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19화 (419/458)

< 제 419화. >

때 아닌 러시아의 발표로 인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신 할아버지와 중국의 국가주석 후진다오가 이란에 방문했다.

그리고 그 소식에 유럽의 여러 정상들이 귀추를 주목하고 있을 때.

“하하하.”

“크크큭.”

세상 사람들은 뭔가 대단히 진지하게 회의를 진행 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펜트하우스에서 간단한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미국의 대통령, 중국의 국가 주석, 대한민국의 대통령. 그리고 한 기업의 회장인 나.

술자리가 지속 될 수록 모두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할아버지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장인어른께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미국의 생각은 무엇이오 사돈.”

“하하, 갑자기 업무로 돌아가십니까.”

“아니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렇지 오피셜을 묻는 것은 아니고 사돈의 생각이 궁금해서요.”

장인어른이 예의를 잃지 않고 말했다.

“러시아가 가스를 잠근다면··· 아마 외교적인 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친미를 하는 국가들을 단속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별 수 있겠습니까?”

“러시아의 가스와 원유를 제재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장인어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할아버지 말씀처럼 아직 대체 에너지, 친환경 에너지는 상용화 단계가 아니었다. 물론, SKY그룹의 태양광 발전시설은 상용화 단계이지만 태양광 발전 기술만으로 기존의 원유, 가스를 대체 할 순 없는 것이었다.

“석탄만은 피해야 할 테니까 유럽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러시아의 가스를 공급 받을 겁니다.”

“허면 사돈께서 이란에 오신 목적은?”

“천연가스 매장량 2위 국가가 이란 아닙니까. 이제 개발을 해야겠죠, 러시아의 국부를 방해 하려면.”

장인어른의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나 되구나.”

할아버지의 엄살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놀만큼 놀았고, 즐길만큼 즐겼으니 이제 본론을 꺼내라는 재촉이셨다.

“이제 완전한 통일을 발표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

“뭐? 통일을? 당초 계획과는 조금 다르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니까 우리 계획도 조금은 달라져야죠.”

“음··· 현재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75퍼센트 수준이다.”

대한민국 임금 수준을 75퍼센트나 따라왔다는 얘기였다.

“완전한 통일이 목표는 맞지만, ‘자치령’느낌으로 우회에서 조금 시간을 갖는다면 충분히 통일 발표가 가능 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내 말에 호석이 빠르게 장인어른과 후진다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내 생각에 대한 PMC 정보부의 예측 보고서였다.

“음, 보고서는 확실히 설득력이 있구나.”

“그리고 같은 타이밍에 후진다오 역시, 고토 반환을 발표하는게 좋겠어.”

후진다오가 때가 되었다는 듯 기쁘다는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조아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자시어.”

장인어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그의 광신도적인 자세에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었다.

세계의 패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중국이었다. 어마어마한 내수시장은 물론 엄청난 자금의 투입과 ‘독재’라는 것의 장점을 이용해 가파르게 상승시키던 기술력.

그런 국가의 독재자가 내게 충성을 그것도 광신도적인 모습까지 보이며 충성을 하고 있으니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대한민국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상승할 겁니다. 고토 반환을 크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없을 거에요.”

내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래, 이제 고조선의 역사를 동북아 전체가 공유하고 있고, 고구려와 고려의 역사역시 뼛속깊게 새기고 있으니 반발은 없을 것으로 본다.”

“아직 때가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반발은 무시해도 좋을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후진다오의 입지가 흔들리지도 않을 거고요.”

후진다오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장저민이 나락으로 보낸 경제를 후진다오가 살려냈다.

“굶어죽는 인민들이 없다는 것에 과분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후진다오의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주억거리다 나를 바라본다.

“그래서, 그 다음 스텝은?”

“돌려받은 고토 역시, 자치령 개념으로 흡수하시죠.”

할아버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후우, 벌써부터 타 국가 정상들이 날 손가락질 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군.”

“경계하고 싶겠죠, 국력이 날로 상승하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대한민국은 동북아의 패자였고, 지금은 아니지만 곧 전 세계의 패자가 될 것이라 예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최대한 막고 싶어 해야할 미국의 대통령은 나의 장인어른이다.

“휘유, 우리 연방 내에서도 말이 많아, 대한민국을 눌러야 한다고.”

장인어른의 가감없는 말이 장내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연히 예상하던 일이었다.

“여론은 어떻습니까?”

“여론은 그딴걸 개의치 않지. 당장 미국에 주택보급과 어마어마한 대출을 쏟아내고 있는 대한금고를 좋아 할 테니까.”

결국 국가 안보를 책임지거나 저들이 대대손손해먹고 싶어하던 기득권들만 목소리를 낸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목소리는 ‘여론’이라는 무기로 묵살하고 있는 중이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예상했던 결과니까.

“중국의 고토 반환, 정확히는 음, 연변자치령? 뭐 그쪽은 할아버지와 후진다오가 알아서 해 주시고, 그 이후에 아프간을 먹어볼까 합니다.”

할아버지도 장인어른도 후진다오도 놀란 얼굴이 되었다.

“아프간을 먹는다?”

“예, 대한민국의 자치령 형태였으면 좋겠네요.”

“중동아랍, 중앙아시아쪽은 대대로 외세에게 강력하게 저항을 하던 국가들이지··· 우리 연방이 애를 먹는데는 다 이유가 있고.”

장인어른의 말이 맞다.

현재 이란을 비롯한 중동아랍 국가들은 ‘친미 정부’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다주고 국부를 늘려준다 한들, 여러가지 이유로 떼를 쓰고 있다는게 더 정확했다.

한 마디로, 여론이 좋지 않다는 뜻.

“미국에게는 그렇죠, 그런데 한국은 좀 다르잖아요?”

“미국과는 이미지가 다르다?”

“예, 실제로 인도도 그렇고 중앙아시아쪽은 중국과 제법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 않습니까?”

“흐음.”

“그 틈을 한국이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겁니다.”

“아프간을 대한민국의 자치령으로 만들면 난리가 날텐데?”

“현재 미군도 아프간에 주둔 중이죠? 대한민국의 군대도 마찬가지고요.”

이라크 전쟁을 완전히 끝냈지만, 아직도 이라크 내에 친미정부를 세우지 못한 미국이었다. 아프간에 마련된 전진기지를 철수 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뜻.

“거기에 중국의 군대도 추가시키죠, 미국과 중국의 동맹을 공고히 하는 한 편, 그 주축에 대한민국이 설 겁니다.”

“정확히는 SKY겠지 이놈아.”

할아버지의 핀잔에 픽 웃음을 흘렸다.

“그게 그거죠.”

“쯧, 그렇다고 쳐. 러시아 놈들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겠더냐?”

“그러니까 우리는 러시아를 경제재재 해야 합니다. 물론 명분은 서유럽 국가들을 돕기 위해서, 가스 독점과 원유 독점등, 갖가지 명분들을 들어서.”

“이 사태를 더 키우자는 얘기구나.”

“예, 우리가 그러면 그럴수록 러시아는 더 강경하게 반응 할 겁니다. 궁지에 몰리는 기분일테니까요.”

장인어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칫, 전쟁을 야기 할 수 있다.”

“예, 아마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처들어 갈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푸틴이 바라는 돈을 줄 수 없을테니까.”

나를 제외한 장내의 모두가 침을 삼켰다.

“이거··· 재수 없으면 3차대전이라도 터질 기세구만.”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할아버지셨다.

할아버지의 말에 후진다오와 장인어른이 고개를 주억거리셨다.

“예, 사돈···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진다오가 말을 덧 붙인다.

“유럽이 러시아의 손을 잡을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우크라이나 사태가 끝나야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을테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기는 힘들수도 있을걸?”

어째서냐는 듯 날 바라보는 셋.

“체재기반이 다르니까, 기득권이라는 놈들은 제 놈들의 힘을 잃기 싫어하거든.”

“아.”

장인어른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유럽은 미국형의 도움을 간절히 바랄겁니다.”

장인어른이 픽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란으로 오자고 했군.”

“정답입니다.”

“천연가스 2위 국가에서 천연가스를 퍼 올릴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버티자. 버틸 수 있게끔 우리가 도와주겠다?”

“예, 미국의 스텐스는 그러길 바랍니다.”

감히 장인어른이시니 나는 명령을 하지 않았다. 간곡하게 권유를 할 뿐.

“하하하, 재미있군. 그럼 일단 이란을 확실히 우리것으로 만들어야겠군?”

“그러기 위해서 아프간을 대한민국의 자치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의 인도에서의 영향력, 그리고 이란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친미를 죽어라 싫어하는 이란의 최고지도자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자?”

“맞습니다.”

“미국과 붙어 먹는게 아니라, 동북아의 패자에게 붙어먹는 것이니 로메이니의 사상과 부딪히는 점도 없겠군.”

“예, 친미를 욕하던 로메이니에게 명분을 주는 겁니다. ‘이건 친미가 아니다.’하는 명분.”

할아버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교활한 놈.”

“원래 국제 정세라는게 교활해야 하는 겁니다. 할아버지.”

“이제는 나도 가르치려고?”

“에이 설마요, 사업가의 마인드죠 사업가의 마인드.”

다시 장인어른이 내게 물었다.

“OPEC을 소집한 이유는?”

“지금까지 제가 말한 계획이 모두 성공한다고 해도 결국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그 시간을 벌기 위해서 OPEC의 원유값을 최대한 묶어두는 방향이 좋습니다.”

“강력하게 압박을 해서 조금이라도 많이 원유가 시장에 풀리가 유도하라는 뜻이군.”

“예, 아프간을 먹고, 이란에서 공사를 시작하고 하는 과정까지. 최소한으로 잡아도 3개월은 필요할겁니다.”

장인어른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번갯불에 콩을 구워먹듯이 시간이 흘러도 그 정도 시간은 필요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금 당장 벨브를 잠궜다.

그게 아주 중요한 시사점이었다.

“내일 무조건 확답을 받아내야겠군.”

“유럽에서 앓는 소리를 계속 낼 겁니다.”

“그렇겠지.”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파악하는게 중요하겠군.”

“평균적으로 30퍼센트 이상이라고 봅니다.”

“쯧··· 당장은 버티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진다는 뜻이군.”

“맞습니다.”

할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든 도움을 줘야겠구나. 헌데, 지금 미국의 사정도 그렇게 좋은건 아닐텐데? 당장 원유길이 막히면 허리띠를 졸라매야하지 않나?”

“예, 맞습니다. 그건 SKY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도 원유가 무조건 필요하거든요, 특히나 대규모 공사에는 필수죠.”

후진다오 역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중국역시 원유가 필수로 필요하다. 천연가스 역시 필수로 필요했다. 현재 고도성장기를 맞이한 중국이였다. 장저민때문에 주춤하나 했지만 후진다오와 내가 협력하면서 다시 고도 성장을 시작하고 있는 중이었다.

“OPEC에게 강력하게 압박을하셔야 합니다 장인어른, 그리고 우리는 빠르게 아프간을 먹고 이란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퍼 올려야 하고요.”

“유럽이 버티지 못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OPEC은 결국에 러시아와 붙어 먹게 될것 같은데?”

할아버지의 예측은 정확했다.

후진다오와 장인어른도 할아버지 의견에 동의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나는 여유롭게 씨익 웃으며 호석을 바라보았다.

“며칠전에 아주아주 좋은 소재를 개발해냈습니다. 지금 당장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확답까지 받아냈죠.”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호석에게 손을 내밀었고 호석은 품에서 검은색 종이 같은 것을 꺼내 세 사람에게 전달했다.

“이게 무엇이냐? 필름 같기도 하고, 종이라고 보기에는 뻣뻣하고.”

“흠, 플라스틱 같기도 하네요, 얇은.”

“비닐이랑 비슷하기도 한데 조금 더 두껍네요.”

“신소재입니다.”

할아버지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무엇인데?”

“페브로스카이트.”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태양광 발전 전지입니다.”

“뭐라고?”

“이, 이게 태양광 전지라고요?”

“맙소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A4용지같은 작은 크기의 그것을 호텔 창문에 붙였다.

“이렇게 붙여 놓으면 전기를 생산하죠.”

“미친.”

할아버지의 거친 언사가 놀랍진 않았다.

“물론 효율은 기존 전지보다는 낮습니다. 하지만 범용성은 어마어마하죠. 유럽에 이걸 보급할겁니다. 물론 적절한 가격에.”

장인어른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럽은 반드시 미국에게 협력하겠구나!”

“예, 정확히는 대한민국에게 협력할겁니다.”

할아버지가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참에 소말리아도 자치령으로 만드는 걸 추진해봐야겠구나.”

“그것도 나쁘진 않겠죠.”

후진다오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푸틴이 당장이라도 핵을 쏘고 싶겠습니다.”

“크크큭.”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다.

눈 앞에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을 푸틴이 아른거렸기 때문이었다.

< 제 419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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