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13화 (413/458)

< 제 413화. >

데이비드 록펠러 2세.

현 미국의 대통령인 그가 관자놀이 부근을 꾹꾹 누르며 국가안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후우··· 그러니까 지금 푸틴이 OPEC과 공식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예, 각하.”

“설마 지금 나를, 푸틴이 OPEC랑 만남을 가졌다는 이유로 부르지는 않았을 걸로 봅니다.”

록펠러의 날카로운 눈매에 CIA국장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간 러시아의 정보를 취합한 결과, 러시아가 기존의 1차산업 기반에서 새로운 산업 기반으로 탈바꿈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그건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 아닙니까? 항상 실패를 했고, 우리 미국의 방해로 어려워했고.”

“산유국, OPEC의 정상들과 모종의 담합이 예상되는 바 입니다.”

“기름값으로 또 난리를 치겠다?”

“이번에는 생산량에 관련해서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하.”

“대응책은?”

“현재 미국은 이라크와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록펠러가 팍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건 전 세계 모두가 아는 일 아닙니까? 지금 그런걸 보고라고 하는 건 아니리라 믿습니다. 국장.”

록펠러의 날카로운 카리스마에 찔끔한 CIA국장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을 잇는다.

“분명 원유와 천연가스의 생산량과 경로를 차단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우리 미국은 이란과 이라크와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최우선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 다시 석유파동을 불러 올 것이라 예측하는 겁니까?”

CIA국장이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본 인물은 미연방 재무부의 재무장관이었다. 바톤을 받은 재무장관이 입을 열었다.

“현재 우리 연방의 일일 생산량은 1080만 배럴이고, 일일 사용량은 약 1980만 배럴입니다. 각하.”

“대충 알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 연방은 매일 약 천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해 와야만 국가기반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번 푸틴의 움직임으로 우리가 원유 수입에 차질이 생길거라는 얘기입니까?”

“현재 우리 연방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 먼저 벨브를 잠글 경우···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푸틴과 OPEC의 만남이 그래서 문제인것입니다.”

록펠러가 고개를 끄덕였다.

“벨브를 잠글거라고 예상하는 이유는 있습니까?”

재정부 장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뒤쪽에 있던 수행원들이 록펠러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음? SKY?”

“SKY그룹과 러시아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래요?”

CIA국장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각하께서는 모르고 계신지요?”

“사위의 사업에 관해서 내가 관여 할 게 있습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 하는 사람이니 관여하지 않습니다만.”

“CIA에서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아마 SKY에너지와 화학쪽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SKY의 태양광발전 기술에 대해서는 사위에게 익히 들었소.”

“예, 해당 기술을 유럽에 보급하지 않는 조건을 계약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 대가로, 러시아의 로켓 기술자와 특수부대를 포섭한 것으로 보이고요.”

록펠러는 확실히 천우진에게 들은것이 별로 없었다. 들을 필요도 없었던 일이기도 했다.

워낙 알아서 잘 하는 인물이고 록펠러는 자신의 사위를 신뢰하고 있기 때문.

잠시 CIA와 재무부에서 준 서류를 종합해서 검토하던 록펠러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금 러시아는 SKY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니, 발 빠르게 1차기반산업을 없애고 새로운 국가산업기반을 만들려고 움직이고 있다?”

CIA국장과 재무부의 장관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예, 각하. 그렇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록펠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설득력 있는 말이었기 때문.

“그래서 미국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의 질문에 재무부장관이 말했다.

“우선 SKY와 러시아의 계약사항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추측이 아닌 확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쉽게 얘기합시다.”

“말씀하십시오 각하.”

“러시아가 내 사위한테 쫄아서 벨브를 잠그고, 조금씩 물량을 풀면서 원유값을 올린 뒤, 부를 쌓고 그 부로 기반산업을 탈바꿈 시키려하는데, 우리 예측이 맞을지 아닐지 판단이 어렵다?”

“정확합니다.”

록펠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신이 생기면, 그다음 스텝은 무엇입니까?”

“오늘 그 다음스텝을 얘기하고자 바쁘신 분들을 모셨습니다.”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다는 소리로 들리는 건 기분탓입니까?”

조용하고 부드럽게 돌려 말했지만 록펠러의 말에는 힐난의 뜻이 담겨 있다는 걸 장내의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사실, 재무부와 외무부의 입장에서는 이란과 이라크와의 관계개선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국가의 지하자원으로 러시아에서 수입해오는 걸 대체하자?”

“그렇습니다. 각하.”

“두 국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에는 우리 미국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만.”

“··· 죄송합니다.”

“당장 이라크를 반쯤 부숴놓은 우리 미국이 이제와서 이라크에게 손을 내민다라··· 내게 똥이 묻어오는 느낌인데?”

국무부의 장차관들이 록펠러의 눈길을 피했다.

전임자였던 부쉬의 과오임을 그들 역시 알고 있는 것, 또한. 당시 부쉬를 말리지 못했고, 오히려 그와 뜻을 함께 했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방법은 그것 뿐입니까?”

록펠러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자 어처구니 없다는 듯 픽 웃어버린 록펠러가 품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쯧쯧, 우선 첫번째 과제부터 해결 해 봅시다. 러시아와 SKY간의 정확한 계약 내용이 필요하다고 했죠?”

“예, 각하.”

“죄송합니다.”

록펠러가 구름폰을 꺼내 천우진의 전화번호를 띄우자 회의장에 있던 수행원들이 빠르게 록펠러의 전화를 스피커에 연결했다.

장내의 모두가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게 한 것.

-예, 장인어른.

“지금 한국은 한창 늦은 밤일텐데 미안하군.”

-하하, 가족끼리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어쩐 일이세요?

“오늘은 사위에게 전화를 건 게 아니라, 미국의 대통령이 SKY그룹 오너에게 전화를 걸었네.”

-말씀하시지요, 미스터 프레지던트.

따뜻하고 포근하던 말투가 순식간에 바뀐 천우진.

절로 장내의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천우진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무장한 경영자의 목소리처럼 느껴졌기 때문, 쉽게 정보를 양보할까 싶을 정도였다.

덕분에 록펠러 역시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사위라는 인물은 공과 사가 확실한 사람이란걸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 그런 점이 더욱 매력이기에 자신의 딸을 시집 보낸 게 아니었는가.

이제부터 록펠러 자신도 말투를 바꿔야 했다. 사적인 자리가 아니고 공적인 자리이니까.

“러시아와 SKY간에 모종의 계약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아, 맞습니다. 있습니다.

“현재 푸틴이 OPEC의 정상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그 역시 보고 받았습니다.

“우리 연방은 OPEC와 러시아가 모종의 거래를 진행 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록펠러의 말에 CIA국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쩌면 국가 안보에 중요한 정보를 가감없이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 그러나 그의 표정은 돌아온 천우진의 대답으로 순식간에 뒤바뀔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벨브를 잠기고 원유값을 폭등시키겠죠.

자신들의 예측을 SKY그룹의 오너 천우진이 너무나도 쉽게 얘기하기 때문.

“천 회장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대화가 쉬울 것으로 봅니다.”

-러시아와 우리의 계약 내용이 궁금하신 거군요.

“정확합니다.”

-러시아의 인재를 한국에 귀화시켜 SKY그룹에 취업시키는 것으로 SKY에너지의 현 태양광 기술 보급을 10년간 늦추기로 계약했습니다.

CIA국장과 재무부 장관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들의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CIA쪽에서도 아마 예상하고 있었을 겁니다.

“우리에게는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아아, 원유값 폭등과 함께 원유 수입절차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계시군요.

CIA국장은 저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도청장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천우진의 예측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정확했기 때문.

“뭐, 숨길 건 없을 것 같군요, SKY와 우리 연방은 동맹이니.”

-해결책은 찾으셨습니까?

“이제 논의를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이란과 이라크의 관계개선이 선행되어야겠고, 그게 쉽지는 않겠군요. 연방은 피해를 감수해야 겠고요.

외무부 장, 차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째서 SKY그룹이 전 세계를 휘어잡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지는 방증과도 같은 천우진의 예측력.

“맞습니다. 그게 우리 연방의 제 1 해결책이었습니다.”

-다른 대안은 아직 논의 전인가보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SKY가 새로운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재무부, 외무부, 그리고 CIA도 몹시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고는 통화에 집중했다.

“어떤 제안입니까?”

-현재 SKY에너지의 태양광발전시설의 기술은 그 어느곳에도 보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미 연방이 먼저 가져가시겠습니까?

“흐음, 설치기간과 당장 대체 에너지원으로 쓰기에는 그 시기가 맞지 않을 것으로 예측합니다만.”

-대신 한 가지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죠.

“그게 뭡니까?”

-미 연방의 구조상 OPEC과 러시아의 원유를 수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마 일간 대충 900만배럴에서 천만 배럴을 수입해야 하는 구조겠죠.

“맞습니다.”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 할 수록, 러시아의 원유를 사지 않아도 현 기반 산업들이 유지가 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원유값이 올라간다 해도 러시아에게 이득을 주지 않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재무부, 외무부는 물론 여러 기관의 장차관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매우 흥미롭다는 듯 통화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당장 시행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결국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시간만큼 러시아는 이득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아닙니까?”

-현재 SKY에너지는 아프리카 및 중국, 그리고 아이티에서 태양광발전시설을 가동시키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SKY에너지와 SKY전기, SKY화학이 공동으로 설치한 배터리 저장장치 역시 알고 계십니까?

“배터리 저장장치?”

-태양광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놓는 장치를 얘기합니다.

“그래서요?”

-미 연방이 적절한 가격을 제시한다면, 해당 배터리를 판매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재무부 장관이 놀란 눈을 하고는 불쑥 끼어들었다.

“그 말은 지금 당장 미국에게 전기를 보급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까?”

-SKY LINE의 쾌속 화물선이 아이티에서 출발한다고 했을 때, 미국 본토에 3일이면 상륙 할 것으로 보이네요.

“얼만큼의 전기입니까?”

-작년 미국의 전력 수입량이 63TWh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현 아이티, 그리고 아프리카 주변의 발전시설에서 미국의 연간 전력 수입량의 40퍼센트를 책임질 수 있습니다.

“맙소사, 그 정도 배터리 저장 기술이 있단 얘기입니까?”

-있습니다. 그리고 비싸겠죠.

재무부 장관을 제외한 모두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지금 천우진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배터리 저장기술이 얼마나 위대한것인지 아직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구름폰의 배터리는 타사의 그 어떤 휴대폰 배터리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죠, 단적인 증거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군요.

록펠러가 팍 인상을 찌푸리며 재무부 장관에게 얘기했다.

“장관, 우리는 과학자가 아니니 얘기가 자꾸 지루해지는 군, 쉽게 설명해보시겠습니까?”

재무부 장관이 짧게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원유값이 폭락할 기술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록펠러.

“저런 배터리 기술이라면, 머지 않아 기존의 연료체계를 송두리째 바꿔버릴 새로운 구동기들이 등장할겁니다.”

천우진이 재무부장관의 말에 날개를 달아준다.

-그렇지 않아도 SKY자동차는 내년 하반기까지 전기구동 자동차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그제야 장내의 모두가 당혹스럽다는 얼굴을 보였다.

데이비드 록펠러 2세, 현 미국의 대통령이 입꼬리를 스륵 들어올리며 말했다.

“푸틴이 OPEC와 만남을 가진 이유가 설명이 되는 순간이군.”

장내의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 제 413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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