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가 망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24화 (24/124)

제24화

방울 소리는 귀신을 쫓아낸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건 사용 방법에 따라 다르며.

잘못 사용한다면, 귀신을 쫓아내는 게 아닌.

오히려 끌어들이곤 한다.

-끼야아아아아아악!

-키히이이이! 이히히히!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같이, 같이 가자… 같이 가자….

온갖 죽은 자들이 신당으로 모여든다.

머리가 찌그러진 채 죽은 자, 몸이 잔뜩 부패 되고 역한 냄새를 풍기는 자, 불에 불탄 듯 잔뜩 그을린 자, 목을 매단 듯 목이 쭉 늘어난 자까지…….

죽은 모든 것들이 신당으로 모여들고.

-살아있는 사람? 살아 있는 사람?

-죽이자. 죽이자. 죽이자.

-난 다리가 없으니 다리를 가져갈래.

-난 목이 없으니 목을 뜯어갈래.

-난 심장이 없으니 심장을 뜯어갈래!

“참내.”

어차피 몸에 손도 못 댈 것들이 이리 구는 게 어이가 없다.

생긴 모습에선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야 하지만.

단지 시각적인 효과일 뿐.

실제론 아무런 효과도 내게 주지 못한다.

‘미리 치워놓고 갈까.’

“잡귀 새끼들이.”

키이이잉!

내 쇠사슬이 붉은빛을 뿜어냈다.

불길함이라도 느낀 듯.

귀신들이 귀곡성을 내지르며 내게 달려들고.

<강타>

“어디서 생자한테 대들어? 뒤졌으면 곱게 가야지.”

난 그들을 향해 쇠사슬을 휘둘렀다.

후우우웅!

찌지이이이익!

풍압과 함께 휘둘러진 쇠사슬은 그대로 근처 귀신들을 박살냈다.

말 그대로다.

어떤 형태를 하고 있던.

어떤 덩치를 가지고 있던.

쇠사슬은 쇠사슬에 맞닿은 놈과 근처에 있던 놈들은 그대로 찢어 놓았으며.

덩치가 작아 휘말리지 않고 살아남은 귀신이 겁에 질린 눈으로 날 바라봤다.

-사, 살려…….

“이미 뒈졌으면서 뭘 살려 달래.”

으득!

확실히 귀신을 찢어 놓은 후.

나는 신당을 바라봤다.

화르르르륵-

어느새 신당은 불에 타고 있었다.

장승은 물론이고 끊어진 오색 천과 황금 동아줄까지 모두 타오르고 있었고.

마치 내게 들어오라는 듯.

딸랑딸랑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문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만이 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도발하네?’

난 피식 웃었다.

만약, 내가 이런 종류의 몬스터를 상대해보지 못했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10년 동안 플레이해 오면서 이런 종류의 몬스터를 상대해 본 적이 없겠는가.

‘어울려 주지, 뭐.’

귀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된다고 해도.

안에 ‘보스’ 한 마리만 있는 이상.

내가 무조건 이길 수 있다.

‘저런 애들은 여러 명일 수가 없거든.’

난 당당히 신당 안으로 들어섰다.

화르르르르륵-!

마치 악마처럼 보이는 불꽃이 날 당장이라도 덮칠 듯이 넘실거리나.

난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실제 불이 아닌, 마력으로 피어오른 인공적인 불.

그러니 절대 내게 저런 불 따위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

한지에 불이 뒤덮였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한지는 물론 문의 틀인 나무는 조금도 타들어 가지 않았다.

‘이 안은 끌어들이는 자의 영역 안이라 이거겠지.’

오랜 시간, 시공간에 갇혀 있던 끌어들이는 자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이렇게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안을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마치, 누군가에겐 ‘신’처럼 보이도록 말이다.

드르르륵!

문을 옆으로 거칠게 열어젖혔다.

신당 안. 우리가 흔히 아는 무당집처럼, 여러 음식이 탁자 위에 올려져 있고, 또 그 뒤에 신을 모시는 동상이 놓여져 있다.

다른 점이라 하면.

음식들은 모두 썩어 비틀어졌으며, 동상은 모두 하나같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점 정도랄까.

‘기억났다.’

저 보스의 이름이.

‘허주.’

어느샌가.

향 앞에 나타난, 붉은 삿갓을 쓰고 붉은 천을 덮은 ‘무언가’.

아니.

‘끌어들이는 자.’

날 이곳으로 끌어들인 망자가 날 보며 히죽 웃었다.

히이죽.

양손에 들고 있는 방울…….

아니다.

저건, 양손에 들고 있는 게 아니었다.

기형적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개가 달린 손가락 마디마디 사이에.

둥그런 방울이, 하나하나 달려 있었다.

딸랑딸랑딸랑…….

방울 소리는 그 방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불러 봐. 궁금하네. 얼마나 불러들일 수 있을지. 자, 해 보자고.”

-키아아아아아아아!

밖을 볼 수 있는 창문 사이로.

이곳으로 날아오는 수많은 검은 형체가 비쳤다.

* * *

허주.

신화나 설화, 이야기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등장하는 모습이 다양하다.

하지만, 이 게임 내에서 허주가 맡은 역할은 명백했다.

‘신을 흉내 내는 잡귀.’

신(神)이란 무엇인가.

판타지에서 나오는 전지전능한 신과.

성경에서 나오는 신.

동자나 이런 이들.

이 세계에선 흔히 판타지에서 나오는 전지전능한 신에 가까웠다. 다만 드물게 푸슈아처럼 다른 신을 섬기는 자도 있으며.

너무나 많은 신도를 거느려 자신을 보지 못하는 신이 아닌 힘은 비슷하되 자신은 잘 보살펴줄… 허상에 가까운 신을 찾는 이도 있었다.

‘허주는 그런 이들을 속이는 잡귀.’

신을 부르고자 한 이를 속이고, 다른 말을 속삭여 자아와 몸을 빼앗아.

잡귀를 벗어나 인간으로, 그리고 또 다른 인간을 잡아먹으며 결국 신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귀신이다.

-키아아아아아!

딸랑딸랑딸랑!

손가락에 끼워진 방울이 울려 퍼질수록 신당 밖을 돌아다니는 귀신들이 비명을 내지른다.

가지각색 다른 귀신들이었으나.

모두 밖을 두르고 있는 불 때문에, 모두가 지귀가 되어있었다.

나를 불사지르기 위해서.

-아이야.

허주가 내게 말했다.

-무섭지 않느냐?

“뭐가?”

-이제 내가 손가락 한 번 까닥거리는 순간, 모든 방문과 창문이 열리고 저 귀신들이 들어올 것이다. 저 몸에 달라붙은 불을 끄기 위해 네게 몸을 비비겠지.

“그런다고 꺼지겠냐, 병신아?”

-그들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단다.

허주는 자아가 뚜렷해 보였다.

보통은 다른 무언갈 연기하는 데에만 치중되어있어 자아가 흐리기 마련인데.

뚜렷한 걸 넘어서 나와 직접 대화를 나눌 정도이니.

‘정신 쪽이네.’

이 허주를 어떻게 클리어해야 할지 알 거 같다.

-자, 그래서 아이야. 어떻게 하겠느냐?

“뭘?”

-내가 이 문들을 열지 말지 말이다.

덜컥덜컥덜컥!!!

당장이라도 뚫고 들어올 듯이, 귀신들이 마구잡이로 문을 두들겼다.

찬 바람과 뜨거운 바람이 들어오고 밖에서는 당장이라도 들어올 것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아들였을 것 같은 달콤한 제안을 던졌다.

-나와 한 시간만 같이 있어 준다면, 보내 주마. 난 아주 오랜 시간을 이 안에서 보냈거든. 홀로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냥 착한 귀신이라고. 그저 조금 외로웠을 뿐이라고.

그런 이미지까지 씌우기까지.

솔직히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니었다면, 허주가 직접 귀신을 불러들였을 것이라는 걸 몰랐을 것이고.

혹여나 알았다고 해도 패닉에 빠져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테니.

“지랄하네, 병신이.”

-말이 험하구나, 아이야.

“야, 허주.”

-?

비록 갓 때문에 눈이 보이지 않았으나.

난 그가 어떤 감정을 가진지 알 수 있었다.

의문.

어째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내 몸이 그리 갖고 싶어?”

-!

“가져봐.”

난 내 옷자락을 펄럭였다.

“누군갈 따라 하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주제에 말이야.”

-……

내 말에 허주가 잠시간 침묵한다.

마치, 이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금세 여유를 되찾은 허주가 물었다.

-너……

허주의 입가가 히죽 휘어졌다.

-내 정체를 아는구나?

“그럼 알지.”

허주의 손가락이 까딱 움직였다.

어느새. 밖엔 한 마리의 귀신도 남아있지 않았다.

허주의 시선이 내가 두르고 있는 쇠사슬에 닿는다.

그 시선은 분명한 ‘탐욕’이 담겨 있었다.

-그 요상한 요물(妖物) 하나에 내 영혼들이 모두 찢어졌지.

“네 영혼은 개뿔. 남의 걸 훔쳐 와 놓고 네 거라고 하냐? 거지야? 그건 지능 없는 애새끼나 할 짓이야. 뒤졌으면 곱게 가야지, 또 뭐가 억울하다고 붙들어서 지랄이야?”

-내가 취하고 내가 얻은 것이다. 그러니 그건 내 것이지. 그리고, 곧 너도 내 것이 될 것이다.

“지랄하네.”

시작이다.

난 망설임 없이 쇠사슬로 그를 후려쳤다.

휘리리릭!

탁!

쇠사슬은 허주를 치지 못하고 허무하게 벽을 후려쳤다.

방금까지만 해도 눈앞에 있던 허주의 인영이 흐려지며 사라진다.

허상(虛像).

허주의 고유 능력 중 하나.

어디론가로 몸을 숨긴 허주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속삭여왔다.

-성질이 급하구나.

“급한 건 너 같은데.”

처음부터 날 잡아먹기 위해 준비라도 한 듯.

귀신들 모두가 허주의 손에서 조종당하고 있었고.

이 공간 자체가, 내 몸을 속박하려 들고 있었다.

쿠구우우우우.

땅과 건물 벽이 움직인다.

방금까지만 해도 두 사람이 있기에도 좁았던 공간이 넓어지고.

음식들이 썩어가며 풍기는 냄새와 파리가 앵앵거리며.

거꾸로 세워진 동상들의 눈에서 흘러내린 피눈물이 바닥을 검붉게 물들인다.

-네게 선택권을 주마, 아이야.

온 세상이 적대한다.

마치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며.

살갗이, 가시 돋힌 쇠사슬에 휘감긴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날 그림자가 빙 둘러싸고 있으며.

당장이라도 내 몸을 꿰뚫고 싶어했다.

-이대로 꿰뚫려 죽을지, 아니면 네 몸을 내게 넘길지 말이다.

“아니지.”

난 허주의 질문에 손가락 하나를 더 들었다.

“하나 더 있잖아.”

-……?

키이이이잉!

쇠사슬이 보랏빛으로 코팅되었다.

이 근처를 뒤덮은 그림자마저도 밀어낼 정도로 넘실거리는 불길한 보라색은.

이 공간 어딘가에 숨어있을 허주에게 이를 드러냈다.

“네가 나한테 뒤지지 않고 갈지.”

버프 마법이 쇠사슬에 적용되었다.

지이이잉-

<확장>

이 버프는 아이템이 적용되는 범위를 넓혀준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본래라면 닿아야만 타격이 되는 쇠사슬이.

이런 그림자를 후려친다고 해도.

허주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

“보이면 머리카락 뽑아 버린다.”

아이템에 많은 부하를 줄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조차 영향을 주는 버프이니.

지금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지금만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순간이 없었다.

-……잠.

쇠사슬이 바닥을 후려친 순간.

-키아아아아아아아악!

허주의 비명 소리와 함께, 허주가 그림자에서 튕겨 나왔다.

쇠사슬에 팔을 제대로 맞은 듯, 한쪽 팔에선 그림자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고.

허주는 반대편 손으로 팔을 지혈하며 날 노려보았다.

-어떻게 그림자를 뚫고…….

“마력으로 막아놓고선 뭘.”

말라비틀어진 스펀지 앞에 물을 가져다 놓은 격이다.

이미 어느 정도 내 능력은 파악은 했지만.

이런 방법은 아예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한 번에 몰아친다.’

“내 앞에서 마력을 쓸거면 좀 더 강했어야지!”

난 허주가 더 뭔갈 하지 못하게 빠르게 쇠사슬을 휘둘렀다.

짧게 잡고 휘둘렀기에 쇠사슬은 날카롭게 허주의 팔을 찢었다.

-크윽!

허주의 팔이 반쯤 너덜거릴 정도로 날카롭게 찢어진다.

난 멈추지 않고 마구잡이로 쇠사슬을 휘둘렀다.

허주의 패턴은 언제나 다르고 일정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일정화되지 않은 건 게임에서나 그렇지, 여긴 현실이다.

‘패턴은 내가 만들면 그만이야.’

키이이이잉!

팔찌가 빛을 뿜으며 쇠사슬에 빛이 깃들고.

오로지 허주를 찢어 죽이기 위해 쇠사슬이 더 날카롭고 빠르게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크으윽.

촥! 쾅! 콰르르르!

쇠사슬이 벽면을 거칠게 긁고 지나가고, 허주의 옷깃을 스치며, 마구잡이로 휘몰아쳤다.

허주는 쇠사슬에 닿으면 안 되기에, 도망가거나 내 패턴을 파악하는 데에 급급했고.

덕분에 그의 흐름이 내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보인다.’

난 눈을 부릅떴다.

아마 이제 여기선.

‘목을.’

핑!

바로 목 옆에 날카롭게 세워진 손톱이 틀어박혔다.

여유분의 쇠사슬로 그대로 손목을 휘감아 버린다.

-크윽!

마력이 빨려 들어오며 힘이 빠진 허주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지고, 그대로 면상을 무릎으로 후려쳤다.

뻐어어억!

-크흐윽!

허주가 침음성을 흘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허주가 몸에 두르고 있는 오색 천이 찢어지고 갓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달려 있다.

난 그대로 몰아치기 위해 쇠사슬을 다시 잡고 휘두른다.

그 순간.

텁!

“?”

-내가…… 그냥 맞고만 있을 것 같으냐…….

쇠사슬이 무언가에 잡혔다.

어느새 나타난 인간이 내 쇠사슬을 붙잡은 것이다.

난 눈을 좁혔다.

‘허상?’

그렇다 하기엔 존재감이 너무 뚜렷하고 마력이 빨려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일반인’처럼.

“보아하니 넌 제대로 된 마법을 쓰지 못하더구나. 이 쇠사슬에만 의지하는 거지?”

내 쇠사슬을 붙잡은 자가 말했다.

“넌 또 뭐야?”

내 질문에.

“허주.”

남자가 답한다.

“나 또한 허주.”

“나 또한 허주.”

…스르르륵.

그림자에서 똑같은 모습을 한 남자가 여러 명이 더 나와 내 쇠사슬을 단단히 붙든다.

아무리 당겨도 풀리지 않도록.

그리고 허주‘들’이 말했다.

“이제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쯧. 2페이즈.’

허주란 현대의 다중인격, 이중인격을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른 존재를 다른 의식으로 물들여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것.

‘설마 마력이 없을 줄은 몰랐는데.’

“자.”

날 바라보는 허주의 본체.

신을 모방한 허주가 말했다.

“이제 너도 허주가 되어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