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
“…….”
내 발언에 충격받은 듯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꽤 멀리서 보고 있던 원로부터 내 어깨를 붙잡고 있던 원로원주까지.
난 강렬한 내 의지를 엿본 듯, 눈동자가 작게 흔들린 원로원주의 손을 쳐내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아도 되겠습니까.”
“그래.”
충격받은 건지, 아니면 충격받지 않은 티를 내는 건지.
여전히 알 수 없는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가주가 입을 열었다.
“돌아가 보아도 좋다.”
“예.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난 가주에게 고개를 숙이고, 이들 중 제일 충격받은 눈을 한 마벨. 그리고 비교적 무표정을 유지한 다른 형제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형님들도 나중에 뵙죠.”
“……그래.”
“나중에 내 실험실에 올래?”
“아뇨.”
미치광이… 아니 세르바 리그벨토의 제안도 무시하고 말이다.
‘저질렀나?’
계단을 내려오면서.
나는 뻐근한 손목을 이리저리 풀며 생각했다.
이 일은 원래 내 계획에 없었다.
내가 워낙 즉흥적인 성격인 탓도 크지만.
내가 차분히 나아가고 싶어도, 영 상황이 따라주질 않는다.
이래서 내가 루트를 몇십 개씩 만들어놓는 건데…….
‘이 정도는 보여줬어야 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득이긴 하다.
후계자가 될 생각이 없다고 공표했으며, 대마법사가 되겠다는 최종적인 목표까지 말했다.
이러다가 대마법사가 되지 못한 개죽음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어차피 대마법사가 되지 않는다면, 최종보스를 잡을 수 없다.
아니. 잡을 순 있더라도, 그 이후를 감당하긴 어렵다.
‘어차피 도달했어야 하는 경지다.’
돌발 이벤트를 잘 활용해 마력 제어력을 올린다면.
일정 수치 이상에 도달하기만 하면, 내가 하기에 따라 알아서 제어력을 올릴 수 있을 테니.
적어도 가문이 암묵적으로 봐주는 기간 안에는 충분히 대마법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전까지, 마법으로는 부족할지언정 ‘라온 리그벨토’라는 인간이 쌓은 업적은 충분할 테니까.
‘다만, 다른 형제들을 자극한 게 문제지.’
이거보다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음.
글쎄.
솔직히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이 떠오르진 않는다.
더군다나 이 시점에 가문에 와서 활동하는 건, 10년간의 세월 동안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그걸 알면서도 이리 생각하는 이유는 평소엔 조금도 나타날 가능성이 없는 루트를 탔기 때문이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해야지.’
이미 저질러진 일이다.
게임처럼 되돌릴 수도 없으니, 이제 다음에 집중할 수밖에.
밖으로 나가서 아티팩트를 수집하고, 동료를 모은다.
그리고…… 메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메인 이벤트는 빨리 진행하면 좋겠지.’
당연히 메인 이벤트의 주적은 갑자기 하늘에서 뿅! 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최종 보스인 고밀라는 뿅! 하고 나타난 케이스에 가깝긴 하지만.
1부인 아카데미의 보스, 2부 중간 보스인 천마 신교는 모두 지금도 착실히 힘을 쌓아가고 있을 테니까.
덜컹.
아까 아벨라와 스칼라에게 가 있으라고 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얘네 밥은 먹었겠지?
아벨라 얘는 내가 없을 때마다 자꾸 굶던데.
“너희 밥은 먹었…….”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열다가, 눈에 들어온 두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새액, 새액-
둘은 나를 오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불편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내가 그리 오래 있었나? 싶어 창문 밖을 바라보니.
인제 보니 푸르던 하늘은 먹물이 떨어진 것처럼 검게 물들어 있었고,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둘이 꽤 깊이 잠든 걸 보면, 잠든 지 그리 오래 지난 거 같진 않았다.
“허리 아프게 왜 이렇게 잔데.”
그냥 편하게 누워 자지.
난 그냥 내버려 둘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아무도 안 깨어있으니, 캐붕이 일어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아 둘의 몸을 들어 침대에 눕혀주었다.
혹시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 이불도 덮어준다.
계속 깨진 않는지 확인했던 덕에 다행히 들키진 않았다.
‘아, 지친다.’
털썩!
난 푹신한 의자에 주저앉으며 등을 기대었다.
온몸이 지치고 욱신거린다.
근육통 때문에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분명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손 이곳저곳에 붉으락푸르락 변해 있었다.
‘너도 고생 많이 했다, 쇠사슬아.’
절그럭!
난 쇠사슬을 들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아까는 그냥 패스했던 메시지를 다시 떠올렸다.
[돌발 이벤트 클리어!]
[당신은 살아남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유한 아이템들의 내구도가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마력 제어력이 0.5 올랐습니다.]
[명성이 올랐습니다.]
마력 제어력 0.5!
진짜 쥐꼬리만 한 수치이지만, 이 정도만으로 내가 살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훨씬 늘어났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이템 내구도도 나쁘지 않아. 마력 제어력도 좋고.’
나름 고생한 보람이 있네.
이제 보상까지 확인하니, 잠이 솔솔 몰려왔다.
의자에서 자는 게 허리가 안 좋긴 했지만, 어차피 뱀파이어의 팔찌가 있으니 큰 걱정은 없었다.
또 침대에 자리가 없기도 했고.
‘……아직 자긴 이른가?’
이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문을 바라보았다.
문 바로 앞에 짧은 빛무리와 함께 가주가 나타난다.
가주는 무뚝뚝한 얼굴과 회색 눈으로 날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몸은 괜찮나.”
“……예.”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가주가 말을 이었다.
“몸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사제를 찾아가도록.”
“알겠습니다.”
“…….”
“…….”
저 말을 끝으로 우리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돈다.
‘답답해 죽겠네.’
무슨 목적으로 찾아온 진 알겠지만.
정작 말을 안 하니 숨이 막혀 죽겠다.
뭐…… 저 양반 성격상, 먼저 입 열기가 어렵긴 하겠지만.
결국, 입을 먼저 연 건 나였다.
“내일부터 모험을 떠나려 합니다.”
“어디로?”
“글쎄요. 우선 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을 것 같군요.”
사실 목적지는 명확했다.
내가 필요한 아티팩트가 어디에 있는 진 모두 꿰차고 있었으니까.
‘추방자놈들.’
내가 찾고자 하는 아티팩트는 대체로 저주받았다는 소리를 들을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마력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까.
애석하게도 그런 아티팩트는 구하기가 참 어려워서, 구하려면 뒷세계를 통해야만 했다.
그리고.
뒷세계에 누구보다 깊게 연관된 놈들이 바로 마탑에서 추방당한 추방자들이며.
난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두 꿰차고 있었다.
‘추방자한테 간다고 하면 괜한 오해를 사겠지.’
아니면 걱정해서 그걸 막을 수도 있고.
명확하게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지만.
이거 나름대로 답이 된 듯, 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가주는 품에 손을 넣어 내게 작은 보따리 하나를 던졌다.
“지원금이다.”
지원금?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난 보따리 안에 담긴 돈을 확인했다.
작은 보따리에 가득 담긴 삐까번쩍한 동전들.
하나같이 상당한 돈이 나가는 ‘백금화’였다.
‘하나, 둘, 셋, 열, 스물…….’
미친.
무슨 돈을 이리 많이 줘?
백금화는 귀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돈이 썩어 넘치는 라온도 얻기 힘든 대륙 공용 화폐였다.
어느 나라에서든 사용할 수 있으며, 하나당 대략 천 골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1골드 = 10,000원이라는 공식을 떠올리면, 정말 엄청난 가격이었다.
심지어 돈이 담긴 작은 보따리는 평범해 보이나, 철저한 보안과 마력 귀속 효과까지 달린 최고급 아티팩트였으니.
“필요한 게 있다면 사도록.”
“왜 이만큼 주시는 겁니까?”
내 질문에 가주는 설마 물어볼 줄 몰랐는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덕분에 방 안은 다시 묵직한 침묵이 맴돈다.
침묵을 유지하던 가주는 결국 만족스러운 대답은 차지 못한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작게 말을 넘겼다.
“……귀족이 돈이 없어 허덕이는 것만큼 추한 건 없으니 주는 것뿐이다. 어디서든 기품은 지키도록.”
“예.”
그냥 자식 고생하는 거 보기 싫어서 주는 게 훤히 보이는데.
‘참 부모 노릇 하기 힘들어.’
그냥 너 걱정되라고 말하면, 라온은 참 좋아했을 텐데.
뭐, 그 말을 할 수 없긴 했다.
형평성을 위해 자식이 죽는 것도 방관해야 하는데, 이렇게 큰돈을 지원해주는 것도 아슬아슬한 선이었으니.
더군다나 그의 자식이 나 하나뿐인 건 아니지 않는가.
‘뭐……. 유일하게 ‘사랑’으로 결혼한 여자이니.’
벨, 세르바, 델, 마벨.
모두 어머니가 다르며, 모두 리그벨토 가문을 위해 고위 귀족과 결혼하여 낳은 아이였다.
유일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담긴 결혼은 라온의 어머니뿐.
‘가기 전에 한 번 뵙긴 해야겠군.’
아마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진 않을 테지만.
어찌 되었든 한 번 보긴 해야 했다.
라온은 정말 그녀를 싫어할 테지만.
적어도 부모지만 부모 같지 않은 양반들 사이에서 자라난 내 눈엔 훨 나은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자식을 향해 죄책감과 미안함이라는 감정을 가질 줄은 알았으니 말이다.
“그럼 난 가보겠다.”
“……예. 조심히 가십시오.”
가주는 문고리를 잡으며 짧게 날 흘겨보더니.
말을 남기고 문을 닫았다.
“쉬도록.”
쿵!
문이 닫히자,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의자에 쓰러지듯이 앉았다.
언제나 그런 거지만, 가주와의 대화는 혼을 빼놓는 무언가가 있었다.
역시 이런 건 피곤해.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눈을 안 감으면 기절할 지경이다.
‘아 피곤해…….’
일이고 뭐고 내일 생각하자.
난 그리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금세 시야가 암전되며, 의식이 뚝- 끊겼다.
* * *
“…….”
“……아.”
“……히 해. 깨어…… 면…….”
“…기서…… 멀어져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에 천천히 눈이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고양이를 닮은 눈이 보인다.
난 날 내려다보는 눈동자를 마주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쭈욱-
“……으게엑.”
볼을 잡아당기자 쭉 늘어난다.
세상에. 살이 없는데 이 정도의 탄력이라고?
이게 가능한 건가?
“으베에…….”
멍하니 볼을 잡아당기다가, 너무 아팠던 건지 스칼라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히는 게 보인다.
아.
난 놓았던 정신줄을 잡음과 동시에 스칼라의 볼을 놓았다.
볼이 빨개진 스칼라가 볼을 문질렀다.
“아…… 파…….”
그러면서 살짝 날 흘겨보는데.
왠지 다 자란 스칼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난 팔을 걷으며 물었다.
“배고프지?”
그 말에 삐지려고 하던 그녀가 잠시 흠칫한다.
강아지를 닮은 눈매가 동그르르 돌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직은 다루기 쉽구만.
“먹어.”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내 팔을 잡는다.
마력이 미약하게 빨려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수치는 아예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수치.
하지만 마력을 빨아들이는 게 보일 정도로 볼이 빵빵해지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나중엔 한 번 밥 먹는데 수치가 5나 줄었는데.’
뭐, 워낙에 활동량이 많아야지.
더군다나 나를 대신해 마법사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다급한 경우엔 접근전까지 가능한 만능 캐릭이었다.
5 정도야 뭐.
나는 더 많이 먹어주면 좋으니까.
“어? 도련님 일어나셨어요?”
청소라도 하고 온 것인지,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아벨라가 빨래를 품에 가득 안은 채 들어왔다.
난 스칼라의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끙차…… 죄송해요. 도련님 오시는 거 보고 잠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늦은 거니까 상관없어.”
난 허리를 두들기는 아벨라를 보며 물었다.
“밥은?”
내 물음에 볼이 살짝 홀쭉하게 들어간 아벨라가 슬그머니 눈을 피한다.
본인이 잘못한 건 아는 모양이었다.
“안… 먹었어요….”
“스칼라는 그렇다 치고. 넌 먹어야지.”
스칼라는 오로지 마력으로만 영양분과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아벨라는 이런 특이 체질은 조금도 없는 평범한 인간.
아무리 귀찮다고 해도 밥은 꼭 챙겨 먹어야 했다.
‘특히 내가 없다고 툭하면 굶는 버릇. 진짜 큰일 나지.’
요요현상이 오던, 건강이 망가지던, 어떤 방법으로든 몸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괜히 그런 거에 골골대는 건 보고 싶지 않기에.
난 주인으로서 명령을 내렸다.
“이제 나 없다고 안 먹는 거 금지야.”
“……네에.”
내 말에 아벨라가 잔뜩 시무룩해진다.
아티팩트로 빨래를 말리기 시작한 아벨라가 작게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입맛 없는데…….’
세상에. 밥 한번 먹으면 3공기는 비우는 애가 밥맛이 없다니.
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스칼라도 이상하다고 느낀 건지, 잠시 먹는 걸 멈추고 아벨라를 돌아볼 정도.
“…….”
하지만 고양이 수인답게 눈치는 빨라서 별말 하지 않고 다시 내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난 멍을 때리면서 스칼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른 내가 찾는 추방자의 위치를 찾아내야 하지만.
이 정도 멍때리는 건 괜찮지 않을까.
지금은 고위직도 아니고, 그저 말단에 불가할 테니.
“그… 도련님.”
“?”
“아까 오셨었는데…… 손님 한 분이 기다리고 계세요.”
손님?
난 아벨라의 말에 문 쪽을 쳐다보았다.
문 쪽에서 스멀스멀 풍겨오는 기운.
난 피식 웃음을 흘렸다.
‘벌써 왔네?’
하긴. 이 정도의 행동력은 있어야지.
난 아벨라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열어줘.”
아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언제부터 밖에서 기다린 것일까.
마벨 리그벨토는 날 언제 적대했냐는 듯이 반갑게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동생아! 다친 덴 없느냐?”
“예.”
“하하! 정말 다행이구나. 어제 고생하는 걸 보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단다.”
‘저렇게 한순간에 바뀌는 거 보면 참 신기해.’
언제 나를 적대했냐는 듯이, 마치 처음부터 잘해주었다는 것처럼 군다.
만약 내가 유순한 성격, 아니 이전의 라온이라면 조금은 ‘호감도가 올랐다!’라는 메시지가 뜰 거 같은 태도.
그는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내게 차를 내밀었다.
“자. 마력을 진정시켜주는 차란다. 하나 마셔보렴.”
“나중에 마시겠습니다.”
난 그가 내민 차를 탁자에 올려두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내게 찾아온 이유는 하나다.
후계자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나를 포섭하기 위해서.
‘나는 지금 독이 든 성배다.’
이번에 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나.
언제 독이 될지 모르는 위험한 존재다.
당연히 정상인이라면 삼키지 않겠지만, 마벨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을뿐더러.
그가 가진 출처 모를 자신감은 ‘나’라는 성배를 삼키게 해주었다.
‘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자기 주제를 잘 알아야지.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잠시 표정이 굳었던 마벨은 금세 다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너의 야망을 잘 알았다.”
“그래서?”
“너의 야망을 이루게 해주마.”
마벨 리그벨토가 손을 내밀었다.
“너를, 용의 꼬리로 만들어주겠다.”
저 말은 본인은 용의 머리.
즉 가주가 되겠다는 뜻이었다.
허참…….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난 헛웃음을 삼키며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형님의 하급자가 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이지, 아우야. 내가 감히 너를 내 아래로 보겠느냐.”
잠시간 표정 관리에 실패했으나, 금세 포커페이스를 찾은 그가 웃으며 말했다.
“너와 나는 동등하다. 좋다. 내가 말을 실수했구나. 너를 용의 머리로 만들어주마. 나와 함께 가지 않겠느냐? 너와 나라면, 아무리 벨 형님이라고 해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글쎄.’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안 미안하지만, 난 그렇게 안 봐.’
정작 나는 그를 동등하게 볼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