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34화 (434/458)

< 제 434화. >

모스크바 대통령 관저.

푸틴은 애써 여유로운 척, TV로 SKY 항공우주국의 로켓 발사장면을 시청하고 있었다.

푸틴의 집무실이 아니라 대통령 관저의 대회의장 안에서였다.

커다란 카운트 다운과 함께, 발사대가 화면 가득 담긴다.

“특이하군.”

주변에 앉아있는 러시아 지휘부 대부분의 인물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 역시 처음 보는 발사대의 모습이었다.

“어떤 원리로 간다고?”

“정확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그게 기술일테니 숨기는 것이겠지.”

“획기적인 방법으로 연료소비를 줄였다 합니다.”

“그렇군.”

“또한,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하지 않는 로켓이기 때문에 그 무게 역시 가볍습니다.”

“이제 발사 하려는 모양이군.”

모두가 집중하며 TV를 바라본다.

“우리 대공망은 문제 없이 준비되고 있겠지? 확실하게 힘의 우위를 보여주라고, 그래야 우크라이나 놈들도 긴장을 할테니.”

“예, 각하! 자신 있습니다.”

자신감을 내비치는 군부의 인물들 푸틴은 그들을 신뢰한다는 듯 흡족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발사! 콰직 쿵!

“뭐야? 저게 발사 한 건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불꽃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아마 저 부분이 기술이 아닐까요? 아니면 저 특이한 발사대 안에서 모종의 출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흐음··· 발사음도 특이하군.”

TV화면이 전환되고 푸틴이 바라보고 있던 스크린에는 다양한 레이더들이 떠오른다. 현 러시아의 첨단 레이더 기술이 집약된 화면이었다.

“아직 레이더에 탐지되는 건 없는 모양이야?”

“높은 고도까지 올라갔을테니 그럴 겁니다. 곧 인공위성망에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

“예, 각하.”

“좋아, 해당 로켓을 격추시킬 계획은?”

레이더들의 화면이 어지럽던 화면에서 다시 전환되며 예상 시뮬레이션 화면이 떠올랐다.

“해당 로켓의 3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상정하고 준비했습니다.”

“만족스럽군.”

“고고도에서 수직낙하 하는 경우의 수, 최적의 경로로 쉽게 포물선을 그리는 경우, 포물선이 아닌 직선적인 경로를 그리는 경우, 이렇게 세가지에 대한 대비를 세워 둔 상태입니다.”

“훌륭해.”

“감사합니다. 각하.”

“투입되는 우리쪽 무기 값은 당연히 SKY놈들이 지불하게 하라고.”

“예, 각하. 로켓을 부숴버린 뒤, 당당히 요구하도록 하겠습니다.”

“피해상황 역시 조금 부풀리는 게 좋겠지.”

푸틴의 말에 군부에서 입꼬리를 스윽 들어올린다.

“예, 각하.”

“그리고 놈들이 감히 우리를 얕잡아 봤으니, 우리쪽 전투기가 한국의 상공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공군 장성으로 보이는 인물이 히죽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하하, 예전 일본이 쿠릴열도로 난리를 쳤던 일이 생각납니다 각하.”

푸틴 역시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래, 그때도 우리 전투기가 일본의 상공을 갈랐지?”

“예, 각하 그랬습니다.”

“한국한테도 똑똑히 보여주라고, 우리 러 연방의 전투기를.”

“예, 그렇게하겠습니다.”

제법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했을까? 푸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헌데 아직 레이더에 잡히는 게 없나?”

“예,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푸틴.

“인공위성망에는?”

“그것 역시 없습니다.”

“뭐?”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불안감이 엄습했을까? 푸틴이 팍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언론사 쪽 화면으로 전환 시켜봐, 현재 SKY 항공우주국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해!”

빠르게 스크린 속 화면이 전환되고, 다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SKY 항공우주국의 화면이 나온다.

“뭐야? 재방송이야?”

“아닙니다. 두번째 로켓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

“아! 혹, 첫번째 로켓이 발사 실패한건 아닐까요? 그래서 해당 로켓이 우리 레이더망에 잡히지도 않은 것이고요.”

“실패했다고? SKY가?”

“예, 그러니 부랴부랴 예비 로켓을 발사하려는 게 아닐까요?”

푸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아는 한, SKY그룹의 천우진 회장은 그렇게 무모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SKY의 발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 ‘실패’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흐음··· 대공망 계속 긴장 유지해, 아무래도 찜찜하니까.”

“예, 각하.”

“SKY그룹 천우진 회장 연결해.”

“예!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

“두번째 로켓 발사하고 시간 지연시키지말고 바로 세번째 로켓 준비해! 나머지도 계속 준비하고!”

SKY항공우주국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총 여섯발의 로켓을 모두 발사시키기 위함이었다. 첫 로켓의 성공적인 발사 이후, 잠시 기쁨에 빠져 약간의 시간이 지연되었지만, 2발 이후부터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보리스.”

“예, 보스.”

“전 세계에 SKY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연발’의 성능 역시 뛰어남을 보여줘야겠죠.”

“예! 이해했습니다 각하.”

“아직은 발사대가 하나 뿐이지만, 앞으로는 우리 SKY항공우주국 모든 발사장에 해당 발사대가 보급 될 것 아닙니까?”

“예, 보스.”

“그때의 무서움을 전 세계에 각인시켜 놓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내 말에 자극을 받았을까, 보리스가 입에 침을 튀기며 이리 뛰고 저리뛰면서 열심히 과학자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찰나, 호석이 전화기를 건넨다.

“모스크바입니다.”

“푸틴?”

“예, 회장님.”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서 전화를 받아 들었다.

“전화받았습니다.”

-푸틴이오.

“예, 바쁜데 굳이 전화를 하셨습니까?”

-첫번째 로켓은 실패한 모양이죠?

“실패요?”

-우리 레이더망에 잡히는 로켓이 없군.

“큽.”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자신들의 레이더를 신뢰하는 모습이었다.

“러시아의 대공망이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걸 아는데, 뻔하게 움직이겠습니까?”

-실패하지 않았다는 소리요?

“그렇습니다.”

-우리 레이더망을 피해서 모스크바로 날아오고 있다?

“로켓에 설치된 카메라에 모든게 녹화되고 있으니 나중에 영상으로 보시죠, 러시아에는 특별히 따로 보내드리도록 하죠.”

-··· 그러니까··· 지금 SKY항공우주국의 로켓이 모스크바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게 확실하다는 얘깁니까?

“그렇다니까요, 보자.”

나는 SKY항공 우주국의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처음 발사 되었던 로켓이 막 러시아의 하늘에 진입한 상태였다.

“지금 막 러시아의 하늘에 진입했네요, 곧 있으면 모스크바까지 날아가겠습니다.”

-뭐?

“곧 있으면 육안으로도 보일테니까, 확인해보면 될 겁니다.”

-······

“벌써 놀랐습니까? 아직 놀라긴 이른데?”

-또··· 뭐가 있습니까?

“오늘 총 여섯발의 로켓 발사 시험을 할까 합니다.”

-여섯발?

“예, 아무래도 대 러시아 연방의 화공망을 피해야 하니까 우리쪽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했죠.”

-발사대가 여섯발의 로켓을 쏠 수 있다는 겁니까?

“연료만 충분하다면 무한하게 쏠 수 있습니다만?”

-무, 무한?

나는 픽 웃으며 말했다.

“아 그리고, 우리 로켓들은 또 아시다시피 ‘이, 착륙’이 가능한 로켓이라. 그것도 감안 하시길.”

-그게 무슨 소립니까?

“보면 압니다. SKY가 SKY했구나 하고 이해하면 됩니다. 바쁘니까 끊죠.”

다시 전화를 호석에게 돌려주고 호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푸틴이 단단히 뿔이 나겠습니다.”

“뿔이 나다 풀이 죽을 겁니다.”

“예?”

“열 받아도 어쩔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얘기죠, 막을 방법이 없으면 친해질 수 밖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호석에게 부연설명은 생략했다. 지금 당장은 러시아의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고 있는 로켓에 집중하고 싶으니까.

***

푸틴이 전화를 부술듯 내려놓으며 대회의장에 모인 러시아 연방의 지휘부 인사들을 둘러보았다.

“어떻게 된거야? 지금 로켓이 우리 영공에 들어왔다는데 아직도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군복을 입고 있는 장성들이 입이 마르는지 입술을 할짝인다.

“아무도 대답이 없어!”

““······””

“우리 ICBM은 미국의 레이더를 피해서 비행할 수 있나?”

푸틴의 두번째 질문.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SKY라는 일개 기업도 할 수 있는 일을 우리가 못해!”

휙하니 고개를 돌린 푸틴이 바라본 인물은 정보총국장이었다.

푸틴의 뜨거운 눈빛에 노출된 그는 속으로 ‘왜 하필 나야.’하고 생각이 들었다.

“정보총국장!”

“예! 각하!”

“설명해 봐.”

“··· 아, 아무래도 우리 연방의 로켓 기술자였던 보리스가··· 무엇인가 수를 낸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그는 우리 연방의 레이더에 대해서 깊게 이해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정보총국장의 말에 군복을 입은 사내들이 ‘맞아!’, ‘그래서였군!’따위의 대답을 하며 동조했다.

“레이더로 잡기 어려웠다면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결국 놈들의 로켓 목적지는 이곳 모스크바가 아닙니까?”

한 군인의 의견에 모두가 ‘맞아’, ‘좋은생각이군!’하며 목소리를 냈다.

“전투기? 전투기를 출발시켜서 뭐?”

정보총국장이 다급하게 말했다.

“로켓을 격추시켜서 반드시 잔해를 수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레이더망을 피한 기술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출격시켜.”

“예! 각하.”

푸틴이 의자에서 등을떼고 몸을 앞으로 하며 정보총국장에게 작게 물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핵 미사일, 그 파급력에 대해서 모르진 않겠지?”

꿀꺽 침을 삼키는 정보총국장.

“반드시 알아오겠습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좋으니까, SKY항공우주국에서 기술을 가져 와, 아무래도 저 로켓기술 우리가 먹어야겠어.”

“예, 각하!”

1분1분이 급박하게 흐르기 시작했고, 모두가 푸틴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우리 전투기가 로켓을 찾았습니다!”

“화면 연결하겠습니다!”

대회의장 스크린에 전투기의 블랙박스 화면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저기 저 반짝이는게 로켓이야?”

“예, 그렇습니다.”

“격추시켜.”

“속도가 너무 빨라 자동 조준이 어렵다고 합니다!”

“수동으로 조준해서 격추시키라고 그래.”

“예, 각하!”

곧 전투기에서 미사일 몇개가 발사 되고, 맹렬하게 날아가는 미사일.

갑작스럽게 화면 가득 SKY의 로켓에서 형형색색의 불꽃이 터져나온다.

“맙소사! 로켓이 플레어를?”

“저게 뭐야!”

“프, 플레어를 써서 미사일을 회피했습니다!”

“모스크바 영공에 진입했습니다!”

“뭐?”

쾅!

푸틴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망신, 개망신이 따로 없군! 어떻게든 격추시켜!”

“예, 각하!”

따다다다다다다당.

대통령 관저 바깥이 시끄러웠다.

다양한 대공 화기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러나 SKY의 로켓은 그 사이를 유유히 비행하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모스크바의 상공을 선회해서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 잡을 수 없습니다! 너무 빠릅니다!”

“실패했습니다! 격추 실패했습니다!”

“로켓이 대통령 관저 위를 지나칩니다!”

추와아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소리에 대통령 관저 창문이 부르르 떨리는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

“뭔가를 떨어뜨립니다!”

로켓이 지나간 자리, 엄청나게 작은 낙하산들이 펼쳐지며 하늘에서 무엇인가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당장 확인해!”

푸틴역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의장 창문을 통해 낙하산에 매달린 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쌍안경을 들어 올렸다.

낙하산에 매달린 물체는, 다름아닌 SKY의 로고로 만든 인형이었다.

아주 해맑게 웃고 있는 SKY의 구름 로고 인형.

“이 개새끼가··· 까드득.”

전 세계의 초패권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일개 기업에게 완벽하게 무릎꿇는 순간이었다.

< 제 43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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