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30화 (430/458)

< 제 430화. >

인간이 거의 필수라고 해도 좋을 만큼 소유하고자 하는 물건들 중.

가장 고가의 물건을 보자면 우선 ‘부동산’을 첫째로 꼽을 수 있다.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되지만, 소유 했을때에 오는 그 안정감. 그것때문일까? 유독 대한민국은 ‘자가’에 대한 판타지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가 성공의 필수조건에 ‘자가’를 끼워 넣곤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이 ‘차’

적게는 원룸 전셋갑부터, 많게는 아파트 매매금액까지 천차만별인 자동차의 가격.

많은 사람들이 거의 필수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것 중에 자동차라는 물건은 빠지기가 어려웠다. 누군가는 출퇴근을 위해, 누군가는 바깥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위해, 또 누군가는 스스로의 자기만족을 위해. 그렇게 사람은 자동차를 구매하고 그 어마어마한 가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엄청나게 많은 부품들과 인건비 등, 자동차 한대의 개발을 위해서는 제법 많은 돈이 투자된다. 원가 역시 결코 저렴하다 할 순 없었다.

어쨌든, 그런 자동차는 이제 인간사회의 필수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류의 이동은 물론, 사람의 이동까지.

교통을 책임지고 있는 자동차는 이제 없어서는 안될 아주아주 중요한 물건인 것이다. 그러니 ‘헉’소리가 나도록 비싼 자동차라도 납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아니겠는가.

“시범주행, 완벽합니까?”

내 질문에 SKY 자동차의 대표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예, 회장님. 자신있습니다.”

“내가 직접 시승해도 되겠습니까?”

“예, 안전 전검도 끝났습니다.”

“좋네요.”

내연기관 자동차와는 다르게 공냉 설비가 없기 때문인지 유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SKY EV 1이 마치 날 째려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운전석에 앉았고, SKY자동차의 대표가 보조석에 앉았다.

“엄청 조용하네요, 시동이 걸렸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예, 그렇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닌지라 소음이 거의 없다고해도 무방합니다.”

“음, 자세히 집중하면 약간의 고주파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네요.”

“예, 그렇습니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더 그렇게 느낀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이 부분은 시동이 걸렸다는걸 직관적으로 표시해주는게 좋겠습니다.”

“예, 회장님.”

능숙하게 기어를 변속하고 SKY자동차의 서킷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순간 가속력도 훌륭하고, 힘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착각입니까?”

“경유차만큼 순간 토크에서 지지않습니다 회장님.”

“후륜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전륜으로 옮기기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습니까?”

“예, 배터리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아직은 무리가 있습니다.”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부 환경에서는 조금 아쉽기 때문.

“완충시에 주행거리는 얼마나 됩니까?”

“주행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380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380km?”

“예, 회장님.”

“주행환경이 나쁘다는건, 여름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주행했을때를 얘기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때는 최대 주행거리가 얼마나되죠?”

“약 270에서 300km내외로 보고 있습니다. 에어컨의 온도와 파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의 전기차 역사보다 수년을 빠르게 등장한 전기차였다. 지금 SKY자동차의 사장이 얘기하는 문제점들은 전삶의 전기차 시장에서도 항상 문제로 제기되던 것들이었다.

최대 주행거리가 짧은 것은 물론이고, 배터리 충전등의 문제도 있었다.

“충전시간은 얼마나 걸립니까?”

“급속충전의 경우 최대 90퍼센트의 배터리 충전까지 25분이 걸립니다. 다만, 안전상의 이유로 최대 30분, 80퍼센트 충전이 적절하다는게 연구진들의 의견입니다.”

충전 성능 역시 미래와 별 차이가 없는 듯 했다.

전 삶에서도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되었던 문제가 지금도 있다는 건 어쩌면 당연하면서도 아쉬운 점이었다.

“문제는 주행거리겠군요.”

“예,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확실히 한번 완충되었을때 주행거리가 짧습니다.”

“한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가지 못한다는 단점은 제법 크게 대두되겠습니다.”

씁쓸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SKY자동차의 대표.

“이왕이면 배터리 탈부착, 혹은 서브 배터리 삽입등을 연구해줬으면 했는데, 그 부분은 안전상의 이유로 배제한겁니까?”

“예, 회장님.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배터리와는 다르게 아무래도 위험성이 다분하다 생각했습니다. 사고위험도가 있으니 아예 배제하는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좋습니다. 아쉽지만 지금 정도 성능이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량을 멈추며 한 내 말에 SKY자동차의 대표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다.

“기자들 불러서 바로 발표하세요, 대량 양산 준비합니다.”

“예! 회장님!”

“첫차는 언제쯤 나오겠습니까?”

“금일부터 준비하면 늦어도 다음달에는 고객이 직접 탑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초부터 양산과 성공을 장담하고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SKY와 나에게 실패라는 것은 있을 수 없기에 배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좋네요, SKY자동차는 혁신을 부르게 될 겁니다.”

“예, 회장님.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친환경, 그리고 유지비. 그 두부분을 집중 공략하세요, 그 두가지가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겁니다.”

“예, 회장님. 명심하겠습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유지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전기차의 유지비는 저렴했다.

“모든 생산라인, 변경이 가능하죠?”

“예, 회장님. 사전에 지시하신대로 처리 해 두었습니다. 해외 공장들 역시 라인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회장님이 명령하시면 바로, EV 1의 양산에 돌입합니다.”

“바로 진행하세요.”

“예, 회장님.”

“유럽에 우선 보급을 진행할겁니다.”

“예,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EV 1의 핸들을 만족스럽게 만지고는 차량에서 내렸다.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전기차, 수소차.

다양한 대체 에너지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더 이상 꿈속의,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음을 세상이 알게 될 것이었다.

러시아는 물론이고 원유로 어깨에 힘깨나 주고 다니던 국가들이 많이 놀랄 것이고, 위기를 느낄지도 모른다.

푸틴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내일 SKY자동차의 발표가 이어지면 잔뜩 똥씹은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자신이, 정확히는 러시아가 유럽내 영향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경계할테니까.

“철수 보러 가죠.”

“예, 회장님.”

***

타라라락, 타라라락.

바쁘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철수.

눈 밑이 퀭하고 머리는 이리저리 떡진것이 몇날은 밤을 지샌 모양이다.

툭.

그런 철수의 책상에 고카페인 음료를 내려놓자 휙 고개를 돌려 날카롭게 쏘아보다, 이내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의자 등받이네 몸을 파묻는 철수.

“아오··· 죽겠습니다 회장님.”

“며칠만 더 고생하자.”

“후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녀석에게 손수 음료캔을 따 입에 넣어주었다.

꿀꺽, 꿀꺽 잘도 받아 먹던 놈이 캔에서 입을 떼고는 말했다.

“대충 끝났어요, 발표해도 됩니다.”

“확실해?”

“예, 회장님이 말씀하셨던 비트코인? 개발자 정체가 베일에 쌓여있다는 그것도 확인 해 봤습니다만.”

“응, 그런데?”

“그딴거랑 비교도 할 수 없이 정교하고요, 절대 안전합니다.”

“확실해?”

“예, 이건 실행만 되면, 저도 해킹 할 수 없어요. 저 뿐만 아니라 SKY soft 전체가 달려들어도 절대로 해킹 불가능입니다.”

“좋네.”

“우리가 제어 할 수 없으니까, 위험하기도 하고요.”

난 고개를 주억거리며 철수의 맞은편에 앉았다.

“마더 코인이, SKY코인을 생성하는 규칙은?”

“그 부분은 아무래도 전문가들이랑 상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정도가 되어야 하는지 안정성에 문제가 있으니까요.”

“마더코인 발행은 우리쪽에서만 컨트롤 할 수 있는거야?”

“예, SKY 그룹의 전체 서버에서 모두 승인 받아야만 발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총 발행 한도는 정해져 있고?”

“예.”

“몇개야?”

“정확히 10억개로 제한했습니다. 유한해야 더 비싸다고 하셨으니까요.”

“오케이, 예상보다 많긴 한데 그 정도야 뭐. 원하는 사람은 넘칠테니까.”

툭툭.

나는 철수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마지막으로 안정성만 더블체크 하면 되는거야?”

“예, PMC 사이버정보부쪽이랑 협력해서 움직이고 있어요, 국정원 쪽에서도 도와주려고 하더라고요? CIA는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것 같고.”

“CIA가?”

“예, 거기는 뭐 워낙 독자적인 느낌이라, 아 KGB애들도 마찬가지고요.”

“러시아?”

“예, 거기도 또라이들이 많아서 자꾸 심심하면 공격하네요, 특히나 요즘은 더하고요. 열심히 일 안하면 우크라이나 전에 끌려갈까봐 열심히하나 싶다니까요?”

철수의 말에 픽 웃음이 터져나왔다.

“야야, 그건 풍자가 심했다.”

“쩝, 어쨌거나 CIA랑 KGB가 함부로 못건드리고 있으니까, 안정성 문제는 거의 완벽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오케이 조금만 더 분발 해주고, 이제 홈페이지도 하나 만들자.”

“옙, SKY그룹 메인 포털이랑 연동되게 만들면 되죠?”

“그렇지, 발표하는 즉시 사람들이 코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거야, 일종의 주식시장이라고 봐도 돼.”

“어우야··· 그럼 개인정보부터 사람들 카드, 계좌 연동··· 벌써 머리 아프네요.”

“대한금고쪽에서 시스템을 좀 빌려와도 될거야.”

철수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날 바라본다.

“왜?”

“대한금고 시스템은 누가 만들었는데요?”

“SKY soft?”

“근데 뭘 빌려와요, 차라리 우리가 만드는게 낫지.”

알고 있었다.

그냥 말이나 예쁘게 해준 것일 뿐.

“크큭, 그러니까 새끼야 조금만 더 고생해.”

“에휴···”

나의 사람들 중, 유일하게 나보다 어려서일까? 나는 유독 철수가 편했다. 아주 편하게 지시할수도있고, 아주 편하게 막말도 할 수 있고.

“이번 일만 끝나면 진짜 휴가 준다. 전세기도 빌려줄테니까 마음껏 돌아다녀.”

“확실해요?”

“어, 어머니랑 세계일주라도 다녀 와.”

“진짜요?”

“그렇다니까, 안전은 걱정하지 말고, 경비도 걱정하지 말고. 형이 다 해준다.”

“형, 나도 돈은 많거든요?”

나는 큭큭 웃으며 녀석의 등을 두들겼다.

확실히 SKY soft의 지분 5퍼센트를 가지고 있는 철수는 부자가 맞았다. 매달 ‘헉’소리 나는 배당금을 가지고 가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난 간다, 고생해라.”

“어디가세요?”

“카메라에 얼굴 비출려면 관리 해야지, 세상이 깜짝 놀랄 뉴스인데.”

철수가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앞으로 SKY의 모든 제품은 무조건 SKY 코인으로만 팔거죠?”

“당연하지.”

“흐흐, 진짜 세상이 깜짝 놀라겠네, 듣도보도 못한 시스템이라고.”

“원래 혁신은 낯선거야, 그리고 편리해지는거지.”

“CS팀들 몸살좀 앓겠네요?”

“어, 당분간 고객들이 반발을 좀 하겠지.”

철수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괜찮겠어요? 반발이 심할수도 있잖아요?”

“SKY가 SKY했다고 생각할걸? 미리미리 코인을 사두려는 사람들도 있겠지, 그리고 마더코인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 할 거고. 그리고 당연히 프로모션도 좀 해줘야지.”

“프로모션이요?”

“SKY 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면 약간의 할인이라던가, 기타등등. 그런건 우리 마케팅팀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 하지마.”

“옙, 알겠습니다.”

***

-IT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화폐의 등장? SKY코인에 대한 이모저모.

-SKY코인, 또 SKY코인을 생성하는 SKY마더코인. 그것은 무엇일까? 블록체인의 모든 것.

-새로운 구매방식을 밝힌 SKY그룹의 천우진 회장, 금일 오전 10시 SKY 코인 설명회 개최, 전 세계의 영향력있는 인사들 대거 참석!

-전 세계 금융인들 발등에 불 떨어졌다. 새로운 개념, SKY 코인! 출렁이는 주식시장!

-오늘 SKY코인에 대한 설명회와 더불어, 첫 SKY 마더코인 경매도 있을 예정! 전세계의 거물 투자자들 몰려든다!

모든 신문이 시끄러웠다.

인터넷 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리들 낫네요.”

내 말에 호석이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회장님. 홀이 가득 찼습니다.”

“소더비 왔죠?”

“예, 회장님. 왔습니다.”

“재밌겠네요.”

“하하, 오늘은 또 얼마를 벌어오실지 벌써 궁금합니다.”

“요즘 돈을 좀 많이써서 곳간이 많이 비었네요.”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전 10시를 1분 앞둔 시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 매무새를 점검했다.

철컥.

나무로 된 문이 양쪽으로 열리며, SKY호텔의 연회장이 환한 빛과 함께 드러난다.

짝짝짝짝짝짝.

박수소리에 귀가 멍멍할 정도.

“갑시다. 돈 벌러.”

“예, 회장님.”

< 제 430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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