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74화 (374/458)

< 제 374화. >

놈은 된 발음으로 핫산이라 이름을 불렀지만 그 놈의 풀 네임은 하산 압디누르.

현재 소말리아의 무장단체의 수장 노릇을 하고 있는 놈의 이름이었다. 중국과 아프간, 그리고 이라크와 파키스탄에서 넘어온 알 카에다의 잔존 세력과 도망친 탈레반의 오합지졸들을 마구 끌어 모아 소총을 쥐어주고 몇 발 되지 않는 총탄을 쥐어주고는 소말리아의 제 2 세력으로 탈바꿈 시킨 놈이었다.

수니파를 믿는 이슬람 답게 잔인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고 빈 라덴과 후세인의 영향을 받아서 있지 그들을 옹호하기도 하며, 미래에는 새로운 테러단체로 발전하는 놈의 세력.

나는 그 세력의 우두머리를 이곳에서 만나고 싶었다. 당연히 놈을 동경해서이거나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하, 핫산이 이곳으로 올 리가 없습니다.”

“그건 네 재량이지.”

“그 놈은 겁이 많습니다. 겉으로는 신의 전사인 척 나서지만 놈은 겁쟁이입니다!”

내가 알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못 불러?”

“미끼, 미끼가 있어야 합니다. 놈의 그 겁에 질린 궁둥이를 움직일만한 미끼.”

“아, 미끼?”

“예.”

“그거라면 너도 있잖아?”

“예?”

때마침, 서재의 문이 열리며 대원들이 내가 해적놈들에게 줬었던 돈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아, 찾았나요?”

“예, 지하의 와인저장고에서 발견했습니다.”

역시나 과거의 유럽 귀족의 저택이었던 모양이다 지하에 와인저장고씩이나 따로 있고.

고개를 돌려 가방을 보니 8개.

내가 3100만 달러를 각 200만 달러씩 가방에 나눠 담았으니 단순 계산으로도 1600만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다.

“저거면 핫산이라는 놈이 눈이 돌아갈 거 같은데, 어때?”

모하메드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막상 눈 앞에 돈을 보고 있으니 조금 전, 무엇이든 하겠다던 다짐이 흔들리는 모양이다.

“옛말에 말이야, 말 안 듣는 개새끼는 이틀에 한 번은 패 줘야 말을 듣는다고 하더군, 참 무식하고 멍청한 얘기야 그렇지?”

침을 꿀꺽 삼키는 놈.

“그런데 요즘들어서는 그 말이 참 와닿아. 아마 그때 ‘개’라고 표현하던 동물은 너 같은 인간을 얕잡아 부른 말이 아니었을까?”

다시 한 번 호석이 빠르게 움직여 놈의 발등에 꽃혀있던 대검을 뽑아 반대쪽 발등을 찍는다.

“끄으으읍.”

나는 금고를 들어올려 놈의 발등에 꽃혀있던 대검위에 내려놓았다.

쿵!

“끄아아아아아악.”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지금 네놈에게 권유하는 게 아니야. 핫산을 불러 와. 그렇지 않으면 핫산이 이곳에 올 때까지, 네 놈은 괴로울테니까.”

***

소말리아 북부.

국경과 맞닿아 있으면서 차량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작은 항구가 있는 그곳은 하산 압디누르가 주로 은둔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모스크 하나.

성스러워야 할 그곳은 언제나 총과 칼을 무장한 젊은 사내들이 시도때도 없이 들락거렸고, 때때로 그들은 어업을 나서는 어부의 배를 빼앗아 해적질을 일삼기도 하였다.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신의 말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는 셈이지만 ‘신의 전사’라는 허울로 애써 감추고 있을 뿐이었다.

“제기랄.”

제법 쏠쏠 하던 해적질도 잠깐은 멈춰야지 싶은 마음에 하산는 절로 눈쌀을 찌푸렸다. TV속에서 보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단호하고 매우 강경하게 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모하메드 놈.”

건드려도 하필 저런 커다란 회사를 건드렸을까 싶었다. 실컷 속으로 모하메드를 씹고 뜯던 하산은 품속에서 몸을 떠는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뭐야?”

-나다. 모하메드.

“오, 너도 호랑이인가?”

-무슨 소리지?

“아, 아니야 그냥 자네 생각을 조금 하고 있었어.”

-네가 나를?

“그래, 멍청한 네 놈이 돈을 만지려다 크게 실수를 한 것 같아서 말이야. 아자르 놈이 아주 방방 뛰고 있겠군.”

-아자르가 몰랐을 것이라 생각하나?

하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모하메드의 방금 말은 반정부 세력의 모하메드와 정부 세력의 아자르가 합심해서 SKY라는 큰 기업의 선박을 건드렸다는 뜻이었다.

“언제부터 둘이 친했다고?”

-정부를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나 역시 세력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하지.

“우리는 쏙 빼 먹었군, 당장 성전이라도 일으켜 볼까?”

-후우, 이번에는 나도 억울하다고?

“뉴스에서는 3000만 달러가 넘는 인질협상비를 받았다는 것 같은데, 사실인가?”

-그 중 반 이상을 아자르 그 놈이 가져갔어.

“하, 네가 그렇게 많이 내 줬다고?”

-사실이야.

코웃음을 치는 하산이 대충 모하메드에게 맞장구를 쳐주다 물었다.

“그래서, 왜 전화를 했지?”

-의뢰 할 게 있다.

“의뢰?”

-그래.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모하메드.

-지금 내게 1200만 달러가 있다. 아자르놈이 가져가고 남은 전부지.

“그래서?”

-이 전부를 네게 주겠다. 아자르를 죽여라. 네 놈이 매일같이 떠들던 그 성전, 그것에 우리 반 정부 세력이 동참하겠다.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모하메드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사실인가?”

-그래, 너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표는 봤겠지?

“그래, 저건 뭐 거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더군.”

-실제로 대한민국의 해군 전함이 우리 영해에 들어왔다는 첩보가 있었다.

“진짜로 구축함이 움직였다고?”

-그래.

“허··· 이거 예삿일이 아니군··· 어쩌면 미국이?”

-그건 알 수 없지, 탈레반과 알 카에다와 아직도 싸우고 있으니까, 아아! 그러고보니 모하메드 네게도 탈레반의 쓰레기들과 알 카에다의 병신들이 함께 하고 있었지?

“닥쳐! 우리를 모욕하지마라.”

-어쨌든, 미국의 눈치만 보던 대한민국이 저렇게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건, 내가 봤을때 뒷배는 미국이라고 보여져.

충분히 일리 있는 말에 잠시 고민에 잠기는 모하메드.

“그래서?”

-이번 일의 명분을 준 게 ‘해적질’ 때문이 아니겠어?

“그래, 네 놈이 명분을 내줬군.”

-정확히는 나와 아자르지.

“그래서 책임 소재를 따지시겠다?”

-이대로 영해에 있는 대한민국의 전함이 포를 발사 한다면 네 놈은 무사할 것 같아?

“설마 대한민국이 그럴까?”

-미국은 아프간을 하루만에 쓸어버렸지.

“그건 미국이기에 가능 한 일이고.”

-미국의 입장에서 네 놈은 아프간이나 이라크와 크게 다르지 않을걸, 귀찮은 파리새끼 쯤으로 여길지도 모르지.

“오늘따라 무척 혓바닥을 날카롭게 움직이는 군.”

하산이 옆에 노여있던 권총을 들어 올리더니 조준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네 놈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주고 싶을 정도야.”

-어쨌든 명분을 줬던 해적질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야?

“아자르?”

-그래, 그 놈이 가져간 돈은 5000만 달러가 넘어.

“뭐? 그걸 네가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었다고?”

-해적질을 했던 시아드 바레라는 놈은 본래 정부군 장교였다고.

“으음, 대충 알 것도 같군.”

-그래, 그러니 놈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야하지 않겠나? 너와 나는 대한민국에게 사과의 제스쳐를 보내는 것이고. 국민들을 전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아자르 놈을 숙청하면서 말이야.

하산이 히죽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그거 명분 한 번 되네.”

-게다가 네게는 1200만 달러라는 보상이 내려지지.

“흥, 그걸로는 부족할 것 같군.”

-후우··· 좋아,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자금 300만을 보태서 1500만. 더 이상은 나도 양보 할 수 없어, 정부 세력을 끌어 내리면 우리도 재건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고?

“탄약은 그쪽에서 책임 지겠지?”

-오랫동안 대립하고 있었다. 하산. 총탄은 썩어지게 많아.

“그래서, 내가 직접 그쪽으로 가라?”

-그게 그림이 좋지, 공식적으로 우리의 만남을 소말리아에 알리자고, 아자르에 대한 비판성명과 함께.

다시 권총을 조용히 내려놓은 하산이 테이블 위에 있는 소말리아의 지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네놈에게 고개를 숙이는 그림은 별로 좋지 않은데?”

-쯧, 네 놈이 아무리 2인자로 급부상했다고 해도 정치적인 입지는 나를 따라올 수 없어, 알잖아? 내가 대통령이 되면, 네게 사령관의 자리를 주지.

“군부를 넘기겠다? 네가?”

-친위대를 제외한 모든 군권을 넘기겠다. 딱 5년, 5년만 해 먹고 내려올테니 그 정도는 양보를 해 줘, 여태껏 소말리아에 투자한 내 삶을 위해서라도.

“좋아,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지, 1500만 달러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라도 가야겠어.”

-기다리지.

탁.

전화를 끊은 하산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밖에 누가 있지?”

철컥, 문이 열리며 소총을 무장한 사내가 꾸벅 고개를 숙인다.

“부르셨습니까?”

“차 대기시켜.”

“예, 어디로 모실까요?”

“모가디슈, 모가디슈로 간다.”

“예?”

“왜, 놀랍나? 내가 모가디슈로 간다는 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피식 웃은 하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번 모가디슈 행으로, 어쩌면 모가디슈의 주인이 내가 될지도 모르겠어.”

눈을 부릅뜨는 수하.

모가디슈의 주인이 곧, 소말리아의 주인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빠르게 움직이자고, 우선 첫번째 목적지는 모하메드의 저택이다. 전사들에게 성전을 준비하라 알려.”

“서, 성전입니까! 드디어! 드디어!”

“그래, 드디어 성전이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하산은 만족스럽다는 듯 크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드르륵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테이블 위에 있던 권총을 허리춤에 파지 하고는 그대로 바깥으로 향했다.

모가디슈.

그곳이 제 놈의 사지가 될 거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

같은날 밤.

모하메드의 유럽식 저택에 도착한 하산.

“늦었군.”

“바로 달려왔다고?”

별 다른 말 없이 뒤돌아 걷기 시작한 모하메드, 하산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도 그를 따라 걸었다.

“모하메드, 걸음걸이가 불편해보이는 군.”

“자네도 살이 찌면 이렇게 될 걸?”

“오우, 사양하지. 전사가 살에찌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래.”

“그나저나 손은 왜 그래?”

“아자르에게 돈을 빼앗기고 속이 끓더군. 홧김에 컵을 부수다가 좀 베었지.”

“그렇군.”

“기자들이 대기 하고 있으니까, 그걸 감안 하라고.”

와락 인상을 찌푸리는 핫산.

“아직 승낙하지는 않았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만 빼자고, 속전속결이야. 이제 대한민국이 말한 48시간이 채 30시간도 남지 않았다고.”

“설마 그 안에 성전을 일으키라는 소리야?”

고개를 끄덕이는 모하메드.

“지금 아자르 그 놈은 대한민국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골머리를 썩고 있을거야, 놈이 SKY에게서 뜯어낸 돈을 모조리 들고 갔다는 식으로 여론을 몰면, 놈은 끝장이라고. 국민들을 사지로 내 몬 것이니까.”

“후우,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모하메드 이거 다시봤군, 혓바닥만 놀리는 겁쟁이인 줄 알았더니, 신의 전사였어.”

신을 부르짖는 그를 보며 혀를 찬 모하메드가 멀쩡한 손으로 문을 열고 접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말 처럼 정말 기자들이 모하메드와 하산을 향해 마구 셔터를 누르며 플래시를 터트리고 있었다.

“우리는 국민을 사지로 밀어넣은 무하마드 에 아자르 압디르를 결코 용서 할 수 없습니다. 드디어 정부가 자신들의 부정부패와 더러움을······”

***

수화기 너머에서 피식 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이 놈아, 그 짧은 시간에 CNN소속 기자는 어떻게 보냈더냐?

“아이티에 있던 외신들좀 불렀습니다.”

-허, 능력도 좋구나.

“잘 보고 계시죠? 어때요 소말리아 정부 살살 긁으면 군사작전 명분까지 얻어내면서 엄청 쉬울 것 같은데.”

-그러니까 저 모하메드 뭐시깽이와, 하산 뭐시기 하는 놈들이 하는 말이 사실이 아니다?

“예, 일부는 사실이지만 거의 날조된 것들입니다.”

-네놈 짓이구나.

“에이, 선수들끼리 왜 이러실까.”

할아버지가 짧게 고민하듯 ‘흠···’하고 한참을 말이 없다 물었다.

-SKY의 위신은 괜찮겠더냐?

“위신이요?”

-그래, 결국은 국가가 대신해 복수하는 꼴 아니더냐.

난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에이, 또 하나의 국가를 먹는 일인데 할아버지, 돈 좀 쓰셔야죠?”

-뭐?

“PMC로 정식 의뢰 받겠습니다. 우리는 당장 소말리아 반정부 세력과 함께, 무장단체를 소탕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입금만 되면 바로 진입합니다.”

-하?

“이번 일로 3100만 달러나 소비가 되서 말이죠, 게다가 헬기에 보트에, 어휴, 유류값이 장난 아니게 들더라고요?”

-에라이 날강도 같은 놈.

< 제 37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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