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22화. >
이란의 언론 탄압 문제는 아주아주 심각한 수준이었다. 최고지도자에게 섣부른 이미지를 씌우는 순간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게다가. 정치인들 후보등록은 물론 국가 전체의 중요 요직의 인사배정 권한이 최고지도자 로메이니에게 있기 때문에 그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감히 그 누구도 요직에 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한국 주둔군 사령관의 우려가 이상한 반응이 아니라는 뜻.
“사령관께서 해주실 일이 있습니다.”
“··· 대통령께서 승인 하시지 않을 겁니다. 국방부 장관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참 군인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에게 부탁할 일에 대해서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오해입니까?”
그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물론 나에 대해서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게 아니었다. 지금 당장 그의 몸에서는 초록색 아우라가 넘실넘실 퍼져있었으니까.
“예, 오해. 나는 사령관께 군사를 동원해 이란을 처들어가거나 암살을 도와달라 얘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령관.
“현재 우리 SKY는 물론 SKY와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아프간, 정확히는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예, 그렇습니다. 한국인은 자비가 없다는 걸, 그들도 알기 때문입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SKY를 아프간에 투입시키기 전, 나는 이슬람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을 상대하는 법을 교육시키며 철저하게 공포를 각인시키는 방법을 교육했었다. 그리고 사람이란 동물은 언제나 발전을 거듭하는 법이기에, 적어도 아프간 내에서는 ‘잔인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로 SKY는 공포의 존재가 되어갔다.
SKY에게 바톤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 한미 연합동맹군의 한국군들 역시 SKY의 교관들을 특파해 아프간 내에서 이슬람 무장단체를 상대하는 법을 배우니, 자연스럽게 SKY PMC를 닮아 갈 수 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한국 주둔군 역시 공포의 대상이 되어갔다.
“SKY PMC는 여전히 공포의 이미지를 가져가도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군은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무장단체 한정으로 자비가 없다는 이미지는 좋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이미지를 바꿔가야 할 것입니다.”
“으음.”
“그들을, 민간인들을 우리나라의 국민이라 생각하고 대우해주세요, 그게 내가 오늘 사령관을 만나러 온 이유입니다.”
사령관이 입술을 질끈 깨물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회장님을 오해했습니다.”
“아니요,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은 굳이 아우라가 아니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모르나, 그에게는 나를 향한 존경심이 가득 느껴졌기 때문.
“아, 추가로 무기 보급이 활발해질겁니다.”
“무기 보급이요?”
“예, 탱크와 자주포와 같은 장거리 무기 역시 보급할 예정입니다.”
“아프간을 완벽하게 점령하실 생각이시군요!”
“가능한 자치령으로 만들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아아.”
“이미지 개선에 최선을 다 해 주세요, 특히나 이슬람을 믿는 종교인들에게 우리는 적이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게 중요합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여러가지 군수물자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대한민국이 신경을쓰고 SKY가 신경을 쓰고 있는 만큼, 현 주둔군의 보급은 최상급을 넘어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식량보급을 조금 늘리겠습니다. 그 부분은 중국의 국경쪽에서 차량으로 이어질겁니다.”
“예, 지금도 자주 받고 있습니다.”
“SKY가 사비를 들여서라도 식량 보급을 진행할테니, 그 식량들을 아프간의 힘 없는 노약자들에게 써 주세요, 적어도 굶어죽는 아이들이 없길 희망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나는 다시 사령관이 가리킨 지도의 길을 보았다.
“철도는 여기서 이렇게, 그리고 이렇게 돌아갈겁니다.”
“음? 모두다 유전이 있는 곳이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철도를 설치하기전 가스관을 먼저 설치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위를 철도로 덮을 거고요.”
“아아, 그래서 돌아가는 거였군요.”
“조금 더 걸리겠지만 이래 놓아야 나중에 쓸모가 있을 겁니다.”
“예, 회장님. 뜻대로 하십시오.”
“철도 공사뿐 아니라, 곳곳의 유전들에도 우리 주둔군이 경계를 강화해주길 바랍니다. 미군역시 적극적으로 동원 될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예, 회장님.”
“지원요청을 따로 하셔도 좋습니다. 아마 국가에서 일개 사단급 병력 투입까지 고려할 것입니다.”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세상이 변하려고 하는군요··· 대한민국의 적극적인 군사개입이라니.”
“수천번의 침략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입니다. 부국강병.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말씀만들어도 설레는군요···”
뭔가 희망에 부풀어 있는 그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손이 그의 어깨에 닿았다.
툭툭.
그의 어깨를 두들기다 문뜩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나라의 국호가 바뀐다면 어떨것 같습니까?”
“예?”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새로운 이름의 국가가 생긴다면, 당신은 여전히 조국에 충성 할 생각입니까?”
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국호가 바뀐다는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단순히 이름만 바뀌는 것입니까?”
“글쎄요.”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게 내 의중을 파악하고 싶은 모양.
“국민들은 살기 좋은 나라가 맞습니까?”
“그건 장담하죠, 국민들은 살기 좋은 나라일겁니다. 부국강병을 이룬 국가 답게 복지수준도 대단하겠죠. 누구에게나 공평한 나라가 될 겁니다. 기득권이 가진 힘에 눌려 억지로 줄을타야만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그런 썩어빠진 국가는 아닐 거니까.”
“그렇습니까?”
“누구든 노력한다면, 능력이 있다면, 재능이 있다면. 꽃 피울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 장담합니다.”
“그런 국가라면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안타깝지만 그런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민주주의를 박살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그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민들이 받아들인다면··· 그렇다면 상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국민들이 받아들인다··· 맞습니다.”
난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는 그대로 막사를 벗어났다.
뒤통수가 따가운게 뭔가 잔뜩 결심한 사령관이 날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
언론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유럽쪽의 황색언론과 미국의 황색언론이 특히나 그 정도가 심했다. 이제는 새로운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SKY soft의 자회사 마이튜브역시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국가에서 ‘음모론’과 같은 영상을 제작해 유포하기까지 했다.
‘록펠러 대통령! 사위 먹여 살리기!’
‘국정을 일개 기업인이 간섭한다! SKY 이대로 좋은가!’
‘미국을 좌지우지 하는 일개 기업 SKY의 이모저모.’
‘SKY는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과 동행하는가.’
‘미국 대통령 데이비드 록펠러 2세! 그는 SKY그룹 천우진의 꼭두각시.’
‘마리오네트 대통령 록펠러. 그의 추락은 어디까지 이어지는가.’
자극적인 썸네일과 뉴스 헤드라인들.
대충 훑어만 봐도 누구의 영향력이 개입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새끼들 봐라.”
픽 웃음이 흘러나온다.
나는 툭툭 신문을 두들기면서 호석에게 물었다.
“이거, 러시아쪽에서 흘러나왔겠네요?”
“예, 정보부에서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재밌네요, 푸틴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원래 자주 애용하던 방법입니다. 러시아 언론은 탄압받지만, 민주주의 언론들은 탄압받지 않는 곳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에서 가장 공정하다는 카타르의 알자지라 언론사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객관적인 뉴스를 보도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그들 역시 카타르 왕가의 소유로서 왕가에 반하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전 세계 국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최대한 팩트만 보도하는 언론이 맞았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는 어느순간 카타르 왕가에 도움이 되기 시작하고 있었고.
“러시아는 어떻게 움직이려고 하고 있죠?”
“독거미의 보고에 의하면 현재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최근 푸틴과 잦은 회합을 갖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밀어버리겠다는 뜻이군요.”
“예, 지금을 적기로 판단한 듯 싶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유럽으로 흘러가는 가스를 막았다.
그리고 연일 생산되는 원유와 가스를 팔아먹을 판매처가 필요한 러시아.
시간을 길게 끌면 끌수록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럴수록 유럽 역시 흔들리기는 매 한가지일 터.
지금 언론의 이 음모론역시 푸틴은 유럽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흔들기위한 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국가 정상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특성상 국민들 대다수가 싫어한다면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약점을 꼬집고 있는 것이었다.
많은 국가 정상들이 국민들이 숲을 본다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나무만 보고, 이때가 기회다 싶어 선동질을 하는 놈들은 쎄고 쎘다.
“온갖 상남자인척은 다 하더니.”
픽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란으로 넘어가려면 아무래도, 여자보다는 남자가 편하겠죠?”
“여자역시, 무슬림의 복장을 카피한다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얼굴등을 완벽하게 가릴 수 있으니 장점이 많습니다.”
“그럼 김장원 커플, 이란으로 보내세요.”
“예, 어떤 명령을 내릴까요?”
“최고지도자의 A부터 Z까지, 오늘 빤스는 뭘 입었고, 밥은 뭘 먹었으면, 그날 먹은 칼로리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져오라고 하세요, PMC 정보부의 모든 팀들을 동원해도 좋습니다.”
놀란 얼굴이 된 호석.
“암살입니까?”
“암살이라.”
“최고지도자가 암살당한다면 이란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날 겁니다. 비난의 화살은 바로 미국을 향할테고요.”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미국을 향한 비난의 화살. 그 틈바구니로 대한민국과 SKY가 스리슬쩍 발을 걸친다면 말이죠.”
“당장 비핵화 협의가 무산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한 비핵화 협의인데요 뭘, 그리고 나는 로메이니를 그런 짜치는 방법으로 암살할 생각 없습니다.”
호석이 ‘휘유.’하고 안도의 숨을 뱉어낸다.
난 픽 웃으며 말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어야겠어요.”
“예?”
당황한 호석의 음성.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그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꿔 놓아야겠습니다.”
툭툭, 푸틴이 해 놓은 짓거리를 두들기며 말했다.
“여기 아주 좋은 예시가 있군요, 언론은 이렇게 이용하라고 말이죠.”
“아아.”
“바로 움직이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우리가 캐낸 정보는 하나도 숨김이나 빠짐 없이 전 세계 언론사에 뿌리세요, 이란의 언론사에도 마찬가지고 특히나 여기.”
난 지도의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전세계 한정 가장 객관적인 언론사.
카타르 왕가를 건드리는 내용이 아니라면 미국의 대통령은 물론 푸틴이나 중국의 주석도 격렬하게 욕하는 알자지라 언론사를 가리켰다.
“중동아랍권에서 이 언론사가 가진 힘이 막강하다죠?”
“예, 대부분 사실로 받아드린다고 들었습니다.”
“여기는 꼭 보내야겠군요.”
“명심하겠습니다.”
이어서 다시 푸틴이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장인어른이 알아서 대응하실 겁니다. 며칠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발표와 이란 대통령의 발표가 겹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이미지기도 하죠.”
“예, 회장님.”
“우리는 따로 나서지 않습니다. 괜히 불난 집에 부채질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SKY가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이유.
그것은 사실.
어느정도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장인어른의 권력을 이용하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장인어른을 적극적으로 미국의 대통령을 만들었다.
단.
장인어른이 꼭두각시라니 그건 선을 넘은것이 분명했다. 어디까지나 협력관계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미국과 SKY는 찐득한 협력관계를 유지 할 것이다.
물론, 미국이 SKY의 위에 설지, SKY가 미국의 위에 설지는 자세히 지켜봐야겠지만.
< 제 422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