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머릿속으로 판단을 다 내렸다고는 하나.
그걸 입으로 꺼내는 일은 없었다.
“설마. 우리는 자랑스러운 리그벨토의 피를 잇지 않았느냐. 당연히 그 정도의 변화는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
위대한 가문의 직계이자 고위 마법사로서 표정 하나 숨기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난 널 믿고 있었단다, 라온.”
라온은 그가 한 말에 피식 웃을 뻔했다.
‘표정 관리 더럽게 못 하네.’
아니면 자신이 상대방의 표정을 너무 빨리 알아차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도 무슨 감정을 가졌는지 훤히 보이게 되니까.
“예. 감사합니다. 형님.”
“그래. 그래서. 내게 말해줄 생각은 없느냐? 네게 어쩌다 그런 행운이 찾아갔는지 말이다.”
“죄송합니다.”
라온은 웃는 표정으로 그의 떠보기를 단칼에 잘라냈다.
“이번에 시련을 통과하는 데에 온 힘을 다하고 싶어서요.”
“……그렇느냐?”
“예. 하지만 제가 시련을 통과한다면 또 모르겠군요. 그러니 형님께서 도와주시는 건 어떠십니까?”
마벨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이 능구렁이 같은…….’
자신의 속내를 간파하고 역으로 저런 제안을 건넬 줄이야.
그래.
네가 정녕 그리 나오겠다면.
‘얼마든지 받아주마.’
‘제대로 자극이 갔나 본데.’
이제부터 여기서 더 중요하다.
내가 그를 상대해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그는 나를 경계하고 있다.’
안에 뒤섞인 감정은 다르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의 불리한 자리가 더 위협이 될 걸 경계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걸 이용한다.
“형님.”
“무슨 일이냐, 아우야.”
“제가 좋은 정보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말해 보거라.”
라온은 손등으로 턱을 받쳤다.
“전 제가 직계에 부족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래.”
“하지만 전 직계의 자격을 증명받는 것 외엔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후계자의 자리도, 가주의 자리도요.”
“!”
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라온은 그를 보며 웃지 않으며. 그저 자신은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듯 평온한 얼굴을 한 채 입을 달싹였다.
“형님이라면 제 뜻이 뭔지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
이제 할 말은 다 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라온의 등을 본 마벨이 웃음을 터트렸다.
“좋은 시간이었구나.”
“예. 저야말로.”
라온은 문을 열기 전 그를 한 번 바라봤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마벨은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꼭 그랬으면 좋겠구나.”
* * *
‘마벨 리그벨토. 생각 외로 다루기 쉬운 캐릭이지.’
마벨이란 캐릭터성은 뚜렷하다.
누구보다 가주라는 자리와 후계자에 집착한다는 설정.
그래서 자기 세력이라는 확신만 하면 아낌없이 퍼주는 타입이었다.
그것만 잘 이용한다면. 그에게서 뽑아먹을 건 다 뽑아먹되 적대 받지 않으며 가문 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이놈한테만 신경 쓸 건 아니지.’
마벨 리그벨토는 누구보다 강한 척하지만.
그는 실제로 이 가문 내에서 가장 힘도, 세력도, 모두 약한 편에 속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세력이 집착하며, 나 같이 이조차 경계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성과다.’
그에게 ‘나는 적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주었을뿐더러.
나를 쉬운 상대로 보지 않도록 어느 정도 경계심까지 제대로 심어놓았다.
‘이 정도면 충분한 성과다.’
그럼 이제 다음으로는.
‘가주…….’
솔직히 말해서.
가주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고 있음에도, 제일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그가 라온에게 품은 감정은 뚜렷하나.
그걸 제대로 드러내지 않으며.
라온과 나는 그런 감정을 대하는 법이 익숙치 않기 때문이었다.
‘……차리리 이게 나으려나.’
다른 이라면 몰라도.
역사를 새로이 쓸 수 있는 대마법사의 눈을 ‘연기’로만 속일 자신은 없었다.
비록 아들을 많이 보지 못한 아버지라 하여도.
마음이 있는 이상.
아버지의 눈으로서, 그리고 대마법사의 눈으로서 무언갈 알아차릴지도 몰랐다.
저벅, 저벅.
우선 나는 방으로 향했다.
가기 전, 최대한 과거를 회상하며 가주를 만날 준비를 해야 했다.
덜컥-
문을 연 순간.
난 나도 모르게 굳어 버렸다.
“…….”
“…….”
날 응시하는 회색 눈동자가 보인다.
방금 만나고 온 마벨의 것과 닮아 있으나.
조금 더 ‘빛바래’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은 짙은 회색의 눈빛.
‘어째서…… 이 양반이 여기에 있는 거지?’
리그벨토 가문의 가주이자.
라온의 아버지인.
리그벨토 가주가, 방 안에 앉아 있었다.
“…….”
덜덜덜.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아벨라가 애처로울 정도로 덜덜 떨고 있다.
쟤는 분명히 마벨을 만나기 전에 방으로 돌려보냈을 텐데…….
자기 방이 아니라 내 방으로 와 있었어?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난 마른침을 삼킬 뻔한 걸 참고 다시 가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얼음장, 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차가운 얼굴을 한 그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탁.
“오랜만이구나.”
“……예.”
잠시간 그가 먼저 말을 걸었지만.
난 더이상 대답할 말을 고르지 못했다.
아버지란 사람과 대화가 어색한 것도 있었지만.
‘라온이라면…….’
아마도, 이런 침묵이 옳을 것이다.
그는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 걸 넘어서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으니.
“왔는데 아버지를 먼저 보지 않고 마벨을 보러 갔다지.”
“……죄송합니다, 가주님.”
가주는 가문을 대표하며 모두의 리더다.
또 그 이전에 라온을 낳아준 아버지이기에.
먼저 만나는 것이 당연한 순서.
충분히 무례라고 지적할 만한 수준이다.
난 그리 판단하여 고개를 숙였다.
‘…원래는 이런 반응이 아니겠지만.’
라온은 아버지를 싫어했다.
당시 라온의 스트레스 지수에 따라 이런 대사까지 내뱉을 정도였다.
‘안 하던 아버지 짓 하려고 하지 마세요.’
‘…….’
물론. 나도 저런 말을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난 가주의 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마 이 말을 직접 뱉을 수가 없었다.
‘……불쌍하다면 불쌍한 캐릭터지.’
가주란 직위는 한 아이만을 낳을 수 없고.
한 아이만을 사랑할 수 없으며.
한 아이만을, 지킬 수 없다.
뭐, 아버지로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설령 자식들끼리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결국엔 죽음으로 몰아간다고 하더라도.
그는 아버지이기 이전에 가주이기 때문에 ‘방관’하는 입장을 고수해야만 했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탈이야.’
예전에는 그가 너무 드러내지 않아서 ‘적’으로 간주해 정보를 모집했고.
몇 번의 리타 끝에 그의 진심을 알아내었다.
‘너를 지키고 싶었다.’
그 대사를 한 번 들은 이상.
그에게 사납게 대하기가 그랬다.
‘……상관은 없겠지.’
이미 루트는 내가 구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가주와의 관계가 완화돼서 나쁠 건 없었다.
내가 후계자 경쟁을 포기하고.
힘을 얻는다는 조건하에 말이다.
“……많이 달라졌구나.”
잠시간 침묵을 유지하던 가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회색 눈동자는, 묘한 빛을 품고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말이다.”
순간 온몸에 오싹함이 돋는 게 느껴졌다.
‘설마 들켰나?’
아니지.
만약 정말 알아차렸다면, 곧바로 나를 어떻게든 붙잡았을 것이다.
아무리 내 마력이 많고, 마력을 흡수하는 쇠사슬이 있다고는 해도.
가주의 경지는, 겨우 이 ‘따위’들에게 방해받을 수준이 아니었다.
“…….”
“…….”
잠시간 우리 둘 사이에서 침묵이 맴돌고.
옆에서 아벨라가 사레에 걸려 컥컥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잔뜩 긴장함을 숨기며 쇠사슬을 힐끔 바라봤다.
‘날 죽이려 들면 튈 수 있나?’
무리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대마법사를 상대로 승기는커녕 도주로조차 잡을 순 없었다.
“…….”
덜컥.
다행히도.
가주는 내게 공격을 날리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겨우 사레를 멈춘 아벨라가 가슴을 콩콩 치다가 말했다.
“가, 가시나요?”
“그래.”
가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을 지나쳤다.
“그저 얼굴을 보러 왔을 뿐이니.”
툭.
가주의 손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마치 응원하듯이.
“훨씬 보기 좋구나.”
“…감사합니다.”
나는. 라온의 손으로 방금 가주가 만지고 간 어깨를 매만졌다.
마치 얼음장 같던 얼굴을 한 가주의 손은.
따스했다.
‘…….’
처음 가주를 만났을 때 어땠던가.
당시, 어떻게 루트를 짜야할지 몰랐기에. 아카데미에서 2년이란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 이후로 봤던 가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라온이 죽음을 맞이할 때도.
죽음 이후의 돌발 이벤트 때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주’의 힘은 더 강력해지고 인간성은 희미해지며, 라온의 평가는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었다.
그나마 처음으로 떼었던 대사는.
튜토리얼 기준으로 2년 이후. 최대한 빠르게 되돌아와, 형제들의 시련을 통과했을 때 뱉은 대사였다.
‘네 자리를 돌려주겠다.’
그건 가주의 배려가 아니었다면 돌려받지 못했을 자리였다.
라온은 그걸 알고 있을까.
아직 감정이 심화되지 않은 지금.
너는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까.
너는, 저 차갑게 보여야만 하는 따스한 등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난 ‘아버지’의 등을 빤히 쳐다보았다.
* * *
“…가주님. 끝나셨습니까?”
“그래.”
떠돌이는 잔뜩 몸을 긴장시키며 가주에게 다가갔다.
가주는 이미 대마법사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계속해서 성장해 나가고 있었고.
역사상 다다른 자가 몇 없는 ‘황(黃)’이라는 절대자의 영역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주님이라면…… 내가 보지 못한 걸 봤을지도 모른다.’
그의 눈을 속일 수 있는 건 비슷한 경지에 올라 있는 가주들과 황제뿐이다.
아무리 라온이 그에 필적할 정도로 마력이 많다고는 하나 아직은 경험이 일천한 애송이에 불과했으니까.
그런 그에게는 가주를 속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정말로 라온 도련님이 저질러선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면…….’
대체 어떻게.
그리고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게 힘을 빌렸는지.
그는 알아야 했다.
한 명의 사제로서.
감히 이단을 살려둘 순 없으니.
“어떠셨습니까?”
떠돌이의 여러 의미가 담긴 질문에.
가주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날 무서워하지 않더군.”
“……예?”
“그거면 됐네.”
가주는 더이상 떠돌이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의 발현 기미도 보이지 않는 텔레포트와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
그 자리를.
떠돌이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이단은 아니라는 거겠지?’
암튼 불친절하시다니까.
* * *
‘…….’
죽는 줄 알았다.
난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손바닥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그래도. 살았으니 됐어.’
이것으로 가문 내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끝이 났다.
남은 건.
‘2주 후의 시련.’
이제부터 그걸 대비해야 한다.
비록 다리가 좀 후들거리고 피곤함이 느껴지지만.
하루라는 시간은 상당히 컸다.
게임이라면 모를까, 이제 내겐 현실이었으니 시간 배분을 잘해야 했다.
“아벨라.”
“네?”
“외출한다.”
“어, 자, 잠시만요!”
아벨라는 설마 내가 또 움직일 거라곤 생각 못 한 것인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서 무언갈 싹 쓸어 담아 주머니 안에 담았다.
아공간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것인지 그녀의 주머니는 조금도 불룩 튀어나와 있지 않았다.
“준비 끝!”
챙기면서 그녀가 돈주머니까지 챙긴 걸 확인했기에 난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움직여야겠어.’
머리는 안 돌아가지만.
그래도 최대한 돌린 결과, 먼저 해야 할 일을 정했다.
‘영지를 돌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물론 술집이나 그런 곳은 안 된다.
괜히 형제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면 시련의 난이도만 올라갈지도 모른다.
게임에서 가도 괜찮았던 곳으로.
그곳으로 가야겠다.
덜컥-
밖으로 나오자 복도를 청소 하고 있던 시녀와 눈이 마주쳤다.
시녀가 자연스럽게 두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난 손가락으로 방을 가리켰다.
“청소해놔. 내 물건 건드리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
아벨라는 시녀가 저리 저자세로 나오는 게 신기한 것인지, 잠시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나와 멀어지자 후다닥 뛰어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긴 아벨라가 조심스레 물었다.
“……도련님. 어디로 가시게요?”
“몰라. 안은 답답해.”
“으음.”
평소에도 내가 안을 답답해했던 덕분인지, 그녀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주택을 벗어나자, 몇 분은 걸어가야 끝이 보일 것 같은 거대한 정원이 눈에 들어오고.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이 내게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영지.”
“그럼 모시겠습니다.”
경비원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주택 문 바로 옆에 자리한 곳으로 날 안내했다.
거기엔 유지 비용만 해도 웬만한 평민의 1년 치 생활비가 소모되는 텔레포트 장치가 설치되어있었다.
텔레포트 장치 위로 올라가자, 경비원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원하실 때 언제든 연락을 주십시오.”
덜컹!
레버가 아래로 내려가며 텔레포트 장치가 빛을 뿜었다.
“…….”
“…….”
“……?”
뭐야. 왜 이동이 안 돼?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은 경비원은 이리저리 장치를 만져보다가, 아. 뒤늦게 무언갈 깨닫고 내게 조심스레 말했다.
“……그, 쇠사슬은 좀 떼어 주시고.”
“아!”
아벨라가 내 쇠사슬을 품에 끌어안았다.
그제야.
팟-!
텔레포트 장치가 제대로 발동되며 내 몸을 이동시켰다.
방금까지 보이던 정원은 온데간데없고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와아… 진짜 오랜만이야…….”
리그벨토 가문이 직접 관리하는 영지이자, 가문이 처음 세워졌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온 전통 깊은 영지.
리그벨토 영지.
현 제국의 수도에 비견되어도 전혀 꿇리지 않을 인프라가 구성된 영지를 게임이 아닌 현실로 보니 더욱더 아름다웠다.
“…….”
난 게이머로서 벅찬 감정을 느끼며 영지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
영지는.
시끄러우면서도, 내 상상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판타지 게임에서나 볼법한 시장의 진화판… 이라고 해야 할까. 전체적으로 구조물은 비슷하지만, 드문드문 아티팩트가 발동되어 더러운 길을 청소하고 공기를 정화 시킨다.
“자, 자! 도마뱀 구이 하나씩 드셔보세요! 아니, 어르신! 그냥 드시면 어떡해요!”
“으잉? 먹어 보라며!”
“당연히 사 보라는 뜻이죠!”
티격대는 시장도, 우글거리는 사람들도,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웃음소리와 분위기도.
모든 게, 내 상상 속 그대로였다.
그래. 이게 네가 봐왔던 세상이구나.
“헤엑, 헤엑, 헤엑…….”
잠시간 넋을 놓고 돌아다니길.
날 뒤따라오던 아벨라가 헉헉대며 날 붙잡았다.
“도, 도련님!”
“?”
“막 돌아다니실 거라면, 저긴 어때요? 되게 테라스도 밝고 차도 맛있어서, 잠시 시간 보내기 되게 좋아요.”
“…….”
난 그녀가 가리킨 카페를 힐끗 바라봤다.
‘저런 데를 좋아했었나?’
아무 데나 가리킨 거라고 하기엔, 두 눈이 과하게 빛나고 좋아하는 게 보인다.
난 대답하는 대신 안으로 휙 들어갔고, 뒤따라 들어온 아벨라는 익숙하게 VIP석의 테라스의 자리를 빌렸다.
“종이.”
“넵!”
자리에 앉아, 종이를 펼치고 펜으로 툭툭 두들겼다.
‘나랑 관련한 주요 이벤트들은 대부분 2년 후에 일어난다.’
그나마 2년 이전에 일어난 일을 몇 번 정리한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별일 없었을뿐더러.
리그벨토 가문 내에서 정보를 강하게 통제한 탓에 제대로 모으지도 못했다.
‘심지어 그나마 구한 굵직한 일들도 대부분 최소 반년 이후에 일어나는 것들이니…….’
난 턱을 괴었다.
‘……그동안 중요 캐릭터들을 보러 가는 방향으로 짜야 하나?
머리가 복잡하다.
난 잠깐 머리를 돌릴 겸 힐끗 테라스 밖을 바라봤다.
“!”
내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저 테라스 아래에서. 햇빛을 쬐며 커피를 마시는 노인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저 양반이 왜 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