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48화 (448/458)

< 448. 외전 2화. 단단한 천국. >

외전 2화. 단단한 천국.

원래도 기업들을 상대로 칼날 같은 혓바닥을 마구 휘두르던 찰리 박.

그는 언론사들의 카메라 앞에서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히! 황제 폐하의 옥체를 상하게 만든 카타르 왕국 소유의 알자지라 언론사를 우리 천국은 강력하게 규탄하는 바 입니다.”

크게 소리를 치며 주목을 이끈 그의 입에서 계속해서 말이 흘러나왔다.

“천국이 건국되고 3개월, 아직도 카타르 왕국측은 이렇다 할 사과가 없는 바. 이것은 명백한 천국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태조이신 천국의 황제폐하를 위험케 했으므로, 명백한 국가적 도발 행태라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저는 천국의 대변인으로서 황제폐하의 칙령을 받아 카타르 왕국에 선전포고 합니다.”

웅성웅성.

기자들이 시끄럽게 움직였다.

아직은 내실을 좀 더 다질때라는 전 세계의 전문가들의 판단과는 판이하게 다른 천국의 행보.

아직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인들이 하나의 국가로 묶이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선포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세계 3차 대전의 승전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천국’ 그런 나라가 다시 ‘전쟁’을 입에 담고 있으니 전 세계 언론이 시끄러워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태조이신 황제 폐하께서, 천국의 만 백성의 걱정을 우려한 바, 이번 전쟁은 속전속결로 끝낼 것이며, 금일 자정을 기하여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던 천국의 군대와, 이라크에 주둔중인 천국군, 우크라이나에 주둔중인 천국군이 이란의 땅에 집결 할 것이며, 이란에서 활동중이던 천국군 역시 합류 할 예정입니다. 추가 징용은 없으니 천국의 자랑스러운 백성께서는 걱정 하실 일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전쟁.

그것이 주는 공포는 러시아 인근의 사람들에게 아직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금발의 푸른눈을 가진 백인들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푸틴의 만행으로 인해 크게 피해를 받은 사람일테다.

“또한, 천국 소말리아 자치구의 해군력이 동원 될 예정이며, 아이티, 소말리아 자치구의 공군력 역시 동원 될 예정입니다. 모든 비용은 황실 금고에서 나오며, 그 비용 역시 자랑스러운 태조이신 황제 폐하의 자산으로 운용되오니, 백성들께서는 세금 걱정 역시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경복궁 앞에서 펼쳐지는 찰리 박의 발표를 천천히 듣고 있던 나는 고개를 돌려 철웅을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호석이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을테지만, 현재 호석은 다른 일로 자리를 비운 상태.

“친위대장.”

“예, 폐하.”

“우리의 공식 선전포고로 카타르쪽에서 화해의 제스쳐를 보내올 겁니다.”

“예, 폐하.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는 정보부의 분석이 있었나이다.”

“허나, 그들의 화해의 제스쳐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일 순 없습니다.”

철웅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이미 나의 계획을 들었던 철웅이라면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 것이리라.

“폐하의 뜻대로 될 것이옵니다.”

“그렇습니까?”

“예, 제가 그리 만들겠습니다.”

“속히 움직이세요.”

“예, 폐하.”

천국은 언론을 통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한한 자유를 주고 있다는 게 옳았다.

무한한 자유를 주었지만 황가를 천가를 SKY를 욕하지 않는다. 아무리 파고 파도 우리의 잘못은 보이지 않을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약 18억명의 제국민들의 여론이 나를 향해 있었다. 황실에서 무엇을 해도 쌍수를 들고 환영해준다는 얘기였다.

전쟁이 일어나도 천국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다.

정확히는 천국의 제국민들에게 어떠한것도 황실이 원하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 군인들에게는 다른 얘기지만, 그들 역시 세계 최고의 연봉수준을 자랑하는 SKY PMC와 비슷한 연봉을 받고 있는 중이다.

천국의 ‘병사’, ‘군인’으로서 자랑스러우면 자랑스러웠지 싫어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아마 철웅은 언론을 통제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언론에게 들어갈 정보를 가릴 것이다. 카타르 왕국은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감히 천국과 상대적인 군사력 경쟁이 되지 않는다.

본래의 대한민국의 군사력으로도 얼마든지 카타르 왕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그들은 너무나도 쉽게 ‘사과’를 결정하고 ‘배상’따위를 입에 거론하게 될 것이다.

“겨우 그 정도로 끝낼 수는 없지.”

세상에는 본보기라는 것이 필요한 법.

감히 천국의 황제를 해하는데 일조한 자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전례는 항상 더 발전된 후례를 남기는 법.

그러니 전례는 애초에 만들지 않는게 좋았다.

-황제폐하, 연결 되었습니다.

“마이크 켜세요.”

-예, 폐하.

삐-하는 신호음이 들려오고.

“장인어른.”

-사위인가.

“예, 안부를 먼저 여쭙고 싶네요, 잘 지내고 계신지요?”

-3개월 간 바쁘게 지냈네.

“사위가 참 격조했습니다.”

-하하, 자리가 자리인만큼 이해하네. 그래, 무슨 일인가?

“지금 미국에도 소식이 전해졌겠지만, 제가 이번에 전쟁을 하게 됐습니다.”

-음. 지금 막 들어오는 군··· 카타르 왕국이라.

“예, 러-우 전쟁 당시, 푸틴에게 일조했다는 명분입니다.”

-명분은 뭐, 충분하군.

“현재 카타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 시켜 주시겠습니까?”

-흐음··· 국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탁이군.

이제는 장인과 사위가 아닌, 천국의 황제와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대화를 할 때.

“미스터 프레지던트.”

-말씀하시오 천 황제.

“우리 천국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카타르를 가만히 놔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국측은 카타르와 천국, 어느 저울의 무게를 더 높게 보시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군요.

“카타르 왕국을 지우고, 그 자리에 천국의 황가가 앉을 것입니다.”

-미국에게 변하는 것은 없다는 얘기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주둔중인 미군을 도우라고 할까요?

“아니요, 이것은 천국의 일이고, 황가의 일이며, 천가의 일입니다.”

-이해했습니다. 철수는 언제까지 시간이 있습니까?

“6시간 후, 동시 타격할 것입니다.”

-촉박하군, 바로 실행하겠소.

“감사합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카타르라··· 이란의 천연가스와 좋은 시너지가 생기겠군.

장인어른의 예측은 정확했다.

내가 쓸 데 없이 돈을 퍼 부으며 단순히 백성들의 민심을 살피고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삼키고자 전쟁을 일으킨 것 처럼, 천국의 영향력을 키우기도 하고, 또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으며, 민심까지 잡으며, 천국의 건제함을 세상에 알리는. 그런 복합적인 이유가 포함되어 있는 전쟁이었다.

-너무 폭정을 휘두르진 마시게 사위.

장인어른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탄생이라고 봐도 무방한 ‘천국’의 탄생.

약 18억 인구수에서 나오는 강력한 군사력과 강력한 경제력.

여태까지의 선진국들이 ‘공룡’이라면 현재의 천국은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다.

감히 현재의 미국조차 경제력, 국방력으로 천국을 상대 할 순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천국이 마음대로 세상을 주무른다면, 전 세계의 ‘공적’이 될 수 있단 얘기.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인어른.”

-쯧쯧, 카타르의 국왕이 제 놈들의 비리를 가리고자 너무 머리를 썼어.

알자지라 언론사의 폐해를 꼬집는 말이었다.

알자지라 언론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객관적인 언론사로 칭송 받는다. 카타르 왕국의 소유인 그곳은 ‘카타르 왕실’을 욕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떠한 사실 전달도 상관하지 말라라는 왕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들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지하자원이 빵빵한 카타르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에 대기업들이 주는 광고 따위에 목을 맬 필요도 없었다. 자연히 기자들은 팩트 보도에 충실했고, 그 결과 전 세계에서 가장 믿을만한 언론사 1위라는 명예까지 얻은 상태였다.

“저를 건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쯧쯧··· 천가의 복수는 끝이 없다지?

“예,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들입니다.”

-응원하겠네.

“감사합니다.”

***

카타르 왕실, 국왕의 집무실.

우당탕탕.

집무실 집기를 마주 부수던 백발의 노인이 성난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당장 성명문 발표해!”

이미 두 차례 사과의 의사를 전달했으나 어째서인지 전 세계 언론은 카타르의 사과 방송을 외면했다.

“어째서 보도되지 않는거야 그런데!”

“그, 그것이. 아무래도 천국의 황제 천우진이 방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전 세계 언론의 입을 다 막는다고? 그게 말이 돼?”

“막는 것이 아니라 우리 왕국의 사과 발표보다 더 중요한 사실들을 터뜨리며, 전 세계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이 뭔데!”

“SKY의 다양한 신제품이나, 신기술 발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발표역시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은? 알자지라는 뭐하고 있어?”

“계속해서 전 세계에 사과 방송을 내보내고 있지만 시청률은··· 천국의 경우, 러시아에서 당시 사령관이던 천우진을 쫓아가던 일 때문에 알자지라 방송은 아예 채널이 없습니다.”

“제기랄···”

카타르 왕국의 국왕은 문득, 천우진이 한창 푸틴의 암살시도에서 벗어나고 있을 때 받았던 전화가 떠올랐다.

-언론사 헬기 철수 시켜, 카타르를 불바다로 만들기 전에.

-...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당신은 누굽니까?

-경고했어, 철수시켜. 앞으로 우크라이나 상공에 그 어떤 언론사 헬기도 모두 격추시켜버릴테니까, 무조건 철수시켜.

-너 누구냐고!

그때는 감히, 왕실의 권위에 도전한다 생각했었다. 감히 국왕의 권위에 도전하고,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시의 전화 상대가 누군지 똑똑히 알고 있는 상태였다.

꿀꺽.

카타르 국왕의 머릿속에 푸틴의 이마 정중앙에 구멍이 뚫리던 장면이 자꾸만 떠오른다.

“제기랄··· 진즉에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품위 때문에.

명예 때문에.

혹시나 잊었을까? 역시나 잊은 것이겠지? 생각하며 자위하던 지난 3개월이 미치도록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전력차는 얼마나 나지?”

사실상 의미 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국왕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왕실 친위대장.

“전쟁은 의미가 없습니다.”

“적도 대량살상 무기는 쓰지 않을 게 아닌가!”

왕실 친위대장이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천국의 인구수는 18억명이 넘고, 그 중 군인들의 숫자는 중국, 북한, 대한민국, 러시아 때문에 2억명이 조금 넘을 겁니다.”

“맙소사···”

“백병전과 분대화기 정도의 무장이라도··· 인구수 300만의 우리는 순식간에 무너질 것입니다.”

“그, 그래! 우리에겐 미군이 있지! 주둔중인 미군에게 도움을 요청해!”

벌컥.

문이 열리며 들어온 보좌관의 얼굴에는 당황이 가득 차 있었다.

“전하! 미, 미군이 철수를 알려왔습니다!”

털썩.

자리에 주저 앉은 카타르 국왕.

그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내가 살 길은?”

“······”

“······”

친위대장과 보좌관은 아무런 말도 뱉지 못했다.

천연가스를 팔아 떵떵 거리며 삶을 영위하던 카타르 왕실의 끝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

미군의 카타르 왕국 철수 소식과 함께, 세계 주요 언론사들이 천국 백성들의 민심을 인터뷰 하기 시작했다.

-천국의 선전포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타르 왕국이 잘못한 것 같아요, 선전포고 한지 벌써 2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런 대처가 없잖아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전쟁에 동의하시나요?

-어차피 우리 천국은 황제께서 알아서 하시잖아요? 여태까지 모든걸 성공시키셨는데, 이번 전쟁도 무난하게 승리하지 않을까요?

-전쟁에서 희생 될 군인들이 안타깝지 않으신가요?

-황제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죠.

이순신 동상 뒤에서 이어진 인터뷰 장면에서 화면이 전환되고, 이제는 자금성을 배경으로 한 인터뷰가 흘러나온다.

-천국과 카타르왕국의 전쟁.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흥, 감히 천자께 해를 입히려 한 존재를 용서하는 것이 더 잘못된 일입니다. 당연히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동의하신다는 얘기인가요?

-가능하다면 저 역시 자랑스러운 천자의 나라 천국의 군인으로서 참전하고 싶군요.

다시 화면이 전환되고, 이번에는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천황제께서는 3개월이라는 시간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타르는 모르쇠로 일관했죠, 황제께서 화가 나신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전쟁으로 인한 일반인 피해가 우려되진 않으시나요?

-황제께서는 자비로우신 분 아닙니까? 모든 천국의 백성들에게 매달 최소 생활 안정자금 50 SKY 코인을 지급하고 계십니다. 그런분이라면 일반인 피해를 없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다시 이어진 화면 전환, 이번에는 모스크바였다.

금발의 푸른눈을 가진 미인이 방긋 웃으며 마이크에 말했다.

-황제폐하 너무 멋있어요, 이번 전쟁도 꼭 이겨주세요! 우리 군인들 너무 큰 피해 없으면 합니다. 카타르라는 작은 나라도 천연가스가 많은 것으로 알아요, 그 천연가스가 황실의 자금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러시아 사람, 아니 이제는 천국의 백성들은 너무너무 힘들게 살았어요, 하지만 매달 지급되는 SKY코인 50개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황제께서 자비로 우리 백성들을 먹여살리시니, 황제 폐하의 자금 사정이 걱정되서 입니다.

내 우려가 무색할 만큼.

백성들은 날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어쩌면 언론사들의 인터뷰가 공교롭게도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만 공개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여론이 압도적으로 전쟁을 찬성하고 있고,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으니 첫번째 목표는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철컥.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명령을 받은 군인들이 이미 카타르의 국경 대부분을 둘러 싸고 있을 터.

-예, 폐하!

“진격하세요.”

-황명을 받듭니다!

호석의 단호한 대답과 함께.

-타다다당!

수화기 너머로 총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총성은 천국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 448. 외전 2화. 단단한 천국.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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