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11화 (411/458)

< 제 411화. >

화를 내고 윽박을 질러도 전문가들은 끝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최후의 통첩이라도 날리듯 비릿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리는 푸틴.

“네 놈들이 해외에 망명이라도 가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회의실 뒤쪽에 마치 경호라도 서듯 대기하고 있던 군인들이 철컥 하며 권총을 꺼내 장전한다.

“해결책을 찾아 해결책! 신재생에너지라는 그 뭣같은 걸로 네놈들 목숨이 달려 있어!”

“지금부터 제조업 발전에 이바지해도 최소 20년입니다 각하!”

“어떻게든 찾아 내라는 소리야!”

“1차산업, 그중에서도 지하자원 산업이 아니라면 우리 러시아는 국토의 특성상 식량재배 산업 역시 불가하다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부들이 밤낮 없이 일하는 거 아니었나?”

“그 정도로 우리 영토를 유지해 나갈 수 없습니다!”

“멍청한 새끼들.”

경제 전문가들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들이라고 왜 해결책을 내리고 싶지 않겠는가. 이미 수십년전부터 경고하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소련부터 시작해 현 러시아연방까지.

도무지 윗대가리 새끼들은 자신들의 경고를 듣지 않았다.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도, 원유와 천연가스를 판매하는 것으로 꿀을 빨고, 정부는 부유하니 듣질 않는 것이었다.

결국 그 길의 끝에 지금 이 모양이 된 러시아였다.

“후우, 마지막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만.”

오래된 경제학 원로의 말에 푸틴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게 뭐야?”

“다른 산유국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베네수엘라, 이란, 사우디.”

“밀접한 관계?”

“아무리 신재생에너지가 새로운 대체 에너지 자원으로 떠오른다고 해도, 국가 기반시설 모든것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울 순 없습니다. 결국엔 천연가스와 원유는 국가기반시설의 최소 30퍼센트 이상은 차지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

“예, 신재생에너지는 2000년이 되기도 전에 말이 나왔던 주제입니다. 지하자원은 한정적이고 미래 지하자원의 고갈에 따른 새로운 에너지원은 무조건 필요한 것이 현 인간들의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과거 오펙, 즉 중동아랍권 산유국들이 ‘벨브를 잠그니’ 터졌던 석유파동을 기억하십니까?”

푸틴이 입술을 히죽 들어올렸다.

“지금 중동아랍놈들과 협력해서 벨브라도 잠그자는 소리야 뭐야?”

“언제든 협력할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체재를 구축해놓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사우디랑 이란이랑 사이가 안 좋은 건 알고 있지?”

“사우디는 미국과 붙어먹었고, 이란은 미국을 싫어하죠. 그렇다고 사우디는 미국을 무진장 좋아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 않습니까? 베네수엘라는 부정부패에 찌들었기에 만지기에는 더 적합할 것으로 보입니다.”

“재밌네, 좋은 의견이야.”

푸틴이 씨익 웃다가 다시 테이블을 내려쳤다.

쾅!

“결국 시간벌기 밖에 되지 않아, 그 벌어놓은 시간동안 최대한 빠르게 연방의 기반사업을 바꿔놔야 할 거야. 우리 연방의 석학들을 다 불러와, 기반사업을 가장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국가기반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예산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 돈은 내가 벌어올테니 네 놈들은 잘난 머리나 쓰라고!”

“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푸틴이 회의실을 벗어나자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푸틴 역시 회의실을 벗어나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후우··· 산유국들과 연합이라, 제기랄 쉬우면 벌써 했겠지.”

보좌관이 얼른 푸틴의 곁에서서 묻는다.

“이란과 사우디, 베네수엘라의 정상들과 접촉을 시작할까요?”

“그래, 빠르게 움직여야 할 거야.”

“예, 각하.”

“후우··· 천우진 그 놈은 도대체 왜 러시아에게 10년이란 시간을 줬을까?”

“우리가 두렵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 놈은 그럴 놈이 아니야··· 절대 러시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그렇습니까?”

“뭔가 꿍꿍이가 있어··· 꿍꿍이가. 그런데 그 속셈을 모르겠단 말이지.”

“제 놈도 결국 대한민국에 뿌리를 둔 기업의 수장 아니겠습니까? 감히 대 러시아 연방에 비교할 수 없습니다. 각하.”

“후우··· 고작 그게 이유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야.”

푸틴은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천우진의 비릿한 웃음이 마음에 걸렸다. 그가 전문가들을 독촉하는 이유도 거기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또한, 동북아연맹이라는 새로운 국제조약기구역시 눈엣가시처럼 밟혔다.

이제 대한민국과 국경을 맞닿았다고 해도 좋을만큼 러시아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제기랄··· 할 수 있는 걸 일단 하자고.”

“예, 각하.”

“빠르게 움직여!”

“예!”

***

일본의 일정이 끝나고 나는 또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벌려 놓은 일들이 너무 많았으니 그것들을 수습하는 데 모든 시간을 할애해도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후아.”

집무실 소파에 등을 기대며 내쉰 한숨소리에 푹 고개를 숙이며 진심을 담아 말하는 호석.

“회장님, 며칠간 너무 무리하셨습니다. 조금 쉬셔도 좋지 않을까요? SKY가 회장님이 없다고 멈추는 건 아닙니다.”

진심어린 조언과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뭔가 굉장히 다급해 보이십니다.”

날 항상 곁에서 보좌하는 호석이 날 그렇게 봤다면 맞을 것이다. 실제로도 내 마음속에서는 제법 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비효과라는 말 아십니까?”

“셀 수 없이 많은 나비가 동시에 날개짓을 하면 태풍을 불어온다. 그런 얘기 아닙니까? 우연이지만 그 우연은 겉잡을 수 없는 효과를 불러온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석의 말 처럼, 우연이겠지만 이미 SKY라는 존재로 인해서 내가 알던 미래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빠르게 격변하고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고, 어떤 역사를 가지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 미국의 대통령이 다르고, 한국의 대통령이 다르며, 일본의 총리의 사상 역시 다르고, 중국 주석의 사상도 달랐다.

모든것이 ‘나’라는 존재로 비롯한 일이었다.

이 것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기존, 내가 아는 미래에 대한 지식으로 제법 여유롭게 힘을 키워나가던 SKY는 이제 변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아요, 솔직히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나도 할 말이 없을 정도입니다.”

호석이 눈을 크게 뜨고는 날 바라본다.

“진심이십니까?”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러시아가 잠잠해서 그게 더 신경쓰입니다. 푸틴은 그럴 놈이 아니거든요.”

“으음.”

“다행히 중국과 북한을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떼어 냈으니 전쟁이 터진다면 러시아는 고립되겠죠.”

“설마 푸틴이 그런 무리수를 두겠습니까? 21세기에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곧, 러시아의 패망을 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텐데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상남자라고 표현 할 필요 없이 미친 독불장군 같은 푸틴은 눈깔이 돌면 무슨 짓거리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다. 물론, 그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고 어마어마하게 머리를 잘 쓰는 인물인 것도 맞다.

러시아라는 커다란 국가를 운영하고, 그 곳의 정점에서 오랜시간 해 처먹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

“조금 더 평화가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 SKY는 우뚝 솟아야 합니다. 아직은 조금 부족해요.”

호석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면 2014년에는 대한민국이, 그리고 SKY가 전 세계의 패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중국까지 흡수하게 된다면, 내수 경제와 식량문제 역시 해결 되지 않겠습니까?”

맞다.

어마어마한 인구.

내가 중국을 차지하기 위해 가진 노력을 기울인 것, 그리고 수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유도 저기에 있었다. 바로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내수시장’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뿌리가 탄탄한 SKY.

그 뿌리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 내부보다 외부에 먼저 눈을 돌렸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떨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 아직까지는 내수시장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중국에 대한 영향력은 암암리에 절대적이라고 하지만, 공개적으로 절대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아직도 미국에서는 첨예하게 다른 첨단기업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불세출에 천재라는 사과사의 오너는 지금도 SKY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앞으로도 SKY가 사과사에게 뒤쳐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과사의 장점을 가져오고, 사과사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것이 현재의 SKY이었다. 원래 있을 미래의 세계 1위 기업의 장점을 모두 흡수했고, 새롭게 개발했으며 단점을 지워버렸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부동의 1위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점유율.

1위와 2위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다. 미국인들도 신기한 게, 생각보다 타국의 제품보다 자신들의 국가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즉, 조금이나마 미국내에서 사과사의 제품이 점유율을 확장시키고 있다는 뜻.

“사과사의 이번 분기 서구권 판매 실적이 우리 SKY의 판매실적의 29퍼센트나 쫓아왔다죠?”

“예, 회장님. 아직 SKY는 부동의 1위고, 그 자리는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인어른의 미국이 시작되고 사과사의 점유율은 조금 주춤하는 기세고요.”

“예, 미국인들은 조금씩 SKY를 미국의 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름아닌 대통령의 사위가 오너인 기업이니까요.”

“다행이네요.”

“또,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SKY와 록펠러뱅크, 그리고 대한금고의 자선사업들도 크게 호응을 얻고 있는 상태입니다. SKY에게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소수에 불과합니다.”

“마음을 사는 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기업에게 꼭 필요한 일이죠, 예산을 아낌없이 투자하라고 전하세요.”

“예, 회장님.”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피로를 조금이나마 털어내고 호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SKY에너지 미팅이 언제죠?”

슬쩍 시계를 확인한 호석이 말했다.

“2시간 뒤입니다. 회장님.”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5시로 바꾸고, 간단하게 식사나 하면서 얘기하자고 전하세요.”

“예, 회장님.”

“피로가 너무 쌓이네요, 어디 스파나 다녀오죠.”

“예.”

***

스파에서 사우나, 그리고 마사지를 받으니 한결 살 것 같았다. PMC에 포함된 전문 마사지사들이 근육을 한땀 한땀 풀어주는데 절로 ‘으음’하는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초호화 서포트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선수들이나 받을 그런 마사지를 받으니 자연스럽게 컨디션이 올라왔다.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회장님.”

약속시간은 5시였는데, 내가 조금 일찍 나왔을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대표님, 앉으시죠.”

“예.”

SKY에너지의 대표와 연구소장이 자리에 앉는다. 그들은 내 얼굴을 확인하고 표정이 좋아보여서인지 한결 편안한 얼굴들이 되었다.

“자자, 식기전에 식사부터 하시죠, 이집 물짜장이 기가 막힙니다.”

“오, 물짜장. 처음 듣는 메뉴입니다.”

“단골들만 아는 비밀 메뉴입니다. 메뉴판에도 없어요.”

찰나간 쩝쩝거리는 식사소리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적당한 고량주를 한 모금 마시며 연구소장에게 물었다.

“태양광 발전 효율이 놀랍도록 좋아졌다죠?”

“예, 회장님. 전 세계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잔뜩 자부심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그.

“그렇군요, 소재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습니까?”

“음··· 실리콘이 주는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성능 향상에 힘쓰기 보다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갔으면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지 SKY에너지의 대표와 연구소장이 관심을 보인다.

“필름처럼 얇고 접어지기도 하며, 창문에도 붙일 수 있는 간단한 형태의 태양광 발전시설,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그 장점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각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연구소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묻는다.

“그런 소재가 있겠습니까?”

스륵.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아는 미래에는 분명 그런 태양광 발전 패널이 있었다. 정확히는 페브로스카이트라 불리는 3세대 태양전지의 형태가 말이다.

사전에 내가 준비했던 서류를 내밀자 서둘러 서류를 확인하는 둘.

“맙소사, 정말 이게 현실성이 있는 겁니까?”

“만약 가능하다면 비용면에서 엄청난 구매력이 생기겠습니다!”

“이렇게 얇다면··· 자동차는 물론 건물 외벽, 창문등··· 정말 엄청난 혁신이 될 겁니다. 회장님.”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그리고 이 소재는 어디서 찾으신겁니까? 얼핏 보기만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연구소장은 미친듯이 혼잣말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희망이 가득 해 보였다.

이들은 아직 모른다.

3세대 태양전지가 불러올 파급력을.

그리고 내가 이것을 현 시기에 공개하려는 이유를 말이다.

어째서일까? 푸틴의 똥 씹은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나는 분명 말했었다.

그리고 푸틴과 계약한 서류에도 적혀 있었다.

‘현재 SKY에너지가 가진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한 기술 및, 설치를 유럽 내에서 10년간 진행하지 않겠다.’라고.

< 제 41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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