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92화 (392/458)

< 제 392화. >

대비 할아버지가 세상 인자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셨다. 물론 그의 인자한 얼굴은 내게 향한것이 아니라 증손자들에게 향했지만 그렇다고해서 서운하다는 감정이 드는 건 아니었다.

“아휴 왔어요, 우리 똥생이들.”

언제 저렇게 한국어 패치가 되셨을까?

난 피식 웃으며 할아버지와 장인어른, 장모님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내 선물은 다름 아닌 구름폰이었다.

“오, 이게 요즘 돈이 있어도 못 구한다던 그 물건이구나.”

할아버지가 먼저 관심을 보였다.

“그래요? 10억쯤 부르면 바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비할아버지가 피식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 친다.

“휴대폰 하나에 10억이나 쓰고 다니면 세상이 욕해.”

할아버지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니 나역시 피식 웃으며 개봉을 도와드렸다.

“자, 여기서 이렇게, 이렇게 하시면 짜잔.”

그러고는 영상통화 방법을 설명해드렸다.

“오오, 정말 선명하게 화면에 보이는 군.”

“예, 이것때문에 제가 미국에서 골머리를 썩었습니다. 통신사 사업 진출이 어찌나 빡센지.”

“그랬나?”

“예, 그래도 미리 선점해 놔서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거에요, 이제 세상이 구름폰의 파급력을 알았으니, 앞으로 통신사들이 생겨나는데에 제법 빡센 규칙들이 적용될겁니다.”

“그렇겠군, 확실히 그렇겠어.”

“록펠러 뱅크도 이제 이 소셜 서비스라는데 익숙해지셔야 할 겁니다. 이 놈은 이제 컴퓨터나 마찬가지니까요.”

“이 작은 기계로 금융업무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군.”

역시 데비 할아버지.

하나를 말씀드리면 척척, 잘 알아 들으신다.

도저히 그 나잇대라고 보기 힘들정도로 빠르게 흡수하신다. 이런 선입견 없는 태도는 언제나 항상 배워야 할 태도였다.

“맞습니다. 할아버지.”

“확실히··· 투자 할 가치가 있는 산업이야, 아니 성공이 보장된 산업이라고 해야 할까?”

장모님은 구름폰의 기능보다는 디자인이 만족스러우신 듯, 연신 이리보고 저리보고 살피신다.

“어쩜 디자인이 이렇게 고급스럽니? 휴대폰이라고는 믿기지 않네.”

“마음에 드세요?”

“그럼, 역시 우진, 내 딸을 가진 남자의 센스는 다르다니까?”

“하하하, 다행이네요 장모님.”

“이제 우리 손주들 얼굴도 자주 볼 수 있겠구나.”

“예, 자주자주 연락하세요 장모님. 루시가 많이 그리워했어요.”

힐끗 날 바라보는 장모님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아버님과 내 남편이 필요한 모양이구나 우진? 얼마든지 쓰렴. 이 장모는 내 딸과 우리 손자, 손녀들과 회포를 풀고 있을테니.”

“예, 감사합니다.”

데비 할아버지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 이내 나와 장인어른과 함께 한가로운 장소로 이동했다.

“그래, 할 말은 무엇이고?”

“미국의 집값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요?”

고개를 주억거리는 데비 할아버지.

“그렇지, 로스차일드 놈들의 어마어마한 계획을 무너뜨리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현재야, 대출 제도가 너무 까다로워서 집을 마련하기 힘든 상태거든, 서민들이 말이야.”

“당초에 보급계획을 새웠던 보급주택들은 어떻습니까?”

“당시에 만들었던 보급주택들은 모두 꽉 찼지, 그 밖에도 많은 보급주택들을 만들었지만 역시나 수요가 훨씬 많은 상황이야. 이제 만들기만 해도 너도나도 달려들어서 경쟁적으로 입찰하거든.”

“그럼 계획도시가 세워진 곳도 활성화가 잘 된단 얘기군요.”

“그렇지, 오죽하면 이번 공화당에서 트럼페라는 부동산 재벌 놈이 대통령후보자로 나왔겠는가?”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확실히 트렘페라는 특이한 놈이 있었다. 제법 돈도 많고 말이다.

어쨌든.

“그 말은 공화당 쪽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슈가 어느정도 여론을 끌어드리는데 필수적이라는 얘기겠군요?”

“그렇지, 민주당이 인종차별과 경제부양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가져가려고 한다면, 공화당은 경제부양에 초점을 둔 것이지.”

“머리 잘 썼네요, 하나라도 집중하겠다.”

“애초에 공화당 놈들이 인종차별 문제를 대두시키는 것도 무리가 있으니까.”

“우리 대한금고와 록펠러 은행에서 대출규제를 완화시켜준다면 효과는 어떻습니까?”

“높겠지, 물론 대한금고와 록펠러 은행이 입을 손해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 대한민국의 1등 은행 대한금고.

SKY의 모든 직원들은 해당 은행을 사용하고 있으니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SKY라는 굴지의 대기업도 해당 은행을 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원래도 상당히 좋은 상품들로 고객을 유치하던 곳에서 SKY라는 날개를 달아 비상하고 있었다. 게다가 로스차일드를 꿀꺽 삼키는 자리에서 대한금고 역시 44퍼센트의 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 56퍼센트의 지분은 데비 할아버지에게 양보했었고.

물론 이후에, 대한금고가 가지고 있던 로스차일드뱅크의 지분 대부분을 우리 할아버지이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신 천혁수 대통령께서 데비 할아버지에게 많은 양도를 해주셨다.

한푼의 돈도 받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데비 할아버지는 단순 지분에 대한 권리만 가져가셨고 금액적인 부분은 그대로 대한금고에 남겨둔 상태였다.

어쨌든 실제로 미국의 금융, 적어도 은행은 현재 내 앞에 있는 데비 할아버지가 점령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가총액 전 세계 4위에 빛나는 데비할아버지의 은행이었다.

SKY는 비공식 전 세계 1위의 시가총액을 가지고 있고. 자금력으로는 나와 데비 할아버지가 걱정할 문제가 없다는 뜻.

“저와 할아버지가 자금때문에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데비 할아버지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1원 한푼도 아쉬운 법이 있지, 많다고 해서 막 쓰고 다니면 되겠더냐?”

“없는 이들을 도와주는 제도지 않습니까?”

“대출 규제를 완화시켜주는건 분명 도움이 되겠지, 그렇지만 그걸 악용하는 놈들도 분명히 있어.”

“그런 놈들을 때려잡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그 부분, 제대로 알아 들었습니다. 장인어른이 대통령이 되신다면 정부와 밀접한 협약관계를 만들어서 가능 할 것도 같군요.”

“정부와?”

고개를 주억거리며 설명을 이었다.

“예를 들어서, 정부가 대출 가 승인을 내 주는 제도를 만드는 겁니다.”

데비 할아버지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계속 해 보거라.”

“그리고 그 대출 승인자들에 한해서 은행이 다시 한번 검증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확실히 엄한놈들에게 은행의 돈이 흘러가는 일은 줄어들겠군.”

“예, 그리고 정부의 승인을 받은 이들에 대한 문제 역시 정부도 일정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따로 관리하게 되겠죠.”

“비용이 양쪽에서 줄어드는 부분이 있겠구나.”

“놀고 있는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수도 있겠고, 인력충원을 위해 일자리 창출도 되겠죠?”

“허허, 몇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원래 제가 욕심이 좀 많습니다.”

데비 할아버지가 장인어른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공약중에 하나가 되겠구나.”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이건 현 정부와 상의해서 바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시죠.”

데비 할아버지도 장인어른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째서?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는데, 돈이란 건 타이밍이 중요한 법 아니더냐.”

“할아버지 말씀도 맞죠, 그런데 우선 공화당의 싹을 잘라 놓고 시작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공화당의 싹을 자르자?”

“예, 1번이냐 2번이냐, 파랑이냐 빨강이냐. 양자택일의 기회를 애초부터 없애놓고 시작하는게 어쨌든 우리 파랑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공화당의 경제부양정책을 애초부터 컷트 시켜놓고 가자?”

“라이벌이 둘, 셋인 것 보다는 하나인게 편한 법이죠.”

데비 할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언제가 되었던 결국 미국 시민들에게는 이득일테니 난 상관 없다.”

“그리고 오늘 이 내용은 잠시 엠바고를 부탁드립니다.”

“바로 진행하지 않고?”

“아직 설득시킬 사람이 남았거든요.”

장인어른이 묘하게 웃으면서 작게 이름을 불렀다.

“버락 오머바?”

“예, 그 사람. 그사람을 좀 설득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이 놈의 라이벌이라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 말이구나.”

“예, 그 사람에게 우리에게는 공화당을 이길 확실한 패가 있다는 걸 얘기 해 줘야죠. 그리고 금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도 보여주고.”

데비 할아버지가 장인어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그 사람과는 언제 만남을 갖더냐?”

“금일 저녁을 함께 할까 했었습니다.”

“그거 좋군, 아예 이쪽으로 초대를 하지 그러냐?”

“흠, 그럴까요?”

“그래, 나도 그 인물 좀 만나보자. 듣던데로 훌륭한 인물이 맞는지.”

“예, 아버지 초대 하겠습니다.”

***

세상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가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어야 할 버락 오머바는 그 인상만큼이나 부드러운 말솜씨를 구사하는 천상 정치인 같은 사내였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인권변호사를 하던 그는 미래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 할 정도로 대단한 인물로 성장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겠지만, 언제나 좋고 나쁨은 상대적인 법 아니겠는가. 지금은 내게 그에게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양보할 이유가 없었다.

그가 원하는 좋은세상? 없는자들이 조금 더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내가 만들어주면 될 뿐이다. 나 역시 저번 삶을 살면서 없는자의 설움을 잘 알고 있었다.

꼭 돈이 아니라 가족도, 친구도.

모든 것이 결여된 삶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삶을 영위했었고 그 삶의 목표는 삼현의 이건이란 사람의 인정이었다. 그게 패착이었지만.

어쨌든 없는자들은 저 마다의 목표와 이유를 가지고 열심히 사는 법이다.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난 그런 사람들을 굳이 사람취급 하고 싶지 않다. 도전적이지 못하고 발전적이지 못하고 제 자리에 머무는 사람은 글쎄. 그다지 친해지고 싶은 인간상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없는자의 설움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거나.

설움을 안다면 그걸 타개할 방법을 찾기 마련이니까 그게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생존욕구가 아닐까?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것은, 버락 오머바라는 인물이 확실히 매력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잠깐의 만남으로도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질만큼, 제법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그런 인물이었다.

“자, 이제 미스터 천과 미스터 록펠러께서 원하시는 자리가 만들어졌군요? 앞에 아주 완벽한 쿠바산 시가까지 준비되어 있고요.”

그가 히죽 웃으며 시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데비 할아버지가 웃으며 손수 시가를 커팅해주고는 그에게 건넨다.

“오, 감사합니다. 미스터 록펠러.”

“별 말씀을, 젊은 나이에 제법 동년배 같은 통찰을 지니셨더군, 부럽습니다. 그대의 부모께서는 아들을 아주 훌륭하게 키우셨소.”

“오, 감사합니다. 아버님께 꼭 전해드리죠.”

“하하하, 그럼 좋고.”

데비 할아버지가 있는지라 나는 시가를 입에 물지 않았다. 오머바가 내게 묻는다.

“아, 미스터 천은 시가를 태우지 않습니까?”

“한국의 예의에 맞게, 어른 앞에서는 잘 태우지 않습니다.”

“아하, 그런 예절이 있군요.”

“후보님의 이력이 화려합니다. 혹, 억울한 상황에 처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얘기를 하는 겁니까? 나는 그저 그래야 했기에 했을 뿐입니다.”

“정치에 뜻을 두고 하신 일인가요?”

일부로 날카롭게 찔러 보았다.

실례가 되는 질문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역시나 그는,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은 3선답게 부드럽게 받아 친다.

“하하하, 이념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고 하겠습니다. 아직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자리에 오르지 못했거든요.”

부드럽지만 강했다.

아직 자신의 뜻을 굽힐 생각이 없다는 것을 부드럽게 표현하고 있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솔직하게 들어보고 싶군요.”

“내가 원하는 것이라··· 난 억울한 미국의 시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억울한 세계인이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능한 내 눈에 억울한 사람이 보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의료문제가 그렇다고 생각하셨나 보군요.”

“운 좋게도 의료비 문제로 씨름을 하는 시민들을 많이 봐 왔지요, 그래서 내 공약에 국가가 주체가 되는 ‘의료보험’이 있는 겁니다.”

“하긴, 미국의 의료비는 높은 수준이죠, 한국은 감기가 걸려도 병원에 가니까요.”

“그러니까요, 나는 대한민국의 의료복지가 부럽습니다.”

생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그거 아십니까 오머바?”

“무엇을요?”

“당신이 바라는 미국인들의 복지 사업들, 결국은 금력이 문제라는 것을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부자들에게 증세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당신의 가장 큰 약점이고요.”

“이건 뭐, 부정할 수 없군요. 공화당의 부자들이 기를 쓰고 나를 누르려고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상 여론조사에서 놀랍게도 장인어른과 오머바의 싸움은 5.5:4.5정도로 장인어른이 앞서고 있었다. 이유는 장인어른은 ‘금력’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데 있었다.

역시 미국은 우리나라와 생각하는게 다르달까? 우리나라였으면 기득권에게 일단 반발심부터 갖을지도 모르니까.

어쨌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이제 오머바라는 인물은 잘 알겠다. 완벽히 안다고 하면 거짓이지만, 굳이 그에게 감언이설을 날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는 그런 것 보다 실익, 실질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극이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물론 가슴 한켠에는 뜨거운 마음이 있으니 인권변호사로 활동했겠지만, 그의 행동은 차가운 이성으로 움직이는 인물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공약, 그걸 우리가 하겠습니다.”

오머바가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그 말은 꼭, 내게 대선을 포기하라는 말로 들리는군요.”

“정확히 들으셨습니다.”

< 제 39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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