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화
‘놀랍구나.’
멀리서부터 라온과 마벨의 기싸움을 보고 있던 원로는 감탄했다.
처음엔 마벨이 가진 힘을 바탕으로 그를 짓누르려고 하는 듯해 보였으나.
그의 힘은 라온에게 닿지 않았고, 오히려 그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휘둘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힘이 달라진 건 없어 보이거늘…….’
사실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게 옳을 것이다.
라온이 가진 마력은 현재 대마법사라는 경지에 올라 있는 가주와 필적할 정도다.
대마법사에서도 상위권, 다음 경지를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위대한 경지에 오른 이와 필적할 정도의 양이라면, 통제하지 않는 이상 더 강해지는 건 불가능했다.
‘약해지면 오히려 더 약해졌지.’
그가 온몸에 착용하고 있는 아티팩트.
하나같이 전부 마력을 흡수하는 저주에 가까운 성능을 가진 아티팩트들로,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마법사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육체파로 전향한 그의 눈에도 그리 보일 정도인데,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편해 보였다.
‘저 아이도…… 특이하구나.’
라온과 손을 꼭 잡고있는 아이.
‘그’ 라온이 남과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으나, 보다 놀라운 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마력이 빨려 들어가는 흐름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대체 저런 아이를 어디서 데려온 거지?
그 덕분에, 누군가가 앞에서 마력을 내뿜으면 불안전하게 흔들렸어야 할 라온의 마력은 차분했으니.
‘처음부터 모든 걸 계산해놓은 듯하구나.’
살면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다.
설령 진정한 전사라 함은 모든 싸움을 계산 하에 두어야 한다.
아무리 예상 밖의 상황이라고 한들, 그를 자신의 상황으로 끌어들이고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만드는 것이 전사의 기본.
‘마벨, 저 아이는 단순하지. 지금 화가 난다고 해도, 도움이 된다면 과거의 일은 잊고 웃으며 다가갈 수 있는 아이이니.’
아마 저리 건드리는 것도 그걸 알기에 하는 행동일 터.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함께 되어야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대체 무엇이 너를 바꾼 것이냐.’
기연일까, 아니면 의지일까.
그는 의지가 가진 힘을 알았다.
그러니 저리 바뀌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의지를 갖추게 되는 계기가 있을 터.
‘궁금하구나.’
그는 마벨을 두고 지나치는 라온을 보며 미소 지었다.
‘네가 앞으로 행동할지.’
어쩌면.
현재 가장 유력한 후계자인 벨 리그벨토, 그 아이와 경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현실성 없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 * *
“도련님…… 괜찮으세요……?”
아벨라는 잔뜩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마벨 리그벨토가 뿜어내는 기세가 워낙에 흉흉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내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스칼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신 대답했다.
“멀쩡… 해…… 마력… 맛있어….”
“……마력이랑 아픈 거랑 무슨 상관이니?”
“아프면…… 마력…… 맛없어…….”
진짜 뱀파이어 아니야?
난 그리 생각했다가 느껴지는 인기척에 스칼라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
“쉬잇.”
뒤에서 아벨라가 입을 열지 않도록 검지로 입을 가린다.
아벨라가 헙, 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고.
이어, 복도 건너편에서 한 남자가 걸어왔다.
귀족이라는 걸 보여주듯 고급진 옷과 단정하게 넘긴 머리가 인상적인 중년 남성이었다.
‘아마 나이는 할아버지만큼 많겠지만.’
원로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양반이니까.
전 가주부터 원로 자리를 지켜온 페릴라 원로는 날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얼마나 무섭게 생겼으면 옆에서 입을 막고 있던 스칼라가 흠칫 떨 정도였다.
“라온 리그벨토. 네가 무슨 일이냐.”
난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로님과 가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찾아올 거면 직계가 되자마자 왔어야지, 다른 영지에서 잘만 놀다 와놓고 태연히 말하는구나.”
“잠시 일이 있어서.”
그리 말하며 살짝 스칼라에게 눈짓한다.
내 눈짓에 따라 시선을 돌린 페릴라가 스칼라를 바라봤다.
“…….”
페릴라의 눈에 이채가 감돈다.
스칼라는 살짝 겁을 먹은 것인지 내 등 뒤로 숨었다.
웬만해선 이런 무례에 뭐라 할 페릴라지만, 이번만큼은 무어라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그 아이들까지 데려올 생각은 말아라. 아무리 네가 직계로서 자리를 되찾았다고 한들. 그건 예의를 어기는 일이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페릴라가 빠른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갔다.
굳이 텔레포트로 사라지면 될 것을 직접 걷는 건…… 운동하기 위함도 있겠지만, 빨리 오라는 뜻이기도 했다.
자신이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 같은 뜻으로 보면 편하다.
‘그럼…….’
난 둘째인 세르바 리그벨토의 동선을 떠올리며 아벨라에게 손짓했다.
“너 저기 건너편으로 가. 무조건 이 길로만.”
“저긴…….”
아벨라는 눈을 크게 뜨더니, 내게 속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긴 첫째 도련님 근천데…….”
“그러니까 가 있으라는 이야기야.”
내 형제 중에서 가장 정상인은 첫째인 벨 리그벨토다.
나머지는…….
“둘째 형님이나 셋째 형님에게 보이면 골치 아파져.”
싸그리 제정신이 아니다.
특히나 둘째.
그는 전투에 나서는 전투 마법사보다는 뒤에서 실험이나 연구에 특화된 마법사로, 드물게 언령에 이른 마법사였다.
오로지 실험과 연구에 대한 집착만으로 경지를 뛰어넘은 괴물.
그런 놈이니 이 아이의 특이함을 알아차리면 어디 감금해놓고 연구할 터.
특히나 이전에 당해본 적이 있어서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진짜 끔찍했지.’
붙잡혀서 감금당하면 단순히 실험만 이어지는 게 아니다.
그때야 다행히 실험이나 연구가 진척이 되기 전에, 바로 동귀어진으로 리타이어하긴 했지만, 그 순간의 떨림은 잊혀지질 않았다.
‘못 구한다.’
굳이 동귀어진한 이유도 그랬다.
나는 스칼라를 구할 힘이 없었다. 그 게임 스토리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랬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는 그런 상황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꼭 저기로 가. 절대 다른 곳으로 빠지면 안 돼.”
“……네.”
“…….”
아벨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스칼라는 날 빤히 바라보다가.
아벨라의 손을 놓더니, 양손을 배꼽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다녀…… 오세요…….”
……뭐야?
“그거 어디서 배웠어?”
“지나가던… 애가 하던 말…….”
난 못 들었는데, 그걸 들었어?
난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하지만 내 반응을 오해한 것인지, 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잘못… 말… 했어…?”
“아니.”
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했어.”
그녀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얘 아무리 봐도 고양이 수인이 아니라 강아지 수인 같은데.
생긴 것도 강아지상이기도 하고.
음, 이런 생각은 실롄가?
“금방 다녀올게. 아벨라한테 딱 붙어있고. 방금 봤던 사람처럼 마력이 많으면 꼭 피하고. 알았지?”
끄덕끄덕.
‘마음 같아선 길 안내 마법이라도 써주고 싶지만.’
괜히 둘째나 셋째에게 들킬 수 있으니, 최대한 아벨라에게 맡기는 수밖에.
난 둘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확인한 후.
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원로와 가주가 모여있을 원탁의 방.
‘방’이라 칭해지고 있으나, 사실상 한 층에 가까웠다.
4층에 발을 들인 순간, 마력이 몸에 달라붙으며 공간 이전시키려는 게 느껴졌다.
쇠사슬이 마력을 흡수하는 것조차 무시하고 강제 이전시킬 정도의 위력.
한순간에 시야와 몸이 뒤바뀌고, 방금까지만 해도 보이던 밝은 복도는 온데간데없고, 몇 개의 촛불만이 켜진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우 답답해.’
창문이 달려 있지 않는 구조도 그러했지만.
안에 있는 존재들이 뿜어내는 마력에 공기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숨이 턱 막혀온다.
손끝이 찌릿찌릿할 뿐만 아니라, 마력 쇠사슬이 작게 소리를 내며 마력을 흡수하고, 체내의 마력이 불안전하게 흔들린다.
[흡수량을 80%까지 조정합니다!]
마력 흡수량을 늘리자, 그제야 마력이 잔잔해지고.
어두운 방안에서 날 빤히 보고 있던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왔군.”
원로 중 한 명.
아마도 이름이…….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나네.
그럼 중요한 캐릭은 아니겠지. 원로들이라고 모두 중요한 사람인 건 아니었으니까.
‘뭐야. 쟤네도 있네?’
첫째부터 시작하여 넷째까지 모두 자리에 앉아있었다.
아무리 직계라고 한들, 원로보다 자리가 높은 건 아니기에 앞자리 쪽에 앉아있더ㅏ.
언제나처럼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첫째, 지루하다는 듯, 씻지 않아 축 늘어진 머리카락을 벅벅 긁고 있는 둘째와 잘 정돈했으나 언제든 떠날 거 같은 인상의 셋째, 그리고 나를 노려보는 넷째인 마벨.
그러나.
마벨의 눈빛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원로들이 앉은 자리에서, 유독 나를 혐오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
원로원주.
원로들의 리더로서 가장 연배가 높고 경지가 높은 이가 맡는 자리다.
그리고 보통은 전대 가주가 자리를 차지하는 게 관례이고, 이번 대에선 관례가 제대로 이항된 상태였다.
‘따지자면…… 할아버지이려나.’
허나.
할아버지라고 하나,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가문에 한참 부족하구나.’
능력을 가지지 않은 나를 혐오했지.
‘가주랑 많이 다르지.’
가주는 원로원주와 닮았다. 그러나 둘의 성향은 극과 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이 달랐다.
원로원주는 보이는 성격만큼이나 차갑고, 철저한 실력주의이며 가문만을 위한다.
사랑이나 애정이라곤 가져본 적 없는 사람.
허나 사랑하는 여자를 찾고 자식까지 가지게 된 가주는 성격이 달랐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의 자식이자, 아픈 손가락이나 다름없는 라온을 애정한다.
‘하긴. 다른 자식들은 아버지라 부르긴 하지만, 아버지로 보질 않으니.’
그건 교육 방식의 문제이긴 했지만.
아무튼, 다른 형제들은 모두 아버지를 뛰어넘을 벽이자 동경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봤다.
그런 의미에서, 라온은 ‘아버지’를 향한 원망을 품었지, 넘을 벽으로라던가 가주로라던가, 그리 보진 않았다.
‘그래서 유독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아마 이게 당연하다는 교육을 평생 받고 자라온. 그리고 이젠 가르치는 입장이 된 원로원주는 가주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찾고 사랑하는 자식을 나은 가주.
이를 저주하듯, 저주받은 몸뚱아리를 타고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말이다.
“라온.”
맨앞에 앉아있던 마벨이 입을 열었다.
아직도 잔뜩 열이 받아보이는 마벨은 꿈틀거리는 입꼬리와 눈꼬리를 숨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네가 데려온 아이. 미색이 참으로 뛰어나더구나.”
난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원로와 첫째를 훑었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선.
‘허락을 받았군.’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자는 건가.
‘좋아.’
얼마든지 어울려주마.
어차피 모두 넘어서야 할 벽에 그치지 않으니.
너희가 나를 파악하는 사이.
나 또한 너희를 파악하겠다.
“직계가 되자마자 네 노리개를 구해온 것이냐?”
“제 새로운 하녀입니다.”
“네겐 새로 하녀를 들일 권한이 없다.”
“아뇨. 있습니다. 전 ‘직계’니까요.”
내 말에 그의 눈꼬리가 꿈틀거린다.
몇 원로 또한 마찬가지.
특히나 원로원주는 큰 표정 변화가 없었으니, 눈빛이 더 강렬해지고 있었다.
“난 네게 직계의 권한을 돌려준 적이 없다 말했을 텐데.”
“형님.”
난 더 말을 이으려는 마벨의 말을 원천 봉쇄했다.
“전 벨 형님에게 직접 인정받았습니다. 지금 그 말씀은 형님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내 말에 마벨의 눈빛이 더 험악해진다. 눈꼬리가 흉악하게 일그러지고 으드득 소리를 냈다.
“그, 말은. 벨 형님과 한패가 되겠다는 뜻이냐?”
“글쎄요. 전 이미 뜻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제가 그리 못 믿음직스러우십니까?”
“그래.”
“그럼 직접 물어보십시오. 제가 잃어버린 자리를 되찾기에 한참이나 부족했는지. 미더운지.”
난 벨을 한 번 바라보고.
“그리고.”
다시 그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려 씩 웃었다.
“당신 따위의 동의가 필요한지.”
화아아아아악!
그의 몸에서 마력이 분노하며 뿜어져 나왔다.
당장이라도 나를 으스러트릴 것처럼 붉게 물든 채 부르르 떨린다.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그가 원탁을 거세게 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정녕 네가……!”
“그만.”
쿵!
마벨이 뿜어지던 기운이 한순간에 기세를 꺾었다.
강제로 일으켜졌던 몸이 의자에 앉혀지고, 마벨의 고개마저 꺾어버린다.
나 또한 마찬가지.
난 두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내 온몸을 압박하는 마력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미친 늙은이가.’
[90%로 조정합니다!]
외부적인 충격에 한순간에 충격을 받아 흔들린 마력에 속이 엉망이 됐다.
뱀파이어의 팔찌가 빛나며 몸 내부를 진정시키고, 슬쩍 묻어나온 피를 손등으로 닦아냈다.
‘이 이상 가면 위험했다.’
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힘을 쓴 게 느껴진다.
고려했다면, 마력을 조정했을 때에 안전한 수준이 아닌, 조정하지 않았을 때에도 안전하게 힘을 조절했을 테니까.
그는 내가 죽을 뻔했다는 걸 알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는구나. 내가 이 자리는 정치 싸움판이 아니라고 말했을 터인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치 싸움판이 아니긴 개뿔이. 지들이 제일 많이 하면서.’
그 정치가 있기에 가문이 굴러갈 수 있음은 인정하나.
저리 당당한 모습이 아니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라온 리그벨토.”
“예.”
원로원주가 날 지그시 응시한다.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고 차가운 표정을 보이는 건 맞으나…….
저래서야, 다 읽힌다.
눈빛은 차가움을 위장한 시림을 뿜어내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냉기로 이루어진 창이 나를 꿰뚫을 거 같았다.
[언제나 그는 나를 이런 눈으로 바라봤었다.]
“네가 벨의 인정을 받은 건 알고 있다.”
그와 대화할 때마다 떠오르던 메시지창과 그의 목소리가 뒤섞인 채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우리들의 허락은 받지 않았지.”
데자뷴가?
하지만 뒤에 이어진 말은 달랐다.
“허나, 이미 벨은 네 이름을 직계들만이 적힐 수 있는 책에 이름을 적어넣었지. 이런 상황에서 널 인정하지 않고 이름을 빼앗는 건 벨의 명예를 무너트리는 일이다.”
“…….”
“그러니 한 번 우리에게 보이거라.”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벨의 안목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다르게 말하자면, 내가 지는 순간 벨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입증하는 꼴이 된다.
현재 모든 걸 앞서가는 그가 조금이라도 주춤거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분명히 그에게 불리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벨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있었다.
원로원주 또한 어울리지 않는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벨을 제일 아끼면서도 저런 제안을 하는 거 보면. 다른 원로들의 반응이 거셌나?’
아니면…….
‘가주가?’
이상한 곳에서 상식이 뒤틀린 사람이니.
아마, 자식을 자랑하고 싶다는 마음에 저런 제안을 건 걸 수도 있다.
그러려면 지지 않는다는 깊은 믿음이 있어야 하거늘.
‘대체 어디서 그런 믿음이 나오신 걸까.’
뭐,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런 상황이다.
피하려면 피할 수야 있지만, 굳이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내게 있어서.
‘시련이다.’
즉.
내가 이겨낸다면, 그만한 대가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이긴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
저들 입장에서도 내가 이긴다고 해도 얻는 이득이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일로 인정받으며 내 명망이 높아지겠지만.
이를 통해 내 패턴이나 전투 방식에 대해 파악하고.
그를 통해 나를 암살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지금 올라간 명망이고 명예고 뭐고 전부 다 허사로 돌아갈 테니까.
‘힘을 숨기고.’
하지만 그건.
내 패턴을 제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그리고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도록 손을 써놓되.
‘안 죽으면 그만이다.’
나를 죽이려는 목숨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는 것.
그렇게 된다면.
이 시련의 진정한 승자는 내가 될 것이다.
오로지 나만이 이득을 보는 극한의 결과가 주어질 테니까.
[돌발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