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35화 (35/124)

제35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재의 영웅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듯, 말까지 더듬었다.

그 모습은 절대 날 속이려 만든 모습이 아니었다.

진짜가 아니고서야 보일 수가 없는 반응.

‘마왕이라…….’

분명히 ‘영웅의 문’에서 처음 들어 보는 단어지만.

대충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아직 영웅의 문 스토리는 최종까지 나오지 않았어.’

내가 마지막에 잡으려 했던 ‘고밀라’ 또한.

그 당시의 스토리에서 최종 보스인 것이지, 스토리가 완전히 공개되고 나온 보스가 아니었다.

비교하자면…… 메이X 스토리의 검은 마X사 같은 존재.

‘그럼 마왕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보스인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놈이 아예 이 세계의 인물이 아니라든가.’

다른 차원에서 있다가 넘어왔을 가능성도 배재할 순 없다.

이미 내가 다른 세상에서 빙의된 것처럼, 이놈도 다른 곳에서 왔을지 모르지 않는가.

하지만 반응을 본다면…….

‘모르겠네.’

더 긁어서 정보를 캐내 보기로 했다.

뭐든 정보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이젠 망상증이냐? 이상한 거에나 빠지고.”

[뭐라!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지 마라! 넌 내가 어떤 희생을 했는지 모른다!]

“보통 동료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하지 않냐?”

[하! 내 뒤에 칼을 꽂은 놈들의 희생 따위 내 알 바가 아니지.]

“그래, 그래. 더 이야기 꺼내 봐.”

그는 그동안 입이 근질거렸던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제국력 493년에 마왕을 사냥했다. 사냥 후 세계로부터 업적을 인정받아 영웅이란 칭호를 얻었지만, 동료들은 내 업을 탐내고 날 뒤에서 찔렀지! 기록이 남기 전에 날 죽여 내가 영웅으로 남지 않도록!]

이야, 저걸 다 외우고 있었어?

하지만.

어떤 일이 있던 걸 기억하는 거야 제쳐 두고서.

감탄보다 더 먼저 든 의문이 있었다.

“제국력은 또 뭔데?”

[뭐?]

내 질문에 그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태양력인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너, 제국 출신이 아니냐?]

“맞는데.”

[그럼 당연히 제국력을 말하는 거지!]

“그니까, 제국력이 뭐냐고. 지금은 태양력이라니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가 방방 뛰기 시작했다.

난 그의 반응으로 대충 그가 살았던 시대를 추측했다.

‘……고대일 가능성이 크려나.’

고대.

시간을 계산하는 개념조차 다른 시대.

분명히 사람들이 문명을 쌓아올렸음을 분명하나.

어떤 기록조차 남지 않아, 가끔 발견되는 ‘유물’로만 추측이 가능한 종식된 시대.

‘이상한 점이 많지.’

충분히 수명이란 한계를 넘어, 고대부터 현대까지 살아 있을 강자들도 남아 있을 법하건만.

공개된 캐릭터 중에서도.

잊혀진 신의 추종자인 ‘푸슈엘’ 말고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대이기도 했다.

‘만약 이놈이 고대 때 살았다면.’

그럼 왜 자신에게 이놈을 추천했는지 알겠다.

비록 힘은 약해졌다고 한들.

자그마치 고대라는 시간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놈이다.

‘꼼수를 쓰긴 했지만.’

영혼과 ‘무덤’이라는 개별적인 공간을 사용했다고 한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업적을 이루어 낸 놈이니.

아마도 내가 얻을 게 분명히 많을 터.

‘하지만, 이건 확실히 해야지.’

추측만으론 확신을 가질 순 없다.

제일 확실한 건.

본인의 입으로 듣는 것.

“너 어느 시대 사람이냐?”

[나는…….]

내 질문에 영웅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 쥔다.

몇 분을 머리를 감싸 쥔 채, 눈을 감고 있던 재의 영웅이 두 눈을 떴다.

탁한 잿빛의 눈이 날 응시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가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연 순간.

[■■■■……■■■…■■■■!!]

치지이익.

엄청난 노이즈와 함께 그가 말하려는 것들이 흐려졌다.

난 급히 손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손가락 틈 사이로 검게 죽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미친…….’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스토리입니다.]

[경고. 당신은 아직 접근 권한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강제로 스토리 진입할 시,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아직 개방되지 않은 스토리.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이즈 처리와.

다신 도전할 수 없도록, 제대로 경고하기 위해 주는 충격과 고통까지.

[■■……! ■■■……!!!]

말이 막힌 건, 나뿐만 아니라 영웅도 마찬가지인지.

그가 입을 뻥긋거리며 허공에서 버둥거렸고.

난 피가 흥건한 코와 입을 손등으로 쓱 닦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뭐, 됐다.”

아직 확신은 아니다.

그가 고대 사람이라는 건 추측일 뿐이니.

하지만 세계가 직접 나서는 만큼 억지로 들을 필요까진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다.’

영웅의 문 소개 글에는 ‘대륙에 찾아온 재앙을 막아내어 살아남아라!’라고 적혀 있었다.

즉.

내가 마력 통제에 성공하거나, 마력으로 인해 몸이 폭주하는 경우의 수를 지워 낸다고 한들.

‘스토리를 밀다 보면 나올 가능성이 커.’

현 최종 보스인 고밀라를 잡고 난 이후에도 스토리가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이걸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충분했다.

1. 그는 이 세계 사람이 맞다.

2. 고대에 대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즉, 알아낼 방법이 없다.

3. ‘마왕’이란 존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고대에 사멸했던 마왕이 부활하여 다시 대륙을 무너트리고자 한다…… 라는 클리셰는 상당히 흔하다.

나름 판타지의 클리셰를 따르던 영웅의 문인 만큼.

어느 정도 주의해 둘 필요가 있었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

[시끄럽다! 난 반드시 알아야……!]

“필요 없다니까.”

<포착>

난 쇠사슬에 마법을 걸어 그에게 휘둘렀다.

쇠사슬이 거센 소리와 함께 재의 영웅을 후려쳤다.

[큭! 빌어먹을 자식이!]

내 타격에 정신을 차린 듯, 재의 영웅이 이를 갈며 내게 양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 위로 재의 구슬이 응축되더니, 내게 쏘아졌다.

아까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날아오는 재의 구슬을 쳐 냈다.

펑!

구슬이 폭발하며 재가 파도처럼 내 몸을 덮쳤다.

온몸이 재에 뒤덮혔다.

쳐내기 위해 몸에 클린 마법을 걸려고 했으나, 그 전에 재가 마치 단단한 고체처럼 굳어져 내 온몸을 옥좼다.

“!”

[이곳은 진정한 나의 영역!]

재의 영웅은 내가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강하게 구속하면서도.

그동안 내게 밀린 게 분했던 것인지, 입에서 침이 튀기는 게 보일 정도로 바락바락 외쳤다.

[나는 영혼과 육신이 하나로 합쳐지는 합일의 경지를 이루었다. 그런 나를 내 무덤에서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가 살아생전, 지고한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뒤받쳐 준 육체가 잠든 곳.

비록 육체는 죽어 다시는 깃들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결국 영혼은 육체로부터 빠져나온 것이니, 미약한 연결선을 통해 온전히 생전의 힘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온전히는 아니려나.’

영웅의 온전한 힘이라면 최소 대마법사, 혹은 소드마스터 이상이다.

그 수준이라면 당연히 날 끔살시켜야 정상.

하지만 못하는 걸 보면.

‘이 정도면 한 40 정도려나…….’

영웅조차도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대로 으스러트려…….]

“마력이 좀 넘치네.”

[?!]

내게 승산은 충분히 있다.

[흡수량: 65%]

키이이잉!

난 마력을 어느 정도 배출해 냄과 동시에 흡수량을 줄였다.

배가 고파진 쇠사슬이 비명을 내지르며 재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재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동시에 내가 방출한 마력에 마구잡이로 휘날리기 시작했다.

쾅!

재가 폭발하며 한순간에 시야가 자욱해졌다.

마치 안개처럼 자욱해진 재.

재의 영웅이 손을 휘젓자, 자욱해진 재가 허공에 뭉쳐 들며 수많은 창으로 화했다.

[죽어라.]

푸퓨푸푸푹!

창이 쏟아지는 광경은 장관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죽음을 슬퍼하듯,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로 쏟아지는 창들이라니.

뭐, 저게 내 목숨을 노리는 것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재도 마력 판정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었다.

쇠사슬의 반절 정도는 몸의 급수 부위만 가리고, 나머지 부분으론 허공에 빙빙 돌렸다.

쇠사슬이 쏟아지는 창들을 쳐 냈다.

카그그그그! 부스스으으으…….

쇠사슬에 닿은 창의 형태가 무너졌다.

몇 개는 내 등 뒤를 노리고 날아왔으나, 미리 몸에 감아 둔 쇠사슬에 닿으며 바스라졌다.

난 팔에서 몰려오는 뻐근함을 느끼며 물었다.

“차라리 스켈레톤 전사가 돼서 덤벼드는 건 어때?”

[닥쳐라!]

공격이 먹히지 않았음을 예상했던 것인지, 그가 버럭 외치며 땅으로 손을 뻗었다.

쿠구우우우우!

땅이 뒤집히며 내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

어느새 내 머리 위에는 거대한 잿더미가 다가와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두 팔로 머리를 가리자, 동시에 잿더미가 폭사하며 내 온몸을 감쌌다.

푸스으으으!

쇠사슬에 닿은 재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하지만, 어느새 내 근처는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땅 안인가.’

땅을 뒤집었던 게 날 여기에 파묻으려 했던 모양이다.

이게 문제는 이 이후론 무슨 공격을 날아올지 모른다는 것.

‘일단 제일 가능성이 큰 건.’

바닥에서 올라오는 공격이다.

내게 마법이 안 먹히는 이유는 오로지 쇠사슬 하나 때문이다.

다른 아티팩트들도 나름 마력을 흡수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또한 한계가 있다.

특히 상당한 수준이라 추측되는 재의 영웅을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에 대비해 발로 쇠사슬을 지그시 밟곤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었다.

‘슬슬 위험해.’

정보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어차피 반전 세계에서는 그를 온전히 끝내지 못하기 때문에 따라 넘어온 거긴 하지만.

‘마법이라도 쓸 수 있다면.’

적어도 다른 캐릭터들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쓸 수 있는 기초 전투 마법 정도만 쓸 수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겐 불리함이 찾아올 것이다.

정보를 알아낸다고 한들, 상대방도 내 정보를 알아낼 테니까.

‘빨리 끝내야 해.’

난 빠르게 눈동자를 굴렸다.

아주 작은 틈이 보인다.

작은 틈 사이로 빛줄기를 쏘아 냈다.

투쾅!

빛을 쏘아 낸 위치로 뾰족한 돌이 박혔다.

아무래도 내가 나오려고 시도했다 생각한 모양이다.

‘안에서도 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벗어날 방법이 있다.

<방출>

쿠우우우웅!

일부러 뱉어낸 마력들이 근처의 땅을 뒤흔들었다.

단순히 마력을 뱉어 낸 것만으로도 벽이 부서질 것 같다.

하지만, 정말로 이대로 부서질 리는 없었다.

다만 이걸로 충분한 압박은 주었을 터.

[30분간, 팔찌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난 후우우 숨을 몰아쉬며 정면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마치 마법을 사용하듯.

중얼거렸다.

“염옥.”

[하하! 내가 그리 둘 것 같으냐!]

내 중얼거림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땅을 움직였다.

땅이 나를 우그러트리기 위해 쿠그그극!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덕분에.

나는 아주 작은 ‘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

주먹에 쇠사슬을 휘감고 틈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벽이 쩍 갈라지며 틈을 드러내자, 망설임 없이 몸을 내던졌다.

온몸이 긁히고 으스러지는 고통을 버티자, 금세 밖이 눈에 들어왔다.

[마법을 쓴 게 아니라고……?!]

‘성공.’

내게 완전히 속은 영웅을 뒤로하고 근처를 훑었다.

‘저기다.’

온갖 곳이 땅이 뒤집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멀쩡한 장소.

아마도 영웅의 시체가 묻혀 있으라 추정되는 곳.

저기가 바로 심장부이자 약점이다.

난 곧바로 약점을 향해 달렸다.

[멈춰라!! <정지>!]

그의 재가 내 몸을 막기 위해 날아들었다.

그뿐이랴?

아예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마치 협곡처럼 갈라지며 내 앞길을 가로막는다.

난 숨을 들이켜며 쇠사슬을 정면으로 집어 던졌다.

“흡.”

푸확!

휘리리릭!

재를 뚫고 날아간 쇠사슬이 뭔가를 휘감았다.

최대한 강하게 잡아당겨, 무너지는 바닥으로부터 피해 다음 블록으로 넘어갔다.

미리 말을 안 했지만, ‘영웅의 무덤’이라 칭해지는 이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

한 번의 도약만으로 무덤이 가까워졌을 정도니까.

[내가 감히 허락할 것 같으냐!!!]

쿠구우우!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예 땅으로 벽을 세워 버린다.

물론 땅만으론 이루기엔 시간이 부족했으니, 재가 이리저리 섞여 있었다.

재만 뚫는 거로 되려나?

‘해 보지 뭐.’

어차피 안 되면 죽는다.

“후우우…….”

난 숨을 몰아쉬며 달리는 자세에서 주먹을 말아 쥐었다.

너클처럼 쇠사슬을 주먹에 둘렀다.

이대로 부딪히면 팔이나 주먹 하나는 충분히 으깨질 터.

하지만.

“팔 한 짝 날려 먹는 걸로 뚫으면 이득이지.”

[……뭐?]

이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돌이 아닌 재로 이루어진 부분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엄청난 격통이 주먹을 타고 올라왔다.

‘그래도 재는 뚫어…….’

쿵! 으직!

“!!!”

재가 틀어막고 있던 탓에 지탱되던 건물 조각이 그대로 내 팔에 내리꽂혔다.

순간적으로 터져나올 뻔한 비명을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대로 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다행히 신경은 안 끊어진 듯, 그나마 움직이는 팔을 억지로 움직여 돌을 들었다.

[미친놈……!]

다른 손으로 돌을 밀어내다시피하자, 겨우 구멍이 뚫렸다.

사람 한 명이 억지로 몸을 밀어넣으면 들어갈만한 크기.

조금만 망설이면 바로 채워질 구멍이기에, 망설임 없이 바로 몸을 던졌다.

“……왔다.”

겨우 목적지에 도달했다.

무덤은 비석 하나만 세워져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근처에서 휘몰아치는 원혼은, 결코 쓸쓸하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생전의 영광을 잊고 묻혀야 했던 영웅의 시체에서 뿜어지는 한기가 몸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비켜라! 거긴 네까짓 게 함부로 다가갈 게 아닌……!]

“배고파?”

그뿐이랴.

죽은 자는 산 자를 탐한다.

그래야 자신이 산 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인데, 아무래도 영웅도 마찬가지인 모양.

영웅의 시체가 나를 탐내는 게 느껴진다.

난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무덤에 던졌다.

“밥 좀 잘 챙겨 주지 그랬어.”

휙!

반지가 무덤에 닿는 순간.

원혼이 반지를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반지, 아니 ‘독’을 삼킨 영웅이 비명을 내질렀다.

무덤을 둘러싼 원혼과 한기가 불안전하게 흔들렸다.

난 이후의 여파를 예상하고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앙!

무덤이.

폭발했다.

&

쿠오오오오…….

폭발로 인해 일어난 자욱한 연기가 조금씩 가라앉는다.

난 거의 아작나다시피 한 오른쪽 팔이 뱀파이어의 팔찌 덕분에 재생되는 걸 느끼면서 폭발과 함께 드러난 시체에 다가갔다.

부패가 되어 뼈다귀만 남아 있어야 했으나.

알 수 없는 힘으로 어느 정도 살점이 남은 영웅이 나를 노려보았다.

[빌어먹을…… 자식이…….]

“용케도 몸에 들어갔네?”

죽는 순간, 위험하다고 느껴 법칙을 뛰어넘은 모양이다.

뭐, 그래 봤자지만.

“두 번 죽었으니까 고를 두 번 붙여야 하나?”

고고 영웅 씨.

[반드시…… 널…… 죽이겠다…….]

내 모욕에 영웅이 살기를 드러낸다.

원래라면 여기서 바로 죽여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욕심이 들었다.

‘죽이기엔 너무 아까워.’

분명히 이미 떠난 영혼이 다시 육신에 깃들었다.

영웅이란 칭호 자체가 가진 가능성.

그 또한, 아마 현 세계에서 헬레나나 필립과 같은 ‘주인공’과 비교해도 재능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뿐이랴?

착한 건 맞지만, 신에게 미친 푸슈엘과 달리 이놈은 구슬릴 구석이 있었다.

‘마왕과 고대에 대한 정보를 캐낼 수 있는 놈.’

그러니.

“영웅아.”

[내 이름은…….]

“나랑 불가침 조약을 맺는 건 어때?”

확실한 족쇄를 채워 둔 채로 살려 둔다.

절대 나를 배신할 수 없도록.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럼 살려 줄게. 복수하고 싶지 않아?”

흠칫.

[…….]

“널 배신한 영웅들. 뭐, 정작 그 본인들이 살아 있는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후손은 남아 있겠지. 그들은 자기네 선조가 훔친 네 업보로 아주 잘 먹고 잘살 거야. 그걸 원하는 거야?”

[……그건…….]

“뭐, 여기서 네가 죽는 걸 택하면 그리되는 거고. 어때? 기회를 주는 거야.”

[……네가 살려 둔다고 한들, 너 때문에 그동안 쌓아 온 에너지를 모두 잃었다. 내가 어떻게 복수한다는 거지?]

“내가 해주지.”

[뭐?]

난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었다.

“단. 넌 조건이 될 때, 내게 고대와 마왕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어야 한다. 만약 필요하다면 네 업까지 말이야.”

내 말에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내가 정말 그가 원하는 영웅의 후손을 죽여 올지, 아니면 다른 놈을 죽여 와서 우길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믿기지도 않는 놈을 믿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그만큼 생존 본능이 강할까?’

난 그러리라 본다.

웬만한 욕심이 없는 한, 우연히 발현된 반전 세계를 다룰 수 없다.

강렬한 염원을 가진 이만이 기적을 다룰 수 있으며. 죽는 순간에 법칙을 뛰어넘어, 시체에 깃드는 기적까지 이루어낼 수 있다.

[불가침 조약은 무슨……. 누가 보면 우리 둘 다 한 나라의 왕이라도 되는 줄 알겠군.]

“내가 아는 고급진 단어가 이거밖에 없어서 말이야.”

난 어깨를 으쓱였다.

영웅은 생각을 정리한 듯, 진지한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내 목적은 알량한 복수 따위가 아니다. 이 세상을 재로 만드는 것! 그게 내 목표다.]

“어쩌라고.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강제로 말이 끊긴 그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결국에 승자는 나였다.

그는 잠시 고민한 후, 입을 뗐다.

[……하겠다.]

그 순간.

[숨겨진 던전. ‘영웅의 무덤’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세계에 당신의 업이 기록됩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고대’에 대한 지식 일부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마왕’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였습니다.]

[‘영웅의 업’에 대한 정보를 엿볼 수 있는 권한을 얻었습니다.]

[보상으로 조건에 따라 ‘반전 세계’를 열 수 있습니다(일정 치 이상의 부정적(혹은 긍정적) 에너지와 마력이 필요.)]

[당신은 앞으로 뇌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뇌기의 활용 방식은 당신의 능력에 따라 좌우됩니다. 단, 날씨(비)의 영향을 받습니다.]

[‘탐욕의 쇠사슬’로 인해 억압된 신체 능력치 일부가 해방됩니다.]

[20 -> 30]

[마력 제어력이 1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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