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99화 (399/458)

< 제 399화. >

탁.

차량에 오른 푸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크하하하하.”

단순히 표정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육성으로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푸틴.

그 모습에 그의 기분이 좋아졌음을 캐치한 보좌관 세르게이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걸치고 물었다.

“거래가 기분 좋으셨습니까? 각하.”

“좋다마다. 우주산업이라니··· 크큭, 우주 산업이라니!”

그의 웃음의 정체는 비웃음이었다.

“목에 가시 같던 놈이 우주산업에 뛰어든다니 하, 이거 이렇게 좋아할 문제가 아닌데 말이야.”

“우주산업,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일이죠.”

“그래, 우리가 아직도 미국놈들과의 우주전쟁때문에 허덕이는 걸 생각하면 단일 기업이 할 규모가 크큭, 하하. 오늘은 기분이 좋구나.”

“다행입니다. 각하. 아마 SKY는 제풀에 지쳐 쓰러질겁니다.”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푸틴이 차창밖의 여인네들을 보며 흡족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참 미녀가 많은 나라야, 우리 연방도 그렇지만.”

“예. 2차 세계대전의 장점이 아니겠습니다.”

“하하, 세르게이 어디가서 그런소리를 지껄였다가는 대가리에 구멍이 뚫릴걸?”

“여기는 각하와 저만 있잖습니까?”

힐끗 푸틴이 운전석에 앉은 자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세르게이도 푸틴도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운전기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제 할일에 매진한다. 그렇게 훈련 받았기 때문.

“보리스였나?”

“예, 로켓 기술자로 지금은 대학에서 교수일을 하고 있습니다.”

“왜 더 개발하지 않고?”

“우주산업이 주춤거리고, 기반산업이 아니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습니다. 물론, 무기 개발에는 간혹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흐음,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5년 추가로 더 늦추고, 고작 로켓 기술자를 바라다니··· 천우진의 자신감이 지나쳐.”

“그렇습니까?”

“흥, 신재생 에너지를 도입시켜서 그걸로 돈을 버는게 더 이득이겠지.”

“아직 어려서 멍청한 결정을 한 것이죠.”

푸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늘 거래를 할 때 기분이 나빴는데, 오늘만큼은 아니군. 하하하. 그런 멍청한 결정이라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푸틴.

“항상 실리를 따지는 놈인줄 알았는데, 사업적인 것을 빼 놓으면 좀 이상한 놈이야.”

“저번 고려인 특전단 일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한국이란 나라의 특색이라지? ‘정’이라던가? 사람에게 너무 마음을 쓰는군, 절대자로서는 해선 안될 짓이지.”

“인구가 워낙 적은 나라이기에 더욱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인재 찾기가 어려우니 어떻게든 해외에서라도 데려오려고 하는 것이겠죠.”

“호오, 괜찮은 발상이군.”

둘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천우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는 그를 씹기 바빴다. 무조건 자신들의 결정이 옳다는 프라이드에서 나오는 자만이었다.

“너무 성공가도를 달렸어 SKY가 말이야.”

이곳에 오기전, 미리 정보총국에서 받았던 보고서를 다시 들어올리는 푸틴, 천천히 살펴보지만 놀랍도록 SKY란 기업체는 끝을 모르고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서, 이제는 거인이 아닌 에베레스트라 해도 믿을 정도로 높은 태산을 달성한 상태였다.

“높이 오른만큼 떨어지는데도 제법 아프겠지.”

흐뭇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린 푸틴.

세르게이가 얼른 첨언을 더한다.

“때로는 일어서지 못하는 인물들도 많지 않습니까? 에베레스트란 산은 그런 산이죠.”

“하하, 그렇지. 숨쉬기 힘들 정도로 그런 산이지.”

그들은 그들의 희망사항이 마치 사실인양 떠들며 온 세상을 다 가진듯,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러시아로 돌아갔다.

***

푸틴이 떠나간 식당 안.

호석이 품에서 좋은 향이 나는 시가를 꺼내 내밀며 물었다.

“거래는 만족스러우셨습니까?”

나는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리며 말했다.

“더 없이 만족스럽네요.”

“하하, 다행입니다. 회장님.”

“놈은 우리가 우주산업에 뛰어드는게 몹시 좋은 모양입니다.”

“그래보였습니다.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더군요.”

“돈 먹는 하마같은 산업이니까요, 인풋 대비 아웃풋이 구리거든요, 우주가 말이죠.”

고개를 갸웃거리는 호석.

“그렇습니까?”

“왜요?”

“회장님이 그런일에 뛰어 드실일이 없을 텐데 말입니다.”

애매한 표정의 호석.

그가 생각 했을 때, 내가 인풋 대비 아웃풋이 구리다는 일에 뛰어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모양이다.

우주산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많은 것들이 있다. 우선 첫째로 눈에 보이는 효과라면 ‘마케팅’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란 이미지. 그 이미지를 살 수 있다면 얼마를 지불하시겠습니까?”

“회장님이 늘 강조하시던 이미지 메이킹을 말씀하십니까?”

“그것도 하나의 효과라는 거죠. 자, 그래서 금액은 얼마를 생각하십니까?”

“세계 최고의 기술 보유라··· 음··· 10조?”

“전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회사의 이미지에 10조?”

“모자랍니까?”

“찰리 박이 들었다면 바로 10조에 사겠다고 나설 겁니다.”

“싸다는 말씀이군요.”

호석이 곰곰히 생각에 잠긴다.

그에게 힌트를 주고자 입을 열었다.

“비상장이던 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는 보도가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고 칩시다. 그 상황에서 미국에 상장을 한다면? 한 주의 가격은 얼마가 적당하다고 보십니까? 자산규모는 100조 쯤으로 시작해볼까요?”

“으음···”

“얼마전 비공식적인 SKY그룹의 시가총액을 약 6조달러로 계산한 전문가가 있죠.”

“6조달러···”

“물론 난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리고 현재 SKY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라고 평가받고 있죠, 물론 일부분에서는 ‘아니’라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호석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확실히 전자기기와 모바일 시장, 인터넷 포털이나 다양한 플랫폼 산업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SKY가 1등이라는 걸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또, SKY PMC라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PMC도 보유하고 있잖은가.

“1조 달러를 주고 사도 아깝지 않을 이미지군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라는 이미지 말입니다.”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만큼 이미지라는 건 세계인들에게, 인간에게 아주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이미지가 각인된다는 것은 인지도가 오른다는 얘기고 그 인지도는 당장 아무런 제품을 만들어 팔더라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만든 00’이 되어서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도 얼마든 판매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실사용 후기에서 말아먹는다면 일시적인 판매효과만 기록할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만큼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상승시키는데에는 기업 ‘이미지’가 해당 제품의 ‘기능’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전 세계의 기술은 비등비등 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이미지이다.

‘저 회사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으니 다른 것 보다 좋지 않을까?’

‘비싼 건 이유가 있지, 역시 SKY야.’

나는 그런 이미지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에 적합한 산업이 우주 산업이었다. 우주는 아주아주 밝혀진 사실이 적은 미지의 세계였다. 정말 많은 것들이 밝혀졌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비밀들이 훨씬 더 많은 공간이라는 뜻이다.

그런 우주에 뛰어드는 기업.

언론은 매일 기사들을 쏟아 낼 것이다.

‘SKY항공우주국, 달 탐사에 수조억 달러를 투자하다!’와 같은 기사들을 말이다.

그럼 그 기사들을 보고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누군가는 멍청하게 많은 돈을 쏟아붇고 있다 생각할 수 있고, 누군가는 SKY가 돈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누군가는 ‘대단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SKY는 돈이 많구나.’하는 생각이다. 인간이란 동물이 웃긴게, 누군가의 우월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해당 존재에게 경외감을 알게 모르게 품는다는 것이다.

SKY란 그룹이 경외의 대상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놀랍게도 욕망의 덩어리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주식시장에 아주 직관적으로 나타난다.

실제 기업의 가치보다 고평가 받는 기업이 많은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또한, 대기업들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고.

“그 이미지만으로도 최고겠죠? 투자대비 성능이 확실 할 거란 얘기입니다.”

“예, 회장님.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잦은 성공이 있어야 할 겁니다.”

“잦은 실패는 기술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정확합니다. 이제 이해가 빠르신데요?”

“하하, 원리를 이해했습니다.”

역시 호석은 지식이 부족한 것이지 지혜가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이기에 우리에게 ‘기술자’들이 그 어떤 때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예, 보리스라는 인물을 위해 5년의 수익을 포기하신 이유, 이해했습니다.”

픽 웃으며 손가락을 2개 펼쳐보였다.

“두번째 이유.”

“듣고있습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의 최종 형태는 현재가 아닙니다.”

눈을 부릅 뜬 호석.

“이제 러시아도, 유럽의 지도자들이 혹할만큼 기술력과 이미지라는 걸 끌어올렸습니다.”

“예, 회장님. 분명 그렇습니다. 사막에서 기적을 일으켰고, 현재 소말리아 해협에서도 일부나마 수온 조절 기능이 있다고 떠들고 있으니까요.”

“자연에게 유용하다는 친환경적인 이미지까지 챙기고 있죠, 그렇다면 이제 SKY의 친환경재생에너지, 정확히는 태양광 발전 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무엇이겠습니까?”

한참을 생각하던 호석이 테이블 위에 올려친 구름폰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휴대성?”

짝짝짝.

난 박수를 쳤다.

“정확합니다.”

“맙소사··· 태양광 발전시설이 작고 가벼워진다. 그걸 추구하시겠단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효율이 정말 놀랍도록 상승하겠죠?”

“예, 회장님.”

“그리고 세번째.”

“말씀하십시오.”

“태양광 발전시설 기술은 우주산업에도 아주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죠, 우주에는 그늘이 별로 없을테고, 태양과 더 가까울테니까.”

“맙소사. 애초부터 우주산업을 준비하고 계셨단 말씀이군요.”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종래에 다다를 산업은 아이러니 하게도, 현재 전 지구인들이 알고 있는 1차 산업이라고 난 생각했다.

어쩌면 4차 산업이라는 정보혁신을 넘어서서 5차 산업혁명이라는 차량,사물,통신 혁명을 넘어선 6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를지도 몰랐다.

결국 지구에는 지하자원이 필요하다.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것들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는 얘기. 그리고 그것을 대체할 친환경적인 지하자원이 밤마다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할 달에 잠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을 넘어서면? 다른 행성에는? 아직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

많은 비용이 소모되겠지만, 달에서 가져오는 지하자원으로도 충분히 충당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하자원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대표적으로 원전을 꼽을 수 있다.

“원전은 필수입니다. 그리고 달에는 그 원전을 위험도를 낮추고, 오염도를 낮출 수 있는 지하자원이 존재하죠, 핵융합에 혁신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원전이 너무 많으면 좋지 않은 것 아닙니까?”

“오, 어려운 질문을 하시네요.”

“요즘 정치인들의 여야가 대립하는 이유중에 가장 큰 것이 원전 얘기가 포함되어 있잖습니까?”

맞다.

원전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줄이자. 탈원전.

그것은 이상향을 꿈꾸는 자들의 얘기고.

원전 증축, 원전만이 살길.

그런 얘기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지껄이는 소리였다.

“미국에 원전이 몇개인지 아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96개입니다.”

“음, 많군요.”

“우리나라의 원전은 24기죠.”

호석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많군요?”

“예, 많죠. 원전을 대한민국에 증설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얘깁니다. 단순하게 현재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대한민국 전기의 약 28퍼센트 정도를 충당합니다.”

“음, 확실히 조금 늘어난다면 좋긴 하겠군요?”

난 고개를 저었다.

“원전을 증축하자는 사람들은 기저전력의 100퍼센트를 원전으로 충족하자고 떠들어대죠. 단순 계산으로 원전 24기가 30퍼센트의 전력이라고 치면 100퍼센트면 곱하기 3을 해도 모자란데, 그렇게만해도 72기네요, 그 넓은 땅을 가진 미국이 96개인데 말이죠.”

호석이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정말 무식한 소리죠.”

“회장님 말씀은, SKY항공우주국이 달을 다녀온다면··· 회장님이 바라시는 일이 실제 진행된다면, 원전을 짓네 마네 하는 그 일들도 싹 해결 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정확합니다.”

호석이 픽 웃으며 말했다.

“벌써 돈 버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그렇죠? 그 순간, SKY는 완성되는 겁니다. 내가 바라던 그 철옹성이 말이죠.”

“예, 회장님의 제국.”

“거의 다 왔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우리는 이미 시작을 넘었으니까요, 대충 내 계산에 따르면 나의 제국은 75퍼센트 완공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85퍼센트까지 완공시킬 수 있는 상태죠.”

호석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물었다.

“그럼 나머지 15퍼센트는 무엇입니까?”

나는 찡긋,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

“비밀이군요···”

“비밀이죠.”

< 제 399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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