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37화. >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고 생각했을까? 할아버지와 장인어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3차대전이라니..."
-으음...
두분이 크게 오해하는 게 있는데, 나 역시 그렇게까지 크게 전쟁을 일으키고 싶진 않았다.
전쟁의 주요 참전국가는 러시아와 대한민국,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될 것이었다.
물론, '동맹군'이라는 이름으로 중국과 북한자치구, 일본역시 대한민국의 편에서 참전 할 가능성이 높았다.
러시아의 푸틴이 무릎을 꿇는다면 쉽게 해결 될 문제이기도 했다.
내가 바라는 건 딱 그 정도.
그리고 '연합군'의 출범에 '사령관'이 필요하고 '사령국'의 지휘 역시 필요 할 터.
나는 그 부분에서 SKY가, 정확히는 내가 그 수장의 자리에 오를 생각이었다. 또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할아버지와 중국의 주석인 후진다오, 천왕이 사라지며 새롭게 출범한 일본 정부의 고키부리 대통령.
이 셋에게 권한을 일임받을 생각이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동북아의 새로운 연합국을 탄생시킬 예정이었다.
"세상이 혼란스러워야 영웅이 등장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할아버지가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그냥 네 놈이 대한민국 대통령 해 먹으면 될 일 아니냐?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어련히 알아서 다음 대통령은 네가 될까?"
난 고개를 저었다.
대통령.
국민들이 뽑아주는 것이지만 그 권한은 한정적이었다. 나는 내 말이라면 팥으로도 메주를 쓸 수 있는 그런 강력한 통치를 원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탄압하는 압제를 펼칠수는 없는 일, 애초에 기틀 자체를 바꾸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또한, 현 중국의 흡수 역시 문제가 된다.
대한민국이 중국을 먹기엔 중국 자체가 너무나 강맹하니까, 지금은 후진다오가 전천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고 그것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SKY가 서포트하고 있지만, 아무리 후진다오가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하여도 중국이 대한민국 밑으로 들어오는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그러니 애초부터 '하나의 나라'가 출범하는 것이 충국을 통치하는데 적합하다 할 수 있었다.
"중국과 일본을 확실하게 통치하려면 한국의 대통령 자리로는 부족합니다."
"동북아를 아예 하나로 합치겠다?"
-새로운 합중국의 형태를 말하는가?
두분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정확히는 '천국'이 되겠죠, '천제국'이나."
-사위는 그 나라의 황제가 되고?
"21세기에 왕정이라니..."
"맞습니다. 강력한 통치를 원하고, 이제 미국처럼 동북아도 '주'의 형태로 바뀌겠죠, 현재 대한민국의 '도'처럼."
장인어른이 '휘유'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게 참, 될것도 같으면서 안 될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사돈.
"예, 그렇습니다...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군요, 다른 나라는 모르겠습니다만 대한민국은 특히 그럴 것 같습니다."
나 역시 그 부분은 인정한다.
사실상 중국과 일본은 '왕정'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현 후진다오도 그렇고 얼마전까지 일본에는 '일왕'이라는 존재가 있었으니까.
북한자치구 역시 거부감이 적을 것이다. 사실상 김씨 일가가 왕처럼 해먹던 국가 아니던가.
문제는 역시 민주주의에 물든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민들 역시, 천국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게 된다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건 두고 볼 일이지."
-전 세계의 시선도 중요합니다. 동북아가 하나로 합치면서 새롭게 나타나는 나라를 과연 좋아 할지.
"우선 미국은 응원해줄 것 아닙니까?"
장인어른이 픽 웃어버린다.
-내 사위가 왕이라는데, 미국 대통령의 사위가 초강국의 황제라는데 미 시민들이 싫어할 이유는 없겠지.
"그거면 됩니다. 어차피 러시아는 사라질테니까."
제법 긴 시간을 양분하고 있던 러시아와 미국.
이제 러시아는 사라지고 그 강대국의 자리에 나의 나라 '천국'이 자리를 잡을 것이니까, 유럽과 아프리카 등, 여러 국가들이 반발해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어쩌면 지금 러시아의 편에 선 것처럼 보이던 국가들이 천국을 따라 다시 '왕정'을 도입하려 들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동의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내말에 할아버지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쯧, 사실상 통보구나 이놈아."
"에이, 예상하고 계셨으면서? 그리고 은퇴하고 싶으시다면서요?"
"쯧..."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스크린 속 장인어른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찬성해야지, 내 손주들의 아비가 절대권력을 쥐겠다는데.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나는 힘 닫는데까지 돕겠네.
"그거면 됩니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대대적인 포격을 가했지만 우크라이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는 우크라이나는 진즉에 쓰러졌지만, 우크라이나를 비호하는 유럽 열강들의 군인들이 쓰러지지 않았다.
물론, 그들의 피해는 결코 적지 않다고 봐야했다.
그러나 그들이 얻어가는 이익 역시 적지 않았다.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어렵게 만들면 만들수록, 훗날에 얻을 이득이 크다는 것을 익히 아는 것이다.
프랑스는 원래 '프라이드'가 강한 국가였기 때문에 이제는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주 피해는 '외인부대'가 받았지만, 외인부대 역시 프랑스의 군인들이었고, 그들의 희생이 의미 없이 끝나기를 바랄 프랑스의 국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도 세상을 향해 제 의견을 떠들기를 좋아하는 프랑스의 국민의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어쨌든.
영국군 역시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기 어려웠다.
지금은 많은 국가들이 모르지만, 영국은 속으로 곪아가고 있는 형국이었다. 2020년이 넘어가면서 영국의 파운드 화의 가치가 곤두박질 칠 정도로 지금 영국은 속에서 곪아가고 있었다.
그 경제 문제의 핵심은 역시, 영국의 지하자원 부제와 섬나라라는 문제 때문이었으니, 영국 역시 그 부분을 타개할 방법은 SKY와 상생으로 보고 있었다.
푸틴이 잔뜩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후우... 망할 놈들이 물러나지를 않는구나."
"각하... 재차 포격을 가할까요?"
"......"
대 회의장의 강경한 군인들의 요구에 푸틴은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이제는 정말 '핵무기'를 고려해야 할 시기가 되었음이었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핵전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프랑스와 영국, UN군은 더이상 대량살상무기를 좌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온건한 러시아의 지도부의 의견에 곳곳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러시아 자체적으로도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이 많은 상황.
나라 안팎으로 문제가 점점 곪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 러 연방의 경제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아직은 통제하고 있지만, 이러다가 군인들의 식료품 보급 문제까지 얽히게 생겼습니다. 육로도 해상도 막혀가고 있어요, 유럽 연합과 미국, 게다가 한국과 붙어먹은 중국까지 철저하게 국경을 통제하고 있단 말입니다! 어서 전쟁을 끝내야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강경파의 의견은 하루라도 빨리 포격을 퍼붓고, 대량살상 무기를 퍼부어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우크라이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아닙니까? SKY의 기술력을 몰라서 그럽니까? 아직 대한민국이 제대로 참전하지 않았지만, 당장 동북아연맹이 제대로 참전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요! 차라리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게 나을지 모릅니다."
푸틴이 품에서 독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우... SKY, SKY, SKY! 듣기 싫군."
연일 회의를 이어나가고 있지안 온건파와 강격파가 첨예하게 대립할 뿐이었다.
두 파의 주 목적은 똑같았다. 어떻게든 빠르게 전쟁을 종결 시킬 것.
강경파는 그것을 승리로.
온건파는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빠르게.
같은 결과로 귀결되지만 러시아가 얻게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온건파의 의견대로 러시아의 항복을 통해 전쟁이 종결된다면, 러시아 연방은 주변국들에게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고, 그것은 사실상 푸틴 정권의 붕괴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니 푸틴 역시 강경파의 의견을 수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길만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결코 모르지 않기에.
문제는 그 방법이었다.
푸틴 입장에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발사 될 핵무기를 여기저기에 쏘아보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장 시퍼렇게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을 사드와 얼마전 모스크바 상공을 휘젓고 지나간 SKY의 로켓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으니까.
푸틴이 핵 발사를 명령하는 순간, 러시아의 핵무기가 발사되는 순간.
그것을 탐지한 사드는 전 세계로 이 소식을 알릴 것이고, 전 세계의 핵무기는 당장 모스크바를 지구 상에서 지워버릴테니까.
"뭣 같이 꼬여버렸어."
푸틴의 혼잣말은 회의장을 크게 울렸지만 모두는 못 들은척 시선을 회피했다.
"다 나가!"
푸틴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주섬주섬 회의장을 벗어나는 러시아의 지도부 인사들.
푸틴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그의 보좌관과 정보총국장이 유일했다.
"후우... 정보총국장."
"예, 각하."
"항복하거나, 전쟁을 종결시키기거나... 자네가 생각해도 방법은 두가지 뿐이겠지?"
정보총국장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에서 패배하는 순간.
푸틴의 모가지가 날아갈게 불보듯 뻔한 상황.
푸틴의 모가지가 날아가기 전에, 자신의 모가지가 날아갈게 뻔 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정보총국장과 눈이 마주친 푸틴의 보좌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하!"
보좌관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듯 푸틴을 애처롭게 불렀다. 정보총국장은 결심 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각하... 죽을 각오는 되셨습니까?"
"세르게이!"
보좌관이 정보총국장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부라렸다. 대단한 충신인 척 하지만, 푸틴이 죽는다면 보좌관 역시 죽을게 뻔하니 만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조용."
보좌관의 입을 닫아버린 푸틴이 정보총국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각오하면 달라지나?"
"최후의 방법이 남았습니다."
"최후의 방법?"
"예, 각하."
푸틴이 픽 웃으며 태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끊다.
"얘기해 봐."
정보총국장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상 현재 프랑스와 영국, UN이 우크라이나를 비호하는 이유는 결국, 든든한 뒷배 때문 아니겠습니까?"
"든든한 뒷배?"
"SKY그룹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술, 그리고 SKY자동차의 전기차, 그리고 SKY항공우주국의 로켓."
고개를 주억거리는 푸틴.
유럽연합과 프랑스 영국등이 믿고 있는 것은 분명 SKY가 맞았다.
"거기에 SKY그룹 천우진 회장의 장인인 미국의 대통령 록펠러와, 미국을 등에 업은 OPEC, 이란."
구구절절 옳은 말이기에 푸틴은 고개를 주억거린다.
"또한, 정보총국의 요원들에 의해 밝혀진 사실로는 동북아연맹의 실질적인 수장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SKY그룹의 오너 천우진이었습니다."
"그렇지."
"천우진만 없다면, 중국이 굳이 대한민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 할까요? 대한민국의 국력이 크게 상승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국력과는 차이가 큽니다. SKY의 존재 유무에 따라서는 더욱 격차가 벌어지겠죠."
푸틴이 눈을 부릅 뜨고는 정보총국장을 바라보았다.
"그 말은?"
정보총국장이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린다.
"구심점을 잃은 국가의 동맹은 무용지물아닙니까?"
보좌관이 비릿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지휘관을 잃은 병사들은 도망치는 법이지."
정보총국장이 푸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에겐 어차피 뒤가 없습니다 각하."
"천우진을 죽이자?"
"천우진이 죽으면 SKY는 혼란을 맞을 것이고, 전 세계 정세는 빠르게 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실패는?"
"이 작전이 실패해도 죽고, 실행하지 않아도 우리의 말로는 뻔 합니다. 러시아가 살 길은, 오직 하나 뿐입니다."
푸틴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러시아가 살 길은 하나 뿐이라..."
셋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살 길은 오직, 러시아의 승리 뿐이라는 걸.
"진행시켜."
"예! 각하."
불속에 뛰어드는 부나방 처럼.
그들은 불속으로 기꺼이 몸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제 437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