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77화 (377/458)

< 제 377화. >

소말리아 무장단체의 수장 하산이 다리를 덜덜 떨며 연신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후우, 모하메드, 우리 잘 하는 게 맞겠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모하메드.

“후, 누가 보면 네가 아니라 내가 장군인줄 착각하겠군.”

“그게 무슨 소리야?”

“무당단체의 수장이라는 놈이 잔뜩 쫄아서는 쯧쯧.”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양패구상밖에 답이 없으니까 그런거 아냐!”

“그럼 천우진 회장이 있는 그 자리에서 차라리 죽지 그랬나?”

“무슨 개소리를!”

모하메드는 팍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벗어나려 하다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제기랄··· 나갈 수도 없고.”

서슬퍼런 천우진 회장의 경고가 뇌리에 깊게 박혀 차마 방 밖으로 벗어나질 못하는 모하메드. 그는 아직도 양 발등과 손등이 저릿저릿했다.

천우진을 떠올릴 때 마다, 군용대검이 제 몸속을 마음껏 헤집어 놓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

“너는 나보다 상황이 좋은 줄 알아. 적어도 몸뚱이에 구멍은 나지 않았으니까.”

“후우, 그건 네가 멍청하게 반항해서겠지.”

“쯧쯧, 부하들 몸뚱이에 총알구멍이 나니까 지레 겁 먹은 주제에.”

하산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빤히 모하메드를 바라보았다.

“지금 억울함을 토로할때가 아니라고? 이 전쟁은 무조건 우리가 이겨, 네놈도 나도 그동안 허투르 세력을 모은게 아니니까.”

“그렇겠지, 당장 모가디슈 함락쯤은 쉽게 달성 할 거야, 당연히 피해는 있겠지만.”

“그래, 수도방위군 따위야 오늘내로 처리 할 수 있겠지, 문제는 그 다음이야 국경수비대가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고.”

“비등비등한 전력이라면 수성하는 우리가 유리할 수 있어, 모가디슈는 항구도 있으니까 보급의 문제는 없을테고.”

“문제는 한국이라고 이 멍청한 놈아!”

모하메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소리야?”

“내가 이 성전을 반대했던 이유는 지금 소말리아의 영해는 한국이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어서 말해, 나는 군사작전 쪽으로는 잘 모른다고.”

“우리 영해에 한국의 구축함이 떡 하니 버티고 있지, 그리고 구축함 주변에 다른 전함들이 없으리란 법도 없고.”

“그런데?”

“그런 그들이 우리에게 보급을 오는 배들을 그냥 지켜만 볼까?”

“뭐? 설마 SKY 천우진 회장이 우리에게 시킨 일이 있는데 그 정도는 봐주겠지?”

“멍청한, 대한민국 정부와 천우진을 어째서 동일시 하는거야?”

모하메드가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하산에게 말했다.

“자네 몰랐나? 천우진 그자의 할아버지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걸.”

“제기랄! 내가 그걸 모르겠어? 그게 아니라고! 지금 우리는 소말리아 정부를 마비시키고 있는거야, 알아 들어?”

모하메드가 눈을 크게 떴다.

“이, 이런!”

“대한민국 정부와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을 방법은 현 소말리아의 외교부밖에 없다고.”

“그럼 아자르보다 그자를 먼저 사로잡아야하는 군.”

“그 놈이 어디 있는 줄 우리는 몰라.”

“그, 그런!”

“너무 급했다고 이 성전은 너무 급했어!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고! 그냥 전사들을 사지로 내몬 꼴이야, 성공해도 난 죽고 실패해도 죽을 판국이라고!”

모하메드는 그제야 천우진이 어째서 일을 급진적으로 처리하려 했는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천우진 회장이 우리와 정부를 싸우게 만드려고? 양패구상을 노린다?’

모하메드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노크와 함께 들어온 인물은 하산의 오른팔인 지라드였다. 그는 왼쪽 어깨와 팔에 붕대를 칭칭감고 있었다.

“모가디슈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뭔데?”

“정체불명의 헬기가 모가디슈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헬기?”

놀란 얼굴이 된 하산.

“예, 미국의 블랙호크와 같은 기종이라고 합니다!”

“미, 미군? 서, 설마 미군이 온 건가?”

“헬기에 SKY그룹의 로고가 박혀있다고 합니다!”

“SKY? SKY헬기가 왜 모가디슈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하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하메드.

“맙소사!”

“왜? 왜 그러는데?”

하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하메드를 바라보았다.

“나보고 멍청하다고 할 게 아니라 네 놈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군.”

“왜 그러냐고!”

“그 헬기는 아마, 아자르를 구출하려는 헬기일거야.”

“뭐? SKY가 왜 아자르를 구출해!”

“제기랄, 우리는 함정에 빠진 거라고! 당장 전사들을 뒤로 물려야 해!”

하산은 아직도 제대로 상황파악이 안 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천우진은 일부러 쿠데타를 일으키게 만든거야!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군사개입이 더욱 쉬워지니까 순식간에 이 소말리아를 명분까지 갖춰서 꿀꺽 삼킬 생각이라고!”

바쁘게 눈알을 굴리던 하산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이 성치 않은 지라드를 바라보았다.

모하메드 역시 지라드를 바라보며 외쳤다.

“당장 전사들을 후퇴시켜!”

“SKY의 헬기를 격추시켜버리라고 해!”

“예?”

“함정이야! 함정이라고!”

모하메드의 발광.

지라드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SKY의 헬기는 블랙호크를 닮아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무기로는 격추가 어렵습니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SKY의 헬기를 격추시킨다면 분명 대한민국 전함의 개입이 있을겁니다!”

하산이 모하메드를 밀쳐서 다시 자리에 앉게 만들고는 말했다.

“그냥 전사들 철수 시키라고!”

“하지만 이미, 국경수비대가 지근거리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자르가 언론의 보도를 보고 조치를 취한 것 같습니다.”

“제기랄! 그래서 CNN까지 불러서 우리를 언론에 노출 시켰군.”

모하메드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바, 방법이 없어··· 무조건 아자르를 죽여야 해.”

“제기랄 그게 쉬우면 벌써 했지!”

“블랙호크인지 뭔지 그 헬기는 정말 격추가 어렵나?”

“가지고 있는 플레어로 RPG따위는 금방 피해버린다고!”

“방법이, 방법이 없는 거야?”

“제기랄··· 제기랄!”

지라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우리가 격추를 시도하는 순간··· 전사들은 헬기에서 쏟아내는 총탄에 갈가리 찢길 겁니다. 우리의 무장은 그 정도가 한계입니다.”

털썩.

하산 역시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 모하메드와 동시에 둘이 같은말을 말했다.

“완벽하게 당했군.”

“완벽하게 당했어.”

둘의 고개가 동시에 창밖을 향했다.

어째서인지 둘의 눈에 지는 해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태양의 꼬리가 이제는 완전하게 지평선에서 자취를 감춘다.

***

두두두두두두.

커다란 헬기가 모가디슈 상공을 자유롭게 비행한다. 헬기가 향한곳은 소말리아에서 그나마 자유롭게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대통령 관저였다.

권력의 상징이자 모가디슈의 가장 규모있는 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곳은 지금도 총성과 비명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왔습니다! 아자르 각하!”

“어서, 어서 가자!”

아자르는 군인들의 비명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저 먼저 살겠다고 헬기로 달렸다. 빠르게 달려가 헬기에 오르자 마자 헬기는 더 볼것도 없다는 듯 그대로 이륙해 모가디슈 상공을 날아 오른다.

“후방에서 미사일 조준 감지!”

아자르는 알아 들을 수 없는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조종사와 부조종사.

“플레어 발사!”

“발사!”

투두두두둥.

헬기의 꼬리부분에서 불꽃놀이라도 연상시킬 조명탄이 이리저리 쏘아지고.

슈아아아아악 콰광!

그 불꽃에 부딪혀 폭발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아마도 그 미사일은 RPG-7과 같은 휴대용 로켓포의 포탄일 터.

“으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아자르는 안전벨트를 붙들고는 고개를 무릎까지 처박는다. 조종사들은 그런 아자르를 신경쓰지도 않고 곡예비행을 하며 빠르게 모가디슈 상공을 벗어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자르는 벌써 세번째 속을 게워내며 헬쓱해진 몰골로 이제는 미사일 소리와 총탄 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공에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살아도 산 게 아니군.”

허탈한지 멍하니 바다를 보며 물멍을 때리고 있는 그에게 두 눈만 나와있는 SKY PMC대원이 툭툭 그를 건드리고는 위성전화기를 건넨다.

“전화받았습니다.”

이제는 눈치껏 영어로 전화를 받은 그.

-무사히 탈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소··· 덕분에 감사합니다.”

-말로만 하는 감사는 필요없다. 이게 다 당신이 해적들에게 뒷돈을 받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그, 그게 무슨.”

철컥.

눈만 보이던 PMC 대원이 파지하고있던 권총을 꺼내 아자르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었다.

-YES or NO. 네 대답은 둘 중 하나야, 질문이 아니고.

“······”

전화기 너머 SKY그룹의 수장 천우진의 행동이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아자르지만 바로 관자놀이에 총구가 닿아 있으니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예스.”

-해적과 내통했다는 걸 인정하겠다는 뜻이겠지?

“예스.”

순순히 YES or NO 이지선다로 대답하는 아자르.

-대한민국의 요구사항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해적들이 준동하는 걸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었다. 기억하나?

“예스.”

-좋아, 그럼 지금 내가 대한민국 청와대로 연결해줄테니 직접 당신의 입으로 얘기 해.

“어떤것을?”

-대한민국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해적들이 준동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부탁하라는 뜻이야.

아자르가 눈을 크게 떴다.

“그, 그말은?”

-네 놈의 대통령 자리를 대한민국이 지켜주겠다는 뜻이다. 싫은가?

“아, 아닙니다.”

-좋아, 지금 소말리아 영해에 대한민국의 구축함이 떠 있다는 걸 알겠지?

“그렇습니다.”

-네 전화 한통이면 구축함이 불을 뿜는다.

“으음···”

-네놈이 타고 있는 헬기가 너를 내려주고 모가디슈 상공을 날며 경고 방송을 시작 할 것이다. 그로부터 2시간 뒤, 모가디슈를 포격한다.

“······”

-싫은가?

“아, 아닙니다.”

-감히 해적들은 물론 반군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군과 PMC에게 대적할 생각을 갖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야, 불만이라면 얘기 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수용해줄테니.

아자르가 질끈 눈을 감았다.

-아 참고로 지금 국경수비대와 반군이 모가디슈를 두고 전투에 돌입했다고 하는군, 이미 모가디슈는 반군에게 점령당했다.

“벌써 말입니까?”

-그래, 거짓같은가? 전세계 언론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데?

“전화 하겠습니다.”

-좋아 연결하지.

수화기 너머 통화연결음이 몇번 울리더니 한국어가 들려온다.

-전화받았습니다.

천우진은 친절하게도 영어로 말했다.

-소말리아의 아자르 대통령이 대통령님께 통화를 요청했습니다.

이어서 한국어가 아닌 중후한 목소리의 영어가 들려온다.

-연결 됐나?

-예, 아자르?

“듣고있습니다.”

-전화한 용건은?

“부족한 정부가 해적들의 준동을 막지 못해 진심으로 대한민국의 국민께 사과를 드립니다.”

-그렇군, 그리고?

“부디 소말리아의 반군들과 해적들의 준동을 막을 정의의 철퇴를 빌려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정식으로 지원요청을 하는 것인가? 지금의 통화는 녹음되고 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진심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가?

“필요합니다. 소말리아 대통령 엘 아자르 압디르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천혁수 대통령께 정식으로 요청합니다. 소말리아를 구해주세요.”

-지원요청은 확인했다. 비용문제는 추후에 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에 동의하는가?

“동의합니다.”

-곧, 소말리아를 되찾게 해 주겠다.

“감사합니다.”

전화가 끝나고 아자르는 힘 없이 위성전화기를 다시 PMC 대원에게 건넸다.

어느새 붉은색 노을은 사라지고 어두컴컴한 밤이 되었다. 별 한점 보이지 않은 흐린날의 소말리아 상공을 힘 없이 바라보던 아자르는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자신이 알던 소말리아는 이제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제 377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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