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7화 (57/124)

제57화

자하라 사막의 동쪽 어딘가에 위치한 피라미드.

피라미드가 보일 정도로 높은 모래 산 위에 올라온 여인이 피라미드를 쳐다보았다.

‘드디어…… 찾았다.’

그동안 사막을 돌아다닌 탓에 손끝이 꺼끌꺼끌하고 입 안이 텁텁하다.

항상 고급지게 관리하던 머리카락은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잔뜩 상해 있고.

모래바람과 뜨거운 열기에 노출된 피부도 잔뜩 그을리고 거칠어져 있다.

그녀의 장기 중 하나였던 외모가 망가진 셈.

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외모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헤엑… 헥….”

그녀의 뒤에서 큰 가방을 멘 묘족이 숨을 헐떡이며 모래 산 위로 올라왔다.

혀를 내민 채 숨을 헐떡이던 묘족은 피라미드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피, 피라미드?! 드디어 찾았군요!”

“그래.”

꽈드드득.

불어온 모래바람에 손바닥에 낀 모래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주먹을 꽉 쥔 여인, 나르아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피라미드를 노려보았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유물을 찾아내겠어.”

피라미드!

온갖 귀한 고대 유물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녀 같은 상인들에겐 보물단지라 불리는 곳이기도 했다.

특히나 유물 같은 것에 관심이 없는 큰손인 마법사들이 굉장히 애용하는 상품들이었으니.

‘이거라면…….’

좋은 유물을 찾아내어 고위 마법사와 연을 맺게 된다면…….

5년 전에 꺾인 꿈을 다시 이룰 수 있다.

‘그’ 실패작으로 인해 꺾여버린 꿈을 말이다.

“바로 출발한다.!”

“아니… 진짜… 너무 힘든데….”

무거운 가방을 멘 묘족이 울상을 지었으나.

이미 굳게 결심한 그녀의 주인에겐 귓등에도 닿지 않았다.

결국, 묘족은 빠르게 움직이는 주인의 뒤를 따라 피라미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즈음.

라온이 피라미드에 도착했다.

* * *

피라미드까지 오는 데 정확히 2일이 걸렸다.

원래라면 더 걸릴 수 있는 거리였지만….

프레드에게서 뜯어낸 물약 중엔 열기를 보존하게 해 주는 물약도 있었다.

덕분에 더럽게 추운 밤 시간대에도 온도를 보존한 채 움직일 수 있었다.

쌔액… 쌔액….

물론 둘 다 피곤해하긴 했다.

아벨라는 내 등에 업힌 채 잠들고 있었고, 스칼라는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긴 채 푹 잠들어 있었으니까.

줄이 없었으면 둘 다 짐덩이마냥 들고 갔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도착해서 쉬는 게 나아.’

난 정면에 보이는 피라미드를 바라봤다.

그리 크지는 않다.

전생에서 본 피라미드는 ‘이걸 사람이 어떻게 지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크기라면, 이건 ‘음, 지을 순 있을 듯?’ 정도의 크기였으니까.

이 정도 크기라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피라미드는 사막에서만 나타나는 던전의 일종으로, 크기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진다.

고위 던전과 다른 점이라면,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는 점. 게다가 무슨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무제한으로 물이 나오고 음식이 나오는…… 사막에서는 천국이라 불릴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다.

미라 같은 존재는 들어올 수 없으나, 방에 있는 사람들끼린 싸울 수 있으며.

나가기 위해선, 숨겨진 피라미드의 ‘왕’을 찾아야만 나갈 수 있다.

못 나간다면?

‘미라가 돼서 뒤지는 거지, 뭐.’

물론 나한텐 문제가 될만한 요소가 아니었다.

숨겨진 왕의 위치는 랜덤이 아니다. 피라미드의 크기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면서 고귀한 장소에 위치해야 했기에, 장소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위치를 모두 외우기 쉬웠지. 그러니, 피라미드는 그냥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장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끄으응….”

품에 안긴 스칼라가 끙끙거렸다. 그녀의 가슴 위에 작게 불꽃이 화르륵- 피어오르더니, 이내 꺼진다.

‘…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야.’

방금 현상은 아직 그녀가 마력의 속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만약 속성에 문제가 있어 다룰 수 없는 거라면, 방금 현상은 일어날 수가 없다.

즉. 문제는 스칼라, 본인에게 있다는 것.

‘…피라미드의 숨겨진 왕을 찾으면 이유를 알 수 있겠지.’

그 양반만큼 불에 해박한 이도 없을 것이다.

오래 가르침을 받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스칼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그거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여기서 어떻게 찾냐가 문제인데…….’

내가 찾고자 하는 사막 엘프.

미치광이 수호자, 데자트.

내가 동료로 영입할 엘프……. 현 세계에서 유일한 ‘공주’의 유일한 수호자이나, 우연한 사고로 피라미드에 갇힌 후, 엘프 공주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쳐버리는 캐릭터였다.

‘공주님을… 공주님을 지켜야 해… 공주님을….’

그녀가 내뱉는 대사는 오로지, 이거 하나뿐.

이 이상은 어떤 방법을 써서도 들을 수 없으며, 만난다면 반드시 죽여야 한다.

…라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아무도 동료로 영입하지 못했던 캐릭터인 ‘엘프 공주’를 영입함으로써, 데자트의 다른 대사를 알고 있었다.

‘부디…… 부탁할게……. 내 공주님을…….’

…쯧.

괜히 떠오른 기억에 혀를 찼다. 딱히 좋은 기억은 아닌데 말이지.

‘…이번에는.’

과연 미쳐있을까, 미쳐있지 않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웬만해선 멀쩡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미쳐있는 걸 보는 건, 또 보고 싶진 않은 광경이었으니 말이다.

텁.

난 피라미드의 입구 앞에 멈춰 섰다.

피라미드 앞에 몇 개의 발자국이 보인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듯한 발자국.

모래바람이 불지 않은 10분 사이에 누군가 먼저 도착한 모양이다.

‘…떠돌던 사람이 도착했나?’

여긴 바다 근처이니, 표류한 사람이 온 걸 수도 있고, 호기심이 많은 어인족이 온 걸 수도 있겠다.

뭐, 나랑은 상관없겠지.

‘어차피 부딪힐 일은 없을 테니까.’

난 입구로 들어서기 전.

바로 머리 위에 자리 잡은 사자 머리의 동상을 보며 말했다.

“문지기에게 요청한다.”

번뜩!

동상의 눈이 떠지며 빛이 새어 나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았던 강한 존재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난 묵직해진 감각을 느끼며 입을 다시 열었다.

“우리가 쉴 곳을 원한다.”

[쉴 곳을 원하는 자여. 나의 숨겨진 왕을 찾지 못한다면 영원히 피라미드를 떠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원하느냐?]

“그래.”

[도전자의 방문을 환영한다.]

사자가 입을 쩍 벌렸다.

그 순간, 그그극! 소리를 내며 눈앞의 입구가 뒤바뀐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천천히 내려가더니, 위가 아닌 아래로 향하도록 바뀐다.

[안으로 들어가라. 저 아래에 네가 원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니. 하지만 명심하라. 너는 나의 숨겨진 왕을 찾아야 함을.]

“그래.”

난 내게 조금도 기대감을 보이지 않는 문지기를 보며 말했다.

“한 2~3일 쉬고 나올게.”

[……무슨?]

문지기가 되묻기 전.

팟!

계단에서 뿜어진 빛이 내 몸을 휘감으며 시야가 뒤바뀌었다.

어느새 나는 꽤 넓고 깨끗한 방에 앉아있었다.

어차피 이런 마법을 쓸거면 대체 왜 계단을 바꾸는 수고를 든 건지 모르겠지만… 뭐 편하면 됐지.

아벨라와 스칼라를 푹신한 침대에 내려놓고, 쓰러지다시피 침대에 등을 기댔다.

아… 힘들다. 아무리 나라도 2일이나 밤을 샌 건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라온의 신체 능력치가 올라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여기 들어온 순간 쓰러졌을 게 분명했다.

‘…좀 잘까?’

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금세 수마가 몰려온다. 이대로 수마에 몸을 맡기려고 할 때.

“!”

서늘한 감각에 눈이 퍼뜩 떠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쇠사슬을 콱 쥐고 감각이 느껴진 곳으로 휘둘렀다.

세차게 휘둘러진 쇠사슬을 누군가가 덥석 붙잡았다. 강한 힘이 끌어당기자 몸이 정면으로 쏠렸다.

난 손에 힘을 꽉 주었다. 팔찌가 빛을 뿜으며 마법이 시전됐다.

[빛줄기.]

번-쩍!

밝은 빛이 터져 나오며 시야가 가려졌다.

난 쇠사슬을 놓으며 몸을 옆으로 굴렀다.

방금까지 내가 있던 자리에 검이 틀어박힌다. 빛 사이로 희미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인영이다.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고, 다루는 검은 꽤 길이가 있는 롱소드다.

저걸 한 손으로 휘두른다는 건, 신체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소리.

단순히 내뿜는 기세만으로도, 트리아인 모르폰을 제외한다며 내가 만난 어떤 이들보다도 강하다는 게 느껴졌다.

‘…내가 죽이고 말고 할 상대가 아니야.’

죽이지 않는다면 내가 죽는다.

<회수>

촤르르륵!

쇠사슬이 다시 손으로 되돌아왔다.

언제든 반응할 수 있게 한쪽 발을 뒤로 빼고, 쇠사슬을 길게 붙잡는다.

저 정도의 실력자를 상대로는 함부로 근접전을 해선 안 된다.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쇠사슬로 압박을 넣으며, 마력을 천천히 갉아먹어야 했다.

‘……오른쪽!’

깡!

서늘한 감각에 따라 오른쪽으로 휘두르자, 내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던 검과 쇠사슬이 부딪혔다.

보통이라면 검이 쇠사슬에 튕겨나가야 하지만, 힘이 얼마나 강하고 검이 좋은 건지, 밀려나가기는커녕 쇠사슬이 밀렸다.

쇠사슬보다 검이 더 강하다는 걸 인지한 기사의 한쪽 발을 뒤로 쭉 뺐다.

달려들려는 자세. 겨우 1초 사이에 이루어져야 하건만, 왠지 모르게 느리게 보였다.

두근, 두근, 두근-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며 온몸에 혈액을 공급했다.

마치 축복이라도 주어지듯이 시야가 확 밝아졌다.

온 신경을 상대에게로 쏟아붓는다.

검으로 쇠사슬을 막아낸 상대방의 팔이 미세하게 까딱이며,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왼쪽!’

휙!

몸을 옆으로 돌리자, 검이 내 옆을 그었다.

한순간에 거리가 가까워진다.

얼굴이라도 보고 싶지만, 쓰고 있는 투구 때문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전투 방식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이 자를 상대로는 내 장기 중 하나인 정보를 활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최대한 길게 끌고 간다.’

난 작게 숨을 몰아쉬며 다시 눈에 힘을 주었다.

한순간에 눈앞에서 수십 개의 검로가 보였다.

하나하나를 막아낼 순 없다. 단 한 번에 이 모든 걸 막아내야 한다.

피이이잉!

그 어느 때보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어떻게 하면 검을 막아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내가 역으로 공격을 넣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이 흐름을 내게로 가져올 수 있을지.

찰나에 불가한 시간.

빠르게 계산을 끝내고, 내 몸이 움직였다.

<강타>

캉!

강한 힘이 담긴 쇠사슬과 검이 부딪혔다.

상대방의 검이 묘하게 꺾였다. 정면으로 부딪쳤어야 할 쇠사슬이 옆으로 흘려진다.

쾅!

강타 마법으로 인해 철퇴가 달린 것마냥 날아가던 쇠사슬이 벽에 틀어박혔다.

아니… 정확히는 그래야 했다.

<포착>

마지막 순간에 건 내 마법에 의해 쇠사슬의 방향이 꺾였다.

설마 사슬이 꺾이리라곤 예상도 하지 못한 듯,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으나.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바였다.

휘리리릭-!

쇠사슬이 검신을 휘감았다. 쇠사슬의 이음새 부분에 검신이 끼고 단단히 고정된다.

상대방은 설마 이리 되리라 생각하지 못한 듯, 당황한 티를 내며 검강을 뿜어 내려 했다.

쇠사슬이 거칠게 울부짖으며 마력을 빨아들였다.

당황한 게 티가 나는 그에게 달려들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품에서 단검을 꺼내어 그에게 날렸다.

푹!

단검이 정확히 갑옷의 이음새 부분에 노렸다.

다리와 발을 잇는 아주 그 짧은 사이의 틈에 틀어박힌 단검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아주 잠시 그가 휘청거렸다.

‘다행히 먹힌다.’

갑옷을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압도적인 힘으로 갑옷을 찢어버리거나, 이음새 부분을 노리거나.

첫 번째는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두 번째 방법뿐이다.

난 다른 단검을 꺼내 들었다. 이제 움직임은 어느 정도 억제했으니, 바로 팔을…….

쿠우우우우우!

“……!”

난 거칠게 요동치는 마력을 느끼며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해방되듯이 터져 나온 그의 온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폭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력이 거칠게 휘몰아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일반인인 아벨라와 스칼라는 건드릴 생각이 없는 듯, 일절도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

‘그럼 할만해.’

난 저 마력 폭풍마저도 빨아들이려는 쇠사슬을 회수했다.

겨우 내가 치우고 나서야 쇠사슬을 떨쳐낸 기사가 한순간에 가속하며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양손으로 쇠사슬을 짧게 쥐고 휘둘렀다.

캉! 캉! 카가강!

쇠사슬과 검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 내 눈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합이 나누어진다.

몇 초만에 수십 번의 합을 나눈 우리 둘이 살짝 뒤로 거리를 벌렸다. 상대방은 내게 완전히 거리를 내어줄 생각이 없는 듯, 품에 파고들기 위해 몸을 낮게 숙이며 달려들었다.

아까보다 느리긴 하지만, 여전히 빠른 속도.

난 그의 손 모양과 팔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피하는 대신에 복부와 목에 쇠사슬을 휘감았다.

텁!

그의 목이 내 목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언제든 내 배를 찌를 수 있도록 칼끝이 바로 앞에 멈춰 선다.

하지만 어느새 복부를 휘감고 있는 쇠사슬에 멈칫하고.

내가 손을 떨치지 못하도록 손목을 붙잡자.

“!!!”

뒤늦게 내가 목에 쇠사슬을 스스로 휘감았음을 알아차린 그가 손을 치우려고 했다.

그도 내 쇠사슬의 성능이 어떤지 알아차린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당당하게 붙잡고, 쇠사슬을 잡은 한.

그는 이미 모래지옥에 빠진 개미와 다를 바 없었다.

[쇠사슬의 보유 마력이 71%로 상승합니다!]

[쇠사슬의 보유 마력이 72%로 상승합니다!]

[쇠사슬의 보유 마력이……!]

얼마나 빠르게 빨아들이는 건지 머릿속에 메시지가 마구잡이로 울린다.

힘이 빠지는 듯, 내 목을 붙잡은 손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상대방이 투구 사이로 보이는 희미한 눈동자를 찌푸리며 거칠게 으르렁거렸다.

“이…… 개 자식이…….”

생각 외로 여리고 얇은 목소리였다.

잠만…… 이거 목소리가 좀 익숙한데?

내가 아주 잠시 벙찐 사이, 빈틈을 노린 그녀가 검을 치켜들었다. 검강이 강하게 넘실거린다.

내 팔을 베어내기 위해 검이 휘둘러졌다. 팔에 쇠사슬을 두른 채로 검을 옆으로 쳐냈다.

방향이 꺾인 검강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크그으으으윽!

바로 뒤의 침대로.

“!!!”

“!!!!”

난 급히 그녀의 손을 떨쳐내고 검강으로 몸을 던졌다.

검강과 내 쇠사슬이 부딪혔다. 검강을 이룬 마력이 쇠사슬에 빨려 들어오며 사라진다.

하지만 검강이 날아오며 일어난 풍압이 정확히 내 몸을 강타했다.

“커헉.”

입에서 피가 올라왔다. 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뒤로 몸을 날리려 했으나.

어느샌가 내 앞으로 이동한 상대방의 주먹이 내 복부에 꽂히는 게 더 빨랐다.

“큭.”

쿠쾅!

내 몸이 벽에 틀어박혔다.

방금 맞은 복부가 욱신거린다. 얼마나 세게 맞은 건지 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다는 점.

난 몸을 굴러 벽에서 빠져나왔다. 벽 사이로 내가 찾으려 했던 붉은 버튼이 힐끔 보였다.

‘원랜 안 누르려고 했는데…….’

이걸 안 눌렀다간 내가 골로 가게 생겼다.

근데 왜 안 달려들어?

난 언제든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며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투구 사이로 힐끔 보이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방금 내가 스칼라와 아벨라를 보호하는 걸 보고, 잠시 혼돈이 온 모양이다.

만약 내가 알던 그 녀석이라면…… 저 반응이 조금 다르긴 하다. 하지만 방금의 그 목소리는 너무나 닮아 있었다.

‘…일단 여긴 벗어나야겠어.’

여기서 전투하다간 둘 다 다칠 수가 있다.

난 부서진 벽에 손을 집어넣어 버튼을 꽉 쥐었다.

내 움직임을 다르게 이해한 듯, 망설이지 않고 상대방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함정’을 누르는 게 훨씬 빨랐다.

달칵!

바닥이 활짝 열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넘실거렸다.

강한 인력이 몸을 끌어들인다. 함정 같은 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침대 위를 제외한 우리 둘이 강제로 열린 바닥으로 잡아당겼다.

반응할 틈도 없었다.

“같이 가자.”

쿠우우우우!

몸이 바닥 밑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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