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21화 (421/458)

< 제 421화. >

주머니에 송곳을 넣고 다닌다면.

언젠가 그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올 수 밖에 없다. 현 SKY가 그렇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은 미국의 뒤에서, 아직은 대한민국의 뒤에서.

그렇게 또아리를 틀고 조용하게 있지만 이제 서서히 진정한 모습을 세상에 보일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무하마드 왕세자가 떠난 자리, 나는 장인어른에게 당당하게 요구했다.

“장인어른.”

“그래.”

“이제 유럽쪽에 미국이 먼저 얘기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장인어른이 날 물끄러미 바라보신다.

“사우디가 증산을 하고, 이란에서 원유와 가스를 퍼 올릴테니까 버티라고 말 해라?”

“예.”

“그래도 한 1년은 고생 하게 되겠군, 증산이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이란에서 퍼올리는 것도 시간이 필요할테니까.”

“조금씩조금씩 버티는데 편안해 질 겁니다. 이대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게 줄 순 없으니까요.”

“그건 맞지,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러시아에 넘어가게 되면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도 더 탄탄한 유대가 생길 테니까.”

장인어른의 말이 맞았다.

현재의 미래. 그러니까 전삶의 미래에도 분명 러시아는 자신들의 뜻대로 우크라이나를 주물럭 거렸고, 덕분에 많은 동유럽 국가들 역시 러시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그때와 하나 다른점이 있다면, 지금은 SKY라는 전 세계적인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 부분은 장인어른만 믿겠습니다.”

“로메이니는 어떻게 하려고 호언장담을 했나?”

장인어른의 질문에 나는 얼굴에서 웃음끼를 지우고는 말했다.

“사이비 교주가 제대로 일을 못하면 처리해야죠.”

“으음.”

“이란쪽 일은 제가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 엉덩이를 떼는 나를 붙잡는 장인어른.

“조심하시게, 광신도만큼 무서운 놈들이 없어. 911에서도 증명되지 않았는가.”

“예, 명심하겠습니다.”

***

-프랑스 마카롱 ‘현 시대에 자유의사를 침범하는 러시아의 행위는 명백히 세계 평화를 헤치는 일.’ 맹 비난! 갑자기 돌아선 유럽 국가들의 민심! 러시아 가스는 필요가 없을까?

-유럽이 뿔났다. 가스벨브 잠근 푸틴에게 맹비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섣부른 판단, 정확한 증거 제시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 유럽에 끼친 피해에 대한 우려를 표명.

-독일 총리 올라프 ‘러시아의 만행을 가스때문에 무시한다면, 우리는 매번 목줄찬 강아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이란 경고를 하다.

촤라라락.

푸틴이 신문을 바닥에 내던져버리자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보총국장과 보좌관이 더욱 깊이 고개를 조아린다.

“이 개새끼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도대체 이유가 뭐야!”

푸틴의 고함소리에 정보총국장이 침을 꼴깍 삼키고는 앞으로 한걸음 내딛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록펠러가 이란과 사우디, 그리고 OPEC와 접촉한 부분에서 뭔가 합의한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와락 인상을 찌푸린 푸틴.

“이란도, 그리고 OPEC놈들도 미국이 주무르고 싶다고 떡 주무르듯 주무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잖아?”

“록펠러가 수를 낸 모양입니다.”

“유럽 놈들은 그런 미국을 믿고 설치는거고?”

“아무래도 현재로서는 그 경우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 우리 가스가 필요가 없다? 당장 곳곳에서 정전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처구니가 없군.”

푸틴이 입술을 핥더니 뭔가를 결정했다는 표정으로는 말했다.

“놈들이 준비 한 게 정확하게 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지?”

“예, 각하. 죄송합니다.”

“놈들이 한다는 건, 결국 원유와 천연가스의 증산이겠고, 이란에게는 앞으로 미국과 함께 개발해보자라는 식의 대화였겠지.”

푸틴의 예측에 정보총국장도, 그리고 보좌관 역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결국 OPEC과 나눌 얘기는 원유와 천연가스등의 지하자원, 그리고 이란과 나눌 얘기도 천연가스와 원유등의 지하자원이 전부라는건 전 세계 모두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다른 가스관 다 잠궈.”

푸틴의 말에 숙여졌던 고개를 들어올리는 정보총국장과 푸틴의 보좌관.

“가, 각하. 유럽쪽에 정말 심각한 에너지난을 야기하는 일입니다. 반발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각하, 생쥐도 궁지에 몰리면 이빨을 드러내는 법 아니겠습니까?”

둘의 간곡한 만류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푸틴이 정보총국장과 보좌관의 얼굴에 신문을 던지며 말했다.

“보여? 그 놈이 보이냐고!”

정보총국장과 보좌관의 얼굴에 맞은 신문이 바닥에 떨어지자 선명하게 보이는 신문 1면속 얼굴.

그는 SKY그룹의 천우진 회장이었다.

“이놈이 손을 같이 뻗었어.”

“일개 기업의 오너일 뿐입니다.”

보좌관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푸틴.

“뭔가 뒤에서 술수를 부리고 있는게 분명해, 놈들의 술수가 뭔지는 모르지만 예상 가능한 범위안에 있는 일 아니던가?”

정보총국장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말했다.

“그렇습니다. 최악의 경우, OPEC와 이란에서 새로운 원유 생산원이나 가스 생산원을 개발하는 일,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맞아, 더 이상 우리 연방의 지하자원이 필요없도록 만드는 일, 그게 최악의 경우지, 그러니까 놈들이 무슨 짓거리를 할지 모르지만 최대한 흔들어야 한다는 소리야.”

제법 길게 설명을 하는 푸틴.

“각하의 말씀은 유럽 놈들이 미국과 뜻을 함께 하지 못하도록, 갈등을 조장하란 말씀이시군요.”

“그래, 흔들리게 만들어! 미국은 하루에 2천만배럴의 원유를 소모하는 국가라는 걸 명심하도록.”

푸틴의 말.

그것은 미국이란 하마는 어마어마하게 기름을 처먹는다는 뜻이었다.

미국 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원유의 양은 일일 천만배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가였다. 타국가의 원유가 없다면 그들의 삶이 마비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러시아 역시 미국과 비슷한 양의 일일천만배럴 정도의 원유를 생산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일일 원유 소비량이 약 4백만 배럴 이하였다.

러시아에게서 가장 원유를 많이 사가는 국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라는 뜻.

“록펠러든 천우진이든 놈들이 무엇을 해도 원유는 필요할 수 밖에 없어. 이건 치킨게임이야.”

보좌관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원유라는게 증산하고 싶다고 한 순간에 증산할 수 있는 놈이 아니지, 시간이 걸린다는 소리야. 그러니까 결국 버티는 놈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얘기고.”

“으음.”

“벨브 다 잠궈버려, 유럽이 발버둥 치고 미국을 압박하게 만들라고, 놈들의 그 끈끈한 동맹을 흔들어 놓으란 얘기야.”

“예, 각하.”

머리를 한 번 쓸어올린 푸틴이 다시 자리에 앉아 독한 보드카를 꿀꺽 꿀꺽 삼키고는 ‘후’하고 숨을 토해낸다.

“연방군 준비해.”

눈을 부릅 뜬 정보총국장.

“여, 연방군을?”

“우크라이나,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전쟁을 일으키시겠다는 겁니까?”

푸틴이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놈들이 갚을 생각이 없다며?”

누구하나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되어 버렸다. 러시아도 어느덧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아니었다. 누가 뭐라 해도 푸틴이라는 절대 권력자에게 지배 당하는 국가였다.

“그, 그렇습니다.”

“감히 상국에게 이빨을 드러낸 죄, 닳게 받아야지.”

“준비 하겠습니다.”

“군부 다 올려, 회의다.”

“예! 각하!”

***

이란에 있었기에 아프간의 한국군 주둔지로 움직이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장인어른과 역할분담은 완벽하게 끝이 났으니 나는 나대로 아프간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단결!”

“단결, 반갑습니다. 사령관님.”

“어서오십시오 천우진 회장님.”

한국 주둔군 사령관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적어도 아프간 내 한국군에게는 절대적인 권력을 자랑하는 사람이었다.

“SKY의 무기 덕분에, 그리고 SKY PMC덕분에 우리 군이 평화롭습니다. 항상 장병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요.”

“요청하신 자료, 준비해두었습니다. 가시죠.”

그가 앞장서서 걷고, 나는 호석에게 작게 말했다.

“엄청 극진하네요.”

“하하, 회장님이시잖습니까?”

“저래봤자 떨어질 콩고물은 없을텐데?”

호석이 피식 웃는다.

그 역시 내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사령관의 주변에는 녹색 아우라가 넘실거렸다 한 눈에봐도 부패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 우리군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나를 모시는게 아니라는 뜻.

호석이 작게 말했다.

“천가키즈 출신입니다.”

나는 놀랍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쩐지.”

“백부님께서 예전에, 사령관의 아버지 도박빛을 탕감해주셨죠.”

“아아.”

“사령관의 아버지는 세상에 없습니다. 새우선에서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일이 있었군요.”

할아버지가 뿌려둔 씨앗들이 이제 완전히 개화했고 만발한 상태였다. 거기에 내가 뿌린 씨앗들이 그들을 서포트하기 시작하니 그 시너지는 말도 못할 정도로 커다랗다 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이 그런데 앞으로 5년후, 그리고 10년후는 어떨까? 현 국가 요직의 상당수의 사람들이 모두 천가 키즈와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지지율이 압도적인 할아버지에게 반발할 인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역대급으로 대한민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검찰, 경찰, 행정, 국회. 모든 부분에서 여태껏 없었을 정도로 부패지수가 확 떨어진 상태였다.

청렴한 사람들이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었다.

잡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사령관이 아프간의 지도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현재, SKY LINE의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들어온다면 이곳에서 이곳으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지정학적 위치를 가졌다고 우리 군은 판단했습니다.”

“오, 조사까지 해주셨네요.”

“하하하, 나라를 위해 봉사하시는 SKY그룹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령관님, 덕분에 일이 쉽겠습니다.”

최 단거리를 잇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법 빠른 길을 엮은 것은 분명했다.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부분은 우회하네요, 이유가 있습니까?”

“땅을 파기가 힘들 것입니다. 민가들도 주변에 많습니다.”

“아아, 그들을 생각하신 모양이네요.”

“변화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역시 좋은 사람이며 유능한 사람임을 깨달았다.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 주둔군 역시 그것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SKY PMC가 책임을 질테니 염려하지 마세요.”

“휘유, 검은 머리 학살자들이라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아직도 우리 PMC 그렇게 부르나요?”

“예, 명성이 어디 도망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하하.”

사령관이 내준 의자에 앉아 시가를 입에 물고는 말했다.

“사령관님.”

“예, 회장님. 말씀하십시오.”

“이란에서 군사작전을 할 겁니다.”

“으음··· 국익에 보탬이 되는 일입니까?”

“그럴 것이라 확신합니다.”

짧은 고민을 하던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정확히 어떤 작전입니까?”

“이란의 최고지도자 로메이니를 지우고 싶군요.”

눈을 부릅뜬 사령관.

“자칫 국가적 분쟁으로 발달한 소지가 충분합니다. 회장님!”

< 제 42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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