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79화 (379/458)

< 제 379화. >

쿠당탕.

모하메드의 대저택의 식기와 테이블이 여기저기 비산했다. 다름아닌 하산과 모하메드의 발작 때문이었다.

“완전히 당했다고!”

“제기랄,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질 않아.”

“일단 여길 벗어나야 돼!”

“후우, 그래 진정하고 여길 뜨자고 어차피 천우진이 약속한 돈은 우리가 가지고 있잖아?”

모하메드의 말에 하산이 눈을 반짝 빛내더니 주변을 살폈다. 이미 모하메드의 경호원들은 천우진이 모두 처리한 상태, 살아는 있지만 말 그대로 숨만 겨우 쉬고 있는 상태였다.

그에반해 하산의 경호원들은 친위대 여섯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멀쩡한 상황, 전력상 우위에 하산이 서 있었다. 모하메드는 그것을 모르는지, 아니면 하산을 완전한 동료라 생각하는지 하산의 경호원들에게 시끄럽게 명령했다.

“저기, 저쪽 금고에서 돈가방을 꺼내 와! 비밀번호는 486이다!”

하산의 경호원들이 힐끗 하산을 바라보자 하산이 고개를 끄덕인다.

경호원들이 빠르게 움직여 무거워 보이는 가방 여러개를 가져왔다.

“1500만 달러?”

돈가방을 바라보며 하산이 묻자 모하메드가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2천만 달러.”

“오, 그새 500만 달러가 늘었네?”

“내 전재산이지.”

“1500만 달러는 내 몫이겠지?”

“후우··· 그래 그러자고.”

못내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지만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린 모하메드, 그 역시 현 상황에 믿을 사람이 하산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모양.

“차에 실어.”

하산의 명령에 경호원들이 빠르게 움직여 돈가방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하산도 슬그머니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고는 바깥으로 나간다.

모하메드도 질 새라 얼른 하산의 뒤를 따랐다.

입구가 훤히 드러나 있는 복도를 걷다 하산이 덜컥 멈춰서더니 담배를 입에 물었다. 모하메드는 개의치 않고 앞장서서 입구를 벗어났다.

하산이 불을 붙이면서 안쪽에서 입구 바깥을 천천히 살폈다.

“저격은 없군.”

“뭐? 뭐라고 했어?”

작게 얘기한 하산의 혼잣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모하메드는 햇빛을 맞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야, 가자고. 지옥으로.”

“뭐?”

하산이 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그대로 두발을 쏴버렸다.

탕! 탕!

“컥.”

모하메드의 가슴과 머리통에 그대로 박힌 총탄.

“저격이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야 모하메드, 그럼 먼저 가 있으라고, 나는 네 돈 500만 달러까지 천천히 쓰고 갈테니까.”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린 하산이 돈을 싣고 있는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

“서둘러 움직여!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소말리아를 뜬다!”

““예!””

돈가방을 싣는 사이 차량에 오른 하산.

그의 눈가에 얼핏 붉은 빛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음?”

퍼억.

이내 그의 양미간 중앙이 뚫리더니 피가 비산하며 차량에 흩뿌려졌다.

퉁.

그리고 나서 들려온 총소리.

퉁, 퉁, 퉁, 퉁, 퉁, 퉁.

약 20여발의 총성이 마치 하나처럼 들리는 순간, 열심히 움직이던 하산의 경호원들 모두가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잠시 후, 피바다가 된 저택에 모습을 드러낸 인물.

그는 복면을 벗었고 드러난 얼굴은 SKY PMC의 코드원 대원 이재형이었다.

-보고 해.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정호석의 음성.

“모하메드는 하산이 처리했고, 도주하려는 하산과 그 일행은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모두 죽였나?

“예, 지시대로 처리했습니다. 무장단체는 살려둘 필요가 없다고 하셨으니까요.”

-잘 했다.

“돈은 어떻게 할까요? 약 2천만달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잠깐 기다려.

“예, 대표님.”

***

한창 소말리아 인들이 희망이 가득한 눈으로 SKY PMC의 보급식량을 받아가는 사이, 어느새 곁에 다가온 호석이 전화기를 내밀었다.

“코드원입니다. 회장님.”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말 하세요, 코드원.”

-회장님, 모하메드와 하산을 처리하고 2천만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그래요?”

-예, 이 돈을 어떻게 처리할까요?

“고생한 우리 PMC대원들에게 보너스로 지급하세요.”

-예?

“들은 그대로 진행하세요.”

-소말리아인들 구호활동에도 많은 자금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코드원이나 나나 돈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수화기 너머에서 픽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삼현의 이건 회장의 모든 지분을 물려받은 코드원, 그리고 그 지분을 내가 한화로 모두 사들였다. 거기에 보너스로 PMC의 지분 역시 코드원이라는 책임감 막중한 임무답게 지급해주었다.

해서, 코드원을 비롯한 모든 코드대원들은 솔직히 돈이 궁하지 않았다. 매월 배당금을 받아가는 것으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니까 꽤나 사치스러운 생활이 말이다.

-그럼, 일부는 SKY LINE의 선장을 비롯해, 선원들에게 지급하겠습니다.

난 고개를 저었다.

“좋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들에게는 SKY LINE이 알아서 적절한 보상을 해 줄겁니다. 그냥 그 돈은 대원들에게 나눠 주세요, 이번에 새롭게 특급대원들이 될 고려인 특전단이 좋아하겠네요, 코드 101도 좋아 할 거고요.”

-아아, 빅토르··· 그라면 역시 인정받았다며 좋아 할 것 같습니다.

“예, 코드원. 마음을 사세요 코드 대원들과 특급 대원들에게. 그게 코드원이 할 일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하산과 모하메드의 시체는 따로 촬영 해 두세요, 쓸모 있을 수 있으니까.”

-예.

전화를 끊고는 어느새 차려진 임시 막사를 바라보았다. 현재 열심히 한국에서 케냐로, 케냐에서 이곳으로 향하고 있을 전문가들이 도착한다면 더욱 수월해질테다.

다시 전화기를 호석에게 건네는데 호석이 전화기를 받으며 말했다.

“회장님, 뉴스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예, 모가디슈 포격장면을 CNN이 보도중에 있습니다. 다른 해외 뉴스채널에서도 곧 보도할 예정이고요.”

“아, 그럼 봐야죠 뭐라고 떠드나 봐야겠네요.”

임시로 꾸려진 막사지만 PMC대원들은 내가 머물 막사를 허투르 짓지 않았다. 사실 이곳이 지휘소의 역할을 하고 있을테니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곳에 설치된 신형 SKY전자의 TV를 보고 있자니 퍽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내가 막사로 들어가니 대원 중 하나가 알아서 볼륨을 높인다.

-몇 시간 전, 소말리아의 영해에서 함포발사를 준비하던 대한민국의 구축함 이순쉰 구축함에서 수십발의 포격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퍼부었습니다. 화면 보시죠.

화면이 전환되고, 실제로 해상 어디에선가 찍은 것 같은 잔뜩 흔들리는 화면이 송출된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벙.

수십발을 연달아 쏟아붇는 대한민국의 구축함, 그리고 그 구축함을 호위하듯 주변에 포진되어 있는 전함들.

멀리서 카메라의 앵글이 움직여 모가디슈를 줌인한다. 잔뜩 흔들리는 모가디슈의 모습. 이내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재앙을 맞이하는 모가디슈의 모습.

다시 화면이 전환되며 앵커와 취재진의 모습이 함께 잡힌다.

-민간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포격으로 보이는데,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포격 2시간 전 부터 대한민국의 정식 의뢰를 받은 SKY PMC의 블랙호크 헬기 2대가 모가디슈 상공을 선회하며 경고방송을 했습니다. 당시 상황 화면 보시죠.

다시 화면이 전환되고 상공에서 경고방송을 하고 있는 헬기들이 보인다. 교전을 펼치던 반군과 정부군이 총격을 멈추고 혼비백산 도주하는 모습 역시 카메라에 담겨 있었다.

“이야, 저 기자님 목숨걸고 촬영하시네.”

내 한마디에 곁에 있던 호석이 픽 웃으며 말했다.

“PMC대원들이 호위해주었습니다.”

“아하, 그럼 뭐. 뉴스는 굳이 안 봐도 우리한테 호의적이겠네요.”

“백악관이 우리에게 호의적이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또한 미군 역시 우리 PMC를 좋아하니까요.”

“그래요?”

“예, 우리 PMC와 함께 작전하면 피해가 거의 없다고 우리와 같이 작전에 나가는 군인들은 럭키라며 좋아한답니다.”

“음, 확실히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미군의 피해가 컸죠.”

“전쟁이니까요.”

고개를 주억거리며 계속해서 뉴스에 집중했다.

-보신 화면과 같이 경고방송을 계속 했으며 민간인들은 헬기로 적절히 유도까지 하는 인도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 민간인 피해가 없다는 얘기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전혀, 한명도 없다고요?

제법 공격적인 앵커의 모습.

-민간인 피해는 커녕, 현재 대한민국의 의뢰를 받은 SKY PMC는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구호활동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면 보시죠.

이어서 화면이 다시 전환되고, 임시로 꾸려진 PMC의 막사에 길게 줄을 선 모가디슈의 주민들이 보였다. 그들은 도시락과 물을 받고는 싱긋 웃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꾀죄죄한 몰골의 민간인에게 다가간 기자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영어 할 줄 아십니까?

-조금 합니다.

-아, 그렇다면 현재 모가디슈의 상황을 얘기 해 줄 수 있을까요?

-어젯밤부터 수도에 총성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듣기로는 반군과 정부군의 충돌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수니파 개자식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정말 다 죽는줄로 알았죠, 그들은 그들이 믿는 종교와 종파가 아니면 무차별하게 학살을 자행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으니까요.

-수니파?

-탈레반, 알카에다 등, 급진적인 종파를 일컫습니다. 물론 모든 수니파가 그들과 같은건 아닙니다. 싸잡아서 욕한 것은 내 영어스킬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아아, 그렇군요. 그럼 모가디슈의 주민들은 SKY PMC와 대한민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잠시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크게 숨을 고르더니 얘기했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이 우릴 공격한 이유는 뉴스를 통해 봤습니다. 소말리아의 해적들이 그들을 공격했다고.

-네, 맞습니다. SKY는 해적들과 협상했고 다행히 대한민국 사람들은 안전하게 귀국했습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요, 현재 이곳의 꼴을 보니 그들에게 피해가 있었다면 우린 정말 다 죽었을지도 모르니까···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나는 무섭습니다. 이렇게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나라인지 몰랐습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을 무섭다고 했는데, 다른 현지인들은 어떻습니까?

-그들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한가지. 무장단체와 반정부 세력이 모가디슈를 장악했을 때 보다 우리에게 더 나은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기자가 동그랗게 뜬 눈을 하고는 물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들에게 인도주의적 모습을 바랄 수 없으니까요, 적어도 대한민국과 SKY PMC는 우리에게 최소한의 살 것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아까전 SKY그룹의 책임자가 우리에게 살 곳 역시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모가디슈 전체 주민에게 말입니까?

-예, 군인들 역시 항복하고 무장을 해제한다면 민간인으로 대우해주겠다고도 했습니다.

-그 약속을 믿으시나요?

-우리는 멀지 않은 곳의 아이티를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것 역시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죠.

-당신들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군요, 대한민국과 SKY PMC로인해 더 좋아질 소말리아를.

-그렇습니다. 반정부 세력과 정부세력의 대립 때문에 이 사단이 일어났지만 사실, 두부류 어느곳도 우리는 믿을 수 없습니다. 나는 그저 가족들과 화목한 식탁에서 한끼의 식사를 할 수 있다면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을 뿐입니다.

기자의 눈에 안타까운 빛이 맴돌았다.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사내가 카메라를 통해 입을 열었다.

-이 뉴스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보고 있다면 부디, 우리에게 가족들과 함께할 보금자리와 한끼 식사의 여유를 주시기를 간청드리고 싶습니다. 소말리아와 모가디슈의 주민들은 그들은 반길 것입니다. 어떠한 적대적인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대한민국은 약속을 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행복을 주겠다고.

일개 주민이 떠들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기자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고맙다 인사를 하자, 도시락을 받아든 사내는 이내 터벅터벅 카메라 앵글을 벗어났다.

-현 소말리아의 주민들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정말 대한민국의 SKY PMC가 의식주를 책임지겠다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것은 저 역시 SKY그룹의 천우진 회장에게 직접 들은 사실입니다.

-휴우,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텐데 대단하군요.

-또한, 대한민국의 포격은 소말리아의 대통령 엘 아자르 압두이르에게 정식 지원요청을 받아서 진행된 것이라는······

“이야, 저 주민이라는 사람 말솜씨가 대단한데요? 내가다 감동적이네.”

불쑥 튀어나온 말에 호석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미리 섭외를 한 것도 아닌데 일이 잘 풀리려나 봅니다.”

“그래야죠, 얻어낼 게 많으니까.”

“해양 플랜트, 저 역시 기대됩니다 회장님.”

“성공 한다면야, 러시아 놈들 입에 거품을 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바다가 없는 유럽인들은 서글프겠군요. 결국 러시아에 기대야 할 테니까.”

“러시아 역시 굶어죽지 않으려면 어느정도는 풀어야 할 겁니다. 미국이 열받으면 지원하려 들테니까.”

“자, 그럼 공포스럽다는 대한민국과 우리 PMC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바쁘게 움직여 봅시다.”

“예, 회장님. 이미지 반전 시키러 가시죠.”

< 제 379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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