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49화 (449/458)

< 449. 외전 3화, 천가에 자비는 없지 않습니까? >

외전 제 3화, 천가에 자비는 없지 않습니까?

카타르 왕국, 왕의 침소.

벌컥.

황제 친위대의 대원들이 문을 열자 카타르의 국왕이 만연자실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본래 카타르와 천국의 전쟁은 8시간 전에 끝났지만, 내가 이곳까지 날아오느라 시간이 걸렸기에 이제 종전을 선언 할 때가 도래했다.

“너무 싱겁게 끝났지?”

카타르의 국왕이 천국어를 알아 들을리 만무 했지만 나는 습관처럼 천국어로 말했다.

“예상했음, 그래도 빠름.”

놀랍게도 카타르의 국왕이 옛 한국어이자 현재의 천국어를 어렵지 않게 말한다.

물론 어눌한 발음과 이상한 단어의 조합이었지만 뜻은 틀림없이 전달되고 있었다.

“이봐봐, 훈민정음이 진짜 대단하다니까요?”

“그렇습니다. 폐하.”

호석의 동의에 기분좋게 웃은 나는 카타르의 국왕을 바라보고는 영어로 말했다.

“전쟁이 어떻게 됐는지는 알겠지?”

“우리가 패했군요.”

그는 나름대로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러시아의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으며 전화했을 때의 그 권위적인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없었던 것 처럼.

“그때랑은 많이 다르네?”

“그, 그때는··· 감히 황제를 몰라 뵈었소.”

“그런다고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아.”

“나, 나는··· 죽는 것이오?”

“글쎄? 네가 하는 것 봐서?”

국왕의 눈에 희망이 잔뜩 차 오른다.

푸틴과 같은 끝을 예상했는데 내 입에서 생각보다 부드러운 말이 흘러나와서인 모양.

“사, 살길을 알려주시오.”

“카타르, 넘겨.”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

“말 그대로, 카타르를 통째로 우리 천국에 바치라고.”

“그, 그리 하겠습니다!”

“행정, 사법, 입법 전부 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바로 국왕의 목을 치는 심플한 방법을 두고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

그것은 이곳으로 향하기 전, 전용기에서 읽어본 카타르의 민심을 봤기 때문이었다.

워낙 인구가 적고, 돈이 많은 나라였기 때문에 국민들은 카타르 국왕을 신뢰하고 있었고 큰 불만이 없었다. 카타르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삶의 여유까지 있을 정도로 카타르 왕국은 국민들에게 제법 많은 돈을 주고 있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복지가 좋은 나라라는 뜻.

그러나, 카타르 왕국에 쌓여가는 세금과 자본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뒤에서는 어떤 더러운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바. 결국 가짜로 만들어진 왕국의 이미지가 좋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넌 참 머리가 좋아.”

“가, 감사합니다 폐하.”

카타르 국왕이 굽실 거리며 내 칭찬에 고맙다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카타르의 국왕과 왕실은 정말 똑똑했다. 알자지라라는 언론사를 만들며 카타르 왕국만 씹지 않으면 세상 모든 인물과 모든 회사, 모든 국가를 다까는 언론을 만들어 마치 카타르 왕실과 왕국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국민들은 서서히, 알자지라를 신뢰하게 되었고 해당 언론을 맹신하게 되었다.

알자지라의 뿌리는 결국 카타르 왕실에 있는데도 말이다. 말 그대로 눈가리고 아웅이었지만 그게 수십, 수백, 수천, 수만번을 지나가며 당연한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것.

스며든다.

그런 표현이 정확할 듯 싶었다.

“자, 그럼 알아서 발표하고?”

“예, 폐하. 허면, 카타르가 천국의 속국이 되었다 하면 될지요?”

“좋네, 아이티나 소말리아와 같은 자치구 형태라고 생각 해.”

“그리하겠나이다.”

툭툭 국왕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째서 자신을 바라보냐는 듯 날 바라보는 카타르의 왕.

“오늘 자고 가려고, 피곤해서 말이야.”

그제야 눈치 챈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국왕이 허리를 굽히며 예를 보인다.

“폐하께서 좋은 밤이 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됐고, 발표나 서둘러.”

“예, 폐하.”

마치 오래전부터 천국에 신하였다 해도 믿을 것 처럼 아주 극진하게 예의를 차린 카타르의 국왕이 자신의 침소를 벗어났다.

나는 푹신한 침대위에 걸터 앉았고 호석이 내게 시가를 한대 건넨다.

“폐하, 어찌 암적인 존재를 살려두시나이까?”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진심이세요?”

그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을했다.

호석이 눈을 부릅 뜨더니 이내 입꼬리를 씨익 들어올린다.

마치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감히 제가, 폐하의 결정을 의심했나이다.”

척하면 척.

이제는 나와 호석은 그런 사이가 되어 있었다.

“친위대원들 준비 잘 하라고 하시고.”

“예, 폐하.”

“카타르 국왕 건강검진표 가져와 보세요.”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린 호석이 ‘예, 폐하!’ 하고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카타르 왕국의 침소에서 내려다 본 카타르란 나라는 제법 매력적인 나라였다. 미래에는 이 작은 나라에서 월드컵도 열리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힘들지 싶었다.

왜냐면 곧, 카타르라는 나라는 사라지고 천국의 새로운 자치구가 생겨날테니까.

***

카타르의 강병들이라 불리던 수 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잃은 짧고 굵었던 천국-카타르 전쟁.

전 세계 모두가 예상했고, 카타르의 국민들 역시 예상했지만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천국은 카타르 전역을 점령했다.

워낙 영토가 작은 국가였기에 더욱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기도 했다.

압도적인 천국의 전력 앞에 항복한 군인들이 더 많기에 그나마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카타르의 국왕은 결사항전을 외치며 군인들을 독려했지만 장성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굳이 애먼 병사들을 희생 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대량 살상무기 역시 보유하고 있는 카타르지만 그런 것을 쉽사리 사용할 순 없었다. 압도적인 화력의 대량 살상무기를 상상을 초월하도록 많이 보유하고 있을 천국에게 사용하는 것은 카타라르라는 땅 덩어리를 지구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웅성웅성.

카타르 왕국의 궁전 앞.

작게 마련된 단상위에 힘 없이 올라서는 카타르의 국왕. 그런 그에게 욕을 퍼붓는 카타르의 성난 민심.

“무슨 낯짝으로 거길 올라가!”

“내 아들 살려내! 내 아들 살려내!”

“진즉에 항복을 했어야지! 진즉에 네 목을 내놓았어야지!”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죄 없는 우리 아들이!”

그 성난 민심은, 천국의 황제 천우진이 사전에 퍼뜨린 카타르 왕실의 병폐도 한 몫을 더하고 있었다.

“죽어라! 더러운 가면을 뒤집어쓴 놈아!”

“신께서 용서치 않으시리라!”

속으로는 잔뜩 화가 나겠지만, 카타르의 국왕은 제가 살 길은 천국 황제의 명령을 받드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썩은 계란과 밀가루 세례에도 굴하지 않고 마이크 앞에 섰다.

“안녕하십니까 카타르의 국왕······”

퍼억.

제 이름을 말하기도 전에 날아온 토마토가 주르륵, 이마를 맞고는 흘러내린다.

“이제 카타르는 더이상 왕국이 아닌, 천국의 카타르 자치구가 되었으며, 완벽한 패배를 인정하고 천국의 통치 아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던 사람들이 일순간 입을 닫았다. 성난 카타르의 민심에 ‘카타르가 아닌 천국’이라는 말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근처의 소말리아나, 조금 멀리 떨어진 아이티란 나라가 천국의 자치구가 되면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기 때문에 일어난 반응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카타르에 카타르 왕실은 없으며, 천국의 황실에서 보내준 자치장이······”

카타르 국왕의 발표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장내는 소란스럽게 변했다.

“그, 그럼 이제 우리는 안전한건가?”

“전쟁이 끝났다잖아? 이제 카타르의 군인이 아니라 천국의 군인들이 되는거라고!”

“천국의 군인들은 월급도 대단하다며?”

“가족들에대한 복지도 엄청나다던데?”

“카타르도 그럼 천국이 되는건가?”

“당연하지! 천국 카타르 자치구라지 않은가!”

또 계란이 날아올까, 아니면 토마토가 날아올까.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라도 돌멩이가 날아오진 않을까 조바심이 나던 카타르의 국왕은 빠르게 발표를 이어갔다.

“앞으로 카타르 왕국은 없으며, 이제 새롭게 태어날 천국 카타르 자치구에 대하여, 천국의 제국민이 된 백성들을 위해, 천국의 황실에서는 카타르 자치구에서 나오는 지하자원에 대한 수익을 5년동안 전 백성들에게 나눠 줄 것을 선포하였으며······”

“저게 무슨소리야?”

“공짜로 돈을 준데!”

“뉴스 기사를 보니까 카타르 왕실이 매년 어마어마한 부를 쌓던데, 그걸 백성들에게 나눠준다고?”

“역시 천국이야! 정말 천국이라고!”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

카타르 국왕의 발표에 다시 한 번 천국의 언론사들은 잔뜩 국뽕 뉴스를 쏟아내었다.

-자랑스러운 천국! 영토확장의 끝은 없다!

-이제 천국은 지하자원 매장량 세계 1위! 천연가스가 넉넉하다! 부가 쌓인다!

-속보! 천국 황실, 카타르에서 나오는 지하자원에 대한 수익금은 백성의 것! 5년 동안 백성들의 복지에 보태겠다!

-일 안 해도 먹고 살만 한 나라 1위 천국! 기본 생활 안정자금 매달 120 SKY코인 수준!

-중동아랍권에서 손 꼽히는 강대국 카타르를 순식간에 점령한 천국의 막강한 군사력!

-전쟁? 3시간이면 충분하죠! 천국의 막강한 군사력, 그 끝은 어디인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1위 천국!

-세계에서 가장 이민가고 싶은 나라 1위 천국! 세계에서 가장 복지가 좋은 나라 1위 천국! 1위, 1위, 1위. 설문조사만 했다하면 1위하는 천국의 이모저모.

카타르 국왕의 침대에 누워 구름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는데 자꾸만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위로 올라가려 했다.

“따로 언론사에 지시한 건 아니죠?”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청렴한 언론, 자유의 언론, 백성들의 알 권리에 대하여 폐하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습니다.”

“좋아요, 그럼 알아서 빨아준다는 얘긴데.”

“하하··· 폐하. 그 단어 선택이···”

“됐고, 건강검진 결과서 같은 건 나왔나요?”

“예, 폐하.”

호석이 준비해온 서류를 건넨다.

“보자.”

겉 보기에도 비만이 심각해 보였던 카타르의 국왕.

라마단 기간을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나 했더니 내가 봤을때는 틀림없이 그 기간에도 식사를 이어간 모양이었다.

“성인병이 심각한 수준이네요?”

히죽 웃으며 건넨 질문에 호석이 히죽 웃으며 답한다.

“예, 오늘 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흐음, 산소포화도가 좋지 않은게 코골이와 무호흡증이 있어 보이네요.”

호석을 빤히 바라보자 내 의도를 파악한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호석.

“예, 폐하.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뭘 처리해요? 누가보면 내가 누굴 죽이라고 지시한 것 같네요?”

“하하, 그럴리가요? 감히 황제 폐하께서 그런 명령을 하셨을리가요?”

“그렇죠?”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승전보도 울렸겠다. 새로운 영토도 확장 되었겠다. 성대한 연회를 여세요, 카타르 국왕한테는 특히 몸에 좋고 기름진 좋은 음식과 술을 내주시고.”

“예, 폐하. 코 고는데 특히 좋은 음식들로 잔뜩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좋네요.”

개떡 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호석.

“천가에 자비는 없지 않습니까?”

마지막까지 아주 흡족한 말을 하고는 자리를 벗어난다.

아마 내일쯤 기사가 하나 뜨지 않을까?

-전 카타르 왕국의 국왕, 수면 도중 무호흡증으로 질식사.

이렇게.

< 449. 외전 3화, 천가에 자비는 없지 않습니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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