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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55화 (55/124)

제55화

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떠는 스칼라의 눈을 가려주라고 아벨라에게 눈짓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프레드에게 다가갔다.

프레드의 머리 바로 위에 쭈그려 앉는다.

“그래서. 내 손해는 어떻게 메꿀 거지? 세 번째부턴 나도 봐주지 않을 거야.”

“무, 무슨 소리인지부터 설명해라! 대체 무슨 소리인지……!”

“대금이 밀렸잖아! 내가 너 같은 놈 때문에 얼마나 상사들한테 밟힌지 알아?!”

난 열을 내며 그의 관자놀이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겼다.

기사 지망생 수준이나, 육체 단련이 전혀 되지 않은 프레드는 맥없이 튕겨 나갔다.

바닥을 나뒹군 프레드가 몸을 웅크리며 피를 울컥 토해냈다.

“끄윽… 꺼헉….”

“이봐. 너무 약한 척 하지 마. 지금 네 잘난 주인도 없으니까, 약한 척 한다고 지켜줄 사람도 없어.”

“자, 잠깐만!”

내가 저벅저벅 다가가자, 그는 다급히 두 손을 들어 날 제지하며 말했다.

“나, 난 분명히 대금을 모두 지불 했어!”

“그래? 난 못 받았는데?”

“분명히 2일 전에 와서 받아가 놓고……!”

“사기꾼한테 받았나 보지. 난 못 받았다니까? 프레드, 이 친구야. 자꾸 그렇게 굴면, 나는 네 주인이 없어진 걸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닐 수밖에 없어.”

“……!”

프레드의 안색이 하얘졌다.

당연히 자기 미래가 어떤지 은연중에 알고 있을 테니, 당연한 변화였다.

“빨리 물품이나 내놔. 그럼 입은 한 번 다물어줄게.”

“아, 알겠다…… 알겠다고….”

“그러게, 친구야. 빨리빨리 줬으면 얼마나 좋아?”

프레드는 덜덜 떨며 바닥을 기어갔다.

잠시 구경하고 있자, 바닥에 툭 튀어나온 부분 앞에 멈춰선 프레드가 무어라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드드득-! 소리를 내며 바닥이 열리고, 지하로 가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 들어와라…….”

어째 비슷한 장면 같은데.

난 데자뷰를 느끼며 따라 들어가려다가, 멈춰서고 아벨라와 스칼라에게 말했다.

“너희 둘 다 여기에 있어.”

“……도련님.”

“이 이후부턴 안 보는 게 나아.”

아벨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지만.

난 단호히 거절했다.

이 이후는 보지 않는 게 훨씬 낫다.

난 이놈을 죽여 묻을 생각이었으니까.

“……싫어.”

“뭐?”

하지만, 싫다는 목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난 당혹감에 스칼라를 돌아보았다.

스칼라는 자신의 눈을 가린 아벨라의 손을 잡은 채, 내게 또박또박 말했다.

“나도 보고 싶어….”

“안 돼. 더러운 거야.”

“보게 해줘…. 나도… 힘이 되고 싶어….”

“어린아이는 안 된다고….”

나는 단호히 거절하려다가 잠시 멈칫거렸다.

아주 잠시,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스칼라의 모습이 겹쳐졌다.

이전, 스칼라를 애지중지 키웠던 시절.

덕분에 빠르게 친밀도가 쌓이고 친해지긴 했지만.

너무 애지중지 키운 바람에 찾아온 위협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칼라가 죽어버렸다.

완전히 숨통이 끊어지기 전.

한쪽 눈이 사라진 스칼라가 내 손을 잡고, 내게 남겼던 말이 떠오른다.

‘나한테 너무 숨기지 마, 아저씨. 난 아저씨를 믿어. 어떤 잔인한 장면을 보여준다고 해도, 난 아저씨를 떠나지 않을 거야… 그게 어떤 나라도.’

‘…….’

지금 여기서 눈을 가린 손을 치워주는 게 맞을까.

아무리 빨리 성장한다고 한들, 애에게 앞으로 보일 장면을 보여주는 게 맞는 걸까?

아무리 미래에 나와 함께 전투에 참여한다고 해도…….

‘…날 믿어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목소리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아벨라.”

“네?”

“눈 가린 거, 풀어줘.”

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대신, 너무 잔인하다 싶으면 가릴 거야.”

“……응!”

스칼라는 기뻐하며 내게 달려와 손을 잡았다.

난 스칼라를 따라 달려온 아벨라도 옆에 두고, 계단을 내려가면서.

스칼라에 대해 생각했다.

‘……이 기회에 힘에 대해 알려줘야겠어.’

원래라면 불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고, 스칼라의 ‘1차 각성’ 때 알려주려던 것인데.

조금 앞당겨지긴 했지만, 미리 알려주어야 겠다.

여기서 1차 각성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이, 이 안에서 알아서 가져가라…….”

드르륵!

지하로 가는 문이 다시 열리며, 안에 가득 쌓인 물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엔 내가 찾는 물약도 있었다.

난 환하게 웃었다.

“수고했어.”

그리고, 도망가려는 프레드의 발목을 분질렀다.

으직!

“끄아아아악!”

“!!!”

갑작스러운 비명에 스칼라가 깜짝 놀란 고양이 마냥 귀를 쫑긋 세웠다.

하지만 도망가진 않고, 내 손을 꽉 잡으며 자리를 지킨다.

조금은 떨리지만, 그래도 나름 확연히 결심이 맺힌 눈동자로 물었다.

“이 사람은…… 무슨 잘못을 했어……?”

“사람들을 죽이고 고통스럽게 하는 약을 만들어 뿌렸지.”

그리고 미래에 나도 죽였고.

그 말은 삼키며, 도망가려고 버둥거리는 놈의 뒷목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끄, 끄으으아아악…!”

“스칼라. 잘 기억해. 원래는 나중에 가르쳐주려고 했지만, 네가 그리 결심했으니, 미리 알려줄 거야.”

그녀가 가진 힘의 가치를.

“넌 강해질 거야. 강한 힘을 가진다는 건, 그걸 어디에 휘둘러야 할지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그녀가 가진 힘의 방향을.

“네 힘으로 약자를 공격해서는 안 돼. 선량한 사람을 죽이는 건, 강자가 아닌 학살자일 뿐이야.”

그녀가 살아남을 방법을.

“또, 인간을 모두 믿지 마. 약자라고 모두 선하지 않아. 오히려 더 악할 때가 많지. 그러니 넌 네 힘이 누굴 지키고 누굴 쳐내야 할지 알아야 해.”

“…….”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려줄 수 있어.”

꾸욱.

“이런 범죄자는 지킬 가치가 없어. 인간도 아닌 놈들이야. 그저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날뛰는 마물이지.”

존재 자체가 해악이다.

아무리 씻어내고 갱생시킨다고 한들.

한 번 인간을 죽인 이들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

설령, 고쳐졌다고 해도, 그건 강자 앞에서 연기하는 것에 불과했다. 자식처럼 자신이 멋대로 다룰 수 있는 존재에겐 본성을 드러낸다.

내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으득!

그대로 목을 부러트려 죽였다.

이걸로 미래에 세르바 리그벨토가 독약을 입수하여 뿌리는 루트는 차단했다.

아니, 만일 루트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들, 위험도는 줄어들었겠지.

난 손을 털며 스칼라를 내려다 보았다.

“인생 살기 참 피곤하지?”

“으응….”

내 말에 스칼라는 내 손과 옆구리를 꽉 쥐었다.

“그래도….”

고개를 파묻은 그녀는 내게 들릴 정도로만 중얼거렸다.

“오빠가 있으니까….”

“…….”

넌 이런 모습을 보고도, 별말 하지 않는구나.

믿으라 했던가.

그래.

아직 나는 너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장면은 웬만해선 안 보여줄 거지만.’

“그래.”

난 스칼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알아서 눈을 가리고 있는 아벨라의 머리도 쓰다듬어주었다.

“아벨라.”

“네, 네….”

“힘들면 쉬어도 돼.”

“…아니에요! 전 할 수 있어요!”

아벨라가 힘겹게 눈을 뜨며 두 손을 움켜쥐었다.

난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미리 챙겨온 여분의 포션 보따리를 건네주었다.

포션만 넣을 수 있는 보따리로, 내가 미리 챙겨온 보따리와 같이 압축이 가능했다.

숫자는 조금 많이 부족했지만.

“이거에 모두 담아. 이거 때문에 온 거니까.”

“네……!”

우린 지하실에 있는 물약들을 싸그리 챙겼다.

물론 위험한 건 내가 모두 챙기고, 그나마 중요도가 낮거나 위험도가 낮은 거만 이들이 챙겼다.

“여기에 시체가…!”

“그걸로 만든 독이라 그래.”

“어린아이의 시체인데….”

시체나 거미, 전갈 같은 것들을 피해 싸그리 담자, 더 이상 보따리에 남는 부분이 없었다.

좋아.

이걸로 1차 목적은 끝이다.

“그럼 가자.”

“네……!”

우린 지하실에서 조용히 올라왔다.

이대로 조용히 안전지대를 벗어난다면 완전히 클리어.

‘저기 뒤편으로 나가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나갈 수 있어.’

“자. 얼른 나가자. 뒤로 조용히 나가야….”

그 순간.

밖에서 한 마법사가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트, 트리아께서 오셨다!”

……뭐?

그놈이 왜 여기에 나와?

‘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는 했지만.’

너무 지나치게 빠르다.

설마 나를 기다린 건가? 싶을 정도로.

‘비약이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상황임은 변치 않는다.

여길 어떻게 조용히 벗어나지?

아무리 힘이 묶여있다고 해도, 대마법사의 벽을 바라보는 강자다.

진작에 이 마을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파악했을 것이고, 내가 다른 추방자들과 다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트리아 정도 되는 인물이 굳이 이쪽으로 다가올 이유가 없으니까.

‘온다.’

난 다가오는 거대한 마력에 스칼라와 아벨라의 손을 꽉 쥐었다.

내 불안감을 느낀 건지, 아벨라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

“도련….”

“쉿.”

난 검지를 입술 위에 올렸다.

“둘 다, 여기에 가만히 있어. 절대 움직이면 안 돼. 지금부터 말도 하지 말고. 내 말에 대답도 하지 마.”

“…….”

“…….”

둘 다 입을 꾹 다물었다.

난 혹시 모르니 침묵 마법을 둘에게 걸어놓고, 문을 바라봤다.

부서진 문틈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들어 오는 마력.

‘만약 둘 다 밖에 있었다면….’

나는 지하에 있었으니,

자칫했다간…….

돌아왔을 때, 둘 다 처참히 살해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 해도, 어딘가에 끌려갔겠지.

본래라면 다른 추방자의 노예는 존중해주는 게 불문율이지만, 왕인 트리아에게 있어서 불문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아니, 이 문 누가 부셨어? 아이고 아까워라. 또 아까운 마력 써야 하잖아.”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나무를 조금 다룰 줄 압니다! 제가 고쳐놓겠습니다!”

“응응. 괜히 아까운 마력 쓰지 말고 고쳐. 알았지? 마력이 너무 아깝잖아~”

“…알겠습니다!”

구두쇠 같은 말투에 느끼한 목소리.

난 눈살을 찌푸렸다.

‘……하필 저놈이야?’

구두쇠 모르폰.

등장할 때마다 ‘마력을 아껴야 돼~ 아껴야 돼~’라는 말에 유저들이 붙인 이름이었다.

실제로도 마력을 극한으로 아끼는 성격 탓에,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별종으로 불리고 있었고.

하지만, 위험도만 따지자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적을 붙잡아 마구잡이로 도살하는 마르간과 비슷한 정도였다.

특히나 ‘남자’에겐 더더욱이.

난 다가오는 마력들이 아벨라와 스칼라를 건드리지 못하게 쇠사슬로 흐름을 차단하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흐응?”

부서진 문을 똑 떼버린 모르폰이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치고 굉장히 여리여리한 몸에 여자라고 믿을 정도로 짙은 화장에 붉은 입술까지.

거부감이 들지 않게 잘했다면 모를까, 같은 남자가 보기에 너무나도 거부감이 드는 외모였다.

렌즈를 낀 듯, 초점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눈동자가 날 응시했다.

“넌 뭐야?”

“…아, 안녕하십니까. 무, 물품을 받으러 왔습니다.”

“흐응? 아~ 마르간의 따까리구나?”

“예, 예.”

난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감히 그의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는 듯이.

내 옆의 둘도 알아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살짝 덜덜 떨리는 건 연기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래도 나름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응응, 소리를 낸 그가 다가와 내 턱을 붙잡았다.

억지로 내 고개를 들어 올린 모르폰이 내 가면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빙긋 웃었다.

“그런데 지난번에 본 따까리랑은 얼굴이 다르네?”

‘…젠장.’

설마, 들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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