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35화 (435/458)

< 제 435화. >

미사일도 게틀링건도, 그 어떤 대공 화망도 유명무실했다.

추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긴 제트구름을 만들며 모스크바 상공을 유유히 비행하는 SKY항공우주국의 로켓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되었다.

러시아 딴에는 SKY의 로켓을 격추시키며 위용을 자랑하고자 전 세계 언론인들의 모스크바 진입을 허가했는데, 그게 자신들의 뼈 아픈 실수가 될 것이라는 걸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대회의실 창을 통해 허망하게 허공을 가르고, 폭죽쇼를 하고 있는 러시아제 무기들을 바라보고 있는 푸틴이 쓰게 웃었다.

소형 낙하산에 매달린 SKY로고들이 하나 둘, 모스크바의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구경을 나왔던 사람들이 그 로고를 하나 둘, 경쟁적으로 주워가기 시작하고, 러시아의 경찰들은 그런 러시아의 시민들을 통제하느라 바빴다.

“하하···”

푸틴은 저 떨어진 낙하산이, 러시아 연방의 위신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정보총국장.”

“예, 각하.”

“무조건··· 무조건 저 로켓기술 가져와.”

정보총국장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예, 각하.”

“우크라이나 공습 시작해.”

“가, 각하!”

“그냥 밀어버려, 더 시간을 끌어서는 안 돼.”

“하, 하지만!”

“이 멍청한 새끼야! SKY의 저 로켓에 저 병신같은 SKY로고가 아니라 핵탄두가 장착되어 있었다면 어땠었을거 같아?”

“예?”

“누구도 막지 못해, 알아 들어?”

“······”

“현재로선 그 누구도 막지 못한다고! 그런 SKY가 우크라이나전에 적극참여 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순간, 우리 러시아는 닭 쫓던 고양이가 되는 꼴이라고!”

“아, 예!”

“그 전에 반드시 우크라이나 가져 와.”

“며, 명심하겠습니다.”

슥.

창밖에서 시선을 돌린 푸틴이 장내의 러시아 지도부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뭐하고 있어 개새끼들아! 당장 우크라이나를 가져와!”

“예! 각하!”

***

프랑스 총리 관저.

“저, 저게 진짜입니까?”

마카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러시아 상공을 유유히 비행하고 있는 SKY의 로켓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참모진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맙소사··· 저렇게 비행을 하고 다시 본국으로 귀환한다고요?”

“밝혀진 사실로는 그 후에 다시 재 비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연료충원 없이.”

“맙소사··· 저런 미친 로켓이라니, 아니 저걸 로켓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냥 무인기 아닙니까? 무척빠른.”

“예, 사실상 우주를 돌아다닐 수 있는 무인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쳤군··· 미쳐버렸어, SKY에는 어디 외계인이라도 잡혀있는 것 아닙니까? 10년은 과학수준을 끌어올렸다는 전기차 이후에 바로 저런 로켓의 등장이라니.”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마카롱 총리.

“우리 프랑스는 반드시, SKY에게 우호적으로 가야 합니다.”

참모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 로켓에서 떨어져나온 것들이 SKY로고였다는게 너무나 소름이 돋는군요.”

“예··· 만약 작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조합한 핵탄두였다면···”

“모스크바는 지구상에서 사라졌을겁니다.”

“푸틴이 간담이 서늘했겠습니다.”

마카롱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외쳤다.

“외인부대 철수시키세요.”

“예? 이제막 진입한 외인부대를 철수 시킵니까?”

“푸틴이 대대적인 침공을 호언장담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SKY가 개입하기전에 하루라도 빨리 우크라이나 전을 종결시키려 들겁니다.”

“그, 그런!”

“자칫 잘못 했다가는 3차대전입니다!”

프랑스 국방 관계자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카롱 총리의 말이 영, 현실성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

“바삐 움직이셔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초 단위 싸움이에요!”

“예, 총리님. 우선 철수 명령부터 하겠습니다.”

“예, 바로 진행하세요!”

국방 관계자들이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로 향하자 회의실 내부는 휑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SKY가 달 탐사를 계획한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총리님.”

“그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세요.”

“그들에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겠습니까?”

“손해보는 장사라고 생각하더라도, 막대한 예산을 후원하세요.”

“후원이요? SKY가 돈이 필요하겠습니까?”

마카롱이 팍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부자가 있습니까?”

“으음.”

“SKY자동차의 전기차, 정부 차원에서 대량 구입 추진하세요.”

“예? 지금 우리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습니다. 총리님.”

마카롱이 쾅! 테이블을 내려치며 말했다.

“어떻게든 SKY에게 예쁨을 받으라는 말입니다! 이 말이 그렇게 어려워요? 지금 대세가 SKY에게 있다는 걸 이 자리에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까? 모스크바 상공을 유유히 비행하는 저 로켓을 보고도 아무것도 깨닫는 게 없어요?”

“······”

마카롱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쾅쾅 치며 열변을 토한다.

“지금은 제주도에 있는 발사대 하나 뿐이지만, 곧, SKY항공우주국이 있는 그 어느곳이든 저 로켓 발사대가 생길 거라고 이 멍청한 인간들아!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은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어! 그러니까 상임이사국이지! 다음스텝은 뭘 것 같아?”

“······”

“저 로켓, 수십, 수백번의 재발사가 가능한 로켓에 핵탄두만 싣고 택배처럼 배달할 수 있다고! 전 세계 그 어느곳이든 SKY의 포격망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야! 바로 움직여! 예산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까!”

“예, 총리님!”

“앞으로 우리 프랑스의 외교관들은 모두 SKY자동차의 전기차를 이용합니다. 이해했습니까? 그 밖에 정부기관에서 운행하는 내연기관 차량들 폐차 시키고, 모두 SKY자동차의 전기차로 전환 시키세요.”

“그, 그런.”

“어떻게든 프랑스는 SKY에게 우호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 하란 말이야!”

광기어린 마카롱의 외침에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마카롱은 그런 이들을 깔끔하게 무시하고 서둘러 품에서 전화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제기랄, 먼저 선수치는 놈들이 있나보군.”

그의 구름폰에 떠오른 이름은 SKY그룹 천우진 회장이라는 글자였다.

***

미 국방성 역시 난리가 났다.

“저, 저, 저.”

머리가 히끗한 장성은 너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천우진의 장인어른이자 현 미국의 대통령인 데이비드 록펠러 역시 놀람을 금치 못했다.

우주산업이라는 돈 먹는 하마와 같은 산업에 자신의 사위가 뛰어든다 했을때, 속으로 말려야 하는건 아닐까 하고 얼마나 고심을 했던가.

그런데 그런 사업이 이렇게 압도적인 결과로 세상에 공개되니 놀랄 수 밖에.

“대, 대통령님.”

“예, 장관.”

국방장관의 부름에 대답한 록펠러.

“대통령님의 사위분께서 어마어마한 업적을 이룩하셨습니다.”

“그런가요?”

“저 로켓은··· 저 로켓은···”

“말씀하십시오.”

“더 이상 미국이, 전 세계의 초패권 국가가 아님을 선포하는 로켓 같습니다.”

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국방장관의 말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도 러시아 모스크바의 상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는 6대의 로켓은 그 위용이 엄청났으니까.

“모스크바를 찍고, 거기서 다시 제주도 까지 귀환하는 로켓이라니··· 연료만 충분하다면 우리 미 연방의 본토를 찍고도 귀환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러시아 대공망이 제대로 뚫린 것은 어떻고요? 그들의 첨단 레이더 기술로도 SKY그룹의 로켓을 제대로 탐지 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아닙니까?”

“세상에 플레어를 쏘는 로켓에 대해서 들어본적 있습니까? 로켓이 미사일들을 피해냈습니다! 회피기동이라니 미친!”

“정말 무인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비행 경로입니다···”

한참 입이 마르도록 SKY의 기술력을 칭송하던 사람들이 스륵 고개를 돌려 록펠러를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내뱉는다.

“대통령께서 그의 장인 되시는 분이라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록펠러 뱅크가 그래도 약간의 지분은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요, 저런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일을 기업 홀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겁니다.”

록펠러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그들이 몰라서 저런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바깥에 SKY의 재정상황을 공개할 의무가 없으니 베일에 쌓인 사위의 회사.

록펠러 뱅크가 지분을 가지고 있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의 사위가 록펠러 뱅크의 20퍼센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거기에 자신의 딸이 11퍼센트를, 그리고 대한금고가 또 다시 18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사실상 사위 천우진이 마음만 먹는다면 록펠러 뱅크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었다.

물론 사위가 그런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미 연방의 대통령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자연스럽게 록펠러 뱅크는 자신의 사위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걸 록펠러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은 경영에 재주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 사위가 경영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도대체 사위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될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국방성의 장성들이 농담처럼 흘리는 저 얘기들이 모든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았다.

더 이상 SKY는 대한민국의 일개 기업이라고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대한민국이 SKY의 비호 아래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일하는 우리 사위한테, 좋은 선물을 줘야지···’

록펠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얼마전에 SKY자동차에서 새로 개발한 EV1이라는 전기차에 대해서 아십니까?”

시끄럽게 떠들던 장군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예, 얘기는 들었습니다.”

“아직 주행거리가 조금 아쉽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우리 미 연방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한번 주행할때 그 거리가 긴 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의견도 많았지요.”

“맞습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400km정도의 주행거리라면 우리 미국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급속충전이라는 것도 아무리 빨리도 20분은 걸린다고 하니···”

“다행히 아직은 우리 미 연방의 시보레가 최고 아니겠습니까? MG사의 자동차는 우리 미 연방의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으니 다행이지요.”

록펠러가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사위가 만든 친환경 차세대 전기자동차가 미국에는 보급이 느린 이유가 바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 MG의 견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전기차 엔진 기술은 SKY자동차가 압도적인 상황이었다. 그 어떤 자동차 회사들도 SKY의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MG사는 그 틈바구니를 ‘로비’라는 것으로 떼우고 있는 중이었다.

미국 내에서도 전기자동차의 효용은 당연히 있었다. 모두가 장거리 운전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시내 주행에 있어서 전기자동차의 효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우리 연방도 관내 차량에 한해서는 SKY자동차의 전기차를 이용하는게 좋을 것으로 판단되는 군요.”

국방성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으나, 미국은 어떤 집단이던 어마어마한 구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록펠러는 권고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장군들은 그의 속 뜻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노련한 정치가들이었다.

“그, 그렇습니다. 그래야지요.”

“아, 관내라면야··· 우리 장병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매연은 폐를 병들게 하니.”

“그렇지요··· 과연 대통령께서 훌륭한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써야죠, 초기투자비용은 좀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때, 연료비 부분에서 어마어마한 절약이 가능 할 것입니다.”

“그, 그렇습니다.”

록펠러가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장관께서 책임지고, 발주서를 작성해주십시오.”

“예, 대통령님.”

국방장관이 넌지시 록펠러에게 물었다.

“혹, 저 로켓기술에 관해서 NASA와 협력할 생각은 없다고 합니까?”

록펠러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장관.”

“예, 대통령님.”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았을텐데, 몸을 사리세요.”

서슬퍼런 경고가 국방장관의 가슴에 비수처럼 꽃혔다.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입니다. 저 화면이 보입니까? 러시아 상공을 비행하는 로켓들.”

“예, 대통령님.”

“우리 사위가 저렇게 터프합니다. SKY로고를 떨어뜨리는게 아닌, 플루토늄을 떨어뜨려 보고 싶다는걸 내가 말렸죠.”

꿀꺽.

장내에 침삼키는 소리가 가득했다.

플루토늄을 떨어뜨린다는 소리는, 핵탄두를 떨어뜨린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기에.

“며, 명심하겠습니다.”

“발주나 똑바로 넣으세요.”

“예! 대통령님.”

전 세계가 SKY에게 잘 보이기 위해, 충성경쟁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 제 435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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