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휘이이잉-
메마른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따가운 듯, 스칼라가 로브 소매 사이로 빼꼼 튀어나온 손을 집어넣었다.
난 스칼라의 흐트러진 후드를 고쳐써주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어디지?’
분명 아벨론으로 이동했을 텐데, 왜 나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가?
‘텔레포트 식이 잘못됐나?’
아니면 누가 일부러 꼬았나?
웬만한 사람은 텔레포트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24시간 매일 마법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인의 개입일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는 건 내부의 소행이라는 건데…….
‘다른 형제가 손을 썼나?’
아니면 원로가?
아벨라는 처음부터 내가 여기에 올 거라고 생각한 건지, 신기한 표정으로 근처를 둘러보았다.
처음에 사막으로 간다고 할 때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은 거치곤 무난한 반응이었다.
“도련님… 저희 목적지가 여기예요?”
“아니?”
이젠 아니겠지만.
“네?”
“텔레포트가 잘못됐어. 원래 여기가 아닌데 말이지.”
내 뒷말을 예측한 아벨라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우리 조난당했어.”
“…우리… 죽어…?”
“누가 죽어.”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없던 일도 아니다.
원로나 형제들에 의해 이런 데에 몇 번 떨어져 본 적이 있었으니까.
“일단 둘 다 가만히 있어. 나한테 딱 달라붙어 있고.”
난 평소처럼 쇠사슬을 몸에 두르기보단, 둥근 모양으로 칭칭 감았다.
어차피 여기선 당장 전투할 일이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반지에 저장해둔 마력으로 마법을 쓰면 되니까, 차라리 이게 효율적이었다.
“이거 들어.”
“아, 네!”
넋이 나간 듯 서 있던 아벨라는 내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쇠사슬을 품에 소중히 끌어안았다.
경량 마법을 걸어놨으니 그리 무겁진 않을 거다.
“그리고 둘 다 나한테서 2M 이상 떨어지지 마.”
“왜…?”
“봐.”
난 바닥에서 모래를 한 움큼 움켜쥐고 밖으로 휙 내던졌다.
그 순간.
푸확!
모래가 사방으로 튀며 전갈의 꼬리가 위로 치솟았다.
만약 방금 던진 게 모래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관통당해 죽었을 터.
아까보다도 더 하얗게 질린 얼굴에 난 친절히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독전갈이라고, 이름 그대로 독이 아주 쏀 전갈이야. 웬만한 마물도 저 독에 당하면 1분도 못 살아.”
“히, 히이익……!”
“나한테서 떨어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독침을 날릴걸. 그니까 떨어지지 마.”
아벨라는 오들오들 떨면서 나한테 더 착 달라붙었다.
“왜… 걱정… 안 해…?”
“왜긴.”
난 모래 사이로 슬쩍 눈을 내민 전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더 세니까.”
마물에게 있어서 마력이란 절대적인 힘의 지표.
통제하지 못하더라도 체내에 대마법사만큼이나 많은 한.
저런 마물 따위는 날 공격할 수 없었다.
“꺼져.”
내 말에, 전갈은 고개를 쏙 집어넣고 꼬리만 쏙 내민 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두두두두…….
난 멀어져가는 전갈을 보며 이마를 훔쳤다.
벌써부터 땀을 뻘뻘 흘리는 아벨라와 스칼라와 다르게 내 이마에선 조금의 땀도 맺혀 있지 않았다.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에 더위가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지자면 사막 생존에 최적화 되어 있는 몸.
그럼 여기서 지내는 게 좋은 거 아니냐고?
그럴 리가.
휘이이잉-
난 불어오는 바람에 스칼라의 손을 꽉 쥐었다.
손에서 저릿한 감각에 찌리리 올라오더니, 잠시간 시야가 하얗게 물들며 속이 울렁거렸다.
[체내의 마력이 불안정하게 흔들립니다!]
사막은 자연이 죽은 지역이다.
본래 자연은 대기의 마력이 생명체에게 영향을 주지 않도록 중간에서 한 번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연이 죽은 지금, 마력은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날뛰며 살아있는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고.
특히나 외부의 영향에 취약한 나는 태풍이 불어 마구 흔들리는 외나무다리를 걷는 기분이었다.
“후우우……”
내가 식은땀을 훔치며 길게 숨을 내뱉자, 스칼라가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봤다.
“괜찮… 아…?”
“아니.”
만약 혼자라면 온종일 쇠사슬로 1% 줄이고 올리고 별 지랄을 다 해야 했겠지만.
다행히도 내겐 흡수 토템인 스칼라가 있었다.
스칼라가 나와 붙어있는 한, 적어도 마력 폭주로 죽을 일은 없다.
“손 떼지 마. 떨어지면 나 죽어.”
“……!”
내 말에 충격받은 듯, 눈을 크게 뜬 스칼라가 내 손을 꽉 쥐었다.
“죽으면… 안 돼….”
“나도 안 죽으려고 이러는 거야. 아벨라. 너도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안 그러면 너도 죽어.”
“네, 네…!”
아벨라는 전갈에 뚫려 죽고 싶지 않은지, 내게 착 달라붙었다.
쿨링 효과가 있는 아티팩트를 사와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여기 두 명은 더위에 쪄죽었을 테니까.
“저희 이제 어디로 가요…?”
“북쪽으로.”
어차피 여기서 아벨론 마을로 가봤자, 다시 나가야 하니 차라리 처음부터 목적지로 가기로 했다.
자박, 자박-
“거긴 밟지 마. 마물 지옥 함정이야.”
“힉!”
“거기도 밟지 마. 거긴 선인장 뿌리 있어.”
“이건… 못… 먹어…?”
“먹을 수야 있지. 딱 한 번.”
“…?”
“먹으면 죽는다고.”
“…아.”
여러 주의 사항을 알려주다 보니, 품에 넣어둔 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난 하늘을 바라봤다.
정확히 중천에 떠 있어야 할 해가 조금 기울어져 있다.
“전부 정지.”
“…?”
내가 자리에 멈추자, 아벨라와 스칼라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굳이 설명을 덧붙이기보단, 주머니 안에 넣어둔 보따리를 꺼냈다.
안에서 추위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침낭과 텐트를 꺼내고, 바닥에 두꺼운 천을 깔았다.
“이제 슬슬 앉아. 오늘은 쉬고 간다.”
“…힘들… 어?”
“아니. 그건 아니고.”
어차피 설명해봤자 이해 못 할 거다.
난 더위가 천천히 가시도록 도와주는 천으로 둘의 몸을 감쌌다.
“곧 알게 될 거야.”
그리고 10분 후.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방금까지 살갗이 익어버릴 것 같은 더위는 온데간데없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가 사막 위를 맴돌았다.
천천히 더위가 가시도록 도와주는 천이 없었다면 그대로 둘 다 급격한 기온 변화에 병이라도 걸렸을지 모르는 급격한 변화.
아벨라는 하아아… 시린 입김이 나오는 걸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벌써 날씨가….”
“여기서 상식을 바라진 마. 자연이 죽은 데는 원래 이래.”
자연이 죽었다는 건 곧 세상에 버렸음을 의미했으니.
우리가 아는 당연한 상식은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도 생물체들이 살아가는 걸 보면… 참으로 이상하긴 했지만 말이다.
“다 침낭 안에 들어가서 자. 해가 밝자마자 바로 이동해야 하니까.”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히 침낭 안에 들어갔다.
난 천 앞에 미리 챙겨온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폈다.
이 천은 불이 옮겨붙지 않는 성질이니 문제없었다.
침낭 안에서 꼬물락거리며 자리를 잡은 아벨라는 정작 내가 들어오지 않자,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도련님은 안 들어와요?”
“난 자면 안 돼.”
“네?!”
난 친절히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내가 자면 마물들이 습격해올 거거든.”
“……!”
잠을 자는 순간, 체내에 머무는 마력은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기보다는 천천히 돌면서 휴식을 취할 것이다.
당연히 밖으로 빠져나오는 마력을 느끼고 다가오지 못하는 마물들은 이제 우리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나야 희미한 흔적 때문에 안전하겠지만, 이 둘은 다르니까.
“후.”
난 아벨라와 스칼라의 중간에 앉고, 침낭 사이로 빼꼼 삐져나온 스칼라의 손을 잡았다.
“그럼 이제 슬슬 둘 다 자.”
“…그래도, 도련님도 주무셔야 하는데….”
“며칠 정도는 상관없으니까 신경 쓰지 마.”
게임 할 때 3일 정도 밤새봤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 당시 라온에게 혁신적인 변화를 줄 수 있어 피곤함도 느끼지 못하고 밤을 샜었고.
게임을 끝내고 난 뒤엔 쓰러진 탓에 응급실에 실려 갔었다.
일반인의 몸으로 그 정도이니, 일반인 기준으로 보면 초인이나 다름없는 이 몸뚱어리는 더 잘 버틸 터.
“나두… 안 잘래….”
“키 안 큰다.”
난 헛소리를 하는 스칼라의 이마에 딱콩을 날리고, 안심하라는 뜻으로 아벨라의 손을 잡았다.
“이제 둘 다 자. 내일 바로 해가 뜨자마자 출발해야 하니까.”
내 말에 둘은 얌전히 눈을 감았다.
금세 고른 소리를 내며, 둘 다 잠에 빠져들었다.
타닥, 타닥.
난 이 둘이 잠든 걸 느끼며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충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잠든 지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벨라의 손을 잡은 손에서 꽤 강한 악력이 느껴졌다.
그냥 안심하라는 느낌으로 손을 잡아준 건데, 이렇게 꽉 쥘 줄은 몰랐다.
‘힘이 세네.’
사실 둘에게 독으로 겁을 주긴 했지만.
둘 다 독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마물의 독은 평범한 독이 아닌 마법과 같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고.
스칼라가 속성을 개방한 이상, 마물 따위의 독은 그녀의 몸을 침범하지 못한다.
‘아벨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암살자의 재능이 무엇인가.
정확히 ‘이게 재능이다!’라고 말하긴 그랬지만, 아벨라는 암살자라면 필요한 모든 걸 태생적으로 타고났다.
빠른 발걸음과 적은 존재감, 여리여리한 몸에 비해 강한 근력과 강한 독 내성까지.
난 재능의 범위란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수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도, 그저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가질 수 있는 게 바로 재능이다.
그런 면에서 아벨라는 주인공들과 비견되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이미 암살자 역할의 주인공이 따로 있어서 그렇지.’
아마 지금 시점이라면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바로 시작하는 다른 캐릭터들과 다르게 뒤늦게 입학하는 루트를 타는 캐릭터들이니까.
‘나랑 부딪히려면… 최소한 1년 후.’
그 안에 변수에 대처할 힘을 가져야 한다.
다른 주인공들은 나와 비교도 할 수 없다.
필립을 꺾었다고는 하나, 그건 목숨이 걸리지 않은 대련이기 때문이다.
헬레나, 필립, 그리고 아직 등장하지 않은 두 주인공.
이런 망캐로 대처하기 위해선, 반드시 비등한 힘을 가져야만 했다.
‘비슷하다면 이길 수 있다.’
그 어떤 변수가 있더라도.
난 상념에서 깨어나면서 손을 바라봤다.
스칼라의 작은 손이 꼼지락거린다. 내가 자라고 해서 자려고는 하는데, 너무 자가 안 와서 손을 꼼지락거리는 것 같다.
난 웃음을 참으며 스칼라를 불렀다.
“안 자?”
“잠이… 안 와….”
스칼라는 침낭 사이로 눈만 빼꼼 내밀었다.
난 스칼라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며 힐끔 아벨라의 상태를 살폈다.
사막을 무서워했던 것치곤 아주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잘 자네.’
말을 너무 잘 듣는 거 아니야?
근데 왜 손에 힘은 안 풀리지?
“궁금한… 게… 있어….”
“어떤 거?”
“여기 자연… 은… 왜 죽었어…?”
스칼라의 질문에 난 잠시 침묵했다.
왜 자연이 죽었냐라.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는데.
하긴, 가족에게 버려진 채 자연 속에서 자라난 아이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자연이란 부모와도 같고, 또 절대적인 존재에 가까울 터.
그런 존재가 죽었다고 하니,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겠지.
“이야기야 많지. 근데 정확한 건 없어.”
“그래… 도….”
“운석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여기서 살던 마물이 죽으며 열기와 냉기를 흩뿌렸다는 이야기도, 모든 걸 삼키는 괴물이 자연을 삼키고 이 세계를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어.”
전생에서 공룡이 죽은 이유에 대해 여러 설이 나오듯이.
이 사막이 이리 죽어버린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설이 돌고 있었다.
그중엔 세계가 이곳을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그랬다면 전갈 같은 마물이라고 한들, 엄연히 세상에 속한 생물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으니 잊히다시피 한 사실이었다.
“그러면… 나무… 아저씨… 같은 사람…도… 없어…?”
“어.”
정령이란 자연 속에서 태어나는 존재다.
물론 정령계에서 넘어오는 정령이 더 많지만.
나무 정령 같은 경우는 이 세상에서 태어나는 정령이니, 이런 자연이 죽은 곳에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자연의 일부거든.”
왜인지 모르겠지만 스칼라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왜?”
“난… 누군지… 말 안 했는데….”
“난 다 알지.”
“내가… 말해주려고 했는데….”
아, 나무 아저씨가 누구인지 알려주려고 했던 건가?
참 어렵네.
다시 물어보려고 했으나.
“끄응….”
스칼라가 침낭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에 다음에 묻기로 했다.
밖으로 나온 스칼라는 근처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이내 내 무릎 위에 머리를 올리고 드러누웠다.
생각보다 머리는 가벼웠다.
“안 추워?”
“괜찮… 아….”
속성의 영향인가?
하긴, 화 속성의 마력을 가진 사람은 추위의 영향을 덜 받으니까.
‘아직 제대로 다루지는 못하지만.’
아직 그녀의 육체가 여물지 못했기 때문이지, 시간이 지난다면 모든 게 해결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걸 보면,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매일매일 내 마력을 배가 터지도록 먹고 있으니 말이다.
“…달….”
“달?”
“이쁘… 다….”
스칼라는 달을 보며 눈을 빛냈다.
수많은 별이 펼쳐진 밤하늘에 고고히 떠 있는 달의 모습은… 아름답긴 했다.
하지만, 난 그녀의 말에 긍정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글쎄.”
내게 있어서 달이란.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지옥이 다시 찾아왔다는 걸 알려주는 것에 불가했으니.
“난 달보단 태양이 좋아.”
“…왜…?”
“그런 게 있어.”
난 더이상 말하지 않고 스칼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내 손길이 기분이 더 좋은 듯, 그르릉 소리를 낸 스칼라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드는 그녀를 보며.
나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지금이 아니면 보지 못할 얼굴일 테니까.
* * *
다음날 아침.
난 양치를 하고 있는 둘에게 선글라스를 내밀었다.
“눈이 멀 수도 있으니 잘 챙겨.”
“도련님 거는요?”
“내 건 있어.”
난 머리 위에 걸친 선글라스를 두드렸다.
아하! 고개를 끄덕인 아벨라는 익숙하게 침낭을 모두 회수하고 천 위에 올라온 모래를 치우고, 또 모닥불도 정리하고….
아주 빠르게 떠날 준비를 끝냈다.
“…벌써 적응 다 했나봐?”
“네! 모래가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엄청 빠르네.
난 칭찬하는 뜻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헤헤 웃음을 흘린 그녀는 얌전히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오빠….”
“왜?”
“우리… 이대로… 계속 가기만… 해…?”
스칼라가 끝이 보이지 않는 북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걷다 보면 바닥을 잘 봐봐. 딱 색이 다른 부분이 있을 거야.”
무조건 북쪽으로 가다간 바다와 맞닥트릴 수 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함인지, 내가 도착하려는 목적지의 사막은 모래색이 달랐다.
그나마 다행이지. 그게 아니라면 이곳을 온종일 떠돌았겠지.
“그럼 가자.”
“네!”
“…으응…!”
우린 몇 시간을 걸었다.
한 3시간 정도 지났을까.
같은 장소를 도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같은 장면만 반복되던 그때.
스칼라가 어느 곳을 가리켰다.
“…저기….”
“왜?”
“저기에….”
난 스칼라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아직 잘 보이진 않는다.
<시력 강화>
보조 마법을 사용해 시력을 강화시키자, 그제야 아주 작게 보였다.
바닥에 분명히 다른 색의 모래가 있는 것이.
다른 황토색의 모래와 확연히 다른 주황빛의 모래였다.
‘뭐야. 저기가 왜 벌써?’
도시에서 하루 이틀은 벗어나야 갈 수 있는 장소인데, 벌써 보일 줄이야.
‘……너무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