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원하는 걸 얻었으니.
이제 다음으로 넘어갈 때였다.
나는 2차 통로를 찾아 정면으로 나아갔다.
스켈레톤도, 구울도 뭣도 나오지 않는 동굴을 걷는다.
걸으면 걸을수록, 공기의 탁함이 진해지고 땅바닥에서 무슨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건…….’
어느새 내 신발은 검게 물들어 있으며.
바닥도 시꺼먼 찐득한 무언가로 덮여 있다.
마치 피가 오랜 시간 고인 것 같다.
‘이런 배경이라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공포를 느낄 것 같은 모습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무거운 ‘느낌’이 든다.
실제론 아마 효과가 적용되고 있을 것이다.
귀신의 저주 따위가 내게 영향을 주지 못할 정도로 내 마력이 방대할 뿐이지만.
‘앱솔이겠네.’
지이이잉.
속으로 그리 중얼거린 순간.
-네 마력은…… 내 꺼야…….
그런 속삭임이, 귓가에 들려왔다.
앱솔.
평생을 굶주림에 미쳐 살아가던 이가 던전 내에서 죽어.
죽어서까지 배고픔에 시달리는 귀신이며.
인간을 보면 상대방의 마력을 빨아들이고 정신을 흐트려 놓으며, 다른 언데드들을 통솔해 물량으로도 공격하는 귀신이다.
“생각보다 고위 몹들이 나오네?”
언데드의 장점인 물량을 가지고 있되.
플레이어에게 직접 디버프를 걸거나 저주를 내릴 수 있고.
또한, 직접적으로 ‘환각’까지 보여주어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상당한 고위 언데드다.
한순간에 근처의 배경이 뒤바뀌며.
“배…… 고파…….”
“밥…… 밥…….”
“팔…… 하나만…… 팔…… 하나만!!!”
땅이 메말라 생명이라곤 살 수 없는 척박한 대지 위.
앙상하게 마른 ‘것’들이 내게 기어온다.
인간의 형태는 갖추었으나 종잇장 같은 살가죽 위로 뼈마디가 선명할 정도로 앙상한 몰골은 처참하기까지 했다.
“직접 보니까 기분이 그렇네.”
지금 이 환각은.
직접 마법사에게 거는 게 아닌.
이 공간 자체에 환각을 걸어, 이 공간 자체를 조작하는 것이기에.
아무리 높은 마법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뿐이랴.
보는 것만으로도 눈살이 찌부러질 정도로 끔찍한 외형을 가진 그들은.
덥석, 덥석.
내게 직접 다가와, 소름 끼치는 손으로 팔과 다리까지 붙잡았으니.
내 팔과 다리에 어떻게든 매달린 것들의 얼굴이 흉측하게 변하며 내게 마구잡이로 소리를 내질렀다.
“내놔…… 네 거…… 네 기운……”
“네 마력……!”
“다 내 거야, 내 거야아아아!!!!!!!”
귀청이 터질 것 같다.
이들은 ‘앱솔’이 죽인 수많은 인간의 영혼들이며.
마찬가지로 죽은 이후로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들이다.
밥을 먹지 못해 생기는 배고픔이 아니다.
마법사에게 있어서 생명력과 다름없는 ‘마력’을 향한 배고픔은, 마력을 가진 생명체의 마력과 피, 살점을 탐했다.
‘어차피 환각이지만.’
지금은 꿈의 경계를 넘어, 이미 하나의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환각을 넘어서 현실로 넘어왔다는 얘기는.
나 또한 이들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즉.
‘환각을 만든 놈도 내가 물리적으로 칠 수 있다.’
촤르르르륵.
난 쇠사슬을 길게 잡았다. 눈을 좁히고 아마도 이 환각을 만든 놈이 숨어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4곳을 바라본다.
‘한 번에.’
내 손목의 팔찌가 빛을 뿜었다.
팔찌에 저장되었던 적은 양의 마력이 마법으로 화한다.
마법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이걸 마법으로도 불러야 하나? 싶은 것도 있었다.
그중 바로 하나.
<강타>
키이이이잉!
내 쇠사슬이 붉은빛을 띠었다. 몇몇 굶주린 자들은 그런 쇠사슬을 이빨 없는 잇몸으로 덥석덥석 문다.
그리고.
퍼버버버버벙!
그대로 대가리가 박살 났다.
쇠사슬에 담긴 마력이 근처를 박살내기 위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한다.
난 쇠사슬을 붙잡고, 몸을 빙글 돌렸다.
“키아아아!”
“배…… 고파……!”
“내놔……! 내놔! 내놔아아!!”
촤르르르르륵!
처음에야 약하게 회전했던 쇠사슬이지만, 두 손으로 거세게 붙든 채, 힘차게 몸을 몇 번이고 회전하자.
이내 쇠사슬이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마치 팽이처럼 미친듯이 회전하자, 내게 어중간하게 붙으려 하던 굶주린 자들이 떨쳐 내진다.
그리고 그대로 닿은 굶주린 자들의 몸이.
퍼버버벙!
그대로 개박살이 났다.
“아, 안 돼.”
“빼앗지 마.”
“빼앗지 마아!!! 내 거야!!!”
‘어지러워 뒤지겠네.’
하지만, 이게 무엇보다 좋은 방법이다.
수는 워낙에 많으며, 이대로 회전을 하여 힘을 더 모아둔 다음에…….
‘찾는다.’
내 눈에 마력이 모여든다.
‘내부’가 아닌 ‘외부’로. 마치 망원경을 쓴 것처럼 원하는 위치가 확대되고 뭔가가 느껴진다.
비록 앱솔은 직접 나서서 타인을 해치는 개체는 아니었으나, 본질은 언데드였으며 살아 있는 생명, 그것도 먹잇감이 자신을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우우웅.
‘찾았다.’
어느 위치를 응시한 순간, 아주 작게 ‘울림’이 느껴졌다.
난 망설임 없이 그곳을 향해 쇠사슬을 휘둘렀다.
오래 회전하며 힘이 쌓인 쇠사슬이 마치 먹이를 덮치는 뱀처럼 사납게 쏘아져, 그대로 앱솔을 찢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머리에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나 있고 이빨이라곤 몇 개 남지 않았으며, 비쩍 말라 뼈밖에 남지 않은 인간의 모습을 한 귀신의 몸이 반으로 쪼개진다.
손맛이 아주 짜릿했다.
“죽었으면 얌전히 꺼져야지.”
촤르르르르륵-
난 쇠사슬을 회수했다.
감히 자신을 반으로 쪼갠 쇠사슬이 되돌아가자, 공격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건지 남은 상체의 반절로 내게 달려들지만.
“어디서 생사람을 잡아?”
쫘아아아악!
쇠사슬을 짧게 잡아, 그대로 대가리를 찢어버렸다.
반으로 쪼개진 대가리가 아래로 툭, 떨어지고.
이윽고 근처의 환경이 바뀌…… 진 않았다.
‘뭐가 남았네.’
난 기운이 느껴진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황폐한 대지에서도 몇 개 놓여 있지 않은 돌 뒤에.
뭔가가 숨어 있었다.
“덤비게?”
꾸르륵.
유일하게 인간이 아닌 모습이다.
점액질로 이루어진 괴생명체.
슬라임처럼 축 늘어진 그것의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날 응시한다.
-끄륵… 끅…….
배가 고픈 듯, 입에서 기괴한 소리를 내고.
날 탐스럽다는 눈동자로 바라본다.
‘저게 뭐였더라. 마력 어쩌구 슬라임이었는데.’
게임이 아니라서 그런가.
모습 위에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게 너무 아쉬웠지만.
‘뭐, 그래도 뭐하는 놈인진 아니까.’
날 본 슬라임이 입을 쩍 벌렸다.
입 안은 새까만 어둠으로 가득했으며.
동시에, 체내의 마력이 꿈틀거리며 흔들렸다.
‘빨려 들어간다.’
저 슬라임의 능력은 마력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말 그대로다.
어떤 곳에 있던.
먹이로 지정한 대상의 마력을 빨아들인다. 몸이 터지거나, 혹은 상대방이 미라처럼 비쩍 말라버리거나.
“얼마든지 처먹어봐.”
그리고 저 슬라임은.
몸이 터져 죽을 예정이다.
“난 널 처먹을 테니까.”
-……!
촤르르륵.
내 손에서 쇠사슬이 움직이고.
내가 내뱉은 말에 공포라도 느낀 듯.
급하게 기운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슬라임의 몸이 비대해지고, 하늘이 가려질 정도로 부피가 커진다.
-흐하하하하하하!
저 슬라임 또한.
마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한계를 벗어나 강해지는 언데드이기에.
-나도, 나도 이 공간을 드디어 벗어날 수 있어!
내 마력의 어느 정도를 빨아들이고 나선, 지성을 가지고 인간의 언어까지 내뱉었다.
-사라지기 전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듯.
인간의 지능과 언어를 가지게 된 슬라임도, 탐욕에는 끝이 없었다.
충분한 힘을 가졌음에도, 그는 더욱더 많은 걸 탐내며 입을 다시금 쩍 벌렸다.
-네 모든 걸 삼켜…….
쩌억!
그 순간.
슬라임의 몸에 아주 작은 구멍이 나고.
그 구멍을 중심으로, 수많은 균열이 일어나며.
몸이.
그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 째서……?
“왜긴.”
난 슬라임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가 다리 찢어진 격이지.”
이래서 사람은 자기 주제를 잘 알아야 한다.
물론 한계가 어디인지 알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건 나쁘지 않지만.
이놈처럼, 너무 과한 건.
탈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생을 망가트리는 지름길일 뿐이다.
“마력이나 다시 내놔 임마.”
난 쇠사슬을 휘둘러 무너지는 슬라임을 후려갈겼다.
퍼어어어엉!
마치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그대로 박살 난다.
너무나 많은 마력을 흡수한 탓일까.
터진 순간 방출된 마력에 흩어졌어야 할 살점이 그대로 녹아내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고.
마력은 잠시 주인을 찾지 못해 혼동하다가, 이내 더러운 마력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했다.
‘성질 더럽게 쎄네.’
동시에, 근처를 둘러싼 황폐한 배경이 사라진다.
어느새 난 원래 동굴로 돌아와 있었고.
그걸 축하하듯,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의 2차 통로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클리어를 알리는 메시지였다.
아까와 같이 앞으로 쭉 걸어가자, 보상으로 놓인 상자가 보인다.
난 상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젠 안 덤비냐?”
-…….
-…….
“쯧! 요새 벤시들은 근성이 없어.”
난 혀를 차며 상자를 열었다.
잘하면 다른 것도 좀 얻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림도 없네.
상자 안에는 팔찌 하나가 담겨 있었다.
[뱀파이어의 팔찌(중급)]
마력을 흡수하여 신체를 재생시킨다.
단, 언제든 상시 발동되며 이는 통제할 수 없다.
회복할 때에 보유한 마력량을 신경 쓰지 않는다.
‘종족 이름까지 상세히 적혀 있어?’
난 살짝 놀랐다.
굉장히 불친절한 시스템 특성상.
일개 이런 아이템에 종족 이름을 넣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대충 지은 게 티나는 아이템이 여러 개가 겹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고 말이다.
‘이렇게까지 적어놨다는 건…….’
꽤 좋은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성능도 확실히 나쁘지는 않아.’
상처를 치료해 주는 아티팩트는 은근히 드물었다.
더불어 지속적인 효과다. 이런 아이템이라면 전투할 수 있는 방식이 확연히 늘어났다.
‘나한테만 한정되는 거긴 하지만.’
마력량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마력이 쥐꼬리만큼 남은 상태라 하여도. 상처를 입는다면, 억지로 마력을 끌어다 치료시킨다는 얘기였다.
쉽게 말해 육체 회복시키겠다고 생명력을 억지로 끌어다쓰는 격이다.
그러니. 마력이 넘쳐나는 라온 리그벨토나, 다른 수준 높은 마법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아이템을 얻을 줄이야.
‘진짜 아카데미를 나오자마자 보상이 넘쳐나네.’
역시 나오길 잘했어.
아니었으면 지금쯤 ‘마력이 조금 더 예뻐집니다’ 이딴 아이템이나 얻고 있었을 텐데 말이야.
‘신체 능력을 늘려주는 건 없나?’
혹여 다른 보상이 없는가 해서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다른 보상이 더 나오지는 않았다.
‘자, 그럼 가볼까.’
“난 간다, 벤시들아. 한 번만 더 고개 내밀면 죽여 버린다.”
휙, 휙!
벤시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몸을 숨겼다.
참 생긴 거만 아니면 귀엽다고 느낄 텐데.
아무리 그래도 눈알이 툭 튀어나와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은 아니지 않나?
‘이제 저것들도 보는 게 마지막이겠지만.’
고위 던전은 총 세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곳을 벗어나 다음으로 넘어간다면, 이 던전을 벗어나게 될 터.
나는 다음으로 출발하기 전.
몸 상태를 체크했다.
[뱀파이어의 팔찌(중급)]
차자마자 내 마력을 빨아들인 팔찌는 내 몸을 원상태로 회복시켰고.
덕분에 생긴 작은 자상이나 근육통 들이 싸그리 없어졌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게이머의 피가 들끓는 플레이를 해서 그런지, 정신력도 충분했다.
“좋아. 이제 가볼까.”
뚜두둑.
목을 이리저리 풀며, 앞으로 나아간다.
슬슬 동굴이 끝나가기라도 하는 걸까.
아까와 달리, 단지 환하게 보이는 느낌이 아닌.
정말로 ‘빛’이 느껴진다.
‘보스는 뭐려나.’
끌어들이는 자의 형태는 던전마다 다르다.
어린아이일 수도 있고, 어른일 수도 있고, 노파일 수도 있으며,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대부분은 이런 던전에서 주로 나오는 형태를 하는 걸 생각한다면.
아마도 악마? 그런 이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더 낮을지도 모르고.’
원래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테지만.
‘생각보다 난이도가 너무 낮아.’
오히려 초반에 나온 웜이 까다롭다고 느낄 정도로.
이들이 너무 나약했다.
아니면 나와 상성이 너무 안 좋은 것일 수도 있다.
말했다시피, 육체전으로 가면 내가 불리하지만.
초반에야 동굴 지형 특성상 상대하기 쉬웠고.
두 번째는 내겐 면역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으니.
아마도, 세 번째도 정신 쪽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보통은 정신 쪽에 더 취약하니까.’
아무리 ‘마력’을 이용한다고 해도.
물리력을 무시하고, 꿈이라는 경계를 넘어와 현실을 침범한다는 것은.
웬만한 마법사뿐만 아니라 기사들마저 상대하기 어려웠다.
‘아마도 마지막도 그럴 확률이 높고.’
난이도가 높아지면 더 높아지지, 낮아지지는 않을 테니까.
‘가보면 알겠지.’
동굴의 끝이 보인다.
끝에서 보이던 빛이 어느새 내 시야를 환하게 덮었고.
[‘모방당한 신당’을 조우하였습니다.]
내 눈앞에는.
한국에서나 볼 법한 풍경의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밖에 온갖 금실이나 오색 천이 둘러져 있고.
밖은 장승 몇 개가 세워져 있었으며.
집은 한옥으로 지어져 있었다.
“……또?”
아무리 한국 귀신이 많이 나오긴 했어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게임에서는 이상한 게 아니지만.’
게임에서도 유독 한국 풍의 맵들이 주로 나오곤 했다.
설정상, 시공간이 비틀리고 ‘지구’라는 차원에서 가져왔다고는 했었다.
그때야 ‘아, 이벤트를 해주는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여긴 게임이 아니니…….’
뭔가.
기분이 너무나도 묘했다.
게임이 아닌 현실인 이상.
이 신당은 정말로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이게, 정말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 중 하나에 있는 거라면.’
어쩌면 여기서 지구로 돌아가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최첨단 우주선을 이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잡는 거부터 신경 써야겠다.’
난 눈을 좁히고 신당을 바라봤다.
분명히 한국 신당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지만.
이곳저곳에 무너져 있고, 잔뜩 헤져있으며, 오래되어 낡은 듯 바람에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냈다.
잔뜩 음산한 분위기.
그리고 원래라면 안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려야 할 텐데, 아무것도 없는 듯.
근처의 공기는 고용하기 그지 없었다.
‘뭐가 없나?’
어디에 숨은 거지?
난 눈살을 찌푸렸다.
혹여 그림자나 그런 곳에 숨어드는 놈이면 꽤 골치 아픈데…….
그때.
딸랑딸랑딸랑…….
귀에 아주 희미한 소리가 스친다.
순간 잘못 들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희미했지만.
소리를 대신하듯.
내게 뚜렷한 존재감이 각인되었다.
쏴아아아아아-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몸을 차갑게 식히고.
방금까지 보이던 오색 실과 황금 동아줄이.
뚜두둑!
한순간에 모두 끊어졌다.
킥킥킥….
웃음소리와 함께.
딸랑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