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33화 (433/458)

< 제 433화. >

SKY 항공 우주국은 내 명령을 철저하게 잘 이행했다. 이틀후 로켓 시험을 모스크바 상공으로 조준 한 것도 모자라서 그것을 러시아에게 통보했고, 전 세계 언론에 공개시켜 버렸다.

보리스 그 양반도 어지간히 제 조국인 러시아가 싫었던 모양이다. 정확히는 푸틴이 싫은 것이겠지만.

“크크큭, 재밌네요.”

신문 석간을 보며 홀로 웃는 나를 호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포기 했다는 듯 시가만 태우고 있었다.

쾅!

“우진이 이놈 어디있어?”

멀리서 할아버지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대문을 걷어 차기라도 하신 것일까? 하여간 노인네 기운도 좋아.

그 좋아하는 증손주들도 애써 뿌리치고는 내게 곧장 다가 오신 할아버지가 날 바라보더니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 놈아,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아뇨? 로켓 시험이라니까요? 로켓 시험.”

“푸틴이 지금 핵 전진 배치를 하고 있는것은 알고 있느냐?”

“걔들이 언제 후진 배치 한적은 있나요? 매번 만지작 거렸지.”

“음.”

“어차피 못 쏩니다. 푸틴, 그 놈이 미친놈 같아도 제대로 미친놈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사전의 발사시간과 더불어서 발사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 할 건데, 설마 러시아가 그걸 못 막겠어요? 그러니 전쟁 안 납니다 할아버지.”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할아버지가 호석의 옆에 툭 앉으며 손을 뻗는다.

호석은 얼른 시가 하나를 할아버지에게 건넸다.

“네 놈은 뭐했어?”

“죄송합니다. 백부님.”

“도대체 저 망종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냐?”

“면목없습니다.”

“어휴, 하긴 저 놈 새끼가 네 말을 듣긴 하겠느냐··· 쯧쯧, 제대로 미친놈은 저기 앉아있구나 얼굴은 허여멀건 해가지고. 염병할 대통령 자리를 내려 놓던가 해야지···”

모르긴 몰라도 SKY 항공우주국의 발표 때문에 대한민국 외교부는 물론 청와대도 엄청나게 시끄러웠을테다. 세계 각국의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들어야 할테니까, 핀잔은 덤이고.

“뭐 그딴건 됐고, 전화기를 꺼 뒀구나?”

할아버지가 날카롭게 호석을 쏘아보았다.

호석은 휙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본다.

“이제 이 백부는 무섭지도 않다 이것이냐? 전화를 꺼 놔?”

“그, 그것이.”

억울함 가득 든 두 눈으로 날 빤히 바라보는 호석.

‘회장님, 어떻게 좀 해보십시오.’ 하는 눈이었다.

드르륵.

의자를 뒤로 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맞다, 우리 루나 목욕시킬 시간이지.”

“회장님?”

“두분 말씀 나누십시오, 저는 육아가 바빠가지고.”

호석이 드르륵 의자를 뒤로 밀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바닥으로 제 이마를 때린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저도 오늘은 우리 막둥이를 씻기기로···”

“쓰읍.”

“뭐, 다음에 씻기죠.”

다시 자리에 앉는 호석이 처량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죄송합니다. 삼촌.’

‘이럴때만 삼촌이야?’

‘파이팅.’

‘배신자.’

나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네 놈이 요즘 아주 편하지?”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철웅이는 부쩍 살이 빠지는데 네 놈은 부쩍 살이 오르는 것도 같구나.”

“아닙니다.”

“여기가 밖이지 안이야?”

“밖입니다.”

“호석이 너도 당분간은 청와대로 나오는게 어떻겠······”

호석의 무운을 빌어줄 뿐이었다.

***

총동원령 선포로 나라꼴이 개판이 된 러시아.

그딴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철의 독재자 푸틴의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이, 이.”

“각하!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당장이라도 SKY 항공우주국을 박살 내버리겠습니다.”

“이 미친놈이 그러니까··· 모스크바 상공까지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거야?”

“정확히는 우주 탐사 로켓에 대한 실험이라고 통보했습니다.”

“미친놈이··· 이건 무력시위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러시아의 주요 고위층이 푸틴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시선을 피한다.

“전투기 보내서 SKY 항공 우주국 밀어버려.”

“가, 각하!”

군복을 입은 사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푸틴을 만류한다.

“참으셔야 합니다 각하! 이건 일개 기업의 어설픈 도발입니다!”

“모스크바 상공에 로켓을 보내는데 참아라?”

“SKY항공우주국의 로켓 발사 시험은 전 세계에 생중계 되는 시험입니다. 만약 우리 전투기가 항공우주국을 폭격한다면, 전 세계의 조롱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군사적 의도가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실험일 뿐이니까요.”

“야이, 여기에서 SKY항공우주국이 진짜 순수한 의도의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놈이 누가있어? 전 세계 어디에도 이게 단순한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놈들은 없잖아!”

“그래도 참으셔야 합니다!”

쾅! 쾅!

회의장 테이블을 내려친 푸틴이 살벌하게 눈을 돌리며 다른 이들을 바라본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선 우크라이나에 집중하시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푸틴은 작게 입꼬리를 들어올렸다가 빠르게 표정관리를 하며 말했다.

“우리도 프랑스와 영국에 선전포고 날려,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 철수 시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우리도 장담 할 수 없다고, 이해했어?”

“예! 각하.”

“폭격기 준비하고, 미사일 역시 준비한다. 타켓은 우크라이나 전역.”

“예! 각하.”

“우리 러 연방의 대공망 역시 철저하게 사수 해, SKY 항공우주국의 로켓이 감히 모스크바 상공에서 설치지 못하도록 알았어?”

“예! 각하.”

푸틴이 회의실 의자에 등을 기대며 작게 말했다.

“그런데, 로켓이 귀환도 되는 물건이었어?”

푸틴의 눈에는 ‘우리에게는 왜 그런 로켓이 없냐?’하는 뜻을 품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전 세계 언론이 더욱 주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각하.”

“전 세계가 주목한다?”

“예, 이번 SKY항공우주국의 로켓의 출발지점이 제주도라고 합니다.”

“부러 먼 곳에서 쏜다?”

“예, 각하.”

“성능을 자랑하고 싶다는 얘기같군.”

“SKY항공우주국의 예상 실험은 발사대를 떠난 로켓이 우리 모스크바 영공을 선회한후 다시 귀환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사실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고요.”

푸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성공한다면 아주 끔찍한 기술이겠군. 우리는 어떻게든 그 로켓을 부숴버려야겠어.”

“예, 각하! 대공망을 총 동원해서라도 막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쯤 하지, 우크라이나를 확실하게 끝낼 방안을 모색해보도록.”

푸틴이 회의장에서 사라지자 여기저기에서 한숨 소리가 튀어나왔다.

“제기랄, 정말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줄 알았어.”

군부의 한탄 소리에 정보총국장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멍청한, 각하께서도 대한민국과 전쟁은 바라지 않으신다.”

“뭐요? SKY 항공우주국을 직접타격하자고 하셨는데 그게 전쟁이지 그럼 뭐가 전쟁이오?”

“어차피 당신네들이 말릴 줄 알고 하신 소리지.”

“그럼 왜 굳이 그렇게 화를 내신단 말입니까?”

“인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니까.”

“예?”

“됐다, 그런 고차원적인 얘기는.”

정보총국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예전에는 제법 똑똑한 놈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푸틴이 야금야금 러시아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인물이 없으니 감히 푸틴에게 대항할 대항마 역시 없었다.

“연방의 말로가 보이는구나···”

자신이 푸틴의 심복임에도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의 혼잣말을 신경쓰는 인물은 회의장 내부에 아무도 없었다.

“그나저나, SKY항공우주국의 로켓의 위험성을 각하께 제대로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귀환이 가능하다니요, 이건 정말 미친 성능의 미사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후아··· 거기에 작은 핵탄두를 장착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직접 타격이 불가능한 높이에서 핵탄두만 떨어뜨리고 다시 귀환해버린다면? 디테일한 조작이라도 가능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질겁니다.”

정보총국장은 고개를 저었다.

저런 현실성 없는 얘기나 주고 받고 있는게 현 러시아의 지도부였다.

푸틴과 자신을 제외하고는 머리가 없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니 내가 평생을 해먹지.”

이러니 푸틴이 자신을 버리지 못한다며 애써 자위 할 뿐이었다.

“쯧쯧.”

혀를 차며 정보총국장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상과학영화와 같은 이상한 얘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이틀 뒤.

이제는 전 세계 어느 도시, 어느 국가를 가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한민국’, ‘SKY항공우주국’, ‘로켓발사’와 같은 키워드였다.

그 정도로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황 제주도의 SKY항공우주국 발사시설은 전 세계의 관심에 부흥하기라도 하듯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끝마쳤다.

“보리스, 자신 있습니까?”

“예, 보스. 자신 있습니다.”

“좋네요.”

신기하게 생긴 발사대의 모습에 언론이 시끄럽게 바깥에서 떠들고 있을테다.

“로켓은 몇 발이나 준비 됐습니까?”

“1차 시험에 실패 할 것을 대비해 연로를 채워 놓은 로켓은 한 대가 더 있습니다.”

“두대 밖에 없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연로를 주입하지 않은 예비용 로켓들도 있습니다.”

“오 그래요?”

“예, 회장님.”

“몇대나 있죠?”

“총 연료가 주입된 로켓 2대, 예비용 4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렇군요.”

씨익 입꼬리가 들어올려진다.

호석이 맞은편에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하아··· 어차피 진행시키실 거 잖습니까?”

“에이, 알면서.”

“후우···”

잔뜩 은퇴 마렵다는 얼굴로 제주도의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 호석.

“연료 좀 채우시겠습니까?”

보리스가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예! 회장님!”

“러시아 대공망이 얼마나 대단할지 모르니까, 미리미리 준비 해야죠?”

“그럼요, 그렇죠.”

다른 기술자들과 중장비들이 예비 로켓들에 연료를 채우는 사이, 첫번째 로켓이 발사대 안으로 들어가 장착되었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보리스가 잔뜩 설렌다는 얼굴을 하고는 내 곁으로 왔다.

“보스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요?”

“예!”

“러시아 대공망을 잘 피할 수 있을까요?”

“로켓에 따로 장착된 것이 없어 가볍기에, 플레어를 조금 장착 해 봤습니다.”

눈을 찡긋 거리는 보리스.

애초부터 준비 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고고도에서는 상관 없겠지만, 고도가 낮아지면 혹시 모르니까요.”

“자, 그럼 전 세계를 또 한번 놀라게 해 봅시다.”

“예! 보스!”

“카운트다운 시작 하세요.”

보리스가 멀리 신호를 주자 SKY항공우주국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곧, 스피커를 통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10, 9, 8, 7.

“예비용도 바로바로 준비 하시고요.”

“예, 보스.”

“묻고 더블로 가 봅시다.”

보리스가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3, 2, 1.

“발사!”

-발사!

콰직, 쾅!

진공상태가 풀리면서 발사대에서는 섬뜩한 소리가 발생했다. 이내 발사대를 탈출 한 로켓이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성공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과학자들이 서로 얼싸 안고 부둥켜 안으며 자신들의 성공을 자축한다.

이미 성공을 확신했는지 보리스는 흐뭇하게 웃으며 내게 묻는다.

“다음 로켓, 바로 준비할까요?”

개떡같이 말해도, 참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이다.

“묻고 더블로 가.”

“하하,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벌써부터 푸틴이 개거품을 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과연, 러시아의 대공망이 우리의 첨단 로켓을 방어할 수 있을까?

< 제 433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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