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49화 (49/124)

제49화

조금 휴식을 취한 후, 텔레포트 장치가 있는 곳으로 왔다.

“게한 영지로 가지.”

“알겠습니다.”

내가 여행을 떠날 거라고 이미 이야기가 된 것인지, 꽤 먼 영지로 감에도 불구하고 별말 없이 곧바로 이동됐다.

작게 빛이 번뜩이자, 어느새 게한 영지에 도착해 있었다.

게한 영지는 이때까지 본 영지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어둡고, 칙칙하다. 드문드문 먼지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기침하는 사람이 여럿 보이고, 얼굴을 드러낸 사람이 드물 만큼 모두가 얼굴을 꽁꽁 숨긴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두 마스크랑 모자 써.”

스칼라와 아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로브를 꾹 눌러썼다.

혹여 길을 잃어버리면 안 되니, 손목에 작게 실을 연결해 둔 상태.

마력으로 이루어진 실이기 때문에 중간에 누군가가 잡거나 걸릴 일도 없었다.

마력이 많이 든다는 게 단점인 기초 마법이지만, 그 정도는 내게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여관으로 가자.”

“네에.”

“…알겠… 어…….”

게한 영지의 치안은 아무리 좋게 꾸며 내려고 해도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소매치기는 기본에 드문드문 살인과 폭력이 길거리에 난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안전한 곳은, 오로지 영주로 군림하고 있는 귀족이 지정한 ‘수도’.

중급 기사들이 돌아다니며 직접 치안을 유지하는 곳이기에 안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갈 곳도 그곳이었다.

제일 비싼 곳이라면 아이템을 도둑맞거나 암살자가 찾아오는 등의 문제는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저…… 도련님.”

“?”

“저희, 여기서 뭘 얻으려고 온 거예요?”

괜히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간 이상한 놈들이 꼬일 수 있으니 목소리를 최대한 작게 낮추어 내게 들릴 정도로만 이야기한다.

혹시 모르니 나도 남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어 작게 대꾸해 주었다.

“마약 판매책.”

“…ㄴ, 읍?!”

“쉬이잇…….”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한 아벨라의 입을 스칼라가 막아 주었다.

아벨라는 스칼라의 손에 잠시 당황했으나, 그녀가 도와준 것을 알고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내게 작게 속삭였다.

“마약 판매책에게 가셔서…… 뭐 하시려고요……?”

“마력을 흡수하는 저주가 담긴 물건을 가지고 있거든.”

“아…….”

“그리고 너희가 쓸 아티팩트도 있어.”

사실 그게 이 마약 판매책을 잡으러 가는 제일 큰 이유였다.

내가 잡으러 가는 마약 판매책이 가진 아티팩트.

그건 초반에 꽤 유용한 아이템이니까.

‘그리고 여기에…….’

나중에 동료가 될 인물 중 한 명과 관련된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무조건 여기서 그와 관련된 사람을 만나야만 했다.

그렇지 않은 상태로 동료가 될 인물을 만나면 그는 무조건 우리를 공격하러 올 테고, 나는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대비하고, 미리 아티팩트도 얻고.

‘일석이조라 이거지.’

다만, 아벨라와 스칼라에겐 이리 설명해도 모를 테니, 말하지 않는 것뿐이다.

“그보다 도련님.”

“?”

“되게 부드러워지신 거 알아요? 역시 부모님을 만나면 사람이 바뀌나 봐요.”

아, 맞다. 컨셉.

* * *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04호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도중에 누구와 부딪히는 일 없이 무사히 여관에 도착했다.

굳이 더이상 말을 하고 싶진 않았기에 대충 백금화 두 개를 던져 주자, 직원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했다.

아무리 여기가 제일 안전하고 고급 여관이라고 한들.

게일 영지 자체가 남들이 선호하는 영지가 아니다 보니 나 같은 손님이 드물기 때문이었다.

보통 여기서 자면 호구라는 소리를 듣긴 하는데, 나야 썩어 넘치는 게 돈이었으니 뭐.

털썩!

“아, 힘들어.”

“괜찮아요?”

“팔… 주물러… 줄게….”

왜 이리 힘들지?

난 알 수 없는 피로감을 느끼며 침대에 누웠다.

옆에 앉은 아벨라와 제넬라가 내 팔을 주물러 준다.

아, 시원해라.

마음 같아선 그냥 이대로 누워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진짜 큰일 날 수도 있으니 억지로라도 움직여야 했다.

“아벨라, 스칼라.”

“네?”

“…응…?”

“너흰 여기 있어.”

“?!”

“밖은 위험해.”

게한 영지에서 여자란 존재는 온 마을 사람들과 범죄자들을 끌어모으는 귀한 존재였다.

특히나 미모가 상위 1%에 속하는 아벨라와 스칼라라면 더더욱이 위험했다.

“……하지만 도련님도.”

“난 여자가 아닌데.”

“하지만…… 위험하잖아요…….”

난 날 걱정하는 두 눈동자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그까짓 놈들에게 당할 거 같아?”

그럼 게임, 아니 인생을 접어야지.

“걱정하지 말고 있어. 금방 올 거니까.”

난 아벨라와 스칼라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알았지?”

“……네에…….”

“……으응…….”

이러니까 애완동물을 키우는 기분인데.

물론 사람을 애완동물로 보거나 그렇게 취급하는 건 아니다.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그럼 다녀올게. 정 불안하면 이거 가지고 있어.”

난 내 아티팩트와 연동시켜 놓은 위치 표적기를 건네주었다.

아벨라가 위치 표적기를 소중히 품에 끌어안는다.

그녀는 자신도 달라는 듯 반짝반짝 눈빛을 보내는 스칼라에게 건네준 다음, 나를 바라보았다.

“다음엔…… 꼭 데려가 주셔야 해요.”

“어.”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었다.

스칼라는 충분한 무력을 가지게 될 테지만, 아벨라는 정상적인 루트에선 그러지 않을 테니까.

‘네가 강해지는 건…….’

괜히 그녀의 타락 루트가 떠올라서 꺼려지기도 했고.

만약 키운다면, 그녀의 적성에 맞추어 암살자로 키워야 할 테니.

그리고 무엇보다.

암살자는, 그 어떤 캐릭터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정찰을 나간다는 것 자체가 먼저 죽을 위기에 처한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그럼 간다.”

“다녀오세요……!”

“다녀…… 와…….”

난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나갔다.

완전히 문이 닫히기 전.

아벨라가 작게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많이 부드러워지셨어…….”

탁-

‘…아, 맞다 컨셉.’

컨셉 잡기 너무 어렵네.

난 한숨을 내쉬며 로브 안에서 마스크를 꺼내어 썼다.

안면인식 방해 기능이 포함된 마스크.

마벨의 방에서 몰래 슬쩍 하나 했다.

‘그럼 가볼까.’

<침묵>

난 보조 마법으로 내게 마법을 건 다음.

조용히 여관을 빠져나왔다.

* * *

내가 사용한 보조 마법 <침묵>은 소리를 줄여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딱 그뿐이다.

층간 소음에 시달리던 마법사가 만들어낸 기초 마법.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몰래 움직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으음? 뭐가 지나간 거 같은데?”

“고양이겠죠. 요새 고양이끼리 많이 싸우던데요.”

“아~ 그 고양이 새끼들 진짜. 발정 나 가지고.”

“보스. 우린 발정 나도 그놈들처럼 울지도 못합니다.”

“시끄러워 이놈아.”

골목길에서 담배로 보이는 물건을 문 채 떠드는 양아치 두 명을 지나쳤다.

둘은 약이라도 한 듯, 바닥을 바라보는 눈이 몽롱하기 그지 없고 퀴퀴한 냄새를 잔뜩 풍겼다.

그래서 소리만 안 났을 뿐인데도 날 인지하지 못했고 말이다.

덕분에 나는 손쉽게 마약촌 입구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마치 다른 세계인 것처럼 어두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지역이 눈에 들어온다.

마약촌.

주로 범죄자들이 지내는 작은 도시. 하루가 멀다 하고 폭력과 살인이 이루어지는 무법 지대.

게일 영지에서도 제일 악독한 곳으로 유명한 장소였다.

그럼에도 범죄자가 여기에서 사는 이유는.

‘여기가 마약이 만들어지는 곳이기 때문이지.’

제일 질이 좋고 양도 많고, 그리고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는 장소.

이 때문에 매일매일 수많은 범죄자가 이곳으로 들어오고, 죽거나 혹은 살아남는다.

특히나 살아남은 범죄자들은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이곳을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위험했으니.

‘지금 거리에 사람은 없고.’

난 품에서 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째깍-

‘1분 후에 진입한다.’

굳이 1분 뒤에 진입하는 이유는.

이 마약촌의 주인이자 범죄자들의 3대 천왕 중 한 명인 ‘암왕’ 때문이다.

미래에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에게 밀리게 되지만.

현시점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암살 실력을 가진 괴물이니까.

현재 내가 그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건, 최대 30분.

그 안에 모든 걸 끝내야 했다.

‘지금.’

탁-

난 시계에 달린 스톱워치 기능을 활성화한 후, 거리로 진입했다.

음산한 분위기가 거리를 지배한다.

언제 어디서든 무기가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살얼음판을 건너는 것 같다.

자박-

난 내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망설임 없이 쇠사슬을 휘둘렀다.

“하하! 방심했구나!”

약에 잔뜩 취한 채 뜬금없이 달려드는 범죄자의 안면을 쇠사슬이 강타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쓰러진 범죄자의 머리를 짓밟는다.

난 근처를 두리번거리다가, 골목길 안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범죄자를 던졌다.

툭!

초점이 나간 눈으로 눈앞에 떨구어진 범죄자를 본 사내가 품에서 칼을 꺼내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히, 히히히! 너, 너 뭐야?! 왜, 왜 나한테 와?! 나, 나 죽이려는 거지? 으. 으으으으. 그만, 그만해! 아니야! 그냥 해! 으아아아!!!! 그냥 다 죽여 버릴 거야!!! 으헤엥헤헤헤!”

마약과 정신병, 그리고 마력 폭주 후유증으로 완전히 망가진 사람의 최후를 그대로 보여 주듯.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놈이 범죄자를 마구 난도질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저, 저 미친놈! 또 날뛰네! 어느 새끼가 저기로 뭘 날린 거야!”

“안 잡습니까, 형님?”

“닥쳐! 저놈, 병신이어도 세긴 더럽게 세니까! 저런 놈은 안 건드리는 게 나아!”

째깍-

시간이 흐르는 걸 느끼며 빠르게 건물들을 훑었다.

온갖 스프레이로 그려진 이상한 모양이나 그림, 싸움의 여파로 남은 검상들이 가득한 건물들.

그중, 내가 찾는 건물이 드디어 눈에 띄었다.

‘찾았다.’

난 마스크를 고쳐 쓰고 건물 입구로 다가갔다.

건물 입구엔 냄새나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여 있었다.

제치고 들어가, 너덜거리는 문을 두들겼다.

똑똑.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상한 건, 낡은 문임에도 끼익거리는 소리조차도 나지 않는다는 것.

확실히 여기다.

“2873.”

짧게 번호를 읊조리자.

끼이익…….

문이 낡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으로 조용히 진입하자, 문이 쿵! 닫히고.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꼴이 말이 아니네.’

다크서클이 길게 내려와 있고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듯 볼이 홀쭉 들어가 있다.

불안한 듯 손을 덜덜 떨며 눈동자를 굴리던 그가 내게 물었다.

“가, 가져왔어?”

“그래. 그보다 그 몰골은 또 뭔가?”

“시끄러워! 네놈이 하루만 늦지 않았더라도……!”

나를 아예 의심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기야.

나 같이 병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마약 거래 비밀번호를 알고 있을 리가 없을 테니.

“빠, 빨리 줘!”

“그 전에 대금부터 줘야지. 왜 이러나? 아마추어처럼?”

“시, 시끄러워! 한 번 더 지껄이면 죽여 버릴 거야!”

“미안하지만 차례가 많이 밀려 있어서. 빨리 대금이나 내놓게. 다음 곳으로 가야 하거든.”

“따, 따라와!”

그는 절뚝거리는 발을 끌고 날 지하실로 데리고 갔다.

지하실의 문을 막고 있는 마법진에 손을 뻗는다.

마법진이 갈라지며 문이 열렸다.

거기서 조금 더 아래로 지나가자.

“자, 자! 알아서 가져가!”

물건들이 수북하게 쌓인 창고가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하급 물품.

하지만 드문드문 내가 원하는 물품이 정확히 자리 잡고 있었다.

‘오. 저 보따리도 있네.’

역시 예상대로다.

원래라면 찾으려면 전국 각지를 돌아야 하지만.

원작의 흐름대로라면, 이놈과 거래하는 상인이 실종된 탓에 내가 처음으로 오는 시점까지 방치된 물건들이었다.

그땐 좀 오래 방치되어 성능이 조금 별로였는데…….

‘지금은 다 평타치는 되네.’

괜찮은데?

내가 속으로 만족스러워하는 사이, 옆에서 발을 동동거리던 놈이 말했다.

“빨리 10년 치……!”

난 그를 빤히 바라봤다.

이름이……. 어, 뭐더라?

뭐, 상관없나.

어차피 죽을 건데.

“여기 말곤 더 없지?”

“……뭐?”

“뭐, 내가 원하는 건 다 여기에 있네.”

난 어깨를 으쓱이며 그에게 다가가 목을 붙잡았다.

“커헉!”

마약에 찌들고 제대로 단련조차 하지 않은 몸이라 그런가.

한 번에 목이 붙잡힌 채 제압당했다.

더군다나 성장이 느린 라온과 비슷할 정도의 체격이기에.

목을 붙잡은 채 들어 올리자, 별 저항 없이 들어 올려졌다.

“크으으읍……!”

그는 내게서 벗어나기 위해 팔과 발을 버둥거렸지만.

내 손과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내게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린 듯, 그가 잔뜩 충혈된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너, 너 뭐 하는 놈……!”

“뭐 하는 놈이긴.”

난 그를 비웃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너 죽이러 온 놈이지.”

으득!

목뼈가 부러지는 느낌과 함께, 고개가 옆으로 꺾인다.

눈깔을 뒤집고 혀를 내뺀 채 죽은 놈을 옆으로 대충 치워 두고.

창고 안에 수북하게 쌓인 물건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좋아.’

범죄자 하나 죽이고 필요한 물건을 가득 챙길 수 있다니.

이게 진짜 날먹 아닐까?

* * *

수북-

난 빵빵해진 주머니를 보며 만족스레 웃음 지었다.

경량 주머니.

아공간 주머니처럼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담긴 물건 자체의 부피와 무게만 줄여 주는 물건으로.

비싼 값에 비해 효율이 좋지 않아 인기가 없는 물건이었다.

이거 하나 살 바엔 차라리 싼 아공간 주머니를 하나 구입하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뭐, 나한텐 좋지만.’

어차피 주머니도 사용자의 마력을 사용하니, 내가 안 쓸 이유가 없었다.

물론 나중에 가면 크게 쓸모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충분히 유용한 아이템이었으니까.

쑤우우욱.

주머니 안에 손을 넣자, 알아서 마력을 빨아먹으며 부피를 줄인다.

난 주머니를 품에 넣고, 죽은 놈의 시체에 단검 하나로 이름을 새겨 넣었다.

-모든 건 하늘의 마를 위하여.

천마신교와 암왕은 상당히 깊게 연관이 되어 있는 사이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로 친한 수준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힘을 합칠 수 있는 놈들.

그러니 사이를 나쁘게 만들거나 혹은 의심하게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

‘어차피 발견하는 건 나중이다.’

게임대로 흘러간다면, 아무리 빨라도 1년 이후.

또한 내가 가진 마력으로 인해 흔적도 추적하지 못할 테니.

난 마음 편히 이곳을 떠나기만 하면 됐다.

끼이이이……….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현재 남은 시간은 2분.

이대로라면 빠르게 달려야 아슬아슬하게 벗어날 수 있을 터.

발목을 풀고 최단 루트로 달리려는 순간.

“…….”

“…….”

골목길에 숨어 있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마주친 인물은 눈을 피하지 않고 나를 지그시 응시했고.

나는 익숙한 눈빛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새끼는 왜 여기에 있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