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94화 (394/458)

< 제 394화. >

오머바는 결국 백기를 들어 올렸다.

“홍익인간··· 역사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대한민국의 과거 국가의 건국이념이라죠?”

“맞습니다.”

“어디··· SKY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예, 가만히 지켜보시다가 나의 장인께서 물러날 때가 되면, 그때 당신의 청사진으로 미국을 이끌어 나가 보세요.”

“딜.”

오머바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일이 좋게 성사되었으니 선물을 주어야 할 때.

“당신에게 돈이 필요한 순간, 언제든, 얼마이든, 날 찾아 오십시오 한번은 무조건 도와드릴테니.”

“그말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난 생각보다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이니까.”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씀씀이가 어떤지, 그가 무슨일에 얼마의 돈을 쓰는지 따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그는 SKY의 재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싶었다.

“얼마가 되었던, 설령 당신이 화성에 가고 싶다고 얘기한다면, 화성이라도 보내드리죠.”

“하하하하, 화성이라니.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군요.”

그러고보니 한때, 그러니까 2017년도 이후에, 급격하게 성장한 하나의 기업이 떠올랐다.

데슬라.

전기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성장한 그 기업의 오너는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재미있는 또라이였다.

그의 한마디에 웃고 울던 개미 투자자들이 지천에 널려있었으니 세계 최고 부자라는 그는 분명 또라이가 맞았다.

헛생각을 하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오머바가 장인어른과 데비 할아버지와 인사를 끝내고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우진.”

“예, 할아버지.”

“정말 세상을 SKY가 지배할 생각이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미 지배하고 있습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 모든 사람들에게 SKY는 스며들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깨닫게 되겠죠, 자신들은 SKY의 노예가 되었다는 걸.”

“허.”

멍하니 날 바라보는 장인어른과 데비 할아버지.

둘이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내 손녀사위가 또라이였군.”

“내 사위가 또라이라니.”

픽 웃으며 말했다.

“나치의 히틀러도 또라이였죠. 어지간한 국가의 정상들은 다 또라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고, 시대를 풍미했죠.”

“허, 히틀러를 두둔하는게냐?”

“설마요? 저는 그런 미친 학살자 놈과 다르죠, 아주 평화적이고 세상을 이롭게 할 사람이니까요. 할아버지는 손녀사위가 그정도 인물로밖에 안 보이시나요?”

“정말 말로는 널 이길 수 없구나.”

장인어른이 입을 열었다.

“이거 원, 사위가 만들어준 자리에 엉덩이만 붙이는 꼴이니, 면목이 서질 않는군.”

“그럴리가요? 그 자리에서 장인어른께서 해주실 일이 아주 많습니다.”

“오냐, SKY가 효과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도록 적극 서포트 해 주마.”

“예, 감사합니다.”

***

일사천리.

그 말이 지금처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모두가 민주당 내 경선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당원들은 물론이고 이번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나올 게 분명하니 모든 미국의 시민들이 민주당의 대선 경선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많은 미국인들의 예상은 접전끝에 승리하는 록펠러라 생각했었지만, 그들의 생각은 곧 반전되었다.

-같은 당의 후보자 데이비드 록펠러 2세와 나는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역시 같은 당의 소속이었기 때문일까요? 그와 나는 많은 부분에서 서로의 생각이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이념’이라는 놈이겠죠.

모두가 오머바의 연설에 집중하였다.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넘어서는 마력같은 것이 있었다.

“확실히, 그냥 평범하게 경쟁했다면 졌을수도 있겠어요.”

호석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TV에 집중했다.

“TV토론회에서 여론은 반전되고는 하죠, 오머바의 입심이 무섭긴 합니다. 부드럽지만 단단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나도 그렇게 느낍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나와 호석의 시선이 TV에 고정된다.

-그리고 데이비드 록펠러 2세에게는, 내게 없는 아주아주 중요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성사회자가 궁금하다는 듯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버락 오머바 후보.

-금력.

-예?

-돈, 내가 가지지 못한 천문학적인 부를 쌓은 집안의 후손은 어마어마한 힘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단숨에 이뤄낼 어마어마한 금력을 말이죠. 자랑스러운 대 연방의 시민들이어, 내가 아닌 데이비드 록펠러 2세를 선택하세요.

충격적인 발언이 이어지며 카메라는 오머바에게 집중되었고, TV토론장은 얼음물이라도 쏟은 듯 모두가 오머바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내가 대통령이 되어도 이룰 수 없는 업적들을, 데이비드 록펠러 2세는 홀로 이뤄낼 수 있을 힘을 가진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 민주당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복지 향상과 평화적인 국가 안보, 차별적인 부당한 대우들. 그 모든것을 아우르는 문제는 결국 ‘돈’으로 시작됨을 우리는 결코 모르지 않습니다. 나에게 없는 것, 그 돈이라는 것을 그는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너무나 노골적인 발언이 오머바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노골적인 발언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현 미연방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던 주거지 문제.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공화당에서 해당 문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 만큼 실질적으로 미국의 시민들에게 가장 와닿는 사회적 문제겠죠.

-그렇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토론을 이어나가는 중, 데이비드 록펠러 2세 후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부와 협력해서 대출 규제를 완화시키면 될 것 같은데?’ 너무나 간단한 대답이었습니다. 그게 쉽다면 우리가 이렇게 골머리를 싸매고 있을 필요는 없었을테니까요.

-음,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오머바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예, 그러나 내가 고민하던 것은 기우였습니다. 난 그에게 물었습니다. ‘돈이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그거 대답하더군요. ‘1년에 500억 달러정도의 예산을 추가 투입하면 충분할 것 같은데?’ 난 그에게 말했죠. ‘그 예산이 나올 구멍을 만드는게 공화당의 공약이겠죠.’ 그는 피식 웃으며 말하더군요. ‘내일부터 록펠러 뱅크에, 따로 예산을 산출하라고 얘기하지.’

사회자가 입을 떡 벌리며 놀란 얼굴로 장인어른을 바라보았다. 장인어른은 무뚝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실입니다. 현재 정부와 협의 중이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대출규제가 완화되고, 주거지 문제에 관한 대출이 시행될 것입니다.

-1년에 500억 달러라는 예산 역시 맞습니까?

-맞습니다. 1년에 500억 달러 정도라면 록펠러 뱅크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의 금액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맙소사. 이미 록펠러 뱅크는 정부주도하에 이뤄진 공급용 대단지 주택 사업에도 크게 출자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맞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록펠러 뱅크의 예금계좌가 있는 고객들에게 집을 빌려주거나 팔았었죠.

-그런데 이번에도 미국의 시민들을 위해 대출을 내주겠다는 얘기입니까?

-록펠러 뱅크의 연간 수익률을 알고 계십니까?

사회자가 고개를 저었다.

-나 역시 모릅니다. 1센트 단위까지는 셀 수가 없어요, 시시각각 변화하니까. 전 세계 1등 은행이자, 미연방 최고의 은행이 록펠러 뱅크입니다. 우리의 자금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걱정 하실 건 없습니다. 그저 돈이 필요하다면 빌리러 오세요, 물론 정부와 록펠러 뱅크가 걸어둔 최소한의 자격을 만족해서.

다시 카메라는 오머바에게 돌아갔다.

-나의 제 1공약은 의료복지였습니다. 그 부분에서 많은 미국의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았습니다. 치솟은 의료비를 감당 할 수 없어, 아파도 참고 버티며 약국의 약에 의존하는 시민들이 많았으니까요, 사기업들이 선전하는 보험은 악랄하기 그지 없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맞습니다.

-그 문제 역시, 록펠러 뱅크는 간단하게 처리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정부와 협력하고 의료기관가 협력해 적절한 가격의 보험상품을 새로 만들어내면 된다고요, 반은 민영화, 반은 공영화 하는 보험을 만들자고요, 여태까지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으리란 법은 없다는 얘기에 나는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아···

사회자가 반했다는 듯, 장인어른을 힐끗 바라보는게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미연방의 부자들이 주머니를 뒤집으면, 이렇게 민주당의 이념을 이뤄내기 쉬운 일이었구나를 말이죠. 그리고 그 부자들 사이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 말할 수 있는 록펠러 가문의 차기 가주가 놀랍게도 미연방의 대통령후보자로 나선 것입니다.

사회자가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오머바에게 집중했다.

-시민 여러분, 누구를 뽑으시겠습니까? 부자들에게 고개숙이고 매질해가며 돈을 받아낼 저를 뽑으시겠습니까? 먼저 주머니를 뒤집어 꺼낼 여기 데이비드 록펠러 2세를 뽑으시겠습니까?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나는 그를 지지합니다. 그가 미연방을 위해 봉사하는 그 순간을 꼭, 보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이건 뭐, 연출까지 훌륭하네요.”

내 말에 호석이 피식 웃었다.

“흠, 생각보다 미국 스케쥴이 일찍 끝나겠습니다.”

들려온 호석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애초부터 대선이 주요 스케쥴은 아니었습니다.”

“예? 회장님께서는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 아셨다는 얘기입니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진짜 예언자도 아니고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저 예상했을 뿐이다. 지금처럼 엄청 쉽게 풀릴줄은 몰랐지만, 어느정도는 금방 끝날거라는 걸 알았다.

“길어야 일주일이 걸릴거라 예상했습니다.”

호석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본다.

“예? 자그마치 대선인데 고작 일주일이요?”

“오머바만 설득하면 되는 아주 쉬운일이니까요.”

“허.”

“우리는 오머바를 설득할 돈을 가지고 있고요, 압도적인.”

호석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그럼, 회장님의 다음 스케쥴은 무엇입니까?”

“이제 지구는 완벽하게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과언이 아니겠죠?”

호석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직 러시아와 유럽, 인도 정도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만.”

난 진심이냐는 듯 호석을 바라보았다.

“러시아 놈들이 워낙 터프해서 말이죠.”

“그건 인정합니다. 그래도 결국은 러시아 하나일뿐이죠.”

“휘유, 미국인들이 들었으면 박수를치며 환호했을 말씀입니다.”

“러시아 문제도 차차 해결하기로 하고, 미국에서 처리할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이냐는 듯, 잔뜩 궁금하다는 얼굴이 된 호석이 날 빤히 바라본다.

“우리는 로켓 기술과 인공위성 기술을 완성 시켰습니다.”

“예, 회장님 그렇죠. 발사대까지 9개소나 지었으니까요.”

“그러니까요.”

“예?”

“발사대를 지었으면 그 발사대를 써 먹을 생각을 해야하지 않을까요?”

“설마 핵전쟁이라도 벌이시겠다는?”

어째서 생각의 전환이 저런식으로 흘러갈까 싶은 마음에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농담하시는 건가요?”

“커험, 역시 핵전쟁은 아니었군요.”

“발사대는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도 인간을 활동하게 도와주는 장치죠.”

호석이 설마 진짜겠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설마, 에이. 아니실거라 생각합니다.”

“맞는 것 같은데요?”

“세상을 지배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씀하시고 다니시더니··· 이제 우주산업에도 손을 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순간, 이미 시작된 것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SKY항공우주기술이었군요.”

“정확합니다.”

호석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우주산업이라··· 하, 어째서 회장님이 하시겠다고 말씀하시면 불가능할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거죠?”

“그거 아십니까?”

“어떤 것을요?”

“밤 하늘을 밝히는 달에는 석유자원따위와는 비교도 안될 아주아주 소중한 지하자원들이 잠자고 있다는 걸 말이죠.”

“그렇습니까?”

“예, 1g의 물질이 석탄 40t의 에너지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죠.”

“1그램이 40톤이요?”

“예, 지금은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압니다.”

픽 웃음을 흘린 호석이 말했다.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는 산업이군요.”

“자, 그럼 우리가 가장먼저 해야 할 건 무엇이겠습니까?”

호석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PMC정보부에게 NASA에게 가장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가져오라고 하세요.”

호석이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예, 회장님.”

< 제 39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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