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40화 (440/458)

< 제 440화. >

동북아연맹군이 국경 근처에 많은 전력을 배치하자 바빠진 것은 러시아 연방군이었다.

"중국이 몽고까지 설득해 국경에 많은 수의 군사를 배치했습니다!"

"대한민국 북한 자치구 역시, 국경에 많은 수의 군사들을 배치했습니다! 대한민국 간도, 흑룡강 자치구 역시 마찬가지이며, 일본의 해상자위대 역시 쿠릴 열도 부근으로 진출을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해군과 항공모함이 우리 영해 인근으로 접근 중입니다!"

시시각각 들려 오는 소식들은 대놓고 전쟁을 하겠다는 대한민국과 동북아연맹의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었다.

이것은 단순히 군사적인 행동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사들에게 현재 동북아연맹군의 움직임을 공개함으로서 공개적으로 곧 일어날 전쟁에 대비하라는 무언의 암시나 마찬가지였다.

"미친 새끼들... 까드득."

푸틴이 어금니를 짓씹었다.

그도 그럴게 푸틴이 집권한 이후로 최대, 최고의 수치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SKY라는 희대의 기업의 등장으로 전 세계에 '인터넷'이라는 놈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었으며, 다양한 인터넷 매체들이 탄생 해 버렸다.

지금 동북아연맹군의 군사활동은 러시아의 인민들 역시 보고, 듣고 있을 것이다.

쾅!

회의실의 문이 다급하게 열리며 들어온 사내가 비명을 지르듯 보고했다.

"미군이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지에서 전투기의 연료를 채우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전 방위가 막힌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주 말려 죽이겠다는 거구나..."

푸틴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러시아 지도부 인사들을 바라보았다.

"대책은? 대비책은?"

"......"

"......"

"......"

아무도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다들 입술에 꿀이라도 발랐나?"

그들이 입을 떼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푸틴 역시 알고 있었다.

전력상 이제 이 전쟁은 러시아의 패배가 확실시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쟁에 이길 방법이 없어? 전략이 없어? 네들이 그러고도 군인이야!"

푸틴의 일갈도 쓸모가 없었다.

목을 움츠리고 어떻게든 푸틴의 눈을 피해야 할 지도부 인사들이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두 눈 가득 억울함을 담아 푸틴을 바라본다.

"이 새끼들이!"

저들은 지금 대놓고 푸틴에게 '하야'하라고 얘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자리에서 물러나 인민들의 심판을 받아라.

그런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빨이 전부 다 빠졌지만, 호랑이는 호랑이일까?

푸틴은 지도부 인사들의 경멸에 찬 눈빛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내가 날아가면 네놈들은 무사 할 것 같아? 지도부 인사가 모조리 형장의 이슬이 되어 버릴 걸? 분노한 청년들의 총칼이 네 놈들의 몸뚱이를 갈갈이 찢어발길 걸?"

머리가 희끗한 장성이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다, 대통령께서 무리한 전쟁을 지시했기 때문 아니오? 우리 러시아 연방 역시 행정과 군부를 나눴어야 되었거늘... 애초에 헌법부터 잘못 되었던 것이오! 그리고 그 헌법은 당신이 만들었어!"

말 끝에 더 이상 '대통령'이라는 존칭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당신'이라는 무시가 담겨 있었다.

"크크크큭."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웃어버리는 푸틴.

살벌한 눈으로 자신에게 가감없이 쓴소리를 뱉은 인물을 바라본다. 크게 내질렀지만 아직 푸틴에 대한 두려움은 남아 있는지 노쇄한 장성은 눈을 피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이 전쟁을 이길 방법은 두가지 뿐입니다."

말이 나온 것은 이제 막 50대를 지나갈 법한 장성의 입이었다.

"두가지?"

"예, 그 두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이길 수 있겠죠."

"그게 뭔데?"

"미국 본토 타격과, SKY항공우주국의 동시 타격."

자리에 있는 전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러시아 국경이 맞닿은 거의 모든 곳에는 미국의 최첨단 레이더 기술이 보급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예, 그러니 불가능에 가깝지요. 그러나 우리가 가진 모든 핵무기를 쏟아부어서라도 동시에 타격할 수 없다면... 우린 패배를 선언해야 할 겁니다. 더 이상은 무의미한 전쟁일 뿐이에요."

어서 항복 선언을 하라는 듯 푸틴을 바라보는 상대적으로 젊은 장성.

"다 나가."

푸틴은 더 이상 항복을 종용하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은지 축객령을 내렸다.

장성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며 푸틴을 날카롭게 쏘아보거나,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욕심이야... 욕심."

마지막으로 나가던 노쇄한 장성은 푸틴의 잘못을 작게 꾸짖으면서 나가기까지 했다.

회의장을 벗어나지 않은 정보총국장과 보좌관이 푸틴의 눈치를 살핀다.

그렇다고 어떤 위로의 말을 건낼 순 없었다.

"저 새끼들이... 우리를 도울리 없겠지?"

푸틴의 작은 말에 보좌관이 답했다.

"예, 각하... 제 놈들 목숨을 부지 하기 위해, 어떻게든 전쟁에서 발을 빼고자 할 것입니다."

푸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정보총국장에게 물었다.

"저 놈들 감시해, 따로 KGB애들 돌려. 언제든 미국이나 유럽, 동북아연맹군으로 위탁 할 놈들이야."

"쿠, 쿠데타를 걱정하십니까?"

푸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자리에 직접적인 위협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죽어도, 이 자리에서 죽고 싶군."

푸틴이 말한 자리.

그것은 러시아 연방의 대통령이자 절대자의 자리를 의미하고 있었다.

자리에서 물러나도 죽는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인민들이 그를 죽이지 않더라도 그가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범죄집단, 암살조직, 군부에 의해서 자신의 육신을 갈갈이 찢겨져 나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천우진... 천우진 그 자식은 어떻게 하고 있지?"

"흑룡강성 동북아연맹군 주둔지에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까드득."

어금니를 다시 짓씹은 푸틴이 씹어뱉듯 말했다.

"암살 계획 실행까지 시간은?"

"몽골, 중국, 대한민국, 일본. 모든 국경이 막힌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땅을 밟기는 요원한 상태입니다. 애초에 입국 자체가 불가능한......"

퍽, 쨍그랑.

푸틴이 자신의 앞에 있던 보드카 잔을 내던졌다.

그것이 정보총국장의 이마를 맞고는 산산조각나 부서져 내린다.

"암살 한다는 새끼들이 적국의 국경검색대에게 합법적으로 넘어가려고 했어?"

"그, 그것이 아니라. 아까 다른 장군들이 보고드렸던 것과 같이, 국경의 경계가 삼엄하기에 밀입국을 시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딴 핑계를 지금..."

푸틴의 두 눈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장성들에게 느꼈던 모진 멸시를 정보총국장에게 풀어내고 있었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더니, 현재 푸틴이 딱 그짝이었다.

크게 한숨을 내쉰 푸틴이 말했다.

"블라디 보스톡 쪽으로 해서, 밀항을 하는 방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정보총국장.

"영해역시 삼엄한 감시에 있을 뿐더러, 바닷길로 천우진이 있는 흑룡강성 주둔지까지는 도보로 7일은 필요 할 것입니다. 그 동안의 보급도 문제지만, 결국 대원들이 소지할 무기는 개인화기 수준이나 분대화기 수준이 전부일 것입니다."

"결론은 방법이 없다는 소리 아니야? 개인화기 수준으로 동북아연맹군의 통수권자를 암살해? 하, 개가 웃겠군."

동북아연맹군의 주둔지가 어떻게 꾸려졌는지 아직은 알 수 있으나, 대충 짐작하건데 '저격'하기 좋은 상태는 아닐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러니 정보총국장의 말은 사실상 암살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는 소리나 진배없었다.

"결국은 천우진이 닭장을 나와야 한다는 소리군."

"예... 각하."

"하하하하하하하하."

푸틴이 미친놈처럼 웃어재꼈다.

"우리에게 기회는 없군... 끝났어."

허망한 눈으로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 보는 푸틴.

자신은 끝내 대통령 자리에서 죽고 싶다던 그 마지막 소원을 이뤄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러시아의 일반인들이 곧, 대통령 관저에 처들어와 자신을 끌어내고 손과 발로 자신의 육신을 두들길 것만 같았다.

끝을 직감했다는 소리.

"가, 각하. 진정하고 때를 기다리시는 것이."

보좌관의 감언이설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푸틴.

"내가... 내가 직접 내려가는 것이 옳겠는가?"

정보총국장에게 던진 질문에, 정보총국장 역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나마 보기 좋은 장면은 푸틴이 방금 입에 담은 말이 전부일테다. 나아가 보란듯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 역시 나쁘지 않은 말로일지 몰랐다.

그러나 그것을 입밖으로 내뱉을 순 없는 노릇.

푸틴이 죽으면 자신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푸틴.

쾅!

그때 다시 회의실 문이 열리며 아까전 미국의 참전소식을 알렸던 보좌진이 소리쳤다.

"지금, 동북아연맹군의 사령관 천우진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참전하겠다는 소식을 전 세계에 전했습니다!"

정보총국장과 보좌관, 그리고 푸틴까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보고를 하고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그게 정말인가?"

보좌관의 희열에 찬 질문에 보좌진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당장 스크린 켜 드리겠습니다."

"서둘러!"

"예!"

빠르게 스크린이 천정에서 내려오고, 언론사의 카메라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흑룡강성 주둔지를 비춰준다.

곧, 작은 단상위에 오른 천우진이 마이크 앞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우리 연맹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강제침공에 대하여 강력하게 항의하는 바이며, 직접 참전을 선언 한 만큼, 프랑스, 영국, UN군과 더불어 동맹적인 관계를 맺고,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직접 러시아군을 방어 하겠음을 약속드립니다.

한 여기자가 다급하게 질문을 던진다.

-그 말씀은, 연맹군이 직접 우크라이나로 입국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연맹군의 최정예들과 동북아연맹군의 사령관인 내가 직접 우크라이나 땅을 밟고, 러시아의 핍박에 힘겨워하는 그들을 구해낼 것입니다. 이 전쟁은 반드시 우리 연맹군과, 함께할 동맹군들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장담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현 시간에도 러시아군의 포격과 전투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너무 위험한 상황 아닙니까? 연맹군의 직접적인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 됩니다!

천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참전을 선언했고, 직접참전 하는 것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는 우리 연맹군의 동맹군들이 피를 흘리며 방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무기가 부족해서, 그들의 의지가 부족해서 총탄이 난무하는 것이 아닙니다. 러시아의 일반인들, 그리고 동맹군의 장병들을 위해, 그들은 단순히 총탄이라는 구식 무기로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프랑스와 영국, UN군은 전투기등을 동원하지 않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자칫 그들의 첨단무기의 사용은 더 큰 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에 당해도 참고 있는 것으로 우리는 판단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푸틴이 헤벌쭉 웃으며 정보총국장을 바라보았다.

"천우진... 천우진 저 자식이 우크라이나로 들어온다면 어떻지?"

정보총국장이 입꼬리를 길게 찢으며 답했다.

"전투기와 헬기, 육로까지. 아주 자유롭게 KGB최정예 암살집단을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하늘이 아직 우리를 버리시지 않은 모양이야."

"각하께서 정교회의 성지에서 기도한 효용이 있는 모양입니다!"

씨익 입꼬리를 올린 푸틴이, 바쁘게 마이크에 데고 말을 잇고 있는 스크린 너머 천우진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죽으러 가는 길, 좋은 길동무를 데려가겠구나."

푸틴은 벌써.

천우진에 대한 암살이 성공 한 것만 같았다.

"세르게이."

정보총국장이라는 직함이 아닌 이름을 부른 푸틴.

"예, 각하."

"반드시, 반드시 저 놈을 죽여버려. 질때 지더라도 저 놈은 꼭 데려가야겠으니."

"바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멍청한 놈, 굳이 사지로 나오는 군. 영웅이라도 되고 싶은 것일까?"

보좌관이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얼른 푸틴의 비위를 맞춰준다.

"아직은 어리고 젊어 혈기가 왕성한 놈의 실수가 아니겠습니까? 저 오만한 얼굴에 꼭 총탄을 박아주십시오 각하!"

"그래야지, 크크크, 그래야지!"

셋은 한동안 회의실 안에서 세상이 떠나가라 크게 폭소했다.

일말의 희망이 그들의 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기에.

< 제 440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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