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07화. >
기축통화.
그것이 가리키는 게 무엇일까? 전 세계의 어느곳에서도 그 화폐의 신용도가 높고 신뢰도가 높다는 뜻이었다.
아무곳에서나 디밀어도 OK해줄 만큼 인정해주는 화폐라는 뜻도 있으며, 해당 통화를 유통시키는 국가는 전 세계적인 패권국가라는데 모두가 동의 할 것이었다.
또한,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쉽게 망하지 않는다. 망하지 않을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으니 해당 통화가 기축통화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기축통화를 만들자고요?”
도통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철수뿐이 아니었다.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호석은 아주아주 흥미롭다는 듯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오, 드디어 회장님의 비밀단지 하나를 오픈하시는 겁니까?”
이건 또 무슨소리냐는 듯 강기태와 철수가 호석을 바라본다. 찰리 박은 대충 저번에 들은 얘기가 있으니 ‘아하’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정 대표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비밀단지요?”
“뭐 아시는 거 있으세요 삼촌?”
강기태 본부장과 철수의 질문에 호석이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회장님이 저번에 그러시더라고, 이제 돈을 좀 벌어봐야겠다고.”
강기태가 눈을 부릅뜨고 날 바라본다.
“와, 이번엔 또 얼마를 버시려고···”
철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돈을 버는 거랑 기축통화를 만드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죠?”
호석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나도 모르지 임마, 이제 회장님께 들어보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철수를 바라보았다.
“철수 너, 블록체인 기술 알고 있냐?”
“아, 요즘에 새롭게 튀어나온 이론이죠,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암호화된 화폐를 만들 수 있을거라고 보는데, 네 생각은 어때?”
“암호화된 화폐라···”
찰리 박, 강기태, 호석은 전혀 처음듣는 이론인지 그게 무엇이냐는 듯 나와 철수를 번갈아 쳐다본다.
“철수야, 네가 설명부터 해줘야겠다.”
“아, 예 형님.”
철수가 콜라를 한 모금 들이켜고는 ‘흠흠.’하고 목을 다듬고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다들 사슬은 아시죠? 그게 영어로 체인이고요.”
셋 모두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러니까 이걸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사슬처럼 엮여있는 거미줄처럼 아주 복잡한 형태로 통로가 연결된 세상이 네트워크 세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인터넷은 엄청 복잡하지, 그 중에 내가 원하는 도로 하나를 골라서 보는 것이고.”
“예, 괜찮은 설명이네요.”
철수의 칭찬에 강기태가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어쨌든, 그렇게 복잡한 네트워크 세상 여기저기에 정보를 뿌려 놓는 겁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정보를 잃어버리거나 훔쳐가더라도,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 사슬에 정보가 뿌려져 있으면, 하나에 문제가 있어도 나머지 정보로 신뢰할 수 있게 되겠죠?”
잠시 모두가 침묵에 잠겼다.
“그러니까, 5천개의 도로중에 1개의 도로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4999개의 도로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한다. 뭐 이런 느낌이면 이해가 쉬울려나?”
“예, 뭐 비슷하네요. 어쨌든 그 만큼 수없이 많은, 인간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망에 정보를 뿌려놓는 것이죠, 그러면 누구도 건드릴 수 없고 해킹할 수 없게 되겠죠? 결국 원래 ‘오리지널’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오케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저장 방법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군.”
찰리 박의 말에 철수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예,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게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거야?”
강기태 본부장의 질문에 철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 거고요 실제로는 더 복잡하고 디테일하죠, 근데 그걸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분들이 알아 듣기엔 어려울 것 같으니까, 블록체인에 대한 강의는 이정도만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네 사람의 시선이 다시 내게 모였다.
“철수가 얘기했던 것 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를 아주아주 작은 디지털 단위로 쪼개서 분산시키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겁니다.”
“예, 이해했습니다.”
“대충 알겠습니다.”
“그럼 그 기술이 기축통화와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다는 거죠?”
“지금도 누구나 인정할 기축통화는 역시 달러겠죠?”
넷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도 오늘 ‘달러’로 가격을 얘기하는 회의를 가졌으며, 현재 우리에게 남은 유보금도 ‘달러’로 변환해서 얘기했으니까요. 자, 그럼 달러를 가지고 유통시키는 곳은 어디일까요?”
“미국의 연방은행입니다.”
“자, 그럼 미국의 연방은행은 모든 달러를 소유하고 있나요?”
“아닙니다.”
“전 세계의 많은 달러들, 그걸 물질화 된 달러로 가지고 있는 액수가 많을까요, 아니면 디지털 화 된 정보로 가지고 있는 액수가 많을까요?”
철수가 박수를 짝 치며 존경한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맙소사···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하시는 겁니까 형님? 홀리···”
나머지 셋은 ‘왜? 뭔데? 알려줘!’하는 표정이 되어 있었다. 철수가 나를 제외한 셋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생각해보세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대한금고나 한국은행이 해킹당했다고 생각해보죠, 해커가 마음대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돈을 송금시켜버리면? 아니면, 송금시스템을 해킹해서 실제로 송금되지 않은 돈을 송금 한 것처럼 만들어 버리면? 또, 실제로 출금되지 않은 돈을 출금 한 것처럼 만들어 버리면?”
“아, 은행이 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전 세계 해커들은 지금도 여러 신용카드 회사나, 작은 은행들을 공격하고 있죠, 그만큼 돈이 된다는 뜻인겁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보안망을 가지고 있는 곳은 놀랍게도 CIA나 한국의 국정원이 아니라, 은행이나 카드사인겁니다.”
호석이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
“오, 그럼. 상대적으로 해킹에서 자유로운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낸 통화라면 신용도가 매우 높겠군요?”
철수가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정확합니다.”
네쌍의 눈이 다시 나를 향한다.
“자, 그럼. 전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진 곳은 어디일까요?”
넷이 동시에 말했다.
““SKY.””
난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맞습니다. 우리 SKY는 이미 전세계적인 IT기업이고 전자 회사이며,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완벽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신용도 역시 높습니다. 우리 SKY soft의 방화벽은 감히 뚫으려는 시도를 불허 할 만큼 어마어마하죠.”
철수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요즘 제가 야근을 밥먹듯 하는 이유도 전세계 해커들이 자꾸만 깐족되거든요, SKY를 뚫는자가 전 세계 최고의 해커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우리 보안팀들이 정말 불철주야 바쁘게 움직입니다.”
호석도 말을 보탠다.
“SKY PMC의 정보부서 역시, 전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들과 보안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자부합니다. 회장님.”
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네트워크 보호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 SKY가 만들어낸 블록체인 기술로 일종의 ‘돈’의 역할을 대신할 ‘코인’을 만드는겁니다.”
철수가 박수를 치며 외쳤다.
“마이 홈피의 도토리같은 개념으로!”
“정확해, 지금은 도토리로 마이홈피와 연계된 인터넷쇼핑몰에서 결제가 가능하지?”
“맞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낸 일종에 ‘인터넷 캐쉬’같은 개념의 통화로 SKY전자의 SKY스토어에서 온, 오프라인으로 사용 가능한 ‘코인’이 탄생한다면?”
“사람들이 그걸 사용하겠네요.”
“그런식으로 점점 신용도를 넓혀가면 앞으로 그 것은 통화로서 작용하기 유용하지 않을까? 언제 어디서든 SKY에게서 입, 출금을 받을 수 있는 ‘코인.’ 충분히 전 세계적인 기축통화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넷 모두 동의를 표했다.
그런데 강기태가 한참을 고민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회장님, 코인이란 게 무엇인지 블록체인이 무엇인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어떻게 SKY가 돈을 버는 것이죠?”
“좋은 질문입니다. 강기태 본부장.”
“감사합니다.”
확실히 강기태 본부장의 말 처럼.
단순히 캐쉬를 만든다고 해서 돈을 번다고 하면 오산이었다. 그 캐쉬가 어떤 형태로 돈을 벌어들이게 만들지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
과거, 그러니까 현재의 미래에서 비트코인이라는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가 등장하며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화폐가 되었던 순간이 있었다.
물론 변동성이 크고, 신뢰할 수 있는가란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던 가상화폐였다. 내가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도 그 화폐가 어떻게 되었는지 나조차 모를만큼 위험도가 아주 높은 화폐였다.
“예를들어서 SKY가 만들 코인 1개가 만원이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 해 봅시다.”
“예, 회장님.”
“만원이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코인을 SKY 코인이라고 명명하고, SKY 코인을 생성하는 또 다른 블록체인 코인을 SKY 마더 코인이라고 가정을 해 봅시다.”
“음, 일종의 배당금 같은 느낌일까요?”
“맞습니다.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SKY코인을 생성하는 SKY 마더 코인. 강기태 본부장이라면 SKY마더 코인을 얼마에 사겠습니까?”
“어떤 주기로 SKY코인이 생성되느냐, 또 주기마다 몇개의 SKY코인을 생성하느냐에 따라서 SKY마더 코인의 가격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 보입니다.”
역시, 이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었다. 아주 똑똑한 사람이었다. 확실히 숫자, 그리고 주식과 같은 곳에서는 그의 머리가 100퍼센트 활용되는 느낌이었다.
“자, 우리는 SKY는 SKY마더 코인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아! 일종의 주식처럼 투자를 받는 것이군요?”
“정확합니다. 강기태 본부장의 말처럼 SKY마더 코인의 가격은 변동성이 있을 겁니다. 절대적인 가치 만원을 가진 SKY코인을 생성시키는 일종의 생성기 역할이니까요.”
“10년뒤에 만원이 지금의 만원과 다른 가치를 지닐테니까··· 그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겠군요.”
“맞습니다.”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만원이라는 SKY코인의 가치는 자동으로 상승하고, 그에 따라서 SKY 마더 코인의 가치도 자동으로 상승하겠군요.”
“그리고 SKY 마더 코인은 우리 SKY가 판매하죠.”
“맙소사··· 이건 돈을 돈으로 사는 것이나 다름이 없군요,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을겁니다. 주식처럼,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그런 놈이 될 것 같네요.”
찰리 박과 강기태 본부장, 그리고 호석이 진중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회장님, 제가 지식이 짧아서인지, 얼핏 듣기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석의 진중한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우리는 일종의 조폐공사가 되는 거에요, 연방준비 은행처럼 일정 수준, 그러니까 무리가 없는 수준을 잘 연구해서 SKY 마더 코인을 생성시키고 판매 해야한다는 얘깁니다.”
“사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살 수 있는 SKY 마더 코인이 아니라는 얘기군요.”
“정확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시키죠, 일종의 소유욕과 함께 투자만 하면 성공할 거라는 그런 탐욕을 자극시킬 겁니다.”
강기태와 찰리 박이 동시에 말했다.
“결국 회장님은 인간의 탐욕을 파시겠다는 말씀이군요.”
“탐욕을 만든다라··· 이건 절대 실패 할 수 없는 사업 아이템 같습니다. 회장님.”
고개를 돌려 철수를 바라보았다.
“어때? 김철수. 만들 수 있겠어?”
철수가 입꼬리를 씨익 들어 올렸다.
“사람 좀 뽑겠습니다. 회장님.”
“얼마든지. 제대로 된 놈으로 만들어 와.”
“예!”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며 각자 한마디씩 뱉어냈다.
“도무지 얼마를 벌어 들일지···”
“주식시장에도 없는 SKY의 주식같은게 SKY 마더 코인이야, 후우··· 천금을 주고라도 사고 싶겠지.”
“정말 두려운게 뭔지 알아? 난 정말 SKY 코인이 기축통화가 될거 같아서 떨린다고.”
< 제 407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