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25화 (425/458)

< 제 425화. >

매일 매일이 새롭고 바빴다.

격변하는 세계 정세에 맞춰 SKY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

하루는 SKY항공우주국으로, 또 하루는 SKY soft로 가 철수에게 코인개발 상황을 보고받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후아.”

업무시간 만큼은 숨쉬기도 힘들만큼 강도 높은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오랜만에 빈 시간이 생기자 나도 모르게 크게 한숨이 튀어나온다.

“고생하셨습니다. 회장님.”

“아뇨, 정대표님이 더 고생이죠.”

“이란 대통령의 발표가 있을 예정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호석이 얼른 리모컨을 조종해 TV를 켜고 언론사 채널로 이동했다.

현재 국제정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국과 OPEC등 중동아랍권 국가를 집중조명하고 있으니 연일 새로운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게 현실이었다.

‘유가’

기름값은 산업기반 많은 것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만큼 발전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기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야 할 에너지였다.

그렇기에 유가가 매우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수퍼에서 구입할 수 있는 초콜릿, 사탕, 껌부터 시작해 크게는 가전제품들까지, 그것들을 유통하는 방법에는 필수적으로 ‘기름’이 사용되는게 현실이니까.

기름값이 오르면 자동적으로 다른 모든 것들의 가격이 소폭, 혹은 대폭 상승 할 수 밖에 없고, 무역을 주로 하는 기업들부터 앓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이슬람국 이란은 존경받아 마땅한 최고지도자가 정치, 종교를 다스려온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외세에 의해 탄압받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피가 흘렀으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곳곳에 굶어가며 야위어가는 아이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오늘부터 제대로 붙어볼 생각인 것 같네요.”

“예, 회장님. 독거미와 김장원 사장이 대통령에게 정보를 전달 했을테니, 아마 제대로 붙을 예정인 것 같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이란의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로메이니의 정보들뿐 아니라, 그의 부도덕한 모습과 사건들을 중동아랍권 여러 언론에서 비난을 가득담아 씹고 있는 중이었다.

본래 최고지도자였던 호메이니의 지지도는 어마어마하게 높았으나, 호메이니의 다음타자 로메이니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에게 불신의 시선을 보내는 이란의 국민들도 많았다는 뜻.

그리고 그 불신에 나와 SKY PMC정보부는 불씨를 던져준 것이며, 장작에 불을 붙여준 것이다.

이제 이란의 대통령은 그 불을 더 키우기 위에 입안 가득, 어쩌면 선풍기를 틀어서 바람을 공급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제 100년도 지나지 않은 새로운 이슬람국 이란의 역사에 벌써부터 오명이 씌워지고 있음을 우리 이슬람국의 신도들은 모르지 않을것이라 생각합니다.

TV로도 지금 현장의 충격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카메라 앵글이 부르르 떨릴까.

-당시 위대한 지도자 호메이니께서 세상과 작별하실 때, 그 다음 위대한 지도자의 자격에 걸맞은 사람이 없었던 우리 이슬람국 이란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앉힘으로서 패망의 길을 걷고있다 단언컨데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할 수 없었다. 현 이란의 대통령은 지금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가 저렇게 할 수 있는데는 강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저 사람 참 목숨 내놓고 일하네요?”

“당장 내전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그래요?”

“최고지도자라는 지위에 존경을 표하는 인물들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종교가 정계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욕심많은 놈들이 참 많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간에서 준비하던 우리 대원들은 어떻게 됐죠?”

“어제 막, 김장원 사장과 독거미와 접선을 완료한 상황입니다. 이란쪽에서도 최고지도자 로메이니의 정보를 캐낸 사람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기에 경호원으로도 적합할 것 같습니다.”

“오케이, 김장원 사장이랑 통화좀 하죠.”

“예, 회장님.”

호석이 품에서 전화기를 꺼내 바쁘게 액정을 터치한다. 어느새 구름폰 사용에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호석이 건네는 전화를 받았다.

“예, 접니다.”

-예, 회장님 말씀하십시오.

“이야, 외국생활 오래하시더니 사투리 많이 없어지셨네요?”

-아따, 그랍니까?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언제나 통화를 할때면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믿음직스러운 일처리는 덤이고.

“로메이니쪽에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고요?”

-예, 길가는 여자들 히잡도 벗겨불고 그랍니다. 즈그들이 만든 율법은 깡그리 무시하고 있죠잉.

“놈이 많이 급한 모양이네요.”

-암만혀도 글지 않겠습니까? 지금 모가지가 날아갈수도 있는디.

슬쩍 TV로 시선을 던지니 이란의 대통령이 로메이니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린 서류를 마구흔들며 얼굴이 새빨게 지도록 뭐라뭐라 외치고 있었다.

“율법에 따라 절대 해서는 안되는 짓을 저질럿으니 로메이니 입지가 많이 흔들리고 있을겁니다.”

-안 그랴도 빨대를 꽃아 놨는디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요?”

-예, 회장님.

“도망이라···”

-우리가 감아 불까요?

“가능하겠어요?”

-어제 합류한 코드 대원들이믄 충분하지 싶은디요.

“위험요소는 전혀 없고요?”

-야반도주라도 할라는 모양인지, 측근들 빼고는 나머지 다 바깥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로메이니의 호위병력이 많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란의 대통령에게 알리지 말고, 우리가 처리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철저하게 촬영하세요. 가능하시겠습니까?”

-촬영이요?

“예, 한국과 SKY PMC에 대한 적대감을 낮춰줄겁니다.”

-으음, 최선을 다해보겄습니다.

“예, 믿습니다.”

-이번일 끝나면 한국 들어가볼까 싶은디 회장님 생각은 어떨지···

“하하하, 들어오셔서 식 올리셔야죠, 드디어 나도 국수 얻어 먹겠네요.”

-흐흐, 알겄습니다.

“몸 성히 오세요.”

-예 회장님, 명심하겄습니다.

전화를 끊고 호석에게 그의 구름폰을 돌려주었다.

호석이 구름폰을 건네받으며 물었다.

“로메이니를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무슬림들도 자살 하면 안되죠?”

고개를 갸웃거리는 호석.

“음, 유대교에서 뿌리가 나왔으니 그렇지 않을까요?”

나도 그도 정확한 지식은 없었다. 로메이니를 이해하고자 이란이라는 국가를 이해하고자 이슬람교의 교리를 깊게 공부할 마음은 없었으니까.

“내가 듣기론 분명 자살테러와 같은 것도 율법에 금지된 행동이라고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자살테러가 아니라 ‘자살’이 그렇죠.”

“그렇군요.”

호석이 고개를 끄덕이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로메이니를?”

나는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도주가 실패한 최고지도자의 말로로 자살은 괜찮은 시나리오 아닙니까?”

호석이 침을 꼴깍 삼키며 입을 열려는 찰나.

나는 손을 들어올려 그의 입을 막았다.

이란의 대통령이 침을 튀겨가며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는 화면 아래로 뉴스 속보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란에게는 매우 중요한 장면이고 국제정세에도 매우 중요한 장면이지만 순식간에 이란 대통령의 성명문 발표 장면이 전환된다.

내 표정을 확인했는지 호석도 얼른 TV로 시선을 고정한다.

-속보입니다! 방금 전, 대한민국 시간을 기준으로 금일 11시 20분경.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선전포고 성명문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화면 보시죠.

화면이 전환되고 푸틴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TV에 나온다.

“결국 일을 저지르는구나.”

내 혼잣말에 호석은 다시 고개를 돌려 날 빤히 바라본다.

“정확히 회장님 예측대로 진행되는군요.”

“쯧쯧, 애가 닳긴 닳은 모양이네요.”

“진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킬까요?”

“전쟁이 아니죠, 일방적인 침공이 될 겁니다.”

“으음, 그 시기를 언제로 보십니까?”

“저기 푸틴이 제 입으로 말 하고 있네요, 3시간 뒤라고.”

“예? 허.”

아마 지금 이 화면은 나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정상이 보고 있을 것이다.

그 증거로.

부르르르르르, 부르르르르르르.

품 속의 구름폰이 미친듯이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구름폰을 내려 놓았다.

내 전화기는 불이라도 난듯 이곳 저곳에서 수많은 전화가 오는 상황이었다.

“할아버지 연결 해 주세요.”

“예, 회장님.”

이미 준비했었는지 빠르게 다시 자신의 구름폰을 넘기는 호석.

-그래, 통화중이더구나.

“계속 전화가 오네요.”

-그렇겠지.

“상임이사국의 자격으로 긴급 UN총회 열어주세요.”

-어쩌려고?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제재를 시작해야죠, 놈들은 우크라이나에 사활을 걸게 될 겁니다.”

-그 다음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의 전쟁 양상은 결국 ‘대리전’아니었습니까?”

-으음··· 우크라이나의 곡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구나.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는 것 보다 낫죠.”

-쯧, 긴급 총회 소집해 보마.

“예, 장인께는 제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냐, 그리 해라. 그나저나 푸틴 이 놈이 결국은 일을 치는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현재 러시아는 코너에 몰려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테니까.

산업기반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체제변환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데, 푸틴은 그 욕심때문에 체제변환 없이 산업기반을 바꾸려하다보니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지만 말이다.

-우리쪽에서도 회의가 있으니 네 놈도 오지 그러느냐?

“국가안보회의는 제가 얘기 할 게 없네요.”

-쯧. 오냐.

전화를 끊자 바로 다시 장인어른을 연결한 호석.

“장인어른.”

-그래, 푸틴때문이겠지?

“예, 대한민국이 상임이사국자격으로 UN긴급 총회를 열 겁니다.”

-으음, 바로 스케줄 확인해야겠군.

“이번 총회에서 우리 계획대로 러시아에게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해야겠습니다.”

-그래야지.

“UN총회 전까지 완성된 페브로스카이트 패널을 가지고 가죠.”

-좋아. 이란도 빠르게 정리를 해야 할텐데?

“그 부분도 문제 없을 겁니다. 지금 이란은 내전 직전의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으음, 오히려 안 좋은 상황이 아닌가? 내전이 일어난다면 그걸 정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텐데?

“머리가 둘이라서 그렇습니다. 하나의 머리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조용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의 머리가 사라져?

반문뒤에 장인어른의 침묵이 이어졌다.

-아··· 못 들은 걸로 하지.

“예.”

-어쨌든 우리는 문제없이 움직이도록 하겠네.

“러시아의 강력한 경제재재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원유값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부분을 꼬집어서 다른 OPEC국가들에게도 원유 증산을 요청하는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음, 설득력 있군.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보면 그들도 깨닫는 바가 있을 겁니다.”

-이해했네, 이번 총회에서 그 부분도 얘기를 거론하도록 하지.

“예, 장인어른.”

전화를 끝내고 호석을 바라보았다.

“SKY 항공우주국으로 가죠.”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회장님.”

나와 호석이 빠르게 로비로 나가 차량에 올랐다.

차량에 오르고 나서 잠시 여유가 생기니 호석이 궁금했던 질문을 던진다.

“헌데, 항공우주국에는 어쩐일로 가십니까?”

“전쟁에 대비 해야죠.”

“전쟁 말씀이십니까?”

“뿔난 러시아는 뭔 짓거리를 할지 모르니까요.”

“최악의 경우 세계 3차 대전까지 우려하시는 겁니까?”

“예, 그러니까 항공우주국으로 가는 겁니다. 우리의 새로운 로켓기술은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아.”

난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은 때로는 전쟁 억제력을 갖는 법이죠.”

수십조의 예산을 잡아 먹는 SKY항공우주국이 드디어 한 건 해줄 순간이 찾아왔다.

< 제 425화.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