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36화. >
SKY자동차의 거의 모든 라인이 SKY EV1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공급이 수요를 못 쫓아가는 시간은 계속되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생산 라인을 만들지만 그래도 역시 수요가 더 크게 증가하며 SKY자동차의 성장세가 매서웠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아주 적절한 명언이 있듯, SKY그룹은 연일 노를 젓느라 바빴다.
SKY자동차는 미친듯이 SKY EV1을 생산하고 있었고, SKY항공우주국은 여러 항공우주국들과 협력하며 기술 자문비 명목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간 SKY항공우주국에 투입되었던 자금을 모두 회수하고도 앞으로 10년간은 넉넉히 쓸 연구비를 벌어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들이 원하는 것은 SKY의 이착륙 가능한 로켓기술과 연료 효율이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발사 기술이었지만, 그런 핵심기술을 우리 SKY가 양보할 생각은 없었다.
“난 호구가 아니니까.”
철컥.
이번 전화 역시 핵심 기술에 대한 공유가 가능한지 하는 타국의 정상의 전화였다.
나는 단호히 거절을 하고는 하루종일 이 나라, 저 나라의 정상들의 전화를 받느라 지친 귀를 달래며 집무실 책상의자에 몸을 묻으며 빌딩 숲을 바라보며 시가를 입에 물었다.
구름폰 시리즈 2 모델이 출시 되면서 이제 세상은 점점 종이 신문이 아닌, 인터넷 신문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검색 포털은 물론 인터넷 뉴스 포털 역시 가지고 있는 SKY.
그리고 그곳의 수장인 내가 구름폰을 이용해 인터넷 뉴스를 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좋은 것’이라며 판매할 순 없는 일 아니겠는가.
스르륵, 스르륵.
스크롤을 올리며 오늘은 전 세계에 어떤 뉴스가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SKY 마더코인, 연일 고공상승! 현재까지 13만개 출시, 개당 가격은 아직도 껑충!’
‘첫 경매 당시보다 수직상승, SKY마더코인 1개당 USD 11만 달러 돌파!’
‘SKY마더코인! 화폐의 패러다임을 열다! 덕분에 각광받는 새로운 투자처 가상화폐 시장!’
‘금감원, 가상화폐와 SKY마더코인은 엄연히 다른 것, SKY마더코인은 안정성을 인정받아 화폐로서 가치가 있지만 다른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안정성 믿을 수 없다!’
‘전 세계 금융감독원, 연방준비은행 등, 디지털 암호화화폐에 대한 우려, SKY와 같은 코인이라고 착각하면 오산.’
‘디지털 암호화폐, 탈세및 범죄집단의 표적, 해킹에 주의해야 할 것.’
‘현물 없는 화폐시장 열렸나? 코인시장의 무서운 상승세, 대장 코인은 SKY마더코인?’
‘SKY로켓기술! 달 탐사 머지 않았다.’
‘SKY항공우주국! 달 식민지화 계획중! 신재생에너지의 새로운 장을 열것!’
“죄다 SKY네.”
이렇게까지 잘 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들 역시 SKY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주요 ‘경제’뉴스에서 SKY라는 이름을 빼 놓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으니 어쩌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나는 경제 탭을 제거하고 다시 뉴스를 살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부진, 전투기 폭격에도 꿈쩍 않는 세계 연합군.’
‘프랑스, 우크라이나 러시아에게 절대 못 줘! 더 이상 에너지 갑질 참을 수 없다! 서유럽 동맹군의 거센 반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이 시각 주요 우크라이나 소식.’
‘러시아 곳곳에서 폭동 터졌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러시아 연방은 새로운 체제를 원한다!’시위 거세져.’
연일 악수를 거듭하던 러시아가 서서히,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경제가 위축되었고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버티고 있던 1차 산업의 길을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꽉 틀어막고 있으니 푸틴의 입장에서 답답해 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러시아의 주요 1차 산업.
지하자원은 물론 ‘식량’산업, 게 중에서도 ‘킹크랩’과 같은 원양업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중이었다.
푸틴의 무리한 전쟁 진행으로 나라에 일을 할 어부들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원유와 천연가스를 철저하게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전쟁물자이니 통제는 당연한 일이지만, 현재 러시아에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라가 썩어가고 있음을 느낀 시민들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가만히 냅둬도 알아서 자멸하겠구나.”
딱히 더 이상 확인할 기사는 없었다.
이미 내가 알던 ‘미래’는 사라진 상황이었다. 이제는 정말 내가 알던 전 삶의 미래지식이 크게 쓸모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은 그 어떤 때보다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었고 하루가 다르게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몇 십년 따위와는 다르게 대한민국의 국력은 날로 수직상승하고 있었다.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많지만 그것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SKY가 주는 ‘세금’을 투입시킨다면 충분히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 어떤 나라도 무시못할 ‘국방력’을 달성 할 테니까.
“흐음···”
이제는 정말 잠룡이었던 내가 승천을 해야 할 순간이 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더 지체할 이유가 없음이었다.
틱.
인터폰의 호출버튼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호석이 노크와 함께 집무실로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회장님.”
“청와대 연결해서, 할아버지께 보자고 해주세요, 장인어른에게는 영상통화 준비해달라고 해주시고요.”
“청와대에서 진행합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난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직 20분 가량 남은 시가를 마저 태웠다.
다시 한동안 바빠지겠구나 싶었다.
조용한 강남의 빌딩 숲이 꼭, 폭풍전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똑똑똑.
노크를 하자마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할아버지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종이 신문을 읽다가 날 바라보신다.
“또 무슨 일이냐? 러시아를 발칵 뒤집어 놓은게 엊그제인데.”
“에이, 벌써 이주 전인데요.”
“이 놈아, 아직도 세상 사람들은 그걸로 시끄러워, 국방부 장관이 나한테 얼마나 매달렸는지 알긴 하느냐?”
“크큭, 그랬어요?”
“그래 이놈아, 국방부 장관이 러시아의 핵공격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면서 성화다 성화, 지금도 미군의 사드 기술을 훔쳐와야 한다고 아주 난리야. 다행이 미군도 바라는게 있는지 꽤나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구나.”
그렇겠지.
미국의 대통령이 나의 장인어른이어서가 아니라, 현 SKY가 가진 로켓 기술의 위대함을 알아서라고 보는 게 좋았다.
대한민국역시 미국과 러시아등의 핵공격에 사실상 무방비한 부분이 있었다. 모든 핵공격을 막아낼 대공망이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역시 SKY의 핵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SKY의 현 로켓 기술은 현시점의 모든 선진국들의 레이더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놈이니까.
마치, 미국의 스텔스기가 공포스러운 것 처럼.
그러니 미 국방성의 입장에서도 대한민국과 척을 지고 싶진 않을 것이다. 또한, 공공의 적인 러시아가 버젓이 핵무기를 전방배치 하고 있는 상황이니, 사드 기술에 대한 이전 역시, 거부할 명분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대한민국은 이제 경제적으로 ‘미국시장’이 없어도 괜찮을 만큼 성장한 상태. 일본과의 해저터널 연결, 대한민국 땅을 지나 북한, 한반도와 중국대륙은 물론 아프간과 터키까지 이어지는 철도까지.
게다가 현재 진행형으로 인도 차이나반도에 대한 철도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굳이 미국에게 수출 품을 팔아서 경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며, 세계 최대의 ‘식량’생산국인 개발도상국들과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했다고 보는게 좋았다.
그들은 대한민국, 또는 SKY, 중국에게 받아 먹을 것이 있으니, 절대로 우리의 손을 놓긴 어려울 것이다. 그들도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또 무슨 폭탄을 들고 온 게냐?”
할아버지의 말에 피식 웃음이 터져나온다.
“누가 보면 제가 사고뭉치인줄 알겠습니다.”
소파에 엉덩이도 붙이기 전이었다.
물론 마냥 서운하지만도 않았다. 실제로 내가 뭔가 일을 벌릴 때 마다 이제는 세상이 떠들썩 하니까.
“그럼 아니고?”
“아니죠, 이로운 일 아닙니까? 이로운 일.”
“네놈에게 특히 이롭겠지.”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려 이제는 비서실장의 노릇을 하고 있는 철웅을 바라보았다.
“장인어른 연결 됐나요?”
“예, 회장님. 연결 되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많이 피곤하신 듯 하니까, 바로 본론으로 가시죠?”
할아버지가 보던 신문을 접어 테이블에 툭 하니 던지고는 카메라를 응시한다.
대통령 집무실의 스크린이 내려오고 익숙하고 반가운 장인어른의 얼굴이 크게 떠오른다.
“아아, 사돈 잘 들리십니까?”
-하하, 예 잘 들립니다. 저녁은 하셨습니까?
“망할 사돈의 사위놈이 밥 먹을 시간도 안주고 일을 시키네요 쯧.”
-허허, 얼른 끝내고 식사하셔야겠습니다.
“미국은 지금 아침일텐데, 아침부터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어르신, 우진이 아침부터 저를 불렀다면 이유가 있겠지요.
스크린 속 장인어른도, 그리고 카메라에서 눈을 땐 할아버지도 날 바라본다.
이제 본론을 꺼내보라는 것.
“이제 제 계획을 완성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장인어른이 눈을 부릅뜨고, 할아버지는 진지한 자세로 양 팔꿈치를 무릎께에 놓는다.
“이제 정말, 완전 정면에 나서겠단 소리더냐?”
“예, 승천을 준비하는게 아니라 승천을 시작하고 싶네요.”
-으음··· 세상이 또 발칵 뒤집히겠군.
할아버지 역시 우려가 되는지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라를 새로 만든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게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장인어른 역시 고개를 주억거리신다.
“예,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프랑스혁명 이후, 다시금 ‘왕정’이 들어선다고 생각할지 모르니까요.”
-생각보다 일본은 반발이 덜할지도 모르지··· 몇몇 유럽국가들 역시 그렇고.
할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란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아직도 몇몇 유럽국가들은 ‘왕’이 있거나 왕과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당장 전 세계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러시아 역시 말이 ‘대통령’이지 실제로는 ‘왕’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문제는 역시 나의 나라가 될 국가의 국민들이었다.
대한민국에서 SKY는 대단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지만 반발이 없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지금 장인어른과 할아버지 역시 그 점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와 우방국이 될 테니 상관이 없다. 가능하다면 미국 역시, ‘나의 나라’로 만들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까, 진정으로 나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 할 테다.
그러니까, 그건 일단 ‘건국’이후의 일이고 지금 당장은 ‘건국’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우진이 생각없이 얘길 하는 사람도 아니고··· 적당한 방법이 떠오른 모양이지?
“그래, 사발을 풀어 보거라. 이 할애비도 궁금하구나, 왜 2년뒤를 계획하다가 갑자기 ‘지금’이 되었는지.”
톡톡.
나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구름폰을 두들겼다.
“두분 다 기사들은 확인하고 계시죠? 세계 정세에 대한 기사들.”
고개를 끄덕이는 두분.
“요즘 기사들은 SKY아니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기사 뿐이죠.”
“그렇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창 진행중이니까, 유럽 연합군은 물론이고, 이제 미군도 참전하고 있으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쟁을 조금 더 키워볼까 싶은데요.”
“뭐?”
-뭐라고?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영웅이 필요하듯, 새로운 나라와 체재도 필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지, 지금 3차 대전을 일으키자는 얘깁니까?
“맙소사··· 그런 미친 계획이라니.”
두분의 우려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난, 자신 있었다.
실패를 모르는 SKY의 주인이니까.
< 제 436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