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83화. >
SKY 호텔측에서 준비한 스크린 가득, 투표 결과가 나타난다. 상임이사국들과 비상임이사국이 모두 참석한 UN총회.
사실 모두 참석했다 하지만 거수 투표를 진행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적은 수였다.
그러나, 안건이 안건인 만큼 서로서로간에 감정싸움과 국가적인 대립이 있을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비밀투표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이미 과반이 훌쩍 넘는 찬성표가 스크린에 적혀 있었다.
“상임이사국 5개국에서는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과반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금일부터 대한민국을 UN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 선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짝짝짝짝.
많은 국가의 주요인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며 나와 할아버지, 그리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앉아 있는 곳을 바라본다.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나는 그런 할아버지 곁에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박수를 쳤다.
“영국의 코쟁이를 잘 구워 삶은 모양이구나.”
“예, 아주 몸이 달았던데요?”
“하하, 미끼가 훌륭했던 모양이야.”
“SKY니까요.”
“쯧, 그나저나 대한민국이 상임이사국이라니··· 허, 저 바다건너 일본 놈들이 배가 꽤나 아프겠구나.”
“어쩌겠습니까? 국력이 차이가 나는 것을.”
할아버지가 픽 웃음을 흘렸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은 일본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는 충분히 일본을 이길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ICBM이라는 것은 가지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군사적 효과를 지닌 무기니까.
물론, 그것에 핵탄두를 장착하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위력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겠지만, 대한민국이기 핵개발 기술이 없어서 핵무기를 장착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얼마든 만들기로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개발 할 수 있었다.
핵무기가 고도의 과학기술의 집약체라고 하지만, 이미 개발된지 수십년이 지난 기술이었다.
그것을 전세계가 놀라는 기술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못 만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자, 이제 나가시죠, 모두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오냐, 이 무대의 클라이막스를 장식 해 보마.”
“예, 핵무기 가져오세요~”
나는 웃으며 할아버지를 배웅 하고는 할아버지는 당당히 보폭을 옮겨 단상위에 올라갔다. 이내 마이크 앞에 선 할아버지가 좌중을 쭈욱 둘러보다가 깊이 고개를 숙인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세계평화에 앞장서는 UN총회에서 책임이 무거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UN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그 짐은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임무에 따라 아주아주 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해야 할 자리임에 틀림 없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할아버지에게 집중했다. 물론 할아버지의 말은 한국말이었지만, 이곳의 주요 인사들은 곁에 통역사를 한명씩 끼고 있었기에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상임이사국. 그것은 존재 만으로도 전쟁억제력을 가져야 하는 아주 중요한 위치의 국가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가이지요.”
이쯤에서 모두가 ‘설마’하는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지금도 전 세계는 지구 자체를, 세계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핵 보유 국가들이 존재합니다. 인도가 그렇고 파키스탄이 그러며, 몇몇 허가 받지 않은 핵 실험을 하고 있는 국가들이 그렇습니다. 얼마전 미국은 세계 평화에 이바지 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맹렬한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었죠.”
부드럽게 입가에 호선을 띄고 있던 각국의 정상들이 심각한 표정이 되어서 할아버지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핵무기’가 거론되었고, 미국이 거론되는 순간, 지금부터는 국제정세에 아주아주 중요한 순간이 될 거라는 걸 모두가 짐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상임이사국이라는 그 무거운 책임감을 훌륭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핵무장을 마치려 합니다.”
웅성웅성.
사실 가장 ‘핵무기’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곳이 이곳 UN총회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서 보란듯이 ‘핵무장 하겠습니다.’하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으니 장내가 소란스러운 것 역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본래의 상임이사국 5개국이 상임이사국일 수 있었던 이유는 핵무기 보유국가였기 때문입니다. 핵무기란 것은 가진바 파괴력은 물론이고 전쟁억제력 역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역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전쟁억제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핵무장’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침을 꿀꺽 삼키는 곳곳의 비 상임이사국 국가의 정상들.
“이미 대한민국은 로켓 발사 시설, 9개소를 가지고 있으며 ICBM기술 역시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간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기 위해 핵개발을 하진 않았으나, 충분히 핵개발 기술을 보유할 기술력 역시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푸틴이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본래 UN총회라면 국가정상이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 UN총회는 아주아주 특별하니 만큼 조합에 가입된 모든 국가의 정상들이 참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이목이 푸틴에게 향했다.
“지금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궤변입니다. 오히려 국방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핑계가 아닙니까?”
푸틴의 말에 몇몇 국가의 정상들이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푸틴에게 옹호의 뜻을 전하는 정상들 모두가 한국의 주변국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일본의 총리는 얼굴까지 붉게 변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여유있게 웃으며 푸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푸틴 대통령께서 얘기한 것도 타당하다 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핵무장을 갖추는 대신,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시켜러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역사를 통해 할아버지의 말을 전해들은 각국의 정상들이 모두 놀란 얼굴이 되었다. 푸틴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북한의 핵무장을 해제시키겠다? 그것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뜻대로 가능한 일입니까?”
“대한민국은 지난날부터 주기적으로 북한과의 외교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노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급속도로 좋게 변하였고 이제는 완벽한 전쟁종결이라는 사안에 협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역시나 금시초문이라는 듯 각국의 정상들은 시끄럽게 떠들었다. 대부분 그 내용은 자신들의 국가 정보원에게 알아보라는 지시들이 대부분일 터.
“두 국가가 완전히 전쟁을 끝내겠다는 것은 이해했습니다만, 그렇다고 북한이 기껏 공들여 무장한 핵무장을 포기한다? 그건 믿기지 않는군요.”
푸틴의 말에 많은 국가 정상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도 그럴게, 북한은 그 어떤 국가의 말도 듣지 않는 독불장군이었다. 아마 현 시대가 아닌 50년전만 과거로 돌아갔어도 북한은 지금처럼 막나가지는 못했을 터였다. 그때는 전쟁의 위험과 핵 포탄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위험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독불장군 같은 북한이 기껏 공들인 ‘핵무기’를 포기한다? 다른 국가 정상들은 전혀 이해 못할 일이었다. 오죽하면 부쉬조차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겠는가.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부쉬를 바라보았다.
“미국의 대통령께 묻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한국의 프레지던트.”
“분명 미국은 세계평화를 방해하는 세력 몇개 국가를 맹렬하게 비난했고, 게 중에는 북한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분명 그랬습니다.”
“북한의 핵 무장을 포기하는 일과,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갖추는 일. 어떤것이 세계 평화에 이바지 하는 일이겠습니까?”
부쉬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갖춘다면, 전 세계적인 전쟁 억제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말은 두 길 모두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는 길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일을 해낸 대한민국에게는 상임이사국으로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이겠군요.”
“인정합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푸틴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러시아의 대통령께 묻겠습니다.”
“큼, 말씀 하시오.”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갖추는게 불만이십니까, 아니면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는게 불만이십니까?”
부쉬가 재미있다는 듯 히죽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푸틴에게 아주 곤란한 질문이 도착해버렸다.
“이해하기 힘든 질문이군요, 세계 평화를 수호해야 할 UN총회는 더 이상의 핵무기가 지구상에 출현하지 않기를 바라야하지 않겠습니까?”
쥐새끼처럼 잘도 쥐구멍을 찾아 숨은 푸틴.
“그렇다면 북한이 핵무장을 갖춘게 낫습니까, 아니면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갖춘게 낫습니까?”
“···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갖춘게 낫습니다.”
“허면, 북한이 핵무장을 해제하는 조건으로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갖추기를 바란다면, 우리 UN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푸틴이 까드득 이를 짓씹었다.
“찬성해야겠지요.”
“좋습니다.”
고개를 돌린 할아버지가 중국의 주석, 후진다오를 바라보았다.
“후진다오 주석께 묻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대통령.”
“대한민국의 핵무장에 동의하십니까?”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 무장에 동의합니다.”
후진다오가 너무나 쉽게 동의해버리자 장내에 일순간 다시 소란이 일어났다.
그들이 알고 있는 ‘중국’이라는 국가의 이미자와 전혀 상반된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린 할아버지와 프랑스와 영국의 정상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찬성의 표시를 보내왔다.
이미 SKY와 한 약속이 있고 미국과 중국이 찬성했으며 러시아 역시 억지로라도 찬성을 한 상황.
그들이 반대할 명분은 많지 않았다.
솔직히 그들의 입장에서도 북한이 핵무장을 갖춘 것 보다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갖춘게 훨씬 이득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독불장군 같은 북한이 무슨 짓거리를 할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오늘 이 자리를 위해 특별한 손님을 모셨습니다. 총회가 허락한다면 그를 초대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의장이 누구냐고 묻자 할아버지는 대답했다.
“북한의 주석 김은정입니다.”
다시 한 번 모두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차, 찬성합니다.”
놀란 의장의 대답이 터져나오고,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SKY 호텔의 그랜드 홀의 커다란 문이 열렸다. 북한의 어린 주석, 젊은 주석이라 불리는 김은정이 침착하게 보폭을 옮겨 할아버지가 서 있는 단상위로 올라가 작게 고개를 숙이며 좌중에게 인사를 했다.
“반갑습네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수장이자 국가 주석의 자리를 맡고 있는 김은정입네다.”
그의 까칠한 인사에 각국의 정상들은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만큼 놀랍다는 얼굴들이 되었다.
“바깥에서 천혁수 대통령께서 하는 얘기는 모두 들었습네다. 그리고, 각국의 정상들이 의문을 품고 있어 보이는 얼굴들인데, 여기 천혁수 대통령 동무의 말은 모두 사실임을 밝힙네다.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UN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된 대한민국에게 핵무기를 모두 양도하고, 핵무장을 해제하겠습네다.”
여기저기 벌떡 일어선 각국의 정상들.
그만큼 아주아주 놀라운 소식이기 때문이었다.
“최근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경제 개혁과 국가 개혁을 위해, 남조선··· 대한민국의 많은 부분들을 원조받고 배우고 있습네다. 그 과정에서 세계평화를 방해한다는 국가적 이미지를 씻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여기계신 천혁수 대통령동무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을 모두의 앞에서 공식적으로 밝힙네다.”
할아버지는 씨익 웃으며 김은정의 등을 톡톡 부드럽게 두들기며 마이크 앞에 얼굴을 가져갔다.
“또한, 여기 북한과 대한민국은 다시 분단되어 있던 38선을 치워버리고, 이제는 다시 서로 분단되지 않은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익일부터 국경을 개방하고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도록 될 것이며, 별도의 여권역시 필요 없고 신분증을 가지고 있다면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어서 김은정이 마이크 앞에 얼굴을 가져간다.
“이로써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고, 그 평화로 더욱더 빠르고 크게 한반도가 발전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네다. 이제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의 양질의 문화와 체재를 받아들이며 인민들이 더 이상 굶어죽지 않는 그런 평화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네다.”
“대한민국 역시, 북한의 국민들을 위해 선입견 없는 일자리 창출과, 선입견 없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입을 떡 벌리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전 세계의 국가 정상들과 기자들.
나는 누구보다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만세! 북한 만세! 한반도 만세!”
갑작스럽게 울려퍼진 만세.
힐끗 고개를 돌리니 사전에 얘기가 되어 있었는지 백철웅이 얼굴이 터져라 양손을 들어올리며 만세를 부르짖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있어야 할 대한민국의 기자들이 저들도 모르게 양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따라서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부쉬는 뭐가 재미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눌한 발음으로 ‘만쉐이’를 외치고 있었다.
“만세! 만세!”
어느새 장내에는 만세 열풍이 불어 닥쳤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UN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 되었으며, 공식적인 핵무기 무장 국가가 되었음이었다.
< 제 383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