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화
“…….”
달그락.
어색한 아침 식사 자리.
내가 나갔다가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푹 잠든 탓에, 아직도 잠이 깨지 않은 스칼라는 멍한 표정으로 나와 아벨라를 따라 젓가락을 움직였다.
한참을 내가 먹는 거만 따라 먹던 스칼라는 작게 하품하더니, 아직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눈으로 우리 둘을 훑어보았다.
“……?”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본 스칼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이… 분위기… 이상해….”
“뭐가.”
“으으응….”
이제 입맛이 완전히 떨어진 건지, 젓가락을 내려놓고 폴짝 뛰어내려 내 앞으로 도도 걸어왔다.
난 익숙하게 의자를 살짝 뒤로 뺐다.
살짝 벌어진 공간 사이로, 익숙하게 내 무릎 위에 올라온 스칼라가 등을 내게 기대었다.
“뭔가… 되게… 편안해졌어….”
“그게 뭔진 모르고?”
“으응….”
고개를 끄덕인 스칼라는 아벨라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평소와 달리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고 있었다.
나름 키가 크고 몸이 여리여리한 편이라 그런가, 머리를 묶는 것도 시원해 보이고 잘 어울렸다.
“언니… 되게… 편해졌어….”
“그래?”
정체불명의 음식을 입에 넣은 아벨라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고민이 끝나서 그런가 봐.”
그리 말하며 머리끈을 만지작거리는데.
얼마나 마음에 드는 건지, 만지는 와중에도 실실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겨우 저게 저렇게 좋나? 그냥 머리 끈인데?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근데….”
스칼라가 내 앞에 놓인 반찬 중 하나를 가리켰다.
“이거… 누가… 한 거야…?”
“왜?”
“맛… 없어….”
이게 대체 뭔데?
난 정체 모를 반찬을 집었다.
꾸물꾸물.
…이거 왜 움직이냐? 살아있는 거 아니야? 이거 먹으면 배탈 날 거 같은데?
“밑에 얘기하고 올게.”
“자, 잠깐만요!”
내가 어이가 털려 자리에서 일어서자, 아벨라가 급히 내 팔을 붙잡았다.
“…?”
내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아벨라가 얼굴이 벌겋게 변한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가 했어요…….”
“뭐?”
“그거… 제가 만든… 거에요….”
“…….”
난 살아 움직이는 반찬을 보고 다시 아벨라를 쳐다봤다.
“…….”
“…….”
나와 스칼라의 침묵에 아벨라가 급히 젓가락으로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씹지도 않고 삼킨 아벨라가 괜찮다는 듯 말했다.
“마, 맛 괜찮아요!”
“….”
“맛없어….”
나름 미식가의 재능이 있는 스칼라가 단호히 말했다.
뭐, 스칼라의 입맛이 워낙에 까다로우니 그렇다 치더라도.
“비주얼부터 고쳐와.”
저런 비주얼은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히잉….”
아벨라는 시무룩해진 채로 젓가락을 입에 물었다.
아쉽다는 듯 반찬과 나를 번갈아 번갈아보았지만, 난 저걸 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 데… 궁금한… 게… 있어….”
스칼라가 품에서 날 올려다보며 물었다.
“뭔데?”
“난…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돼…?”
지금은 편의상 ‘당신’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당연히 따로 날 부를 칭호가 필요하긴 했다.
원래라면 함께 지낸 지 한 달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묘하게 더 친근한 것도 그렇고. 아직 상처를 덜 받았을 때라 그런가.’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했다.
예전에는…….
‘아저씨!’
‘아저씨라 부르지 말랬지.’
‘에이, 그럼 오빠라 불러?’
‘차라리 그리 불러.’
‘싫은데! 히히! 난 아저씨가 좋은데~’
음, 매 회차마다 달라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저씨라 부르긴 했다.
드물게 아빠라고 부르기도 했고, 오빠라고 부르기도 했고….
‘아저씨가 제일 나으려나?’
“아저씨?”
도리도리!
그녀는 굉장히 싫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걸 싫다고 하네?
이럴 줄은 몰랐는데.
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호칭… 호칭이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
옆에서 아벨라가 작게 제안을 건네봤지만.
도리도리!!
아까보다 더 강력한 의지로 싫다고 할 뿐이었다.
마치 자기만 따로 부르는 호칭이 있길 바라는 표정이었다.
호칭이 뭐가 중요하다고…….
내가 고민하는 사이, 아벨라는 젊어서 그런지 금세 다른 아이디어를 냈다.
“…그럼 오빠는?”
“아저씨가 맞는데.”
아마 신체 나이가
“그거… 할래….”
원하던 거였는지 바로 낚아채는 스칼라.
스칼라는 날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오빠.”
‘오빠? 히히. 싫은데?’
왠지 게임 속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부르라고 할 땐 더럽게 안 부르더만…….
난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토닥였다.
오빠라…… 처음 듣는 호칭이긴 하지만.
“그래.”
뭐, 나쁘지는 않네.
“그렇게 불러.”
* * *
게한 영지에서 할 일을 끝낸 이상,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엘프가 죽은 후로 혹시 모르니 동향을 확인하긴 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는 걸 확인하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준비를 끝냈다.
“…자하라 사막이요? 제가 아는 그곳?”
“어.”
내 다음 목적지를 들은 아벨라는 자신이 잘못 들었냐는 듯 되물었지만.
난 무심하게 사막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쓸어 담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막은… 왜요…?”
아벨라는 사막이 굉장히 꺼려지는 듯 해보였다.
하긴, 사막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먹는 걸 구하기도 힘들고, 바닥도 퍽퍽하고, 바람도 모래가 섞여서 따갑다.
아무것도 안 바르고 햇빛 아래에 있으면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밤이 되면 춥기는 더럽게 추워서 얼어 죽을 수도 있다.
특히나 악명 높은 자하라 사막이라면 더더욱이.
‘나야 상관없지만.’
방대한 마력은 밥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게 해주었고, 외부의 기온 변화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르다.
둘 다 성장한다면, 나와는 달리 압도적인 무력을 가질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아직 나약한 인간에 불가하다.
특히나 아벨라는 완전히 평범한 일반인이니, 더 준비는 철저해야 한다.
“볼 일이 있어서.”
“…꼭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에요?”
“어. 이제 가자.”
필요한 물건을 최대한으로 챙겨놓고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보따리는 최대한으로 압축했음에도 터질 것 같이 빵빵해져 있었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웬만하면 보따리 같은 아티팩트를 더 얻고 싶긴 했지만…….
-아, 요새 에시안 상단이 관련 상품들을 싸그리 모아서요. 아쉽게도 어제 다 팔렸습니다.
아주 익숙한 이름의 상단이 거론된 바람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시간을 더 보내는 건 그만둔다.’
여기서 오래 있어봤자 좋을 게 없다.
만약 2년 후의 시점이라면 얼마든지 있어도 될 테지만.
지금은 2년 이전의 시점이고, 암왕이 한참 현역으로 활동할 때다.
즉. 아직 그의 세력이 살아있을 때라는 이야기다.
괜히 귀에 이야기가 들어가면 골치 아프다.
“아.”
난 워프 게이트로 향하다가, 문득 떠오른 것에 자리에 멈춰 섰다.
내 손을 잡고 있던 스칼라가 날 의아하게 올려다보자, 난 품에 넣어두었던 머리끈을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자. 선물.”
“선… 물…?”
“어.”
난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에게 말했다.
“손목에 차던, 머리를 묶던 몸에 꼭 붙이고 있어. 위험할 때 지켜줄 테니까.”
물론 단발이라 머리에 묶기는 힘들겠지만….
뭐, 손목에 있어도 발동은 하니까.
“선물….”
입을 달싹이며 선물이란 이름을 되새기던 스칼라는 머리끈을 소중히 받았다.
아벨라가 뒤에서 스칼라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내려주며 말했다.
“나중에 머리 길러서 묶으면 이쁘겠다. 그치?”
“응….”
스칼라는 기쁜 듯 웃어 보이며 소중하게 품에 끌어안았다.
아벨라와 비슷한 반응.
아니, 저런 게 그렇게 좋은가…?
의아해하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하고, 둘의 손을 잡고 워프 게이트에 올랐다.
“자하라 사막의 아벨론으로.”
“예!”
다음 목적지는 자하라 사막의 가장 큰 도시인 아벨론이었다.
무법지대인 자하라 사막에서 유일하게 치한이 안정된 곳.
물론 거기서도 마음 놓고 지낼 수는 없지만, ‘그나마’ 나은 장소였다.
‘가서 관련 아티팩트를 얻고, 사막 엘프를 만나고, 미래에 거슬리는 적들을 제거해놓고…….’
그럼 여기와 사막, 둘 다 다시는 갈 일이 없을 것이다.
암왕이 살짝 걸리긴 했지만.
엘프를 상대할 땐 한 번도 암왕과 충돌해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암왕 관련 에피소드를 진행할 때 강조되던 ‘3일’ 이내에 모든 일을 끝냈으니.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설령 들킨다고 해도.
‘어차피 몰락할 놈이다.’
자기가 애지중지 키우던 후계자에게 말이다.
그러니,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으리라.
* * *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지하.
지하를 가른 기다란 통로.
툭, 툭-
천장에서 온갖 불순물이 섞인 물이 몇 방울씩 뚝뚝 떨어졌다.
하수 처리 기관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지독한 악취가 풍긴다.
코를 틀어막은 한 범죄자는 조심스레 근처를 둘러보다, 바닥에 길게 이어진 핏자국을 발견하고 조심스레 따라 들어갔다.
“…….”
천장에서 떨어진 물에 드문드문 지워지긴 했으나, 얼마나 많은 피를 쏟아낸 건지 길게 바닥에 자국이 남아있다.
천천히 자국을 따라 들어가자, 점점 작은 체구인 그에게도 벅찰 정도로 통로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허리를 굽힌 채 걷다가, 쭈그린 채 걷다가, 아예 기어가며 걷다가.
그러다 더이상 기어가도 들어갈 수 없는 수준이 되자.
그는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로 벽을 두 번 두드렸다.
툭-
쿠르르르르르!
동시에 동물 한 마리도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작았던 통로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보이는 마법진은 감히 일개 범죄자인 그가 알아보긴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했고, 숫자를 세기 힘들 정도로 방대했다.
이윽고 모든 마법진이 거두어지고, 드러난 것은.
방금까지 좁았던 공간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동공이었다.
암왕의 거처.
암왕이 직접 선별하고 ‘맹세’를 박아넣은 이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비밀 장소.
더러운 걸 지독히도 싫어하는 탓에, 피나 먼지, 조금의 냄새도 허락하지 않는 절대 불가침의 영역.
‘그런데 왜…….’
그는 영역을 가득 채우다시피 한 짙은 혈향에 코를 막았다.
‘왜 피 냄새가……?’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그는 감히 자신이 안으로 들어가도 되나 싶어 잠시 망설였지만.
-안으로 들어오라.
공동 전체에 울려 퍼지는 암왕의 목소리에, 결국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갈수록 혈향이 짙어진다. 언제나 깨끗하고 깔끔하게 유지되던 벽과 기둥 곳곳이 싸움의 여파로 부서져 있다.
대체 어떻게?
여긴 암왕의 허락이 없다면 들어올 수가 없는데?
‘내분?’
설마 암왕을 누가 암살하려 든 것인가?
대체 어느 멍청한 누가…….
그는 속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놈을 욕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헛숨을 들이켰다.
“……!”
그가 범죄자로 생활하면서 봐온 시체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처참하게 난도질 된 시체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다.
더군다나 난도질 되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몸에 비해, 뚜렷하게 남아있는 얼굴은.
그에게 너무나 익숙한 인물이었다.
‘저자는… 분명….’
“왔나?”
암왕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범죄자가 고개를 숙였다.
“…예,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네. 이 정도 늦은 걸로 자네를 벨 정도로 난 무자비하지 않아.”
그리 말하며 암왕이 손가락에 낀 단도를 빙빙 돌렸다.
피가 흠뻑 묻어 있는 단도.
그는 본능적으로 저 단도에 묻은 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럼… 질문 하나 올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혹시… 직접, 후계자를 죽이신 겁니까?”
암왕의 후계자.
역대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암살 재능을 타고난 이로써.
몇 년만 지난다면, 암왕의 이름을 더 높게 펼치게 해주리라 평가받던 천재였다.
“그래.”
그렇기에 암왕이 그리 애지중지하던 이였건만.
지금은 바닥에 시체가 된 채 나뒹굴고 있었고.
암왕은 아끼던 후계자를 난도질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죽였다.”
“……! 어찌…….”
“아주 재미있는 소문이 들리더구나. 아르바크 아카데미의 유명한 머저리가, 갑작스레 변해서 직계의 자리까지 되찾았다는 소문이.”
“아카데미라함은….”
“그 괴물의 유일한 하자.”
괴물은, 암왕이 암살하지 못하고 역으로 살해당할 뻔한 가주를 칭하는 단어였다.
리그벨토 가문의 가주.
단지 존재만으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마력을 지배하에 두며, 암왕 같은 강자도 부술 수 없는 절대 영역을 펼칠 수 있는 괴물 중의 괴물.
그 괴물의 하자라 하면…….
“라온 리그벨토… 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놈이 정신을 차렸다는 소문이 아주 파다하더군. 오스큘라 가의 후계자를 제압해 머리를 짓밟고, 괴물의 새끼들 앞에서 당당히 서 있었다는데.”
암왕은 씨익 웃으며 단도를 쓱 훑었다.
“그럼. 그 머저리도 반기를 들 정도인데, 그보다 더한 놈이 반기를 들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즉.
갑작스레 재능을 보이며 몸을 일으킨 라온 리그벨토처럼.
충실한 개처럼 활동하던 후계자가 등을 찌를까 봐 죽였다는 얘기가 아닌가?
아무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 이유로….”
“더한 이유로 죽어 나가는 게 사람이지. 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줬으면 된 거 아닌가?”
암왕의 말에 범죄자는 입을 꾹 다물었다.
본능적으로 여기서 더 말을 하는 순간, 바닥을 나뒹구는 시체 옆을 지켜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침묵이 마음에 드는 듯, 미소가 더 짙어진 암왕이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달았지.”
“…어떤?”
“나의 후계자 따위는 필요하지 않아.”
사실 보이진 않지만.
암왕의 왼쪽 팔엔 작은 자상이 남겨져 있었다.
만약 그가 얼마 전 강자를 사냥함에 성공함으로써 깨달음을 얻어 경지를 넘지 않았다면.
팔에 자상이 남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목이 잘려 나갔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목이 잘려 나갔을지도 모르지.
‘위험했다.’
아주 오랜만에 싸움다운 싸움을 했다고 느낄 정도로 강했다.
만약 이대로 2년, 아니 1년만 지났더라면….
‘내가 졌겠지.’
암왕은 싸움에 미쳤지만, 자기 수준을 잘 아는 남자였다.
본인이 느끼기에, 그는 이 이상의 벽을 넘보는 데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의 후계자는 암왕보다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며, 암왕이 직접 전수한 비기와 노하우들로 훨씬 빠르게 벽을 넘었을 터.
그러니 지금 죽이는 건 옳은 선택이었다.
‘이로써, 나는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강자가 필요하다.’
“그년은?”
암왕의 말에 그는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반응에 암왕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죽었나 보군.”
망자에 시달리며 이상한 것에 집착하는 년이다.
분명 2일 전에 부른 것으로 기억하는데 답하지 않았다는 건.
이미 그녀가 죽었음을 암시했으니.
“어떤 강자가 그년을 죽였을까.”
“아직은… 정보가….”
“아니. 더 이상 모을 필요는 없다.”
언제 사라진 지는 모르지만, 마약에 중독된 그녀이니 마약촌 근처에 있을 것이고.
싸움이 일어났다면 마약촌 근처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자신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건, 그녀를 제압한 강자가 상위 기사 정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
‘흥미롭구나.’
암왕의 눈이 조용히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