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401화 (401/458)

< 제 401화. >

나는 나대로.

찰리 박은 찰리 박대로.

전 세계 곳곳을 수차례 돌아다닌 결과 SKY항공우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인력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재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그들 대부분이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를 했어야 할 나이들이라는 점이었다. 세계적인 석학이고 기술자들이지만 ‘정년’이라는 제도에 얽매여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라는 뜻.

그들에게 SKY항공우주국은 또 한번의 도약의 기회와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시작점과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서 기술을 받아들일 젊은 천재들 역시 그들의 곁에 ‘조수’혹은 ‘보조’라는 명분으로 붙이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반발은 없나요?”

내 질문에 찰리 박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연 단위 계약을 계속 갱신해가야 할 것입니다.”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뜻이군요?”

“예, 오히려 본인들이 젊어진 것 같다고 더 좋아하시는 박사님들도 많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어쨌든 회장님께서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줄 임금은 물론, SKY의 복지수준은 전 세계 최고수준 아닙니까.”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우리 복지가 좋죠.”

“SKY의 가족들이 충성을 다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산업스파이 진입장벽이 가장 높다고 악명이 높죠.”

찰리 박이 잔뜩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술자들이 한국의 환경에 적응을 하고 당분간 아이디어 회의들을 진행하느라 바쁘겠군요.”

“예, 최소한 3개월은 지나야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연애는 어떠세요?”

최근 연애를 시작한 찰리 박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스몰 토크를 진행하다. 이제 슬슬 일 얘기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요즘 한가하죠?”

입맛을 다시는 워커홀릭 찰리 박.

“예, SKY항공우주국에 인재들도 채워 넣었겠다. 이제 알아서 돌아갈테니··· 당분간 다시 한가해질 것 같습니다.”

“아쉬우신가봐요?”

“하하··· 숨만 쉬어도 고액 연봉을 받는데 눈치가 보여서 원.”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굳이 눈치를 보지 않아도 그는 그가 받는 연봉만큼의 일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아무런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돈이 될 기업이나 미래에 필요할 것 같은 기술을 가진 회사들을 사오곤 하는 사람이었다.

그거 사온 기업, 인재는 그만한 가치를 충분히 뽑아내고 있었다. 그의 투자 성공률은 87%에 달했고, 수익률은 평균 420%를 웃돌았다.

그러니 SKY 인베스트먼트의 유보금은 나날히 증가하고 있었다. 확실한 SKY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준다는 뜻.

“부동산은 좀 관심 있으세요?”

찰리 박이 ‘투자’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눈을 빛내며 흡족하게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부동산을 좀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오호, 그러세요?”

“예, 회장님. SKY의 기술력이 날이 갈수록 압도적으로 높아지니, 어지간한 기술력을 가진 테크기업들은 성에 차질 않더군요,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적을지 모르나 리스크가 적은 부동산 투자는 어떨까 싶어서 공부를 좀 하고 있었습니다.”

보아라.

알아서 잘 하고 있지 않은가? 잠시도 쉬질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일까? 한시도 멈추질 않는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배움을 청한다.

그와 내가 만나지 않았어도, 그는 충분히 전세계에 이름을 날릴 투자자가 되었을 것이다. 전 삶, 나와의 접점이 없던 시절에도 그는 분명 대단한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을 떨쳤으니까 말이다.

“내가 요즘 부동산에 좀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렇습니까? 어떤 부동산이 관심 가시던가요? 빌딩? 아파트? 건설부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려 호석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차를 마시던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오! 혹시 그 비밀이 부동산이었습니까!”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인지 제법 목소리가 컸다.

호석의 말에 오히려 흥미를 보인 건 찰리 박.

“비밀? 무슨 비밀이요?”

“아, 회장님이 우주 산업에 어마어마한 투자금이 발생할테니 돈을 벌어야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호석의 말을 들은 찰리 박 역시 아주 흥미롭다는 듯 날 바라본다.

“오, 회장님 입에서 ‘돈 벌겠다.’란 말이 나오다니, 저도 벌써 기대가 되는군요, 과연 이번에는 얼마를 벌어들이실지.”

두 사람의 말에 픽 웃음이 흘러나온다.

확실히 나는 ‘돈을 벌어야겠다’라고 말 할 때마다 천문학적인 수입을 거둬들였다.

일례로 현재 전 세계에 폭발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구름폰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현재 구름폰의 모바일 점유율은 17퍼센트. 전 세계에 약 1억 4천만대가 판매되고 있었다.

출시 2달만에 말이다.

기존의 모바일 시장을 죽여버리는 괴물의 등장이라면서 곡소리를 내는 모바일 기업들의 악의적인 기사들이 쏟아지는 것만 보아도 구름폰의 파급력이 어떤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각 통신사들의 곡소리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그들의 주된 수입원인 문자메시지와 통화료가 급감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인터넷과 무선통신 기술로는 SKY 텔레콤을 따라잡지 못하는 실정인지라 신규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이었다.

“구름폰의 매출이 곧 3천억 달러를 돌파한다죠?”

호석의 질문에 찰리 박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이번 분기만 그렇고, 내년까지 2조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휴우, 그런데도 돈을 버시겠다니.”

호석과 찰리 박의 시선이 내게 쏠린다.

“SKY전자 주식 91퍼센트가 회장님 소유 아니었던가요?”

찰리 박의 질문에 빙그레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나머지 9퍼센트는 나의 최측근들이 나눠 가지고 있었다. 찰리 박 역시, 0.3퍼센트의 SKY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1퍼센트의 호석 역시 빙그레 입꼬리를 들어 올린다.

호석이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자, 회장님이 어떤 부동산에 투자하시나 들어봅시다. 과연 그 비밀이 뭘지.”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게 내가 돈 벌 비밀이라고는 얘기 안 했는데요? 그 비밀은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가 아닙니다. 타이밍이 중요하거든요.”

찰리 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럼 굳이 부동산은 어째서 투자 하십니까? 지구라도 통째로 사시려고 하시나요?”

“하하하.”

불쑥 들어온 찰리 박의 농담에 크게 웃어버렸다.

진지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찰리 박과 호석의 모습에 진짜 지구를 한 번 사볼까 싶기도 했지만 고개를 털어내고 본론을 꺼냈다.

“의료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화의 주제가 부동산에서 갑자기 의료기술로 튀자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우선 대답하는 찰리 박.

“인간의 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해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정년퇴임’의 나이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앞으로 10년뒤 20년 뒤에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120세가 넘을 것이라며 떠드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갈수록 사회는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 것입니다. 이른 정년퇴임을 한 사람들은 일자리가 필요하게 될 거고요.”

“그렇군요.”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나이는 많지만 건강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질겁니다.”

“그들에게 제공해줄 일자리가 많이 필요하겠군요.”

“또한 장점도 있죠, 그들은 경험이 많은데다가 전문 분야가 아닌 분야에서 일할경우 값싼 인건비를 받게 될 거란 얘기죠.”

“경험 많은 인재를 저렴한 값으로 쓸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들에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날 일입니다. 어떤 회사도 높은 직급의 임원이나 중역급 인사가 아니라면 고령의 베테랑을 신입으로 고용하진 않을테니까요.”

호석과 찰리 박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발전시설의 건설이 가능한 무인도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부지들을 원합니다.”

“발전시설 건설이요?”

“동시에 여러가지를 진행해야겠죠, SKY의 영향력을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고령화 인구들의 정착지를 개발해 낼 생각이고요.”

“흐음. 실버타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확합니다. 그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고객들도 모두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겠죠.”

“정말 색다른 시각이군요.”

“전 세계 곳곳에 동시 다발적인 부동산 매입을 시작하세요.”

고개를 주억거리는 찰리 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돈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회장님.”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푼돈일 가능성이 높았다.

당장 구름폰 하나의 기기가 SKY그룹에게 최소 2조달러를 벌어다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상태였다.

“시작입니다. 시작.”

“어떤 시작입니까?”

“앞서 말했지만 영향력을 넓히는 시작이요.”

찰리 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흥미롭게 대화를 듣고 있던 호석이 불쑥 물어왔다.

“혹시 이것도 그 비밀을 완성시키기 위한?”

“정확합니다.”

이제야 찰리 박이 의심의 눈을 거두고는 매우 흥미로운 눈이 되었다.

“노인 인구들의 위한 실버타운 건설과, 돈벌이라··· 하, 저는 도무지 어떤 방식인지 감이 잡히지 않네요.”

호석이 슬쩍 입을 열었다.

“찰리 박 대표도 원활한 일처리를 위해 조금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회장님?”

“어림도 없습니다.”

“흠, 안 넘어오시는군요. 허허, 이거 궁금해서 원.”

찰리 박 역시 입맛을 다시며 아쉬움을 표현한다.

“그거 아십니까?”

“어떤 것을 말입니까?”

“생각보다,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다는 것을요.”

“그렇죠,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리고 오랜 세월로 쌓인 노하우. 그런 것들을 무시 할 수 없으니.”

“실제로도 높은 자리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죠, SKY만 예외로 둡시다.”

찰리 박이 눈을 빛낸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너무 궁금합니다. 회장님, 조금이라도 힌트를 좀 주시겠습니까?”

“요즘 세상은 어떻습니까?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적절하게 섞여있죠?”

“음,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어떨까요?”

“디지털이 빠르게 늘어나겠죠.”

“그 정도만 드리죠.”

“디지털이라···”

호석이 다시 불쑥 끼어들었다.

“저도 힌트좀 주십시오 회장님.”

“방금 같이 들으셨잖습니까?”

“그건 찰리 박 대표에게 주신 것 아니었습니까?”

“흠, 욕망.”

“욕망이요?”

“예, 욕망.”

찰리 박과 호석이 서로 마주 보고는 눈으로 대화를 나눈다. 끝내 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그들은 비밀이 무엇인지 눈치채기 어려운 모양. 그도 그럴게 여태까지 단 한번도 접해본 적 없는 개념이라 생각할테니 그럴 만 했다.

짝!

박수를 쳐 둘의 시선을 내게 향하게 한 뒤 입을 열었다.

“자. 유라시아 횡단철도 완공 됐다고요?”

호석이 자세를 잡고는 업무적인 태도로 변하였다.

“예, 회장님. 익일 개통식이 부산에서 진행 될 예정입니다.”

“철도는 어디까지 완공 된 거죠?”

“중국은 6개의 노선이, 북한에서는 3개의 노선이, 대한민국에서는 11개의 노선이 완공되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을 출발한 기차가 중국 내륙을 관통한다는 말씀이군요.”

“예, 회장님. 2020년까지 중국 70개, 북한 7개의 노선이 추가로 지어질 예정입니다.”

“그럼 이제 타국과 협상에 들어갈 일들이 남았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개통식부터 성대하게 준비 해 봅시다. 전 세계가 놀랄 새로운 유통라인과 관광객들이 좋아할 횡단철도의 시작을 말이죠.”

“예, 후진다오와 김은정은 이미 부산에 도착해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내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호석이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후진다오가 개통식을 기념하면서 아주 좋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예, 회장님.”

“무슨 선물이죠?”

호석이 음흉하게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비밀입니다.”

픽 웃음이 터져나왔다.

“복수하시는 겁니까?”

“에헴.”

“뭐, 대충 무슨 선물인지 알 것 같네요.”

호석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고토 반환?”

와락.

호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무당이십니까?”

< 제 40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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