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28화 (428/458)

< 제 428화. >

띠리리리리리리리릭.

궤도전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러시아의 국경을 넘는다.

“이거 진짜 맞는 겁니까?”

침을 꿀꺽 삼킨 병사의 말에 장교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미치지 않고서야, 감히 우리 연방에게 반기를 들지 않겠지, 걱정하지 말라고.”

“정말, 적들이 반항 없이 항복할까요?”

“대 러시아 연방을 무시하는 건가?”

“아, 아닙니다.”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는 탱크의 숫자는 수백대를 헤아리고 있었다.

츄와아아아아아아악.

상공에는 전투기들이 요란한 소음을 내며 우크라이나 하늘을 쪼갤 기세로 비행하고 있었고, 진격하는 러시아의 육군들을 엄호하기라도 하듯, 그들 위로 전투용 헬기 수십대가 줄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본격적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

푸틴이 독주를 얼음도 타지 않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제 진짜 육탄공세를 시작했으니 되돌리기에는 늦었다는 걸 그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우···”

한숨을 크게 내뱉으며 TV에 집중하는 푸틴.

“현 상황을 보고드릴까요?”

보좌관의 말에 고개를 젓는 푸틴.

“우리 전사들이 우크라이나의 샛님들에게 질거란 생각따위는 하지 않으니 그딴 보고는 필요 없다.”

“예···”

“UN긴급총회에 감히 상임이사국인 우리 러시아를 제재하겠다는 안건이 올라왔다지?”

“그렇습니다.”

“흐음.”

UN긴급총회의 현장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푸틴역시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채로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를 뺀 나머지 국가들의 모임.

국제적으로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킨 행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우리 외교관이 거부를 당했다라.”

입장 거부를 당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

입장 뿐일까? 대한민국에 입국 자체가 거부되었고, 대한민국에 나가서 노동을 하던 러시아인들 역시 빠르게 철수해야만 했다.

대한민국은 여태까지의 행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타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상황이었다.

자국내 러시아인들이 미래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명분 아래로, 모든 러시아 노동자들을 철수 시키고 있었다. 물론 그것에 소모되는 비용 역시 차곡차곡 영수증을 만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푸틴의 면전에 독촉장이 날아오기도 했다.

“유럽놈들 어때?”

“어떻게든 가스를 사려고 물밑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쯧쯧, 겉과 속이 다른 놈들 같으니라고.”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한 유럽으로 흐르는 가스관을 모조리 막아버렸다.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의 70퍼센트 이상을 막아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게 벌써 한달 전부터 이어지고 있으니 유럽의 에너지난은 이미 심각한 상황에 도달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한달만에 ‘정전’에 익숙해진 유럽인들이었다.

“OPEC은 확실히 저쪽에 붙은거야?”

“예, 각하. 정보국에서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멍청한 놈들, 결국은 제 살 깎아 먹기라는 걸 왜 모를까?”

러시아 뿐 아니라 OPEC에 가입된 대부분의 국가들은 1차 기반 산업이 나라의 주요 경제 기둥이었다. 지하자원이 고갈되면 고갈 될 수록, 그들의 경제는 퇴보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는 뜻.

“그런 상황에 증산이라니 하.”

덕분에 노 난것은 미국의 셰일 기업들이었다.

셰일 오일, 셰일 가스라는 것은 기존의 원유와 가스 시추와는 차원이 달랐다. 어마어마한 ‘물’소비량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부족 국가들에게는 절대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그런 종류의 시추공법이었다.

해서, 자연을 생각한다는 핑계로 셰일기업의 허가를 늦추고 있던 미국이 OPEC과 사바사바를 해서는 셰일 기업들을 일반 ‘원유’기업들로 탈바꿈 시키고 있었다.

이미 시추 기술은 보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증산’은 시작만 된다면 순식간에 이루어질 것이다.

“앞으로 원유 값이 똥 값이 되겠군··· 후우, 천우진은 뭘 하고 있지?”

“현재 그의 움직임을 알긴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내에 정보국 요원들이 모두 철수 하는 바람에···”

“쯧쯧.”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푸틴.

“가져와 위성 감시를 하던 뭘 하던, 어차피 우리는 이미 전쟁을 시작 한 것이니까.”

“예, 각하.”

“놈들이 강하게 나온다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게 맞겠지?”

푸틴이 위험해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보좌관이 침을 꿀꺽 삼키며 푸틴을 바라본다.

“어떤···?”

“핵연구실 순방 잡아.”

눈을 부릅 뜬 보좌관.

“가, 각하!”

“누가 쏜데? 쏠 수도 있다. 그거면 충분하겠지, 미국놈들에게 붙어 먹으려던 놈들의 뒷구멍이 쪼그라들게 만들면 그걸로 충분해.”

“예, 주, 준비 하겠습니다.”

“서두르자고, 놈들이 어떤 발표를 하던, 우리 러시아가 먼저 움직이는 걸 인민들에게 보여주는게 좋을 것 같으니까.”

“예, 각하.”

***

UN의 일은 이제 SKY의 손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은 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자 할아버지가,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이자 장인어른이신 두분이 알아서 해줄 일이었다.

사전에 충분히 대화를 통해 내 생각을 밝혔으니 그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처리를 해주시리라 나는 믿었다.

“로메이니, 잡았다고요?”

“예, 회장님.”

호석의 보고에 빙그레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촬영은, 촬영은 했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촬영이었다.

로메이니가 ‘비겁’하다거나, ‘도망’을 치려했다는 그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날 동영상 혹은 사진등이 말이다.

“예, 김장원 사장이 영상을 송출했습니다.”

“좋네요, 확인하죠.”

호석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쁘게 빔프로젝터와 노트북을 조작한다.

곧 작은 스크린이 내려오고 빔프로젝터의 렌즈에 환한 빛이 쏟아진다.

PMC대원들이 한 눈에 봐도 위험해 보이는 차량에 올라타 비포장 도로를 질주한다.

전방에 보이는 간이 비행장으로 쏜살같이 향하는 독일의 고급 세단을 쫓는 PMC대원들.

간이 비행장의 철제 펜스가 드르르륵 열리면서 로메이니의 사병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AK소총을 쏘기 시작한다.

드르르륵, 드르륽.

티디팅, 티디팅.

불꽃 튀는 혈전이 시작되지만 PMC대원들이 탑승한 험머는 SKY 자동차의 첨단기술의 집약체.

고작 소총의 총탄으로는 그들을 저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끼이이이익.

멀리서 독일의 고급 세단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멈추고, 비행기의 문이 열린다.

로메이니로 보이는 작자가 차에서 내려서는 비행기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탕!

그때 한발의 총성이 울리고 로메이니가 풀썩 흙바닥을 구른다. 그 모습에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계단을 날듯이 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어 험머가 로메이니의 사병들을 모두 제압하고는 손톱이 부서저라 땅바닥을 기고 있는 로메이니에게 다가갔다.

-어따, 노인네 정력도 좋다잉.

김장원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엄청난 미인들이 승무원 복을 입고는 로메이니 주변을 애워싸고 있었기 때문.

잔뜩 겁 먹은 로메이니가 승무원들 사이로 김장원 사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워, 원하는 게 뭐야! 돈? 여자? 이권? 말만해! 말만하라고! 내가 이 이슬람국의 최고 지도자야! 이 여자, 이여자는 어때?

로메이니가 승무원의 엉덩이를 때리며 소리쳤다.

-벗어! 벗어! 당장 저 위대한 전사들을 만족시켜라! 명령이야!

승무원이 잔뜩 당황한 얼굴로 로메이니와 김장원을 번갈아 쳐다본다.

-뭐 하는거야! 명령이라고! 네 애비 애미가 죽는꼴을 보고 싶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승무원이 단추로 손을 가져간다. 금방이라도 옷을 벗어버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거기까지.

그때, 아리따운 아랍어가 들리며 미모의 여인이 등장했다. 딱 달라 붙도록 타이트한 전투복 위로 복면을 벗자 그녀의 긴 생머리가 휘날린다.

“오.”

-어디서 내 남편한테 죽을라고 개새끼가.

이어진 한국말 욕.

“캬.”

나는 감탄하며 호석을 바라보았다.

“저 부분은 편집합시다.”

“예, 회장님.”

“그나저나 벌써 남편이라니, 진도가 거기까지 빠졌나봐요?”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임무를 하라고 보내놨더니 연애를 하고 있군요.”

“에이, 연애도 하고 일도 하고, 그러면서 능률도 오르는거죠 뭐.”

“그렇습니까.”

호석 역시 흐뭇한 얼굴로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독거미가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서류를 쫙 펼쳐서 로메이니의 죄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프간과 여러 이슬람 무장단체에게 무기와 돈을 지원해주고, 그 대가로 어린 아이들을 받았고······ 겨우 14살짜리를 임신시켜? 이런 개······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호석을 바라보았다.

“독거미가 읽고 있는거 팩트입니까?”

“예, 회장님. PMC정보부에서 교차검증을 통한 팩트들입니다.”

“완전 개 쓰레기 새끼네.”

“동감입니다.”

승무원을 겁박하며 몸 로비를 하려고 들 때부터 알아봤지만 독거미가 아랍어로 로메이니의 죄목을 밝히면 밝힐수록 주변에 있는 PMC대원들은 물론 그를 육탄방어 하려던 아리따운 여성 승무원들 역시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어딜 움직여!

로메이니는 아직도 시퍼런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아니면 허벅지에 한발의 총상을 입어서 인지 자신과 거리를 벌리려는 여인들의 엉덩이나 다리, 허벅다리등을 사정없이 끌어당기며 총구를 피해 제 몸을 보호하고자 발버둥쳤다.

-그게 뭐! 그딴 사실이 뭐! 이 세상 아무도 몰라! 네들이 원하는 건 뭐야? 돈이야?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아니면 원유 시추권을 줄까? 응? 말만하라고! 어차피 용병들이 것 같은데 내가 얼마든지 네 놈들이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있다고!

그의 스승은 신념이 대단한 사람이었고, 이란의 국민들에게 실제로 존경받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세상 어느곳이나 고인물은 썩기 마련일까? 로메이니는 정말 심하게 썩은 상태였다.

어째서 그가 ‘최고 종교 지도자’란 타이틀을 얻어내지 못해 이란의 헌법을 바꿔 최고지도자 자리를 꿰찼는지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자격에 없는 놈이 자리에 앉았다는 여론역시 이란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 로메이니를 제외하고는 종교, 정치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어울리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로메이니도 부족하지만 다른 종교지도자들 역시 부족했기 때문.

울며 겨자먹기로 자리에 앉은 로메이니, 그의 치세가 이어진 것은 고작 몇년이 전부였지만, 그 몇년사이에 그는 심하게 타락해 있었다.

독거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뚜벅, 뚜벅,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늘씬하고 아름다운 뒤태가 오늘따라 카리스마 넘쳐 보이는 것은 착각이었을까?

로메이니를 가리고 있던 승무원들이 저들도 모르게 길을 텄다.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독거미가 뿜어내는 기세에 눌린 탓이다.

로메이니가 잔뜩 겁 먹은 표정으로 독거미를 올려다본다.

콰직.

망설임없이 발을 위 아래로 내려 찍은 독거미.

-끄아아악.

-워따 저것은 터져부렀다.

로메이니는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그대로 기절했다.

짝짝짝짝.

나는 박수를 치며 외쳤다.

“브라바!”

호석도 열성적으로 박수를 쳤다.

“아우, 속이 그냥 확 풀립니다 회장님.”

“김장원 사장한테 꼭, 남자구실 다시는 못하게 만들라고 전달하세요.”

“예, 회장님.”

“영상은 가위질 좀 해서 바로 이란 대통령에게 넘기시고, 추가 영상 촬영 하시고요, 로메이니 입에서 실제 범죄들을 실토하게 만드세요.”

“예, 회장님. 타클라마칸으로 보낼까요?”

어째서 후진다오가 떠올랐을까?

< 제 428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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