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82화 (382/458)

< 제 382화. >

올해를 마지막으로 총리의 자리를 내려놓게 될 블레어 총리. 그는 특유의 백발 머리를 휘날리며 내게 걸어와 당당하게 악수를 건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최.”

“반갑습니다. 미스터 블레어.”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그.

웃는 모습에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이 지고 보수당이 정권을 가져가는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절대 권력안에서 놀아날 그들이지만 표면적으로는 분명 그에게 정권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정치 놀음이라는 소문이 있더라니 그게 사실인가 싶었다. 그녀의 마음에 드는 당의 후보가 총리가 된다나 어쩐다나.

“저쪽으로 가실까요?”

내 안내에 그는 호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사전에 준비 해 놓은 샴페인을 잔에 따라 그에게 건냈다.

“호오, 좋은 샴페인이군요.”

“귀빈을 서운하게 대접해서야 되겠습니까?”

싱긋 웃은 그는 꽤나 매력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자, 그래서 이정도 환대면 되었고, 내게 어떤 볼일이 있으십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화끈한 태도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번 UN총회의 가장 중요한 안건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한민국의 상임이사국 안건?”

“맞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이 상임이사국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렇군요.”

뜨뜨미지근한 반응에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거래를 합시다.”

화끈한 성격인 것 같으니 나 역시 거두절미 하고 본론을 바로 꺼냈다.

“거래?”

“UN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 한 곳이라도 반대표를 내놓으면 안건이 결의되지 않죠.”

“그렇지.”

“그러니 나는 모든 상임이사국이 찬성표를 내놓길 바랍니다.”

“어차피 비상임이사국의 투표도 진행됩니다. 그들이 대한민국이 상임이사국이 되는데 협조 할 것이라 보는 것입니까?”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살고 싶으면 해야죠.”

“뭐요?”

“그들을 걱정할 건 없습니다. 그건 대한민국이 알아서 할 일이죠, 나는 영국에서 찬성표를 내어주기를 희망합니다.”

“러시아를 구워 삶았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사실인 모양입니다. 이렇게 자신만만한 것을 보니.”

“오 MI6가 오랜만에 제대로 일을 한 모양이네요?”

블레어의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얼핏 듣기에는 영국을 꽤나 무시하는 것 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영국의 찬성표에 보답하는 대한민국과 SKY의 조건은 두가지입니다.”

말해보라는 듯 샴페인을 홀짝이는 블레어.

“첫번째.”

스윽, 그의 앞에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힐끗 서류를 본 블레어가 어느새 샴페인잔을 내려 놓고는 천천히 서류를 살핀다. 눈썹을 파르르 떨던 그가 나를 힐끗 올려다본다.

“이 정보, 사실입니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MI6에서 보고하지 않던가요? 내부적으로 처리했을까요?”

“중국에서 감히··· 우리에게 정보원들을 심어 놓았다?”

“사실 암암리에 전 세계 국가가 치열하게 정보전을 펼치고 있겠죠, MI6나 CIA라고해서 예외일 순 없습니다. 특히나 영국과 미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도 다인종을 국가직으로 선발하니까요.”

내가 블레어에게 내민 서류는 몇 해전, 그러니까 장저민이 중국 주석 자리에 있을때 철수를 통해 해킹했었던 세계 스파이 동향에 대한 보고서였다.

중국의 스파이들이 세계 곳곳에 침투해있었던 그 서류.

나는 그때 영국과 프랑스 등, 몇개 국가에게는 따로 이 서류를 보여주지 않았다. 딱 러시아와 미국, 두곳에게만 이 서류를 보여주었다. 그 외에는 당시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나라들이 없었으니까.

언젠가 거래를 할 때 좋은 재료로 쓰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크흠, 그대가 MI6에 대하여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이해가 됩니다.”

블레어의 요사스러운 혓바닥에 의해 나는 영국을 무시한 게 아니라 MI6를 무시한 사람이 되었다. 뭐가되었든 상관 없었다. 나에 대해서 블레어가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 없었으니까.

이제는 흥미를 보이는 블레어 총리가 내게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럼, 두번째 조건은 무엇입니까?”

“첫번째 조건은 제법 마음에 드신 모양이지요?”

“그대가 많이 준비 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MI6도 모르는 정보를 주었으니까.”

픽 웃으며 두번째 서류를 스윽 내밀었다.

“SKY 인공위성 7호기가 찍은 위성사진입니다.”

“이 푸르른 것은 바다입니까?”

“예, 바다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블레어.

“잘 살펴 보시죠.”

내 말에 더욱 고개를 숙여 사진을 훑어보다가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흠, 이곳은 뭔데 이렇게 반짝이고 있죠?”

“잘 보셨습니다.”

스윽, 사진을 하나 더 내밀었다.

방금 전 사진과 다르게 조금 더 확대 된 사진.

“호오, 망망대해에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군요.”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글쎄요? 유전? 천연가스?”

“비슷합니다.”

“비슷하다?”

나는 이번에는 다른 사진을 내밀었다.

러시아의 푸틴이 이것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던 그 사진이었다. 물론 프랑스의 대통령 역시 이 사진을 보고 흔쾌히 세네갈 진출을 응원해주었고 말이다.

“사막이군요.”

“예, 타클라마칸 사막입니다.”

“아아, 실크로드.”

“예, 고비와 연결된 사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고개를 주억거리던 블레어가 사막의 사진에서도 같은 구조물을 발견했는지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여기도 구조물이 있군요.”

“예, 이게 뭔지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처음보는 구조물입니다. 내가 무식한 게 아니에요.”

“맞습니다. 모르실 수 있죠, 아직 유명하지 않은 기술이니까.”

“기술?”

나는 다시 한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음? 설마 이 두장의 사진이 같은 곳입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블레어가 ‘호오’하고 감탄을 터뜨린다.

“사막의 기적인건가. 오, 혹시 물을 정화시키거나 척박한 땅을 새롭게 개간하는 그런 기술인겁니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이것참 수수께끼가 길군요, 그냥 설명해주시죠, 답답하니까.”

실제로도 답답한지, 잔에 남아 있던 샴페인을 단숨에 비워버린 블레어, 나는 다시 그의 잔에 샴페인을 한잔 따라주며 말했다.

“이 구조물은 태양광발전시설입니다.”

“아, 태양광 에너지를 받아들여 전기로 바꾸는 배터리 기술?”

“예.”

“몇번 들어 봤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라며 미래에는 태양에너지로 인해 자연스럽게 전기가 생성될거라며, 한 20년 전쯤이었나?”

난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리 SKY 에너지와 SKY 화학, SKY 소재, SKY 건설은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발전시설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듣고있습니다. 흥미롭군요.”

‘에너지’란 단어에 유독 흥미를 보이는 블레어.

대영제국의 영광을 잊어버린지 오래인지라 항상 영국도 ‘에너지’때문에 발목을 밟히고 있는 지금이었다.

“처음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발전시설을 짓고 성공적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데 성공했죠, 그 결과 전기를 팔아서 척박한 땅에 물을 뿌리는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우리 SKY에너지의 타클라마칸, 고비 사막의 발전시설 주변은 푸르른 초원이 탄생했죠.”

“호오, 배터리 저장 기술 역시 가지고 있다는걸 간접적으로 홍보하시는군요.”

눈치가 빨랐다.

단순히 전기를 만들어내는 능력 뿐 아니라, 그 전기를 효과적으로 이동시키고 저장시킬수 있다는 것 역시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 사막이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맞습니다. 우리는 다른 그 어떤 전기 회사보다 배터리 기술력이 월등하다 자부합니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죠.”

나는 다시 사막 사진들에 가려져 맨 밑에 있던 바다위에 떠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 사진을 위로 올리고는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우리는 이제 지상이아닌, 해상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눈을 부릅 뜨는 블레어.

“거기에 더불어 이 해상 태양광발전시설이 어류 생태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 역시 함께 연구중에 있죠.”

“와,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지금의 영국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이 아니겠습니까?”

최대한 침착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블레어가 목이 타는지 샴페인을 꼴깍 삼키고는 물었다.

“발전효율은 얼마나 됩니까?”

“현 SKY 소재와 SKY 화학의 태양광 패널 기술 집약체의 크기는 가로 80cm, 세로 162cm, 두께 5mm. 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듈이라 부르고, 모듈 8개가 3kw의 발전량을 지니고 있죠.”

“그게 무슨 소리인지 난 모릅니다. 망할 공대생이 아니거든.”

“1시간당 최대 3kw의 발전량을 가진다는 얘기입니다. 모듈 8개가요.”

블레어가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이론적으로 가로 640cm 세로 162cm의 공간에서 3kw의 전기가 매 시간만다 생성되고, 해가 떠 있는 8시간을 최대 효율 생산으로 생각하면 하루에 약 24kw의 전기가 생산되죠, 이것을 단순계산 1개월 30일로 계산하면 720kw의 전기가 생산됩니다. 일반 가정에서 한달 전기 사용량은 약 500kw미만입니다.”

눈을 부릅 뜬 블레어.

“그러니까, 고작 가로 7미터 세로 2미터가 안되는 그 작은 공간에서 일반 가정에서 쓰는 전기를 모두 해결 할 수 있다?”

“이론상 그렇습니다.”

“이론상?”

“실제로 일 사용 전기량은 들쑥날쑥 하지 않겠습니까? 한달의 총량은 500kw라고 해도 집에 없는날이 있고, 집에 있는 날이 있는 것 처럼, 날씨 역시 해가 있는 날이 있고, 없는 날이 있을테니까요.”

“그럼 다시 이론상, 해가 쨍쨍한 날이 30일 지속되고, 30일 내내 평균적으로 전기를 썼을때는 충분하다?”

“맞습니다. 오히려 조금 남죠. 그 전기를 다시 팔 수도 있겠네요 SKY화학과 SKY전기가 만든 배터리에 저장해서 말이죠.”

쿵!

블레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날 빤히 바라보던 그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거 미안합니다. 내가 주책을 보였군요.”

“아닙니다. 놀라실 만도 하죠.”

“정말 미스터 천, 당신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많은 것들이 해결 될 겁니다. 그게 불러올 경제효과 역시 어마어마 할 테고요.”

“설치비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까?”

“분명 그 문제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당당하게 두번째 거래조건이라고 얘기 할 정도면 무조건 설치하는게 이득이라는 소리 아닙니까?”

난 싱긋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다시 해상 위성 사진을 두들겼다.

“그래서 영국에게는 이 해상 태양광 발전 시설 기술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블레어가 크게 고개를 주억거린다.

“어쩌면 이거라면···”

그의 눈에 욕망이 번들거렸다.

이번년을 끝으로 임기를 마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재선의 발판이 이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해상 태양광발전시설, 상용화까지는 얼마가 걸립니까?”

“1년.”

난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눈을 부릅 뜬 블레어가 물었다.

“이런 기술이 고작 1년이면 완성된다는 얘기입니까?”

“완성후에도 계속해서 발전해나가야겠지만, 해당 위성사진은 이미 소말리아 영해에 설치된 연구소의 태양광발전시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잘 가동되고 있고요, 오늘도 발전시설은 열심히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죠.”

“맙소사···”

손을 뻗어서 사진을 쥐려는 블레어의 손을 턱 막으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어떻게? 대한민국의 상임이사국 안건, 문제 없겠습니까?”

“오늘부터 대한민국은 UN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일겁니다.”

씨익, 나와 블레어는 미소를 지었다.

< 제 382화.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