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31화 (431/458)

< 제 431화. >

우레와 같은 박수와, 번개 같은 플래시 세례.

묘하게 사람을 흥분되게 만드는 그런 마력이 있는 두가지. 나는 침착하게 단상에 올라 늘 그래왔든 한쪽 손을 들어 올리며 싱긋, 미소 지었다.

“반갑습니다. SKY그룹 천우진입니다.”

인사와 함께 더 힘찬 박수가 짧게 이어지고 이내 장내에는 침묵이 내려 앉았다.

“4차 산업혁명, 정보화시대. IT시대. 아직 체감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을 줄 압니다. 아직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많을테죠.”

곳곳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제법 성공한 중장년의 신사, 숙녀였다.

세대에 뒤쳐졌다기 보다는 아직 과도기에 있는 만큼 ‘디지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물론 깨어있는 일부의 중장년층은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먼저 접하려고 노력할테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는 법이다. 성공한 중장년이라면 자신들이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으로 대신 할 수 있을테니까.

SKY가 주관하는 행사에 성공하지 않은 사람이 올리가 없었다. 나름 바깥에서는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들의 ‘능력’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단순히 물고나온 수저가 좋아서 좋은 자리에 앉아있다는 편견에 휩싸여 있지도 않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을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뚜렷한 장점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성실함’역시 기본 소양처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일부 망나니같은 재벌 2세, 3세들도 있지만 어쨌든.

“아직 디지털의 편리함과 직관성에 대해서 몸에 와닿은 적이 없으셔서 배우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 앉아 계신 분들이 새로운걸 받아들이기가 싫어서 배우지 않았다기 보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거겠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성실함이란 기본 패시브를 가지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이 단순히 IT사회가 불편하다고 공부하지 않는다?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디지털 산업과 IT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어떤 누구보다 진득하게 물고 뜯으며 습득해 나갈 것이다.

그들을 그렇게 진득하게 달리게 해줄 수 있는 것.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돈. 여기 보이는 이 종이 화폐, 여러분에게는 매우 익숙한 물건 일 겁니다.”

품에서 꺼낸 종이 돈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장내의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돈’을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존재할 수 없으니까, 자본주의시장의 성공이란 ‘남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진 자’를 일컬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었다.

“본인이 가진 자산 전부를 ‘현금’화 시킨 사람은 아마 안계시겠죠?”

여기저기서 피식하며 웃는다.

당장 나 역시, 내가 가진 자산 전부를 현금화 시킨다면 글쎄, 도대체 얼마나 무거울지, 얼마나 부피가 어마어마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사람들이 웃는 이유도 매 한가지였다.

저들이 나보다 더 자산이 많을 순 없겠지만, 많던 적던 모든 자산을 유동자산을 현금화 시킨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이 바뀌었지만 아직 이 종이 돈의 세상은 바뀌지 않고 있죠.”

사람들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우리 SKY는, 혁신을 말하는 기업답게, 이제 이 종이화폐에서 디지털 화폐로의 혁신 시대를 열어볼까 합니다.”

내 말과 함께.

팍, 조명이 꺼지고 내 뒤쪽 스크린 가득 SKY 마더 코인의 디자인이 떠오르고, 그 옆에 작게 SKY 코인들이 빙글빙글 회전한다.

“소개합니다. SKY 마더 코인과, SKY 코인!”

반응은 애매했다.

아직 코인이라는게 무엇인지 장내에 있는 모두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다시 조명이 켜지고.

“하하, 아직은 어려우신가봅니다.”

곳곳에서 고개를 주억거리거나 피식피식 거리며 웃는다.

“SKY 마더 코인은 전 세계 3억개 한정적인 수량만 제공이 됩니다. 그리고 SKY 마더 코인을 소유하고 있는 것 만으로 주기적으로 일종의 배당금과 같은 개념으로 SKY 코인을 받을 수 있죠.”

아직까지도 반응은 별로 없었다.

“SKY 코인은 SKY 그룹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화폐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내년에 출시 될 구름폰 3. 이 것의 가격은 아직 상의중에 있으나 SKY 코인 100개에서 130개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웅성웅성.

이제 조금씩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번 SKY 자동차에서 출시하는 SKY EV1, 전 세계 최초 전기엔진을 탑재한 전기자동차의 경우, SKY코인을 통해 구매하신다면 3퍼센트 할인 혜택과 5퍼센트의 코인 캐시백을 해 드립니다.”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물었다.

“EV1의 가격에 대해서 아직 밝혀진 게 없는데요 회장님 SKY코인을 통해서만 구입 가능 한 겁니까?”

“SKY 코인을 통해 구입하게 되면 더 저렴하고 좋은 조건으로 구매가 가능한 것이지, 굳이 SKY코인이 아니어도 구매는 가능합니다. 단, 그것은 일시적이며 앞으로 SKY의 모든 제품은 SKY코인을 통해서만 판매 될 예정입니다. 지금은 그 유예기간 정도로 이해하시면 편하실 것 같군요.”

질문자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아직, 가격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했습니다 회장님,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원래부터 오늘 공개하려고 했습니다. SKY EV1은 총 세개의 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저렴한 실속형 트림의 경우 SKY 코인 2500개, 한화 360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질문자가 눈을 부릅 뜨고는 물었다.

“SKY 코인 2500개가 한화 3600만원의 가치를 지녔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3퍼센트 할인된 가격이긴 하지만 비슷합니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

“SKY코인은 SKY마더코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배당금 개념으로 받을 수 있지만, SKY coin이라는 자체 홈페이지에서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본인 명의의 계좌와 연동할 수 있으며, 언제든 자유롭게 구매와 판매가 가능합니다. 또한, 카드 할부 결제와 같은 결제도 구현 해 놓았기 때문에, 미리 많은 양의 코인을 구입하시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눈치채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코인의 가치는 유동적입니다. 오늘 말씀드린 2500개의 가치가 오늘은 한화 3600만원이었겠지만, 앞으로도 3600만원일까요? SKY 코인은, SKY의 성장과 함께 성장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일종의 주식 같은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전 세계에 통용되는 어떤 화폐와도 가치가 비례하지 않습니다. SKY 코인은 오직 SKY와 함께 운명을 함께 합니다.”

안정성.

화폐의 안정성에 대해서 난 얘기하고 있었다.

“SKY그룹은 록펠러 뱅크와 대한금고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니, SKY 코인에 대한 신뢰도는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굳이 대한금고와 록펠러 뱅크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SKY의 자금 안정성은 전 세계 어떤 기업보다 우수했다. 어쩌면 어지간한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은행들보다 우수할지도 몰랐다. SKY의 모든 사업에 ‘적자’는 없었다.

물론 돈을 하마처럼 잡아먹는 SKY항공우주국은 제외하고.

“그렇다면 SKY 마더코인은 어떻게 구입할 수 있습니까?”

“SKY마더코인은 개수가 유한한 한정된 자원입니다. 총 3억개만 발행 할 생각이며 시장상황에 따라 SKY그룹에서 완벽하게 통제를 하는 화폐가 될 것입니다. SKY 코인이라는 ‘화폐’를 발행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 부터, SKY 마더코인의 ‘힘’이 어떤 것인지 여기계신 전업 투자자분들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시리라 봅니다.”

곳곳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탄의 목소리를 토해내는 소리가 들렸다.

“SKY그룹은 주식이 없죠,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싶어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투자를 받지 않아도 얼마든 제 기능을 잃지않는 기업이라는 뜻도 됩니다.”

역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많은 투자자들이 SKY에게 투자하고 싶어 합니다. 우리 SKY는 그런 투자자들의 니즈에 맞춰, SKY마더코인을 개발해내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 어떤 화폐보다 안정성이 뛰어난 화폐, 어떤 IT공격에서도 최고의 보안시설을 자랑하는 SKY라면, 그 안정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여유롭게 샴페인으로 목을 축이고는 말했다.

“오늘, 다들 바쁜걸음을 해주신 만큼, SKY 마더코인 1만개에 대한 경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단위는 100개 단위로 진행되며 개당 최소 입찰가는 미화 5천 달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법 놀란 얼굴이 되었다.

“잘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주식이 없는 SKY의 주식과 같은 존재인 SKY 마더코인입니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더코인의 가치는 시장상황에 맞게 변화 할 것이며 SKY코인을 생성해내는 보물 같은 놈이죠. 일종의 이자를 지급 받는 것 처럼 실제로 SKY에서 화폐로 쓸 수 있는 SKY 코인이 생성됩니다.”

사람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그들의 눈에서 나는 탐욕을 볼 수 있었다.

개당 5천달러라는 금액.

그 금액이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라는 걸, 이 자리에 있는 투자자들은 깨달은 것이다. 사 놓기만 해도 돈이 될 거라는 확신들이 그들의 눈에 엿보였다.

“SKY그룹은 SKY LINE이라는 세계 최고의 유통사를 가지고 있고, 그 유통사에서는 식료품부터 생필품까지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 없을 정도입니다. 당연이 SKY LINE의 모든것, SKY shop의 모든것 역시 SKY 코인으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딱.

오른손 엄지와 중지를 튕기자,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더비 경매의 진행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 경매의 사회를 맡은 아름다운 여인이 검은색 롱 드레스를 휘날리며 내 곁에 다가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말했다.

“회장님, 100개 단위의 경매라고 하셨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경매의 특성상 ‘최고가’를 기록하게 될 텐데요, 가장 먼저 입찰에 성공하신 분께 뭔가 특별한 혜택은 없을까요?”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하, 그 부분을 깜빡했군요.”

“그렇죠?”

“100개 단위의 경매이지만, 당연히 구매 우선순위는 먼저 입찰에 성공하신 분들께 있습니다. 개당 가격 경쟁에서 입찰에 성공하신 분들은 최소 100개에서 최대 1000개까지 구매가 가능하십니다. 또한, 한번 입찰에 성공하신 분께는 아쉽지만, 다른 분을 위해 다음 경매에는 참여하실 수 없습니다.”

“와아, 1만개라는 수량이 무색할정도로 정말 금방 끝나버릴 것만 같네요.”

어느새 경매 진행 준비가 끝났는지 무대 아래에서 바쁘게 사인을 주고 받는 스텝들.

“그럼, 투자자분들의 좋은 경매가 되시길.”

나는 깔끔하게 인사를 하고는 단상을 내려왔다.

순식간에 경매가 시작되고.

“5천 100달러! 5천 200, 5천 500! 6천! 이제부터 호가는 500달러, 500달러 입니다. 6천 500! 7천! 7천 500! 8천! 이제 호가는 천달러입니다! 9천! 9천달러 나왔습니다!”

도떼기 시장이 따로 없을 정도로.

SKY 마더코인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회장님 성공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예! 벌써 개당 만달러가 넘어갔습니다!”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무려 SKY의 주식과도 같은 놈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유동성 가치를 지닌 SKY 코인을 생성하는 SKY 마더코인이라고도 얘기해줬다.

그런 꿀 단지를 몰라본다면, 세계에서 제법 주름잡는 투자자들이라고 볼 수 없다.

“만 이천! 만 이천 달러 나왔습니다. 더 없으신가요? 지금부터 세번, 세번 부르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데비 할아버지가 날 바라보시며 샴페인을 홀짝이신다.

“저 코인이라는 놈이 개당 만 이천 달러의 가치가 있더냐?”

난 픽 웃으며 말했다.

“SKY가 망할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데비 할아버지는 고개를 젓는다.

그가 생각했을 때 아직도 SKY그룹은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업이었다. 게다가 전 세계 최초 전기차라는 물건을 공개하면서 단숨에 사전 예약으로 무려 2천만대를 팔아치운 상태였다.

지금도 계속 꾸준하게 SKY EV1의 예약판매는 갱신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럴리 없겠지.”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SKY 마더코인 1개의 가치는 최소 미화 백만달러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뭐?”

“3억개 한정수량이고, 그것은 SKY그룹의 주식이라고 생각해 보시죠.”

픽 웃음을 흘린 데비 할아버지.

마지막 호가를 부르려는 사회자가 잘 보이도록 팻말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2만.”

“2만! 2만달러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록펠러 뱅크의 수장, 록펠러 가문의 수장이라면 이 정도 재력이야 아무렇지 않으니까.

“최소 50배의 이득이라면 투자를 안 할 수가 없군, 마음 같아서는 저 1만개를 다 사 오고 싶을 정도야.”

“좋은 가격에 록펠러 뱅크에 팔도록 하죠. 시간이 좀 흐르면.”

“그것도 좋지.”

“최종가 2만달러! 낙찰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모두가 들리도록 말했다.

“천개, 최대 개수인 천개를 사도록 하지.”

데비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그렇다면야, 이번에 산 이 코인은 우리 귀여운 막둥이에게 뇌물로 받쳐야겠군.”

“하하하.”

“그나저나 내일이면 아니, 당장 오늘이면 난리가 나겠어, 어마어마한 경매가 열렸다고 말이지.”

“예, 그렇게 될 겁니다. 전 세계 화폐가 SKY에게 몰릴겁니다. SKY 마더코인과 SKY 코인을 사기 위해서.”

< 제 43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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