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27화 >
약간은 탁한색의 비닐처럼 보이는 그것.
“페브로스카이트?”
프랑스 대통령 마카롱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기존의 SKY 에너지의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연구성적은 대충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말에 장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카롱과 영국의 총리 역시 한때는 우리의 태양광 기술을 탐냈으니 모를 수 없을 터.
“러시아와의 모종의 계약으로 인해 우리 SKY는 그동안 유럽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등, 여러가지 면에서 제약이 많았습니다.”
“그 계약이 아직도 유효하다며 못을 박지 않았었습니까?”
마카롱이 잔뜩 언짢은 말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신소재가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줄 것입니다.”
마카롱이 다시 입을 열려하자 손을 든 영국의 총리.
“우선 좀 들어봅시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그가 마카롱에게 톡 쏘아붙이자 그제야 제 잘못을 깨달았는지 ‘크음’하며 입을 닫는 마카롱.
“지금 여러분이 보시고 있는 이 B4용지 사이즈의 새로운 신소재는 같은 크기의 태양광 패널의 약 36퍼센트의 태양광 발전이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이 얇고 가벼운 놈이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얘기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영국의 총리.
그는 단숨에 이 신소재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달은 모양.
“전보다 더 늘었군.”
할아버지의 혼잣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얘기했다.
“연구는 현재 진행형에 있으며 최소 26퍼센트에서 최대 36퍼센트까지. 기존의 태양광 패널이 생산하던 전기를 생산하는 품질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대량생산?”
“현재 흑룡강성 일대에서 대규모 생산단지가 지어지고 있으며 늦으면 다음달 말일, 생산 라인이 가동될 예정입니다.”
“아아.”
영국의 총리와 마카롱이 동시에 입맛을 다신다.
유럽은 언제나 에너지 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선진국이라고 다른나라에 떠들고 다니지만 실상은 대한민국보다 더 잦은 정전등을 일으키는 나라였다.
또한 기존의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앞으로 프랑스를 주축으로 유럽연합 국가들이 ‘친환경재생에너지’산업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감행하며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에도 어마어마한 투자를 감행한다.
그것은 지구를 살리기 위함도 있으나, 실상은 환경오염 문제는 유럽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감탄을 하며 입맛을 다시던 마카롱이 다시 소파에 몸을 묻으며 기운빠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뭐 합니까? SKY의 태양광 기술은 러시아와 계약한 날짜가 끝날 때까지 유럽에 보급할 수 없는데요.”
먹지도 못하는 감, 찔러보지도 않겠다는 의지.
영국의 총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SKY그룹은 투자는 필요 없습니까? 우리 영국은 아주 긍정적으로 SKY에너지에 투자할 생각이 있습니다.”
과거 대영제국이라는 영광을 누렸던 국가라 그러할까? 영국의 총리는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듯 얘기했다.
나는 총리에게는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프랑스 대통령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SKY에너지는 러시아와 계약에 이렇게 명시 했었죠, 현재의 태양광 발전 기술을 유럽에 보급하지 않는다.”
마카롱이 눈을 꿈뻑꿈뻑 하다가 이내 두 눈을 부릅뜬다.
“그 말은?”
“이 신소재로 만들어낸 태양광 발전시설은 유럽땅 그 어디든, 해당 국가가 원한다면 SKY에너지와 SKY건설이 바로 건설에 들어 갈 것입니다.”
“마, 맙소사!”
후진다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테이블위에 있는 페브로스카이트로 만든 태양광 전지를 창문쪽으로 들고가더니 물을 쓱쓱 묻혀서는 딱 소리가 나도록 붙였다.
“중국의 주석이 시범을 보인 것 처럼, 저런 식으로도 설치가 가능하죠, 여기 계신 그 누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정말 빠른 설치가 가능합니다.”
“홀리! 쉣!”
영국 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비속어가 쉴새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장내의 그 누구도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모두가 말을 안했을 뿐이지 SKY의 기술력에 감탄하고 있을테니까.
털썩.
나는 다시 소파에 몸을 묻고는 평소와 같이 왼쪽 다리를 오른쪽 위에 올리며 다리를 꼬았다.
그러고는 마카롱이 가져온 꼬냑을 홀짝이며 말했다.
“러시아 경제제재에 함꼐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마카롱과 영국의 총리가 쉴새없이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인다. 마치 자동차 대시보드에 달려있는 강아지 피규어처럼.
“경제제재에 동의하시는 걸로 알아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우리 프랑스는 SKY에게 적극 협력하겠습니다.”
“우리 영국 역시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좋네요,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자세한 계획을 설명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장인어른과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두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편한대로 해라.’하는 얼굴이었고, 후진다오는 ‘천자의 뜻을 받듭니다!’하는 표정이었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면, 프랑스의 외인부대가 우크라이나로 투입되었으면 좋겠군요.”
마카롱이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경제제재만 말하지 않았습니까?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꺼림칙합니다만.”
“침몰하는 배가 두렵습니까? 아니면, SKY의 새로운 태양광기술이 필요 없는겁니까?”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마카롱.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지만 차마 무어라 얘기하지 못하는 그.
그도 그럴게 에너지난에 허덕이고 있는 프랑스에게친환경태양광 발전시설은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영국은 무엇을 합니까? 대한민국은요? 또 중국은? 그리고 미국은?”
저 혼자만 피해볼 수 없다는 듯 물귀신 작전을 구사하는 마카롱.
“영국의 바다중 일부를 완전한 SKY의 영해로 받고 싶군요, 그리고 그 바다에 조성된 해양태양광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는, 다시 유럽의 땅으로 흘러들어 갈 겁니다.”
“으음.”
“또한, 외인부대 투입과 더불어 영국 역시,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기를 바랍니다.”
“하아··· 역시 군사개입입니까?”
“우리의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속수무책으로 밀려버리고 말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결국 푸틴이 원하는 정권이 자리 잡거나 아니면 완전히 러시아 연방의 속국으로 변해버리겠죠.”
마카롱과 영국 총리 테일러 역시 예상하고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이번 UN긴급총회를 통해 UN평화유지군 역시 투입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물론 중국과 미국 역시 적극적 군사개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후우··· 없는 명분도 만들어서 먼저 들어가라는 얘기군요.”
마카롱의 정확한 대답.
“예, 최대한 막아 주시면 됩니다. UN평화유지군이 개입하는 순간,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실패나 다름 없을 테니까.”
영국의 총리가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혹, 3차대전으로 발발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십니까?”
난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푸틴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으음.”
“지금 우크라이나를 들어가는 것도 보십시오, 만약 SKY가 없었다면, 이란과 적절한 타이밍에 협의를 보지 못했다면, 결국 유럽연합은 러시아의 가스질에 간이며 쓸개, 자존심까지 모두 버려야 했을 겁니다.”
“크음.”
“SKY가 먼저 전기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하고, 그 다음은 OPEC에서 들어오는 원유와 가스로 버티고, 마지막으로 이란에서 다이렉트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으로 방점을 찍을 겁니다. 버티기만 하면 우리가 이기는 싸움입니다. 당장 앞에 닥친 3개월 6개월이 힘들지 모르지만, 그 시간이 지난 뒤에는?”
장내의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러시아는 끝날 겁니다. 아무리 독보적인 위치의 푸틴이라고 해도, 이제는 자리를 내려놓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할 겁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는 체재변환까지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미친척하고 전쟁을 일으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럴일은 없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 계신 여러분의 국가들이 하나로 뭉친다면, 감히 러시아는 함부로 고개를 들지 못하겠죠.”
“으음··· 부족한데.”
짝.
나는 박수를 치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우려하는 것은 결국 ‘핵전쟁’아닙니까?”
여러분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는 영국과 프랑스였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둘.
이럴때 필요한게 든든한 동맹이고, 전 세계의 초패권국가라 불리는 미국 형이 아닐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순간, 우리와 함께하는 유럽 연합의 모든 국가들에게 사드 배치를 실시할 생각입니다.”
장인어른의 말에 마카롱과 테일러가 인상을 찌푸린다. 사드가 배치된다면 그들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핵공격이나 고고도 미사일에대한 방어가 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사드가 설치된 나라에서 발사한 고고도 미사일들 역시 미국의 레이더망에 잡힐 수 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었다.
사드를 완벽하게 설치해놓고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면 항복을 외칠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온 몸에 유니크 아이템을 두른 미국을 초심자의 갑옷은 커녕 빤스만 입고 상대할 순 없는 법이니까.
“우리가 직접 관리할 수 있습니까?”
마카롱의 날카로운 질문.
그 역시, 자신들의 공격까지 원천봉쇄 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었다.
“15년, 그 뒤에는 완전하게 소유권을 넘기겠습니다. 물론 늘 그랬듯 적절한 가격에.”
당장은 배치된 사드를 ‘미군’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엄포였다.
“또한, 언제는 해당 국가가 원한다면, 적절한 보상비용을 받고 배치된 사드를 철수 시키겠습니다.”
장인어른이 힐끗 나를 바라보신다.
‘이 정도면 되겠지?’
‘예, 장인어른. 딱 좋습니다.’
영국의 총리도, 프랑스의 대통령도.
이 제안까지 거절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 사드를 철수 시킨다?”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설치나 주둔군에 대한 인건비 같은 것들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그정도라면야···”
자동차를 렌트했어도 기름값은 렌트한 당사자가 내야하는 법이었다. 미국은 지금 딱 그정도만 받겠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러시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겁니다.”
테일러의 말에 내가 끼어들었다.
“그럼 전쟁을 끝내라고 얘기해야겠죠, 그렇게 된다면 사드도 사라질테니까.”
“으음··· 될것도 같고, 아닐것도 같고.”
지금 여기서 내놓는 얘기들은 결국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는 푸틴의 대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나는 품에서 시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제 이 탁상공론이 제법 지루했기 때문에 끝내버리고 싶었다.
허연 연기가 장내에 훅 하고 퍼졌다.
“여러분들이 고민할 건 딱 두가지입니다. 솔직히 고민할 가치가 있나 싶을 정도네요.”
마카롱과 테일러, 할아버지와 장인어른, 후진다오가 내게 주목했다.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에 평생 휘둘리며 그놈들의 입맛을 맞춰주느냐, 아니면 꿀과 기름이 흐르는 러시아 땅을 사이 좋게 나눠 먹느냐. 당연히 선택은 후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으음!”
“크음.”
테일러와 마카롱의 반응과는 다르게, 장인어른과 할아버지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명답이야, 명답.”
“맞지, 저게 맞지!”
후진다오가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국말로 외쳤다.
“과연 천자시옵니다!”
3개의 상임이사국이 찬성했다.
나머지 2개의 상임이사국은 에너지원이 필요했다.
답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제 427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