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20화 (420/458)

< 제 420화. >

러시아의 잠가라 밸브가 3일째 이어지니, 유럽은 그야말로 난리가 난 상태였다.

당장 4일내로 러시아산 가스가 보급되지 않으면 곳곳에 난방 가동이 중지 될 정도로 심각한 일.

정부 지자체들은 물론이거니와 실제 서민들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것은 말도 안되는 일, 억울하다.’발언.

-프랑스, 독일 등, 많은 국가 정상들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비난. ‘가스좀 흘려보내줘라.’ 요구.

당장 기사들만 확인해봐도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이 사태를 쉽게 좌시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왕세자 무하마드 압둘입니다.”

OPEC과 장인어른의 공식적인 만남이 어제날짜로 끝난 시점, 나와 장인어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을 가지고 있는 왕세자 무하마드와 따로 비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보니 반갑습니다.”

“하하, 예. 반갑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중동아랍권 특유의 영어발음으로 인사하는 그는 확실히 미국에게 우호적인 제스쳐를 보내고 있다 느껴졌다.

“OPEC의 여러 국가들이 당분간 감산은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또 요청할 것이 있으십니까?”

장인어른은 분명 OPEC에게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 ‘증산’요청을 했지만 그것을 수락하는 OPEC의 국가는 없었다.

원유 시추, 가스 시추라는게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려운 만큼 ‘증산’은 큰 도박수가 될 수 있었다. 공급과 수요의 기본 원칙이 원유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데 시중에 기름이 많이 풀리면 자연스럽게 원유값은 하락하기 때문에 ‘적정량’의 생산량을 지키고 싶은게 OPEC의 마음이었다.

오히려 적은 양만 생산해 비싼 값에 파는게 그들에게는 당연히 이득인 상황이니 ‘증산’요청은 아무리 전 세계의 패권국인 미국의 요청이 있다한들 쉽게 진행되긴 어려운 법이었다.

“하하, 단호하게 선을 긋는군요.”

장인어른이 무하마드의 질문에 답을 해 주었다.

무하마드의 질문에는 ‘증산 요청은 거부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숨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

“국가의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린 장인어른.

무하마드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반갑습니다. 세계를 압도하는 기업의 오너를 이런 자리에서 뵙다니 제가 운이 좋군요.”

“과한 칭찬이십니다.”

“하하,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화제를 전환시키고 싶었는지 내게 인사를 건네는 왕세자.

장인어른은 이때다 싶었는지 말을 잇는다.

“오늘은 내가 아니라 여기, 나의 사위이자 SKY그룹의 오너가 왕세자를 뵙길 원했습니다.”

“아하, 그러셨군요. 후우~ 이거 벌써 무슨말을 하실지 긴장되는데요?”

세계 정세가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이니 한가롭게 농담 따먹기를 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언제나 모든일이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니 나는 그에게 가타부타 잔말을 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내기로 했다.

“무하마드 왕세자께서 왕세자가 되신지 이제 1년이 지났지요?”

“예, 맞습니다. 참 과분한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사우디는 이제 형제 상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하신다고요?”

무하마드의 눈썹이 씰룩였다.

“우리 왕국에 정보가 밝으시군요.”

“전 세계가 다 아는 정보 아닙니까.”

“그렇군요.”

슬쩍 불쾌하다는 듯 장인어른을 바라본 그. 그러나 장인어른은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한 채 차만 홀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름 왕위는 왕세자께 돌아갈 것이라 생각하는데 내 생각이 틀렸습니까?”

“흐음, 불편한 말씀을 하시는 재주가 있군요.”

“사우디 내부의 문제는 왕세자께서 알아서 처리하실테니, 우리 SKY와 미국은 외부의 문제를 조금 도와볼까 합니다. 우리는 동맹이 아닙니까?”

내 말에 다시 한 번 무하마드의 시선이 장인어른에게 닿았다. 장인어른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의견에 동의를 표해주니 흥미롭다는 얼굴이 된 무하마드.

“호오.”

“이제 좀, 우리 만남에 관심이 생기셨습니까?”

“예, 무척이나 듣고 싶군요.”

사우디와 이란은 아주아주 불편한 관계였다.

정치, 종교 최고지도자인 ‘로메이니’의 존재 때문에 사우디는 이란과 사이가 좋아질래야 좋아질 수 없는 것이었다.

로메이니란 인물은 그의 스승 호메이니가 죽고 바톤을 이어받은 최고지도자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란 내부에서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해서 로메이니는 그 잡음을 줄이는 방법으로 더 강경한 호메이니 식 정치와 종교를 설파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점이 아주 큰 맹점이었다.

당장은 로메이니란 인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라고 말 할 순 없었다. 잡음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며, 이란의 경제는 오래된 미국의 제재로 점점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었다.

“왕세자의 입장에서 이란이란 나라는 참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아닙니까?”

“그렇지요··· 왕정과 시아파니까요.”

무하마드가 솔직하게 인정을 했다.

현 이란은 시아파의 종주라고 얘기하고 사우디는 수니파의 종주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로메이니의 스승이자 ‘이란 이슬람국’의 최고지도자였던 호메이니는 ‘왕정’과 ‘수니파’를 이단으로 취급했다.

감히 ‘왕’이라는 인물이 이슬람을 다스릴 수 없다는 뭐 그런 논리라고 생각하면 좋다.

“사우디가 원유와 가스 증산을 약속한다면 나는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바꿔 볼까 합니다.”

왕세자 무하마드가 침을 꼴깍 삼킨다.

지난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을 물심양면 도왔던 사우디, 그러나 그들의 도움은 끝내 실패했고 8년동안 어마어마한 출혈만 봐야 했던 사우디였다.

게다가, 현재 이란의 핵개발은 아주 활발한 상황. 북한이 미친듯이 핵개발에 몰두한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이란이었다.

외세에게 강력해지기 위해 핵개발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우디는 핵을 보유할 수 없다.

미국과의 사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정말 이란의 지도자를 바꾸겠다는 겁니까?”

“예, SKY는 그걸 바랍니다.”

입맛을 다시는 왕세자.

그의 입장에서 이란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맞이하는 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문제였으니 그의 두 눈에서 욕심이 일렁이는 것 역시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눈은 내가 아닌 장인어른을 향한다.

아직은 SKY보다는 미국이 더 힘이 세다고 믿는게 분명했다. 실제로도 SKY보다 미국이 더 힘이 센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스터 프레지던트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장인어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우리 역시 이란의 비핵화와, 이란의 지하자원이 탐나니까요. 게다가 반미감정의 선두에 이란이 있지 않습니까?”

호메이니, 그러니까 현 이란 최고지도자의 스승은 언제나 ‘우리 이슬람을 방해하는 외세를 몰아내자’를 강력하게 주장하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물에게 다음 바톤을 받은 로메이니는 더욱 강경하게 그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통령선거 정치인 선거에 현 로메이니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번 대통령은 로메이니의 힘이 약해 그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이 앉았지만, 다음 정권역시 그럴거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었다. 원래의 미래라면 이란은 점점 더, 로메이니의 영향력이 강력해질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러니 로메이니를 처 내려면 지금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장 미국은 물론, SKY의 이득을 위해서도 처 내야 하는 인물이었다.

“우리 연방은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경제재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를 구입하지 않으시려고 하는 겁니까?”

“후우··· 그래야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힘은 지하자원에서 나오고 있으니까요.”

“중국과 인도 등, 타국가에 팔아먹지 않겠습니까?”

왕세자의 말은 제법 정확했다.

실제 미래에서도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 NATO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강짜를 부리던 이유는 중국과 인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그들의 도움으로 최소한 망하지는 않는다는 소리였다.

압도적인 인구를 가진 두 나라인 만큼, 원유와 가스 소비도 어마어마한 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도까지 제어하기는 힘들지만 중국만큼은 확실히 제어 할 수 있습니다.”

장인어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왕세자.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나눈 것입니까?”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장인어른이 날 바라보았다.

“현 중국의 국가주석과 SKY는 아주 사이가 좋습니다.”

시계를 살짝 쳐다보고는 이제 되었겠다 싶어, 리모컨을 들어 TV를 켰다.

왕세자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지 날 바라본다.

“TV를 보시죠, 뉴스입니다.”

후진다오가 카메라 앞에서 진중한 얼굴을 하고는 서 있는 화면.

“중국의 성명문 발표입니까?”

“예, 보시죠.”

모두의 시선이 TV로 향하자 타이밍 좋게 TV속 후진다오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동북아연맹은 대한민국을 주축으로 빠르게 같은 교육, 편견 없는 문화, 하나의 역사처럼 숨 쉬기 위해 동북아연맹이란 조약기구를 창설했고, 이제 우리 삼국은 본격적으로 우리가 하나가 되어감을 세상에 알릴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여태까지 세상이 알던 중국의 행보와는 전혀 다르다는 걸 왕세자는 깨달았는지 힐끗 나를 바라본다.

-우리 중국은, 올바른 역사를 교육하고 있는 만큼 동북아연맹의 패자인 대한민국에게 본래 그들의 영토와 문화권의 영향을 받은 흑룡강성 일대를 반환하고자 합니다. 오랜 고토인 그곳은 본래의 대한민국의 땅이며, 분단되었던 북한과 대한민국이 다시 합쳐진 만큼 반환 하는 것이 옳은 바.

“지금 저게? 그 중국이 땅을 주겠다는 겁니까?”

왕세자가 이해하기 어려운지 내게 묻는다.

“그렇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무하마드 왕세자의 질문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독불장군이고 세상의 말을 안 들으며 제 잘난맛에 살던 중국이었다.

그런 중국이 순순히 땅을 반환하고 원한다면 그곳에 거주중이던 중국국적의 사람들 역시 대한민국의 사람이 될 수 있다 말하고 있었다.

-상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협의 한 결과, 본래 흑룡강성 일대에서 터전을 일구고 살던 인민들에게 자유의사로 대한민국 자치령의 국민이 될지, 아니면 우리 중국의 인민이 될지 결정토록 하기로 하였습니다.

“상국? 지금 대한민국을 중국이 더 높은 국가로 표현한게 맞습니까?”

왕세자의 질문에 나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예, 동북아의 패자는 대한민국이니까요. 아까전 러시아가 중국과 인도등에 원유와 가스를 공급해주며 그들의 곳간이 마르지 않을거라 하셨습니다. 과연 중국이 우리 대한민국과 다른 길을 갈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맙소사··· 중국이 스스로를 낮춘다고? 이해할 수 없는데···”

왕세자는 도무지 현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보였다.

후진다오는 어떠한 변명도 내뱉지 않았다.

-동북아연맹에서 편찬한 교과서로 우리 인민들 역시 양질의 교육을 받게 되며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본래 현 우리 중국의 땅의 많은 곳들이 대한민국의 땅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제 ‘서해’바다는 더 이상 중국해가 아니며, 본래 서해바다에 인접해있던 육지 모두, 백제의 땅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맙소사··· 저 말은?”

“지금은 때가 아니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점차 영향력을 확대 해, 본래 역사속 대한민국의 영토를 그대로 가져 올 생각입니다.”

“어마어마한 크기가 되겠군요.”

“대한민국 아래에서 그 어떠한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역시 없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또한, 현재 SKY그룹으로 인해 부강해진 고비사막, 타클라마칸 사막의 소수민족들과 그들이 억압받아 왔던 전 정권의 뿌리를 뽑고, 해당 지역 또한, 투표를 통한 대한민국 자치령의 형태로 행정이전 할 계획이며, 앞으로 우리 중국은 상국인 대한민국과 함께 아시아의 패자가 아닌 전 세계의 패자가 될 것······

난 TV를 껐다.

후진다오의 입을 통해 들을 것은 다 들었기 때문.

“사우디가 증산을 시작하고, 이란의 로메이니를 우리가 처리한다면, 앞으로 러시아는 고립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꿀꺽 침을 삼킨 왕세자가 답했다.

“최대한 증산에 힘 써 보겠습니다.”

나는 소파에 몸을 묻으며 장인어른께 시가를 권하고, 나 역시 시가를 한대 입에 물었다.

왕세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가 머리인지, 그는 확실히 깨달았을테다.

더 이상 장인어른의 눈치가 아니라, 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 제 420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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