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17화 (417/458)

< 제 417화. >

이란의 대통령 아브라함이 반가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정확히는 나보다 미국의 대통령이신 장인어른을 반갑게 맞이 했다는게 맞는 말일 터.

“반갑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반갑습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같은 인삿말을 뱉으며 묘한 악수를 나눈 둘.

이어서 아브라함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반갑습니다. SKY그룹의 천우진 회장입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헌데···”

굳이 공식석상에 같이 왔냐는 물음이 함축되어 있었다. 장인어른이 불쑥 끼어들어 말씀하셨다.

“우리가 나눌 대화에 꼭 필요한 전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우선 자리를 옮기시죠.”

확실히 공항의 활주로에서 할 얘기는 아니니 자리를 옮기는 것이 맞았다. 현 이란이 미국을 생각하는게 어떤지를 잘 알려주기라도 하듯, 조용하게 아브라함 대통령이 준비한 안가로 자리를 옮긴 우리.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물론, 이란의 언론들도 열띤 취재열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성대한 환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아브라함 역시 그것을 아는지 얼굴가득 미안함을 가지고 예의있게 나와 장인어른의 찻잔에 차를 따라준다.

“접대가 소홀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인사치례가 중요한 게 아니니.”

“프레지던트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 이란의 정권은.

정확히 이란의 권력은 최고지도자라 불리는 로메이니가 가지고 있었다. 이란이 ‘이란 이슬람국’이라는 나라명을 스스로 붙이고 있는것만 보더라도, 종교적 최고 지도자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과도 같았다.

나름 군부, 종교부, 행정부 삼권분립을 했다고 하지만 그 힘은 종래에 한 곳, 최고지도자에게 쏠리게 되어 있었다. 그가 결사 반대를 한다면 모두가 OK해도 안된다는 말이었다. 일종의 독재국가라고 보는게 옳았다.

그럼에도 장인어른과 내가 대통령을 찾아온 이유는, 행정상 혹은 절차상 이런 업무는 대통령이 하는게 맞기 때문이었다.

“가타부타 길게 얘기 할 것 없이 본론만 얘기하고 싶습니다.”

장인어른의 말에 아브라함 대통령이 침을 꼴깍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시죠.”

“우리 미국은 지난날의 과오를 잊고, 이란과 함께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아브라함의 얼굴에 화색이 돋는다. 그 역시 간절하게 미국과 친해져야 함을 알고 있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이란의 경제는 파탄나고 있었고, 얼른 잠자고 있는 지하자원을 바깥에 내다 팔고 싶은 심정이었다.

세수확보는 물론이고 국영화 된 지하자원 사업으로 국부를 늘리고, 현재 이란에 심각한 실업문제나 경제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만큼 미국과 친해져야 했다.

쓰러져가는 배라고 생각하는 ‘러시아’와 굳이 한 배를 타고 싶진 않았다. 그것은 현 대통령 뿐 아니라 독재자라 불리는 로메이니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먼저, 이란이 확실한 비핵화를 선언하고, UN과 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 친선 하기를 바랍니다.”

아브라함이 격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해야지요.”

스윽.

장인어른이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그것은 CIA의 보고서의 일부분이었다.

천천히 서류를 읽던 아브라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치 들여다 보기라도 한 듯, 이란의 실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미국이었다.

“헌데, 원자력 발전소 용으로 쓸 것도 아닌데 농축우라늄을 과하게 보유하고 있고, 나아가 플루토늄을 보유 할 것으로 보이더군요. 농축 우라늄을 계속해서 개발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브라함 대통령의 말문이 막혔다.

장내에있는 나, 장인어른, 아브라함. 셋 다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농축우라늄을 넘기고 더이상 개발하지 않을거란 확실한 약속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연방은 이란과 친교를 다지고 싶습니다.”

“예··· 맞습니다.”

“확답을 내리기 어려우십니까?”

“아닙니다. 그렇게 해야겠지요.”

“그럼 서로 합의가 된 것으로 생각하고, 빠른 시일내에 많은 국가들을 자리에 불러 비핵화 합의서를 작성하시는데 동의하십니까?”

나는 새삼스런 눈으로 장인어른을 바라보았다.

조용하고 젠틀하게 하는 일 처리가 장인어른에게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지금처럼 약자에게 한 없이 몰아부치는 압박감을 줄 수 있는 화법을 구사할수도 있구나 싶었다.

“후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지금 이란의 살길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먼저라는 것을 우리 행정부는 익히 알고 있으니까요.”

아브라함은 숨길것도 없다는 듯 술술 말을 뱉어냈다.

“역시 로메이니 때문입니까?”

장인어른의 말에 힘 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는 아브라함.

“그 역시 미국과 관계개선을 바라는 것은 매 한가지가 아닐까 싶군요.”

“예, 그렇겠죠··· 하지만 핵무기를 포기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행정은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로메이니가 아무리 여론을 조종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을테죠.”

고개를 끄덕이는 아브라함.

분명하게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었으니 로메이니가 툴툴거릴 수는 있으나 손바닥 뒤집듯 상황을 뒤집을 순 없다는 소리.

“그럼, 대통령께서 각오가 되어 있으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예, 가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장인어른은 되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날 바라보았다. 이제는 나의 차례가 되었다는 뜻.

나는 작게 미소를 띄우고는 아브라함 대통령을 바라보며 서류를 내밀었다.

촤락.

서류를 살펴보는 아브라함.

“음, 이것이 무엇입니까?”

“SKY LINE이 보유하고 있는 유라시아 횡단철도입니다.”

“아, 한국에서 중국을 잇는 그것이요.”

“예, 거기에 더해 현재는 인도차이나반도까지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사업이죠.”

“알고있습니다.”

“우리 SKY는 이란이 UN에 가입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면서 국교를 개방하는 의미로 함께 이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을 시작하길 권하는 바입니다.”

아브라함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란으로서 한번에 국교를 개방하게 되면 얻는 이익도 있겠지만, 기술이 부족한 이란으로서는 순식간에 시장잠식을 우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맹점은 여기.”

나는 이란과 터키의 국경부근을 가리켰다.

“이곳입니다.”

“터키와의 국경이군요.”

“예. 이 철도가 지나는 밑에 천연가스관을 설치할까 합니다. 나아가 그 가스관은 서유럽 국가들에게까지 향할 수 있게 말입니다.”

눈을 부릅 뜬 아브라함.

“철도 공사를 하면서 가스관 공사를 같이 하시겠다는 말입니까?”

“예, 어차피 철도를 건설하려면 지반작업이 필수적입니다. 그 파헤친 지반에 가스관은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죠. 지금의 러시아가 유럽국가들에게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방식처럼.”

“으음, 굳이 액화플랜트 시설이 없어도 천연가스를 옮길 수 있다라.”

“그 방법이 이란의 국부를 빠르게 쌓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액화플랜트 시설은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공사가 무척 까다로운 것 중 하나였다. 차라리 가스관을 설치하는게 더욱 쉽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액화플랜트 시설이 지어졌다고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걸 싣는 선박이나 특수차량등이 필요했다. 그 점에서 확실히 이란은 ‘가스관’설치가 훨씬 이득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공사기간은 얼마를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여러 셰일 기업들의 시추 기술은 익히 아실 것이라 봅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아브라함.

“지분구조에 대해서는 따로 상의를 하셔야겠지만, 미국의 셰일기업들이 이란에 들어와 시추를 시작하면 늦어도 1년안에는 원유와 가스를 퍼 올리겠죠.”

“이미 지질조사는 끝낸 상태입니다. 개발만 하면 됩니다 개발만.”

“예, 그러면 그 시기는 더 줄어들게 되겠군요.”

침을 꼴깍 삼키는 아브라함.

“늦어도 3년.”

팍 인상을 찌푸리는 그.

“오래걸리는군요.”

“서유럽 전체로 닿는 가스관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게 3년이라는 뜻이고요.”

눈을 부릅 뜬 아브라함.

“많은 서유럽 국가들과 이란의 노동력, 그리고 중국의 노동력과 한국의 노동력을 동시에 쏟아부을 생각입니다. 1년이면 장담컨데 그리스에는 닿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침을 꼴깍 삼키는 아브라함. 아마도 내 얘기에서 돈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청사진이군요.”

“SKY의 기술력은 전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현재 일본과 합작으로 지어지는 해저터널을 아십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아브라함.

나는 다른 한 장의 지도를 꺼내 아브라함에게 보여줬다.

“현재 러시아가 새롭게 추가하고 있는 가스배관입니다. 기존 우크라이나를 통해 80퍼센트 이상의 가스를 서유럽으로 보내주던 것에 리스크를 느꼈기 때문인지 증축을 진행하고 있죠.”

“예, 알고 있습니다.”

“아마 6개월 내로 새로운 배관이 상용화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푸틴 역시 빠르게 천연가스를 팔아먹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하는 중이었다. 러시아의 값싼 노동력과 함께 그간 쌓여있는 노하우로 빠르게 공사를 진행해나가고 있었다.

“가스배관을 설치하는 것과, 해저터널을 뚫는 것. 어떤게 더 어렵다고 보십니까?”

“해저터널···”

“러시아가 SKY보다 기술력이 높다 생각하십니까?”

그렇다 아니다라고 얘기하기 어려운지 아브라함이 대답을 망설였다.

“SKY의 모든 제품은 전 세계 최고수준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SKY 중공업의 선박들 역시 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죠, 비행기, 전투기 등. 전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SKY입니다. 그런 SKY가 책임지고 1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책임지고 1년이라 하셨습니까?”

“그리고 2년뒤에는 이란의 천연가스가 서유럽의 천연가스의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브라함이 침을 꼴깍 삼켰다.

현 러시아를 지탱하는 힘이 바로 지하자원이었다. 그중 천연가스의 비율을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에너지란 그런 것이었다. 실제로 사우디 역시 고도의 성장을 거듭한 것은 미국과의 친선도 친선이지만 미국에게 팔아먹는 석유 덕분이 아니던가.

“우리 미국역시, 러시아 원유의 비율을 줄이고 이란의 원유비율을 늘릴 의향이 있습니다. 물론, 완전한 비핵화와 더불어 이란이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 했을때 말입니다.”

장인어른의 말이 거의 쐐기와 같았다.

“두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헌데, 문제가 있습니다.”

“예, 말씀하세요.”

“중국에서 이곳 이란까지 철도는 어떻게 연결하실 생각입니까?”

“아프간을 통해서 올 것입니다.”

“아프간이 허락을 하겠습니까?”

나는 자신있는 표정으로 아브라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프간에서 SKY는 절대적입니다.”

“예?”

“지난날, 아프간과 미국의 전쟁에서 SKY는 아프간 내에서 영향력을 키웠죠, 그리고 현재 아프간 및, 이라크에있는 한미 동맹군의 영향력은 막강한 상태죠, 얼마든 아프가니스탄은 우리 뜻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침을 꼴깍 삼킨 아브라함.

그는 아마 내 말의 진의를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군을 거론하고 힘을 과시하는 이유.

그것은 경고의 의미가 듬뿍 담겨있는 말이었다.

이란도 까딱하면 순식간이다.

나는 분명 그런 뜻을 내포하고 말을 뱉었다.

더 결정적인것은 장인어른이 옆에서 그저 사람 좋은 얼굴로 웃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군요···”

나는 아브라함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대통령께서 처리해야 할 문제는 역시, 독재자겠죠.”

“로메이니.”

“그 역시 러시아와 친교를 맺는걸 그리 반갑게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얼마전 OPEC와의 만남 이후, 푸틴과 그가 따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그랬지요.”

“그 이후 별다른 얘기가 없는 것은 아마도, 아직 협의가 제대로 안 되었다는 뜻이겠죠?”

“예, 그럴겁니다.”

한창 대화를 나누는데, 불쑥 문이 열리며 빠르게 다가오는 호석과 장인어른의 수행원.

“무슨일이죠?”

“회장님, 러시아가 지금 밸브를 잠갔습니다.”

“예?”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 선언했습니다.”

나는 장인어른과 눈을 마주쳤다.

“흠, 푸틴이 급한 모양이구나.”

“재밌네요, 경고라도 하고 싶었나.”

푸틴의 귀여운 경고에 나와 장인어른은 조소를 띄울 뿐이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나와 장인어른과 다르게 꽤나 심각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부르르르.

품속 구름폰이 요란하게 몸을 떤다.

그것은 장인어른의 구름폰도 마찬가지 인 듯 싶었다.

“쯧, 바쁘겠구만.”

“그러게요.”

마치 별 일 아니라는 양 넘기는 나와 장인어른을 아브라함 대통령은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 제 417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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