칭 감긴 게 보인다.

아까 갑작스레 방에 들어온 남자가 사용하던 쇠사슬.

‘힘이…….’

마력을 흡수하는 특이한 무기.

대체 얼마나 몸에 휘감겨 있던 건지, 체내에 마력이 한 줌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라면, 분명히 배에 엄청난 충격파를 맞아 장기가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음에도 몸이 멀쩡하다는 것.

“……?”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팔에 휘감긴 팔찌를 발견했다.

팔찌에선 분명한 그녀의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정체불명의 마력이 뒤섞인 채 그녀의 회복을 돕고 있었다.

설마…….

그녀는 불안감에 고개를 들려 했다.

하지만 어느 힘에 고개가 억지로 눌린다. 그리 강한 힘은 아니었으나,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그녀를 누르기엔 충분한 힘이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크게 다쳤으니까.”

“당신은…….”

“일어났네?”

데자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기 전.

그녀를 한 번에 기절시킨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머리를 누르던 힘이 사라지고, 고개가 위로 들린다.

……생각보다 앳된 얼굴이다.

하지만 그게 티가 나지 않을만큼, 사나운 눈매와 사나운 분위기, 그리고 색이 바랜 듯한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자, 자신도 모르게 눈을 아래로 내렸다.

‘이 남자는 대체…….’

“어디 아픈 데는 없지?”

“…….”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조금 걱정스러움이 담긴 목소리에 어이가 없어졌다.

지금 자신이 다친 게 누구 때문인데?

하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상태를 파악한 듯, 대답도 듣지 않고 팔찌를 회수해 자신의 팔에 찼다.

그녀는 힐끔 그의 상태를 살폈다.

‘……몸 상태가 이상하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에 드문드문 구멍이 나 있다.

뭐랄까…… 쏟아져 내리는 폭포 한 가운데에 큰 돌덩이가 박혀, 물이 양옆으로 갈라지는 거라 해야 하나.

그게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겨우’ 폭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바다처럼 구멍들이 드문드문 나 있었다.

잠만. 지금 저 남자, 쇠사슬도 쥐고 있는 거 아닌가?

‘설마…… 이걸 두르고 있는데도 저 정도의 마력이라고?’

그뿐만이 아니다.

온몸에 하나만 차도 치명적인 마력 흡수 아티팩트들을 두르고 있다.

그럼에도 내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이 정도라는 건가……?

그럼 처음에 자신이 몰아붙인 건? 그건 봐준 거였단 말인가?

“…….”

말도 안 되는…….

그녀는 어이가 없음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사이, 남자에게 한 아이가 다가간다. 그녀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위험해!’

아이는 경계심 없이 손을 뻗더니, 남자가 찬 팔찌를 살짝 잡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살폈다.

“이거… 차면… 몸이… 나아…?”

“응. 대신 마력이 없어져.”

“…나는 못… 쓰겠네….”

“몸 치료하다가 말라죽을걸.”

…설마 저 아이까지 한패인 건가?

너무나 태연하고 부드러운 대화에, 그녀의 머릿속에 저런 관계를 가지고 엘프를 죽인 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남자의 정체에 대해 떠올랐다.

‘엘프 사냥꾼들?’

그럼 자신마저 죽이려고 여기에……!

그녀의 적대적인 눈빛을 알아차린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쭈그려 앉아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아, 아직 오해 안 풀었지?”

“오해는 무슨……!”

“네가 날 공격한 이유 말이야. 미안한데 내가 엘프를 죽인 건 맞아. 근데 말이지. 이건 정당방위거든?”

자신을 라온이라 설명한 그는 왜 자신이 엘프를 죽이게 됐는지 짧게 설명했다.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목소리에 흘러나오는 파장을 읽었다.

모든 인간은 고유의 마력 파장을 가지고 있으며, 마력 파장은 심리 상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티내지 않으려고 아무리 표정을 관리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어도 작은 파문이 일어나는 건 숨길 수 없었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바로 이걸로 알아차릴 수 있을 터.

……하지만.

‘전부…… 진실이라고?’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들은 충격적인 진실에, 잠시간 침묵하던 그녀는.

이윽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엘프가…… 당신을 죽이려 했다고요?”

“그래.”

“…설마, 그, 그- 에리카가…….”

덜덜 떠는 데자트를 보며, 라온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년 이름이 에리카였나?

처음엔 알았는데 나중엔 까먹었단 말이지.

솔직히 지금도 기억하진 않을 거 같고.

뿌드득!

라온은 잠시 허리가 뻐근해 일어나 있다가, 이내 다시 그녀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래. 거기서 나를 사냥하고 달려드는데, 아이고 저는 엘프를 못 건드립니다. 죄송, 꽥! 하고 죽을까?”

우스꽝스러운 말투이긴 했지만.

저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죄는 엘프가 지었으며.

데자트 또한, 일방적인 오해로…… 그를 죽이려든 것이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감히 그런 줄도 모르고….”

“엘프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위협받으니 PTSD 생기네. 아아 휘청거린다~”

“그, 그…!”

그가 휘청거리자 그녀는 진심으로 당황스러웠다.

현재 상황이 이리된 이상, 그녀는 그에게 빚을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정당방위로 그가 에리카를 죽였다면, 딱 거기서 끝났겠지만.

지금 그녀는 일방적으로 오해를 하여 죽이려 들었다. 당연히 그녀의 죄가 있었으며, 그녀는 그걸 갚아야 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아예 눈물까지 흘릴 거 같은 목소리.

생각보다 훨씬 여린 목소리에, 라온이 속으로 조금 놀랐다.

‘……진짜 너무 멀쩡하네?’

그냥 동족이 죽었을 때 묻히는 냄새가 나니 눈이 돌아간 것뿐이다.

사실 별 감정은 없었다.

엘프들이 다 그렇지, 뭐. 워낙에 많이 데여서 이제 이런 거에 화가 날 수도 없었다.

결국 자신은 죽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에게 빚을 지게 하여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거라면…….’

데자트가, 정말 멀쩡한 상태라면.

그녀의 유일한 엔딩이었던 ‘안식’이 아닌, 다른 엔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 생각한 순간.

[돌발 이벤트 발생!]

[유일한 공주의 유일한 수호자를 수호하라.]

[현재 몇백 년 만에 태어난 엘프들의 공주를 지켜야 할 수호자는 부상을 입은 채 피라미드에 갇혀있다.

그녀가 회복할 때까지 보호한 후, 이 피라미드를 ‘함께’ 벗어나라.

벗어나 현재 어딘가를 떠돌아다니는 엘프 공주를 찾아내어라.

보상: 마력 제어력 2 상승. 엘프 공주 ‘???’의 흔적 획득.

덥석!

라온은 그녀의 두 손을 잡고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 편하게 모시겠습니다.”

“???”

“……?”

“……머리…… 다쳤어……?”

야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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