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32화 (432/458)

< 제 432화. >

모스크바 대통령 관저.

푸틴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해외 일간지들을 읽고 있었다.

'전 세계가 또 한번 놀란 SKY의 기술력!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부르다! 기름이 필요 없는 친환경 전기차 SKY EV 1.'

'새로운 화폐의 등장? SKY 마더코인? SKY 코인?'

'태양광발전 패널의 패러다임, 페브로스카이트 그것은 무엇인가.'

촤라락.

신문을 던지듯 내팽개친 푸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놈에 SKY! SKY! SKY! 정말 듣기도 싫군."

휙 고개를 돌린 푸틴이 자라처럼 잔뜩 목을 웅크리고 있는 정보총국장에게 물었다.

"유럽에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우선 보급하겠다지?"

"예, 각하."

"이 개새끼가... 애초에 약속을 깨? 천우진 그 놈 연결 해."

정보총국장이 능숙하게 전화기를 만지더니 푸틴에게 건넸다.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나 푸틴이오."

-아, 예. 어쩐일로 전화를 하셨습니까?

"우리의 계약이 있지 않았소?"

-계약?

"유럽에 태양광 발전 기술 보급을 10년 늦추는 계약. 그게 아직 8년정도 남은 걸로 아는데?"

-아 그랬죠.

마치 깜빡했다는 듯한 천우진의 반응에 푸틴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헌데, 유럽에 SKY의 태양광발전시설이 보급된다고 기사를 봤습니다만."

-그렇죠?

"지금 나랑 말 장난 합니까?"

푸틴의 음성이 날카롭게 변했다.

-아니요? 말 장난 안 했습니다만?

"그럼 계약을 위반 했다고 판단하면 됩니까?"

-계약도 위반하지 않았습니다만?

"그게 무슨... 장난하자는 거요?"

-거 귀가 먹으셨나. 장난 아니라니까 그러네.

"태양광 발전시설 보급을 늦추는 계약을 하고, 그 계약을 어겼는데 위반은 아니다? 그게 장난이 아니면 뭐지?"

-계약서 있습니까?

"지금 보고 있소."

-거기 잘 봐봐요, '현 태양광 기술'이라고 적혀있는 거.

계약서를 훑는 푸틴의 눈에, 천우진이 말한 대목이 보였다.

"으음."

-페브로스카이트는 계약당시의 기술이라고 볼 수 없고, 새롭게 발전된 기술이니까 이건 계약 위반이 아니라는 겁니다.

"재미있군, 네 놈이 날 엿먹여?"

이제는 더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푸틴의 입에서 더이상 예의를 찾을 수 없었다.

천우진 역시, 그에 질세라 똑같이 받아쳤다.

-어이구야, 암살자라도 보내시겠네. 어쨌든 SKY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으니까 괜한 트집은 사양하지.

"이러고도 네가 무사 할 것 같아?"

-무사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를 처리하고 당장 뒤집어 엎어 주지."

-SKY가 아주 만만한가 봐?

"내가 누구인지 잊었나?"

-그러는 네놈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나보군.

"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 할 수 있는지 지켜보지."

-우크라이나 처리가 쉽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과연 네 생각처럼 일이 진행될까?

"프랑스 군이든, 영국 군이든 네 놈이 뒤에 있다는 걸 안다."

-그래? 그럼 그것도 아나?

"뭘?"

-곧 유럽국가들 곳곳에 사드가 배치 될 거야.

푸틴의 고개가 휙 돌아가 정보총국장을 바라보았다.

정보총국장은 흠칫 놀라면서 짐짓 태연한 얼굴을 유지했다.

"사드?"

-네가 할 수 있는게 결국은 '핵전쟁' 위협 아닌가? 감히 발사 버튼에 손을 올릴 깜냥은 있을까 모르겠군.

"유럽국가들이 그런 멍청한 선택을 한다고? 믿기지 않는군."

-아주 끌리는 유혹에는 별 수 없는 법이지.

"어디 한 번 해보지, 내가 핵을 쏘는지, 못 쏘는지."

-그래, 두고 보지.

툭.

"으아아아아아!"

푸틴이 집무실 책상위에 있던 모든 물건들을 내팽개쳤다. 무서운 눈으로 정보총국장을 쏘아보는 푸틴.

"유럽 놈들과 미국 놈들, 제대로 마킹하고 있는 것 맞아? 천우진의 입에서 사드배치라는 말이 나왔어!"

"알아보겠습니다 각하!"

"늦어! 늦는다고!"

"유럽놈들이 그런 선택을 한다는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사드 배치는, 우리 연방을 경계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유럽의 핵무기 역시 감시하에 들어가게 될 겁니다."

"누가 그걸 몰라? 천우진 이 빌어먹은 놈이 여태껏 없는 소리를 지껄인 적이 있어?"

"......"

"제대로 조사 해 와, 미국놈들과 유럽놈들이 협의한 게 무엇인지 제대로!"

"예, 각하!"

"연방에 총 동원령 선포해, 전쟁이다."

"가, 각하!"

"닥쳐! 시키는 대로 해!"

***

툭, 테이블 위에 구름폰을 놓았다.

내 표정이 좋아보였을까? 호석이 물었다.

"좋은 통화셨습니까?"

"하하하, 푸틴 그 늙은이가 잔뜩 성이 난 것 같네요."

"흐음,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군요."

"그 놈이 할 수 있는게 뭐 있겠습니까? 대가리에 총이라도 맞지 않는 이상 진짜 전쟁은 불가 할테니까."

호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러시아는 끝난다.

전 세계 어떤 국가도 먼저 전쟁을 시작하는 순간 끝이 난다고 봐도 좋았다. 전 지구가 그 국가를 타켓으로 잡을 것이기 때문.

"아직 유럽쪽에 사드배치에 관해서는 협의중인 사항 아니었습니까?"

"그랬죠."

"흠, 분명 통화 하실때 사드 배치를 할 거라고 확정짓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예, 그랬죠."

"사드배치는 유럽 국가들도 많이 반대 할 겁니다. 제 놈들의 무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놈들은 망설이고 있죠, 그런데 러시아가 '핵'을 만지작 거리면 어떻게 될까요?"

"으음?"

호석이 설마 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일부로 의도 하신 겁니까? 러시아를 위협해서 그들이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위기감을 느낀 유럽쪽에서 사드를 배치시킬거라는?"

"시기의 문제일 뿐이지, 배치는 꼭 해야 할 겁니다. 그래야 러시아에 대한 억제력이 더 생기니까요, 이왕이면 나는 그 시기를 앞당기고 싶은 거고. 그래야 우리 전기차를 더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

호석이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정말이지 회장님은 못당할 것 같습니다."

"불같은 푸틴의 성정을 생각하면, 아마 당장 무슨 행동을 취할겁니다. 그리고 그건 유럽쪽에 부정적으로 보이겠죠."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뉴스가 흘러나오던 집무실 TV에 속보가 흘러나온다.

'러시아 총 동원련 선포!'

자극 적인 자막과 함께, 뉴스 화면이 전환되며 급하게 준비한 듯 앵커가 뉴스를 시작한다.

"이야, 빠르네."

"하하하, 역시 회장님으 귀신이신 것 같습니다."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쯧쯧 핵은 안되겠고, 인해전술이라도 쓰고 싶은 모양이네요, 프랑스군과 영국군이 제법 선전하고 있나봅니다."

"예, 어떻게든 우크라이나를 빠르게 먹을 생각인 듯 합니다."

손을 뻗어 TV를 껐다.

뉴스는 더 볼 필요가 없었다. 대충 예상 범주에 있던 일이었기 때문.

"SKY 항공우주국으로 가죠."

"예! 회장님, 준비하겠습니다."

***

SKY 항공우주국.

이곳에 방문한 이유는 당연히 로켓 때문이었다.

개발 진도가 얼마나 나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함.

달팽이의 등껍질 같은 생김새의 이상한 설비들이 많이 생긴 상태였다.

"이걸 진짜 만들었네."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전 삶의 미래에서 뉴스에서나 접했던 발사 장치를 실제로 내 눈으로 볼 줄이야.

아이디어를 준 게 몇달전인데 벌써 구현을 해놨다니 참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다.

"보스!"

마침 대단한 사람 보리스가 날 부르며 헐레벌떡 뛰어온다. 처음 만났을때는 제법 카리스마 넘치는 러시아 미친 과학자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가면 갈수록 그냥 서울에 사는 옆집 김철수씨 같은 느낌이다.

"예, 보리스."

"하하하, 잘 나왔죠?"

유창한 한국어.

언제 한국어는 또 이렇게 열심히 배웠을까.

"예, 모레가 시험발사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보스!"

"설레시나 보네요."

"하하, 제 존재의 이유죠."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얼굴.

자신이 만든 로켓이 세상에 나간다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험발사, 성공적일 것 같습니까?"

"예! 자신있습니다 보스, 밤낮없이 연구했고 완벽한 결과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래요?"

"예!"

씨익 입꼬리가 올라갔다.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

호석이 뭔가 위험을 감지했을까? 흠칫 놀라며 날 바라본다.

"회장님? 설마... 아니잖습니까?"

"뭐가요?"

"그건 아닙니다 회장님 정말... 푸틴은 또라이입니다. 눈깔이 돌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어차피 지금도 나 죽이겠다고 대 놓고 얘기하던데요."

"제기랄... 경호수준을 더 올리겠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냥 피식 웃었다.

보리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보리스."

"예, 보스."

"이번 발사에서 로켓을 쏘아냈다가 다시 귀환까지 가능하겠죠?"

"물론입니다 회장님."

"좋네요. 목적지는 정해졌나요?"

"현재 NASA와 협의중에 있습니다."

"목적지를 바꿀까 싶은데요."

호석이 내 말에 화들짝 놀라며 날 만류한다.

"안 됩니다 회장님! 정말 그건 안 됩니다!"

"에헤이, 괜찮다니까 그러시네."

호석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보리스를 바라보았다.

"우리 로켓의 목적지는 모스크바로 합시다."

보리스가 입을 떡 벌렸다.

"모, 모스크바 말씀이십니까?"

"예, 그 상공에서 선회해서 다시 귀환 하는걸로."

호석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보리스는 이제서야 왜 호석이 날 만류했는지 깨달은 모양. 그러나 이내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보리스의 얼굴이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느꼈던 그 사이코 과학자의 느낌으로 변했다.

잔뜩 흥미롭다는 눈으로 내게 묻는 그.

"미리 통보할까요?"

마치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같은 질문.

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자신있으면 격추시키라고 하세요. 과연 우리 로켓은 얼마나 빠른지, 러시아의 대공망을 뚫어내는지도 궁금하네요."

"흐흐, 알겠습니다. 재미있겠군요."

고개를 절레 절레 젓던 호석이 품에서 전화를 꺼내더니 전원을 꺼버렸다.

"회장님도 전원을 끄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예, 전화에 불이 날테니까."

나는 순순히 호석의 말에 따라 구름폰의 전원을 껐다.

"푸틴이 입에 개거품을 물겠죠?"

"발광을 할 겁니다."

"아쉽네, 그걸 못 봐서."

"백부님께서도 거품을 무실것도 같습니다만."

"아, 그렇겠네요."

"사돈께서도 많이 놀라실 것 같습니다."

"그것도 그렇겠죠."

"굳이 꼭, 하셔야겠습니까 회장님?"

진심으로 다시 생각해보라는 듯 말하는 호석.

"예, 꼭 해야겠습니다."

"휴우..."

"재미있잖아요?"

"재미... 확실히 재미는 있습니다만..."

"그리고 푸틴 그 새끼도 이제 알아야죠, 제 놈만 내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걸."

"회장님께서도 얼마든 푸틴을 죽일 수 있다는걸 말씀하시는군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힘의 우위, 그걸 깨달아야 할 겁니다. 망종처럼 내 경고를 제대로 이해 못한다면."

나는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리고는 뒷 말을 아꼈다.

호석과 보리스가 꿀꺽 침을 삼켰다.

< 제 43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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